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일 월요일 오전 10시 집을 나서서 1월 4일 화요일, 집에 도착 시간이 오후 4시 30분. 
강원도 영월을 여행하고 왔다. 영월을 둘러보고 느낀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유배지'로 딱! 이라는 것. 실제로 단종의 유배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1. 숙소 

 장작불을 땐다.
 차로 이동하면서 보니 빈집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는데 굴뚝에서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거나, 문 앞에 개가 있거나, 나는 그 두가지로 사람이 사는 집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고 있었다. 
방이 너무 뜨겁기도 하고, 연기가 방으로 잠시 들어오는 틈을 타 밖에 나와 아궁이 앞에 앉아 타들어가는 장작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 앞에 앉아 책도 읽었다. 호일에 고구마를 싸서 아궁이 속에 던져 넣고.
해발 680m라고 하는데, 해발 1470m 되는 곳에서 2년을 살아봐놓고도 나와 남편은 '와~' 그랬다. 눈 앞에 펼쳐지는 경치가 해발 1000m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2. 장릉, 선돌, 한반도 지형, 스트로마토라이트 

장릉
은 세조에 의해 영월로 유배되어 살다가 열 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뜬 단종의 능이다. 아담한 크기의 묘를 호랑이, 양, 신하 모습을 한 조각석과 상석, 등이 둘러 싸고 있다.

선돌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아이에게 standing rocks 라고 말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칼로 자른 듯 돌이 똑바로 하늘을 향해 서있다.   

돌출된 땅덩어리를 강이 둘러싸고 돌아나가는 지형은 한반도 지형말고도 영월에 몇군데 있는 것을 사진으로 보았다. 아마 이곳의 특수한 지형 탓인가본데 그렇게 형성된 땅 모양이 여기는 특별히 우리 한반도 모양이라서 유명해졌다. 사진 찍는 곳에 붙어 있던 추락 위험 표지가 실감이 날 정도로 눈으로 덮인 길이 만만치 않았다.

5억년 된 지형이라는 석회암 지형 '스트로마토라이트'
도로에 차를 세우고 발자국을 꾹꾹 찍으며 걸어들어갔는데 눈이 덮혀 잘 구분은 가지 않았으나 아이는 5억년이나 되었다니 가까이 가서 손으로도 한번 만져봐야겠단다. 코가 빨개질 정도로 추운 날이어서 모자, 장갑 무장을 하고 나선 길이었는데 장갑을 벗고 돌벽을 기어이 만져보고, 남편은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고.
돌아서 나오는 길, 눈길에 미끄러진 아이와 깔깔거리는 엄마 ^^

 

 

 

 

 

 

 

 

 

 

 

 

 

 

 

 

 

 

 

 

 

 

 

 

 

 

 

 

 

 

 

 

 

 

 

 

 

 

 

 

 

 

 

 

 

 

 

 

 

 

 

 

 

 

 

 

 

 

 

 

 

 

 

 

 

 

 

 

 

 

 

 

 

 

 

 

 

 

 

 

 

 

 

 

 

 

 3. 곤충박물관, 청령포, 고씨굴 

빈집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했는데 곤충박물관도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박물관이다. 우리 나라 최초의 곤충전문 박물관이라는데 규모는 아담하지만 가지고 있는 표본수가 꽤 많았다. 벌집을 저렇게 가까이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 개미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표본, 그리고 맹독성 거미, 그 외에도 정말 예쁜 나비 표본들이 몇개의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단종이 유배되어 살던 곳 청령포는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섬이라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지만 우리가 간 날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물이 꽝꽝 얼어 빙판 위를 걸어서 들어갔다. 강원도 영월 중에서도 용케 이런 곳을 찾아내어 단종을 고립시켰구나. 태어난지 사흘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일찍 여읜 어린 단종. 열 일곱의 짧은 생애마저 얼마나 외로왔을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나보다.  

영월 1박 2일의 마지막 코스 고씨굴. 임진왜란 당시 고씨 성을 가진 가족이 여기서 숨어 지냈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지굴을 제외하고 주굴 길이만 2000m가 넘는다는데 사람들에게 개방된 코스는 이중 600여미터. 길이 좁고 경사가 급한 곳이 많아 안전모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고 운동화나 등산화는 필수이다. 아이가 일곱 살 때이던가? 성류굴에 갔다가 무서워서 안들어간다고 우는 통에 밖에서 할머니가 데리고 있고 나와 남편만 들어갔다 나왔는데 새해가 되어 열한 살이 되어서인가, 중간에 무서우면 돌아나와도 된다고 했는데도 '여기가 종점입니다'라는 표지가 보일 때까지 끝까지 갔다. 잘 했다고 마구 마구 칭찬해주었다.

