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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6월
평점 :
AI 시대.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못해 멈추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돌이켜보면, AI 기술의 종착역이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종착역이 없는 관계로 미래는 계속 변할 수밖에 없으며 예측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달려 있다.
사람들은 대개 5년, 1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생각은 평범하지 않았다. 요즘같이 AI가 일상화된 시대에 오히려 “전략은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며 역설하고 있다. 우리가 그의 통찰력에 놀라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과학을 어렵고 난해한 학문으로 여긴다. 하지만 김상욱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읽어보면 과학에 대한 훨씬 많은 점을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과학은 모든 사람을 위한 교양이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복잡한 세상을 선명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동시에 삶의 경이로움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탐구의 주제는 바로 ‘변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학과 변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사물의 변화에 대한 탐구가 바로 과학이며 과학은 사물의 변화를 논리적으로 검증한다. 그래서 과학은 사물의 원리를 밝혀내면서 미래를 더욱 변화시킨다. 과학의 소명은 변화를 발견하는 데 있으니까.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앞서 말했듯 AI가 일상화된 시대에 우리는 AI보다 능력이 떨어진다. 가공할 만한 데이터를 통해 AI의 지능은 인간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다. 가령,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서 보듯 우리는 AI보다 바둑을 잘 두는 인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알파고가 바둑 기사에게 저승사자가 되어야 하는 걸까? 이러한 질문에 저자는 반대한다. 바둑 기사에게는 자신만의 기풍(碁風)이 있다. 반면에 알파고는 오직 점수(點數) 게임이다. 이렇듯 AI 능력에도 불구하고 바둑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에게 삶은 미지수다. 그러니 최적의 해를 찾아야 한다. 이쯤에서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사용을 당연한 현실이라고 여기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아이의 성장은 ‘문화적 역량’에 따라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문화적 역량은 인간의 본성에 관련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말한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중요한 까닭은 동기화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게 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최적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변화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의 생각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숫자’다. 우리가 침묵하는 자연 현상을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다. 숫자 덕분에 비로소 우리는 자연을 수학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이 뉴턴의 만유인력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따지고 보면 만유인력 또한 자연 현상을 체계적으로 수학으로 기술했다. 그리고 오늘날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를 0과 1로 나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계산하는 비약적인 미래다.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인간의 방식을 숫자화하면서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믿음을 정당한 것으로 확인시키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숫자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러한 숫자의 지배력이 우리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더 나아가 인간의 가치를 파괴한다는 시사하는 바가 높다.
우리는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을 더 기대한다. 삶을 바꾸는 과학기술은 변화처럼 보인다. 그런데 저자는 변화의 흐름에 맞서 변하지 않는 28가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변화하는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변하지 않는 28가지 진실과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변하지 않는 28가지 진실은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이 그대를 속이고 있다면, 목적과 수단이 서로 역전되었다고 하면,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북극성을 바라보듯 잔잔히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