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도 4년제 명문대학교인데 이용자들이 개념없는 짓하면 얼마나 하겠어, 싶지만 전혀 아니다. 스카이 포카가 문제냐. 높은 학교의 명예와 그 구성원의 행실은 아무 관련 없다. 특히나 도서관에 무지막지한 사람들이 몰리는 시험기간에 그걸 체감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막' 행동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목격하게 된다.

 

 방금 전에도 핸드폰을 들고 이어폰을 통해 통화하는 작자를 봤다. 우리 대출대까지 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니, 얼마나 크게 얘기했는지까지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차라리 핸드폰에 직접 대고 통화를 했으면 주변 소리도 들리니 분위기 파악을 조금 잘했을지도. 근데 이어폰으로 주변 소리를 차단하고 상대방의 목소리만 들으니, 자기도 모르는 새 목소리가 커지는 거다. 그래도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정숙'을 요하는 곳인데, 그럴 의도가 없었을지언정 남에게 피해는 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3층 중앙로비는 출구와 그리 멀지 않으니 긴 통화를 하려면 잠시 바깥바람 쐬러 나갈 수도 있고, 굳이 실내에서 통화를 하겠다면 조금 소곤소곤 이야기해도 될 텐데.

 

 그 작자의 시끄럽고 다소 길었던 통화가 한켠에서 계속됐을 때, 어떤 여학생 분도 통화를 하느라 중앙 로비로 나왔다. 그분은 혹시나 큰소리를 내지 않을까 조심조심 이야기를 했고 목소리도 훨씬 작았다. 입 쪽을 손으로 가려서 그런지 통화내용이 공개될래야 될 수가 없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찰나의 순간에 사람에 대한 인식이 확 갈린다.

 

 통화도 일종의 사생활인데 그걸 남에게 고래고래 외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비단 도서관뿐 아니라 대중교통이나 모든 공공장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느라 고요한 도서관에서 매너모드조차 하지 않아, 본인 벨소리를 남에게 다 광고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 된다. 모두가 할 일에 집중해 있는 열람실에서 그럴 경우, 교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아주 순식간에. 뿐이랴. 시험기간에 쪽잠 자다가도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남들을 하나도 배려하지 않고 모닝콜을 3번 연속 울림으로 해 놓는 인간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구나, 하면서 회의에 빠진다.

 

 도서관은 책과 책을 읽는 사람만으로 이미 충만한 공간이다. 거기에 다른 잡음이 끼어들 틈도, 필요도 없다. 그러니 도서관에선 시끄럽게 하지 말고 좀 닥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장 좋아하는 만화책을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소년탐정 김전일.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이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집 근처에 푸른도서라는 만화대여점이 있었는데 어느 책장 아래쪽(아마 밑에서 두세번째)

에 일렬로 김전일 시리즈가 쭉- 꽂혀 있던 게 기억난다.

 

대문짝만하게 연소자 관람불가라고 쓰여 있었는데도

그 만화책방은 개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나 역시 그 표시를 한참 후에야 발견하기도 했지만.

 

이상한 애국심(?)의 영향으로 영화도 만화도 거의 국내작만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전일 시리즈는 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본 추리만화였고 주인공뿐만 아니라 고정 캐릭터들의

특징도 뚜렷하고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 사건에 쓰인 트릭과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더군다나 나이 어릴 때 봐서 그런가 흥미로운 콘텐츠를

거부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흡수한(?) 탓에

거의 정신 잃은 듯이 빠져들었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본편 37권과 아케치 경감의 사건수첩 38, 39권은 다 읽었다.

20권 이전 편은 한 스무 번 읽었나..

책방 시스템에서 '한 번 읽은 건데 또 보시겠습니까?'

라는 안내창이 떠도 무조건 '네'였다.

다시 봐도 아깝지 않았으니까.

 

어른이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김전일 전편 소장하기였는데, 아직 밥벌이를 하는 직장인은 아니지만

조금씩 그 계획을 실현하고 있다.

 

지금 본편은 4, 11, 13권 남았고

특별편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전권 주문했으며

시즌2는 10권 켄모치 경부의 살인사건 下만 모으면 된다.

애장판 단편집 1~4권도 변동이 없는 이상 중고서점에서 하나씩 주문하려고 한다.