 

 

 

 

 

 

 

 

 

 

 

 

 

 

 

 

 

 

 

 

 

 

 

 

 

 

 

 

 

 

 

 

 

 

 

 

 

 

 

 

 

 

 

 

 

 

 

 

 

 

 

 

 

 

 

 

 

 

 

 

 

 

 

 

 

 

 

 

 

 

 

 

 

 

 

 

 

 

 

 

 

 

 

 

 

 

 

 

 

 가는 날 점심은 식당에서 곤드레밥을, 저녁은 숙소에서 해먹고, 둘째날 점심은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는데 이곳 음식의 특징은 간이 과하지 않고 담백하다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 강원도 사투리는 제주도 빼놓고 제일 흉내내기 어려운 사투리여서, 들으면 저 말이 강원도 사투리라는 것을 알긴 하겠는데 내가 해보려고 하면 잘 안된다.

가면서 두번, 돌아오면서 두번, 우리 차는 두번의 소독약 세례를 받아야 했다. 구제역 때문. 

가는데 세시간, 오는데 세시간. 운전하느라 남편이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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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05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 가실거라더니 영월이셨나 봅니다.
영월이나 정선이나 아직은 개발이 덜 돼서 좋다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저기 사진에 비로소 님을 뵈온 듯 하군요. 맞죠? 반갑네요.^^

hnine 2011-01-05 18:09   좋아요 0 | URL
예,처음엔 만해마을 가려고 했는데 예약이 다 끝났다고 해서 차선책이었어요. 정초라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고 길도 안 막히고, 좋았답니다. 숙소가 좀 높은데 있어 차 가지고 올라가느라 남편이 좀 긴장했긴 해요.

카스피 2011-01-0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오래전에 영월에 갔는데 사진을 보아하니 아직도 그닥 개발이 많이 된것 같진 않군요.획일적인 도시화개발보단 저렇게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보기 좋긴하지만 아마 영월 사람들은 또 그렇지 않게 생각할수도 있겠지요^^

hnine 2011-01-05 18:10   좋아요 0 | URL
영월을 전부 돌아보진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제가 간 곳은 정말 시골 풍경 그대로였어요. 여름에 동강 래프팅으로 사람들이 몰릴 때 가보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긴 해요.

sangmee 2011-01-05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장작불 때는 숙소 참 운치있다~~~
겨울이라 청령포에 걸어들어갈 수 있구나.
강릉 살 때, 엄마가 강원도 말 못배우게 하느라 얼마나 잔소리 하셨는데..
내가 말투 흉내를 잘내잖아 ㅎㅎㅎ
다린이가 클수록 너랑 많이 닮았어.

hnine 2011-01-05 18:14   좋아요 0 | URL
아랫목이 까맣게 타있는 그런 온돌방인데 얼마나 뜨끈하던지. 새벽이 되면 식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그런 방에서 잠을 자보니 좋더라. 장작 땔때 연기가 잠깐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남편은 뭐가 잘못되었느니 어쩌니 했지만 방에 있는 넓은 창문으로 산 풍경이 그대로 다 들어와. 밤이 되니 그야말로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어둠이고, 가끔 개 짖는 소리만 들리지. 이런데서 살라면 살 수 있겠냐고 남편이 묻더구나.
난 강원도 말 정감있고 좋던데? 강원도 윗쪽은 이북 사투리 비슷하고, 아래쪽으로 오면 경상도 사투리 비슷하고 ^^

마노아 2011-01-05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월은 작년 여름에도 알라디너들에게 인기가 좋았는데 겨울 여행도 훌륭해 보여요.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hnine 2011-01-05 18: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특히 한반도 지형과 청령포에 가보니 서재에서 사진으로 본 풍경이 떠오르더라고요. 여름엔 아마 더 활기가 있었겠지요. 한겨울, 눈 속의 영월은 참 조용하고 푸근했어요.

