유치원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도시락 사랑의 편지라고 도시락 통에 엄마가 쓴 편지를 넣어주는 행사를 한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한번, 유치원에서 전달해 주는 알림장과 주간 계획표 내용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아서, 보내지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제가 안 보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면요.

아이가 (거기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그림 엽서 같은 걸 갖고 와서, 나에게 뭔가를 읽어주는 거예요. 즉석에서 지은 편지죠. 사랑하는 찬이야~ 로 시작해서 ...
남자아이라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그런 건 바라지도 않고요.) 대강이라도 들려 주는 게 잘 안 되었었답니다.

아이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면, 이말저말 예쁜말 고운말 쓸말 많겠어! 싶지만, 막상 쓰려 하면 좋은 말도 한계가 있거든요.

아니면, 평소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 - 이것저것 챙겨주고, 놀아주고, 가르쳐주고, 데리고 다니고 하는 것을 잘 못하는, 그런 살뜰히 살피지 못해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나열해서, 아이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싶지도 않고요.

이거 참 어렵다 하면서 적다보니, 한 페이지 분량은 나오네요.  

여섯살 가을인데, 아직 한글은 드문드문이고, 그 나이 아이들 모두 그러하듯 밖에 나가 뭘 하는 걸 좋아하는데, 제대로 충족이 되고 있지 않은 점들을 상쇄할 수 있는 공약들이 막 쏟아져 나오네요.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읽어 주실 것을 의식한 한 문장을 추신에 넣구요.

        

우리 큰 아들 찬이야 ^^

얼마전에 엄마가 사진 앨범 만들었었잖아! 그 때 아주 깜짝 놀랐어~ 우리 찬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

밥도 잘 먹고, 그림책을 좋아하고, 엄마가 코칙칙이 하자고 할 때도 잘 따라 주는 우리 찬이. 기특한 것 투성이야!

동생을 데리고 잘 노는 것도 칭찬해 주고 싶네.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하자! 동생 건이가 말도 안 되는 떼를 부릴 때도 주먹부터 나가지 말고, 조금 참았다가 말로 설명해 주기! 동생 건이가 제일 닮고 싶어하고 따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엄마도 아빠도 아니고, 바로 '멋진' 형 찬이라는 거 잘 알지? 형이 잘 설명해 주면, 다른 누가 말하는 것보다도 더 잘 듣는단 말이지! 

그리고 어제부터 시작한 엄마하고 한글 공부 차근차근히 해서 겨울 방학 즈음엔 엄마가 없을 때는 혼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 엄마와 비밀 편지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정말 재미있겠지?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자전거 끌고 낙성대 가서 실컷 타보자!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은영 이모네 수민이 수연이하고, 인천 과학관에 가서 가보구!

세상엔 참, 가족들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구나! 하나씩 하나씩 즐겁게 해보자! 우리.

찬이와 엄마~ 파이팅  

 

추신 : 유치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단다~ 잘 하고 있겠지?  

 

                                 -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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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 너무 고와요, 이카님.
글구 아드님은 더 곱네요..... 저 사랑스러운 표정 좀 봐.

코알라가 벌써 5학년이 되어서, 올해는 더욱 서운해져버렸어요.
저두 주말 밤에 일산 근처 천문대로 가봐야지 하면서 자꾸 까먹었는데
이카님 말씀 듣고 생각났어요. 예약해야하거든요.

즐거운 한주되셔요. ^^

icaru 2011-09-19 16:12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해요!^^
저런 편지를 쓰다보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닌 게, 제가 아이에게 당부한 것 중에 동생이 너를 따라하니까, 행동 삼가도록 해라 뭐 그런 요지잖아요~ 여섯살짜리한테 쫌 부담스럽잖을까? ㅋ 에궁 뭣보담도 주말에 하기로 한 공약들 꼭 지켜야 할텐데 말이죠 ^^

글고 마고님 꼭 천문대 예약하셔요~ ^^

진주 2011-09-1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클릭하니까 찬이 얼굴 더 귀여워요~~앙~

icaru 2011-09-19 19:09   좋아요 0 | URL
ㅎㅎ 사진 확대해서 넣을까봐용

2011-09-19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9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9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6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라~ 알랭드 보통님이 한국에 온다고 하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가서 함 보세요! 