 

일본 책을 주로 취급하는 북오프란 곳을 알게 돼서 종종 들렀는데,

이번에 김전일을 본격적으로 모으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혹시 내가 없는 권수를 갖고 있지 않을까 해서 그저께 갔다가

운명처럼 내가 바라던 권수를 만나게 됐다.

 

시즌2 3, 4, 6, 11권과 본편 3, 6, 12권을 샀다.

본편 구한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미 절판돼서 거의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고서점에서도 대부분 전편으로만 취급해서 낱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수준.

문제는 내가 뭘 안 갖고 있는지 몰라서 3권을 또 샀다는 것 ㅠㅠ

 

또 시즌2의 경우 1, 2권을 안 갖고 있는데

이미 봤던 거라 가지고 있는 줄 알고 미처 못 사고 왔다.

그게 아쉬워서 오늘 바로 달려가서 샀다.

탐정학원 Q 프리미엄까지.

 

이틀만에 만화책 구입에 11500+6000+8200 = 25700원을 썼다.

하지만 아깝지 않다.

직장인이 되면 꼭 애장판 단편집 1~26권 전권을 모을 거다.

구하기 어려운 소설 김전일도 있다면 모을 거고.

 

웬만한 책은 거의 다 빌리고 사려고 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만화책만 보면 소유욕이 끓어오른다.

아무쪼록 아마기 세이마루, 후미야 사토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

김전일 시리즈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글쓰기 로드맵 101

2. 영화 속 미술관

3. 좌우파가 논쟁하는 대한민국사 62

4. 논설위원 에드 조티의 찢어진 백과사전

 

 

 

1.

가장 오랜 시간 뿌듯하고 기분 좋은 칭찬 중 하나는 글쓰기에 관련된 것이다.

글을 잘 쓴다, 잘 썼다, 글이 좋다, 괜찮은 글이다 등

글 품평(?)을 받을 때 반응이 좋으면 좋다. 그 기쁨은 꽤 오래 간다.

어렸을 때는 단순히 재미있고 내가 잘하는 것 같아서 좋아했고,

지금은 내 실력의 부족함을 알고 있지만 항상 잘하고 싶은 일이라

여전히 관심이 간다. 그래서 글쓰기를 조금 더 잘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면 무조건 집게 된다. 다 읽든 못 읽든.

정통 글쓰기 책의 무게에 숨막혔던 적이 있어서 모든 글쓰기 책을

다 받아들이진 않지만, 이 책은 비교적 얇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목록에 올려 두었다.

글쓰기의 왕도는 없을지라도, 101가지 로드맵 가운데 몇 가지 정도는

앞으로 내 글을 풍요롭거나 깊이있게 만들 수 있는 도움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2.

영화, 미술. 정통하고 싶지만 턱없이 부족한 분야 둘이다.

솔직히 준 전문가급의 화려한 배경지식까지는 원하지도 않는다.

항상 generalist(general 스펠링을 검색해서 찾다니.... 헐)를

꿈꿔왔고, 교양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초적인 것만 알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초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다른 건 몰라도 미술, 영화 분야 쪽에서 너무 '문외한'이면

내가 상상하는 지성있는 교양인의 그림에서 멀어질까봐

늘 전전긍긍했다. 그림도 많고 컬러풀하고 항상 목말라했던

부분을 채워줄 것 같다. 다 읽으려면 의외로 시간이 걸릴 듯하다.

 

3.

언젠가 합리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우파가 쓴 책을 읽다가

당황+불쾌+난감했던 적이 있어서 그쪽 책은 거의 읽지 않는다.

그렇다고 좌파 이야기를 탐독한 것도 아니다.

이미 내 위치는 한쪽에 치우쳐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균형을 잃지 않는 건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자세라고 본다.

양쪽 입장을 다 들어서 상반되는 주장과 근거 사이에서

방향을 잡는 일은, 내 입장이 어떤 쪽이냐와 무관하게 중요한 일이므로.

그래서 '좌우'가 함께 나오는 책엔 시선이 쏠린다.

게다가 대한민국사!에 논쟁!이라니. 나를 자극할 만한 단어로만

이루어진 놀라운 제목의 책이다. 무조건 읽을 것이다.

 

4.