혜덕화 2011-01-0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토로 지은 집에서 하룻밤 자면 피로가 다 풀릴 것 같아요.
강원도는 산도 깊고 골도 깊어 밤에 달리면 무서운 생각도 들던데...
눈길에도 운전 잘 하시나봐요.
행복한 새해 열고 오셨네요.^^

hnine 2011-01-05 18:17   좋아요 0 | URL
남편도 운전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고 어두운 길 자신있게 들어올만한 길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구경하고 해지기 전에 서둘러 들어왔지요.
관음상 보러 경주 1박 2일도 조만간 하고 싶어요. ^^

무스탕 2011-01-05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집에서 하룻밤 지내는것도 참 운치있고 좋겠어요. 저도 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린이가 아주 즐거워 보여요. 방학했겠다 엄마아빠랑 같이 놀러갔겠다 눈 왔겠다.. 좋은거 다 있네요 ^^
근데 저 큰 타란튤라는 정말 싫어요 ㅠ.ㅠ

hnine 2011-01-05 20:33   좋아요 0 | URL
ㅋㅋ... 거미 걱정 마세요. 저 녀석 유리 속에 들어있어서 안전해요.
당일로 다녀오는 것은 좀 촉박하고, 2박 3일 부터는 좀 부담이 가고, 1박 2일이 제 능력으로는 제일 적당한 것 같네요. 저 숙소는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알게 되었어요. 저기 말고도 저런 흙으로 지은 숙소가 꽤 있더라고요.

... 2011-01-0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월이 생각보다 잘 가꾸어져 있어서 좀 놀랬는데 거기에 장릉이 유네스코 감사단 왔을때 첫번째 사찰지였다더군요. 저는 청룡포가 참 좋았어요. 거기 단종이 있던 방에 절하듯 구부러져 있던 소나무 보셨어요? 한반도면도 되게 신기하죠? 저도 선돌 있는데도 갔었어요. 래프팅은 안 탔지만... 고즈넉한 고장이라 좋더라구요. 근처에 다하누촌이라고 한우 정말 맛있는 곳도 있는데 구제역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ㅜㅜ

hnine 2011-01-06 04:29   좋아요 0 | URL
아~ 세계문화유산 지정될때 사찰단이 장릉부터 들렀군요. 몰랐네요. 안개 속에 뿌옇게 보이는 소나무 숲을 향해 평소엔 배가 다닌다는, 꽝꽝 얼으붙은 물길 위를 걸어가노라니 참, 용케도 이런 곳을 찾아 가둬놓았구나 싶더라고요. 뉴욬에도 가면 왜 예전에 죄수들을 가둬두던 섬 있잖아요? 지금은 배 타고 들어가는 관광 명소가 되어 있는(이름 갑자기 잊어버림 ㅠㅠ). 단종이 책 읽고 있는 모습 모형으로 앉아 있던 방은 기억나는데 거기 소나무... 다시 사진 보고 와야겠어요. 소나무가 참 많은 곳이었어요. 한반도 지형은 지난 여름에 다녀오신 알라디너들의 사진을 미리 보고 가서 그렇지 아마 처음 봤더라면더 신기했을 것 같아요. 저도 다하누촌 정보를 가지고 갔는데 구제역 때문에 말도 못 꺼냈네요. 아무튼 영월, 참 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sslmo 2011-01-0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부러워요~!!!
저도 딱 일주일만 유배 보내졌으면 좋겠어요.
책 몇권 싸들고 말이죠.

저게 반딧불이 군요.
전 곤충들은 쫌,,,한번도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hnine 2011-01-06 04:33   좋아요 0 | URL
딱 일주일이요, 흠...^^
여름에 가면 또다른 분위기일 것 같아서 화ㅑㄱ인차 한번 더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겁 많아서 래프팅은 모르겠지만 가까운 다른 고장 봉화, 평창, 정선 등도 둘러보고 싶어요.
저도 반딧불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면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하지만 저도 곤충에 별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데 아이때문에 가게 되었어요. 대학생 쯤 되어 보이는 두 젊은이가 지키고 앉아 있는 아담한 박물관이었는데 영월에 이런 아담한 박물관, 미술관이 참 많아요.

BRINY 2011-01-05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맞아요. 하이드님 서재에서도 봤던 숙소네요. 올 겨울은 영월로 한번 가줘야할거 같은데요?

hnine 2011-01-06 04:36   좋아요 0 | URL
제가 그 페이퍼 보고서 가게 되었다는것 아닙니까...^^
주인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남자들보다 여자분들이 친구들과 많이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러우시다면서...^^
가세요. 가셔서 그 담백, 순수한 맛의 곤드레밥도 한번 드시고요. 눈 속에 파묻혀 있는 고추밭, 자작나무의 희고도 푸른 이미지 풍경도 보시고요.

울보 2011-01-0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보는 영월으 또 다른 매력이있네요,,,

hnine 2011-01-06 04:38   좋아요 0 | URL
울보님, 여기도 눈, 저기도 눈. 눈 실컷 보고 왔어요. 우리는 꽤 추운 날씨이고 길에 눈이 많다고 생각하며 운전하여 숙소까지 올라갔는데 주인장께서는 '오늘은 다행이 춥지도 않고 길도 괜찮습니다.' 이러시더라고요 ^^ 기준이 다른거죠.