 

http://book.interpark.com/meet/webZineMeet.do?_method=detail&sc.mevtNo=25139&hid1=mainpopup&hid2=PU&hid3=one&hid4=001&bl_id=M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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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2011-09-1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 밑의 도가니만 눈에 들어오누만요^^;;;;

icaru 2011-09-16 08:50   좋아요 0 | URL
ㅎㅎ 도가니.. 마음이 또 얼마나 불편해질까요.. 이제 조금 겁이 나요.

반딧불,, 2011-09-1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겁납니다. 전 책도 다 못 읽었거든요ㅠㅠ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화면으로 보면 그 자극이 더할텐데 말입니다.
 

1. 명절 전날 아주 늦은 밤에 극장판으로 보이는 엄마 찾아 삼만리를 우연히 채널 돌리다가, 봤다. 아홉살인가 열살 적에 봤던 그것하고는 성우도 그렇고, 그림도 그 렇고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 기억이라는 게 전체적인 서사를 꿰는 것이 아니라, 장면장면 단편단편이라서, 이것은 각인된 장면이다 싶은 것도 있고.(물론 어른의 기억이라는 것도 그닥 신통치 않지만) 보다 중간 광고를 길게 해대는 통에 시간이 늘어진다. 시댁에서 우리 네 식구 한 방에서 자는데, 큰아이는 잠들었고, 참으로 밤잠없는 우리 둘째 재우느라고, 잠깐 텔레비전을 끈다는 것이 그만... 꼭 봐야겠다는 간절함이 부족해서였겠지. 눈뜨니 아침.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 우리 주인공이 엄마와 어떻게 상봉했나... 이건 엄마찾아 삼만리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 어디가서 봤다고 알은체 하기 힘들듯...  다음을 명절에 또 해줄수도 있으려나. 그때를 기약해야겠다.   

2. 시댁에 가면 시아버지가 저녁상에서 항상 당신의 아들들에게 술을 권하시는데, 며느리들까지 차례가 오기도 하고... 그런데 그것은 대개가 저녁식사 자리이다.  명절엔 늘 그렇듯이 세끼를 시아버지와 함께다. 아버님은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반주를 하신다. 점심 때, 데운 청주를 글라스 한잔으로 가득 따라서 아들에게 주신다. 흑..일주일에 5일은 술자리가 있는 애아빠를 늘 불안불안 지켜봤던 터라, 뚝뚝하기 그지없어 한번도 살갑게 아버님께 말한번 붙여보지 않았던 며느리가 그만 차마 터져 나오는 말을 막지 못하고 한 말씀을 올렸더랬다. 그래, 너는 술 좀 줄여야겠다. 같은 말씀을 해주시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적군 아군도 몰라보는 처사였네.  

"아버님, 애들아빠는 술 안 걸치는 날이 없어요. 어쭈구저쭈구~~ 건강이 참 걱정되요~"  

아버님 말씀하시기를, "나한테 그런 소리하지마라. 다 괜찮아. 세끼만 꼬박 규칙적으로 먹으면 아무 문제없어! 나한테 그런 소리마라."   

진심으로 아버님 말씀을 믿고 싶다.

3. 개콘에서 최효종의 애(매한 것을) 정(리해 주는) 남(자) 봤다. 안그래도 지난 금요일에 상비용으로 현금을 더 찾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명절에 아가들 어른들께 용돈 타면, 고거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명절 용돈은 설날만 있습니다. 추석에는 용돈 없습니다~  재수생 용돈 없고,  고시생 용돈 있습니다. 그들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투자하는 셈 칩니다~  

안그래도 단체 문자에 답문자는 어떻게들 하는지 궁금해서 회사 사람들에게 물은 적이 있었는데, 애정남이 정리해줬다. 이름들어간 문자만 답문자하고, 글씨보다 이모티콘이 더 많으면 답장 안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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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얻게 된 이틀의 휴가에 대해서 당시 내게 닥쳤다는 다소 격하게 운이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다.