편한 마음으로 술술 책장 넘기기 좋은 류의 책.

도서관 분류표로 따지면 '총류'에 들어갈 책들을 좋아한다.

나는 내 기초 상식, 교양, 배경지식을 늘려줄 것 같은 책이면

일단 냅다 달려드는 성향이 있다.

깜찍하고 기발한 질문에 대한 답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일이 되면 들뜬다. 일요일도 좋지만, 아무래도 평일 중에 끼어 있는 뜻밖의 휴일이 더 좋다. 어제 광복절만 해도 그랬다. 아침 스터디도 없고 하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 한국어 능력시험 공부도 하고, 밀린 책도 많이 읽겠노라 다짐했다. '못 읽었던 책을 다 해치워야지!' 이런 마음으로만 휴일을 맞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일어나니 12시... 이게 뭐하자는 플레이란 말이오ㅜㅜ 다행히 점심 약속이 늦어져서 책을 볼 여유가 났다. 그런데 컴퓨터로 시간 때우다 질리고 나서는 만화책을 펴고 말았다. 원래 보려던 책은 다른 것들이었는데.

 

 『토익달인 정상의 영어공부법』은 이미 읽었다. 하지만 잘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어보려고 빌렸다. 정상어학원의 정상씨가 바로 이 사람이었다니! 무려 이름이 정상(TOP)이라니! 그래서 이름에 걸맞게 토익 만점을 수십 차례 기록한 것인가.. 거의 순수 국내파라고 할 수 있는 영어달인의 공부법이라, 내 상황에 적용시키기도 좋을 것 같고 처음에 읽었을 때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기분이 생생해 다시 보게 됐다. 물론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빨리 『박코치 대한민국 어학연수』부터 읽고 나서 봐야겠다. 외출할 때 읽으려고 가방에 넣었는데 어쩜 한 페이지도 안 펼쳐봤다. 미루고 미루다가 시간은 다 흐르지요.

 

 『콰이어트』. 나처럼 매일 신문 보는 사람에게 신문에 하는 책 광고는 꽤 효과적이다. 이름도 처음 들었는데 단순히 홍보 문구 몇 줄 보고 '이거야!' 해서 예약까지 해 겨우 득템했다. 21일까지 반납해야 한다는 게 함정,인데 아직 시작도 못했다. 요지는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는 사람이 약육강식의 요즘 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들 나름대로 생존방식이 있다, 오히려 이쪽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내용이다. 소심 甲을 달리는 내가 이런 책을 그냥 둘 리 있겠는가. 오늘은 50쪽 정도 꼭 읽을 테다.

 

  다 읽으려 했지만 읽지 못한 책만 늘어놓은 듯하여 무안하다. 어제 읽었던 책은 그냥 책이 아니라 만화였다. 지금까지 나온 만화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다. 14권부터 22권 정도까지 읽었다. 뭐 더 말이 필요할까. 정말 재밌다. 특히 타카토 요이치가 나온 마법열차는 레전드인 듯. 거기다 범인이 2명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묘지섬 살인사건도. 책 읽는 휴일을 만들고 싶었는데 만화만 탐독한 하루로 보내고 말았다. 김전일도 훌륭한 작품이긴 하지만, 발등에 불 떨어진 것부터 읽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봐선 정말 유익하고 재미있기까지 한 책인 것 같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조금 실망스러웠다. 지금 떠오르는 건 밀양 하나밖에 없고 그마저도 어떤 심리학적 상태와 결부되어 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건 책의 문제라기보다 내 비루한 기억력의 문제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이 한 두 권도 아니었고 히트친 게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냉정하게 평가하면 독자(그냥 나로 해 두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정혜신이나 김혜남이 왜 이런 분야에서 이름값이 높은지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같은 주제로 써도 독자의 귀를 더 열리게 하고 눈을 번쩍 뜨이게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되새길 만한 명언들과 볼 만한 영화 몇 편을 건진 게 수확의 전부다.

 

 

지금 나와 다른 내가 되고 싶다면, 지금의 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 에릭 호퍼

다른 사람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 카를 구스타프 융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일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 앤디 워홀

성장은 뜻밖의 어둠 속에서 도약할 때 이루어진다. - 헨리 밀러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붕대 클럽>, <여자, 정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