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 되면 들뜬다. 일요일도 좋지만, 아무래도 평일 중에 끼어 있는 뜻밖의 휴일이 더 좋다. 어제 광복절만 해도 그랬다. 아침 스터디도 없고 하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 한국어 능력시험 공부도 하고, 밀린 책도 많이 읽겠노라 다짐했다. '못 읽었던 책을 다 해치워야지!' 이런 마음으로만 휴일을 맞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일어나니 12시... 이게 뭐하자는 플레이란 말이오ㅜㅜ 다행히 점심 약속이 늦어져서 책을 볼 여유가 났다. 그런데 컴퓨터로 시간 때우다 질리고 나서는 만화책을 펴고 말았다. 원래 보려던 책은 다른 것들이었는데.
『토익달인 정상의 영어공부법』은 이미 읽었다. 하지만 잘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어보려고 빌렸다. 정상어학원의 정상씨가 바로 이 사람이었다니! 무려 이름이 정상(TOP)이라니! 그래서 이름에 걸맞게 토익 만점을 수십 차례 기록한 것인가.. 거의 순수 국내파라고 할 수 있는 영어달인의 공부법이라, 내 상황에 적용시키기도 좋을 것 같고 처음에 읽었을 때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기분이 생생해 다시 보게 됐다. 물론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빨리 『박코치 대한민국 어학연수』부터 읽고 나서 봐야겠다. 외출할 때 읽으려고 가방에 넣었는데 어쩜 한 페이지도 안 펼쳐봤다. 미루고 미루다가 시간은 다 흐르지요.
『콰이어트』. 나처럼 매일 신문 보는 사람에게 신문에 하는 책 광고는 꽤 효과적이다. 이름도 처음 들었는데 단순히 홍보 문구 몇 줄 보고 '이거야!' 해서 예약까지 해 겨우 득템했다. 21일까지 반납해야 한다는 게 함정,인데 아직 시작도 못했다. 요지는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는 사람이 약육강식의 요즘 시대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지만, 그들 나름대로 생존방식이 있다, 오히려 이쪽이 더 효과적이다. 이런 내용이다. 소심 甲을 달리는 내가 이런 책을 그냥 둘 리 있겠는가. 오늘은 50쪽 정도 꼭 읽을 테다.
다 읽으려 했지만 읽지 못한 책만 늘어놓은 듯하여 무안하다. 어제 읽었던 책은 그냥 책이 아니라 만화였다. 지금까지 나온 만화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다. 14권부터 22권 정도까지 읽었다. 뭐 더 말이 필요할까. 정말 재밌다. 특히 타카토 요이치가 나온 마법열차는 레전드인 듯. 거기다 범인이 2명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묘지섬 살인사건도. 책 읽는 휴일을 만들고 싶었는데 만화만 탐독한 하루로 보내고 말았다. 김전일도 훌륭한 작품이긴 하지만, 발등에 불 떨어진 것부터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