당시 둘째 낳고, 6월에 복직해 신간 개발팀에 배속되어 유관 부서와 임원분들께 진행 상황을 주 3회 보고하라는 쪼임과, 간섭과 핍박을 당하고 어렵게 10월 초에 책을 마무리했다. 이제 한숨 돌리고 여유를 갖나 싶었던 찰나, 교과서 제출 한 달 임박 막바지 작업에 또 차출되어 12시 혹을 새벽에 콜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한 달을 보내고 난 시점이었다. 당시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었고, 사실 그것과는 무관한 듯한 열감기 증상으로 3일 아팠다가, 4일 괜찮았다가를 반복했다. 그것도 아이들도 함께.



그해 7월에 있어야 했던 연봉협상이 11월로 미뤄지면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연봉은 동결이라는 고지를 받았다. 울적했다. 당근과 채찍이 있어야 수순인데, 복직하고 내내 채찍에만 시달린 꼴이지 뭔가. 시국이 어수선하고, 회사가 어렵다 하니, 참자! 할 수도 있다고도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상대적인 박탈감이 밀려와서 감정적으로 아주 힘들었다. 죽을 똥을 싸며 일은 똑같이 하는데, 작년에 진급 케이스는 무탈하게 돈도 올라, 진급도 해버려.... 나는....그들과 차이가 한참 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그래도 참았다. 조금 침체되어 있었지만... 그런데, 내게 더더욱 엄청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울적한 마음을 안고, 퇴근.. 부랴부랴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어 두기 위해 닭가슴살을 다지고, 호박 버섯 등속을 손질하는 와중에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날 어머니가 김장을 담그기로 하셨는데, 쌍둥이 조카들이 감기(신종플루)라서 일단 남편만 어머니 도우러 간 다음, 상황을 봐서 나도 가기로 했던 거다.

남편은 전화로 조카들도 이젠 거의 완쾌된 분위기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 나도 오면 좋겠다고 한다. 올 때 김치통 갖고 오라고. 김치통! 그렇잖아도 남편이 퇴근하고 시댁으로 직접 가겠노라 했을 때, 나는 신신당부했다. 직접 가지 말고, 집에 들러 김치통 챙겨 가라고!



그렇지만, 내 말은 들은 척 해 주시지 않았다. 나도 통 들고 다니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구요.



아무튼, 김치냉장고용 김치통 세 개를 겹쳐서 놓으니, 보자기로도 안 싸지고, 대형 쇼핑백 조차도 맞질 않았다. 하여, 툴툴거리며 일단 이유식을 다 끝내 놓고, 난장판이 된 집은 아이들 돌보느라 넉다운 되어 누워 계신 엄마에게 부탁하고... 김치통들을 두팔에 안고, 쌓아 올라온 통들에 시야가 가려 오른쪽 왼쪽 고개 빼고 길을 살피며, 마을버스 타고, 버스 안에서  쌓은 김치통이 무너지지 않게 곡예를 부리며 드디어 현관 앞에 갔으나, 비밀번호 네 자리가 생각이 안 난다. 대각선을 그리는 숫자들 조합이었다는 거밖엔. 그래서 혼자 버튼들 앞에서 기하학을 해가며 숫자 조합을 만들어봤으나, 도통 안 맞네. 남편에게 핸드폰으로 문열어 달라고 전화를 했지만.... 죽어라 전화 안 받아 주신다.








호출 버튼이 있어서 눌렀더니... 여전히 기척도 없고, 하여 창을 통해 문열어 달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형님이 왔다갔다(1층이므로) 하는 게 보여서 큰 소리로! 형님! 형님! 조금 있다가 문이 열렸다. 형님은 나를 보자마자 인사 생략하고 "김치통이 이것밖에 없어!"
순간 화도 나고 당황한 나는 " 있어도 들고 올 수 있어야 말이죠!"

그때부터 뭔가 어그러지기 제대로 어긋나기 시작한 것 같다.
들어가서는 바로, 내가 갖고 온 통들부터 씻어 놓고 나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이 가늠 되지 않는다. 배추는 절여져 있었고, 준비된 젓갈들과 고추가루 등속을 버무릴 차례인 거 같은데, 그건 어머니가 하셔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임에... 어머니는 깍두기 무를 써느라 일을 지시하거나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보다못한 성질 급한 내가, "그 무는 제가 썰게요."

어머니는 그래라, 하셨다. 그 때는 몰랐다. 그저 빨리 빨리 도와드리고, 끝나고 집에가서 두 머슴아들 때문에 넉다운되신 친정 엄마를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이다. 

깍둑무 썰기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나는 속도를 좀 내봤다. 마치 어머니가 칼을 다루듯이... 그러다가 내 검지 손톱과 거기 붙은 살점까지 쓸어버렸던 거다.

피가 철철철..... 아파야 했지만, 일을 지체시키다 못해 분위기까지 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에 하필 이럴 때 손가락을 다치다니..... 그런 당혹감 때문인지 아픈 줄도 모르겠더라.

검지 손톱의 삼분의 일만이 남아 있고, 손끝 살점이 붙어 있는 나머지3분의 2는 덜렁덜렁....형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울대입구역 사랑의 병원 응급실을 찾아갔다.

손톱은 봉합이 어렵고, 살점또한 꿰매는 거 보다는 이 상태로 약바르고 소독하는 수밖에 없다고. 손톱은 자라니 다행이지만, 떨어진 살점은 어떤 모양으로 자랄지 알 수 없어, 변형이 올 수 있다고..했다.

파상풍 주사 한 방, 항생 주사 한 방을 맞을 때 , 주사 놓던 간호사님이 흑빛이 되어 말을 잃은 내게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내년에 좋은 일이 있을 모양이네요." 하며 위로말을 건내 준다. 앞으로 한달여 동안 병원에 날마다 와서 소독해서 한다고, 그리고 잘 때 많이 아플거라고.. 처방 받은 약을 지어,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형님은 '삼재'가 어떻고 하는 말씀을 하신다.

시댁으로 가야 할지, 집으로 가야 할지(응급실으로 가려고 현관에서 신발 신는 내 뒤통수에 대고, 남편님께서 '야 넌 집에나 가라.'했기에.... ㅠ.ㅠ) 그런데, 형님 생각엔 혼나더라도 난처하더라도 마무리 될 때까지 그 자리에 있는 게 나을거라 하시는데, 그냥 집으로 가면, 걱정하실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시댁으로 갔다.

시어머니는 기가 막혀 하셨다. 세상에 일을 못한다 해도 깍두기 무 써는 것쯤이야 할 줄 알았지! 하시는거다. 그밖에 어머님의 한숨어린 푸념.... 내가 뭔가 작은 일이라도 도우려고 몸짓을 할 때마다 아서라, 너 오늘 재수 옴 붙었으니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하신다. 심지어 농담으로 남편이 초등2년생 남자 조카에게 '내년엔 너도 도와라' 하니, 어머님께서 " 여자 어른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애더러 하라고 하냐!"며... 역정  ㅠ.ㅜ

손가락이 욱씬거리고 사지가 바르르 떨리는 증상이 있었지만, 아픔을 마음껏 호소할 수 있는 개제는 아니었고, 나 스스로도 뭐 이런 재수없는 케이스 다 있담 하고 상심하는 마음이 통증보다 컸던 거다.

반쪽짜리이긴 하지만 난 손에 물 닿을 일이 많은 주부였다. 손가락 붕대를 하고 있는데, 심지어는 고무장갑마저도 들어가지 않아, 양손을 적시면서 해야 하는 일은 못한다.

떨어져 나간 손톱과 살점 사이로 기가 줄줄 새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다음날 출근해서의 일이다. 아침 출근하자마자 느닷없이 상무님방에 불려가 호통을 들었다.



일정이 늦어지는 것 때문인데, 상무님도 그 저간의 사정은 다 아실거다. 1학기 끝나고 2학기 책에 바로 착수할 수 없었던 이유. 1학기 끝나자 마자, 교과서 지원 작업한다고 연일 야근, 그것 끝나니까 다른 바쁜 팀 도와서 그 팀이 작업할 책 시장 조사를 대신 나가라는 부장님 지시로 지지난주 내내 나를 제외한 팀원들은 경기도로 전라도로 출장을 다녔고, 지난주 초반에서야 비로소 팀원 모두 모여 체재 회의에 들어갈 수 있었던 저간의 사정은 들은 척도 안 하고, ....



상무님 방을 나와서 화장실로 갔다. 회사 다니면서 처음으로(정말? 기억이 없을 뿐이겠지) 온전히 나 자신의 일로,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그리고 오후 반차를 냈다. 반항하는 마음으로? 그것도 이유가 있고, 하지만 순전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고,, 절단난 손가락의 아픔... 인후통... 오한...이 밀려와서...였다.



그 다음날 전화로 출근을 못할 정도로 아프다고만 전하며, 출근하지 않았다. 이 또한 첫 무단 결근이다. 그 다음날은 문자로 아프다고 전했다. 그 이틀 동안 그로테스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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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열세살짜리 요크셔테리어 복순이가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아버지에게 전해 들었다.   

언젠가 이 날이 올 줄 알았지만.... 

너의 애교스러운 몸짓들   

너를 만졌을 때의 털의 감촉들

함께 구르고 까불었던 시간들..  

방금 전 일처럼 모두 생생한데,

어느 것 하나도 잊을 수가 없을거다.   

살아 있을 때, 더 잘해 주고  

그 좋아하는 산책 원없이 시켜 줄 것을...

내가 그러질 못했구나, 내가... 

우리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하나도 잊지를 못할 거다. 

잘 가. 

안녕. 

나는 이제 꿈 속에서나 너를 호명하겠구나~  

 

 

 

화내는 복순이.. 

 

 

산책 후 복순이 

 

 

 

 

 

 

 

 

 

 

 

 

 

 

 

 

2001년 9월 : 세살 짜리 복순이가 우리집에 옴. 남동생의 친구의 지인이 이민가면서 남동생 친구에게 맡겼는데, 혼자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던 남동생 친구가 우리집에 자주 맡겨 두게 되면서 우리식구(나, 여동생, 남동생)와 정이 들게 되고, 그대로 정착해 살게 됨 

본래 이름이 카테리나~ 어쭈구 였다 하는데, 우리들과 함께 살면서 아주 소박한 이름 복순이로 지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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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8-1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나 귀여운 강아지였네요
복순이의 명복을 빕니다

icaru 2011-08-11 14:53   좋아요 0 | URL
네, 결혼전까지 제가 데리고 물고빨고 하며 함께 살다가 결혼하면서 부모님 집에 보냈는데, 제가 친정행이 잦았던 터라 늘 함께 하는 느낌이었어요. 알라딘에 제 초기 아이디는 복순이언니였고요. 그 시기만 하더라도 제 인생에 아주 중요한 개(강아지)였어요.

그러다가 내 아이들 생기면서,, 뜸해졌고요... (저도 사람이라는 미물인지라 )

동물들의 생애주기가 짧다보니, 이렇게... 떠나보내는 일이 오네요..
고맙습니다... 하늘바람 님

잉크냄새 2011-08-1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초기에 올라오던 복순이의 사진을 오랫만에 보네요.
복순이 언니라는 아이디도 한참만에 다시 보고요.
좋은 곳으로 가리라 생각합니다.

icaru 2011-08-12 19:57   좋아요 0 | URL
아하^^ 님은 기억하시죠? 복순이도! 그리고 복순이 언니, 라는 아이디도...
좋은 곳으로 가겠죠...

stella.K 2011-08-1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제야 봤네요.
저도 복순이와 같은 종 숫컷 다롱이를 키우고 있어요.
녀석이 나이가 많아도 비교적 잘 놀고 건강한 편이긴 한데
앞으로 2,3년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많이 섭섭하시겠어요.
저도 잘해주려고 하긴 하는데 녀석이 제 고집이 있어서
마음만 그렇지 잘 안 되네요.ㅠ

근데 요즘 이카루님 책 많이 읽으시나 봐요.^^

icaru 2011-08-15 22:49   좋아요 0 | URL
맞다, 네 전에 다롱이 얘기 들었던 기억나요~ ㅎㅎㅎ
다롱이도 앞으로 지금처럼 건강하기를 바라 봅니다~
앞으로 두번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못할 것 같아요... 슬픔을 넘어서,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에휴~

요즘 책 많이 읽는다? 는 아니고, 그간 읽은 것을 거칠게 나마 기록하고 있는 중예요. 뒤늦은 거라서 그닥 생생하지도 않고, 어떤 것은 맥락도 닿질 않고 ㅎㅎ 그럼에도 기록하는 것은 음냐..
다... 혼자 만족이죠.

조선인 2011-08-2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엇, 이런... 슬픈 소식이라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