세실 2011-01-05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령포 참 고즈넉하죠. 나룻배 타고 들어가는 잠깐의 길이 처량하기도 하고.....
알찬 여행 하셨네요. 늘 여름에만 가서 겨울풍경이 색다릅니다.

hnine 2011-01-06 04:39   좋아요 0 | URL
고즈넉하고 처량하고, 사극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랬어요. 안그래도 여름에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사람들도 별로 없어 사람 구경보다 눈과 나무 구경을 주로 한 이번 여행과 분명 다른 풍경일테지요?

프레이야 2011-01-06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에요.
여기선 길이 좀 멀어 가보고 싶지만 못 가봤네요.ㅠ
알찬 페이퍼로 대신해요, 전.
다린이랑 님은 오누이 같은 거 알아요? ㅎㅎ

hnine 2011-01-06 04:40   좋아요 0 | URL
강원도가 대전에서도 그리 가깝진 않은 것 같아요. 부산도 KTX타면 더 금방 가는데 3시간 꼬박 걸려서 운전하여 갔으니까요. 그래도 가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린이라 저는 오누이같이 으르렁거리고 싸우고 화해하고, 그러고 삽니다 요즘. ㅋㅋ

마녀고양이 2011-01-0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너무 기가 막혀요,,, 중간에
나무 밑으로 하얀 들판......... 가슴이 딱 막혀버렸어요.

정선도 좋았는데, 영월도 그렇네요.
여행가고 싶어라...... 하지만, 당분간 돈 아끼기로 해서. ^^

hnine 2011-01-07 06:34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1박 2일로 일정을 잡고 두끼 사먹고, 두끼 해먹고, 그렇게 했더니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았어요. 이제 아이가 조그만 더 커도 친구들과 주로 다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저는 짧은 일정이라도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마녀고양이님은 아마 비용보다도 시간 내시기가 더 어려우실 것 같네요 ^^

담쟁이 2011-01-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옛 추억 생각나네요~
청령포, 고씨굴, 장릉..
아주 오래전 다녀왔는데 다시금 새록새록~ ㅎㅎ
영월이 참 정갈하고 청명한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그후 영화 라디오스타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ㅋㅋ
hnine님 활짝 웃으시는 모습도 보기좋아용^^

hnine 2011-01-07 06: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영화 봐야 해요 <라디오 스타>!
다녀 와서 봐야겠다 생각했는데 그새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
아이 넘어진 것 보고 너무 활짝 웃었는지 아이는 곧 삐지고 말았습니다 ㅠㅠ

2011-01-06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7 0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1-0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의 빨간 겉옷을 이번에 다린이가 입었네요.^^
단종 유배지의 소나무는 꿈꾸는섬님이랑 같은하늘님이 찍어 올린 거 있어요.
제가 올린 페이퍼도 있고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4007046

순오기 2011-01-06 21:16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서재에 관음송 사진 있어요.^^
http://blog.aladin.co.kr/junhwan/4048113

순오기 2011-01-06 21:19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서재 관음송이요.^^
http://blog.aladin.co.kr/redmhk/4016883

hnine 2011-01-07 06:41   좋아요 0 | URL
세분 페이퍼 다 가서 보고, 읽고 왔습니다. 예전에 읽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 복습이 제대로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
외국 소내무는 위로 쭉 뻗은 것이 대부분인데 우리 나라 소나무는 저렇게 구불구불...느낌이 참 많이 다릅니다.
제 옷이 웬만한 것은 다린이에게 그런대로 맞더라고요. 아이는 계속 자라고 저는 그대로일테니 앞으로는 제 옷이 다린이에게 작아질 때도 있겠지요?
 
아줌마도 아프다
연송이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별로 매력적인 제목이 아니다. 저자의 이름도 낯설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책장을 들춰보게 되는 것은 대체 무슨 얘기를 써놓았나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조금이라도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일 것이다.
읽어보니 글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기는 하다. 마치 옆집의 입심 좋은 아줌마의 한바탕 수다를 깔깔거리며, 무릎을 쳐가며 듣고 난 기분이랄까. 속이 좀 후련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해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순간적인 공감은 줄 지언정 아무런 해결책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왜 우리 아줌마들은 어느 순간 반 우울증 환자가 되고, 매사에 의욕을 잃으며, 한때 좋아서 결혼까지 한 남편이 그저 귀찮고 무심한 존재가 되며,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나 한숨 쉬게 되는지, 금방 공감이 되게 글을 쓰는 저자의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리고 평소의 나의 생각을 보태어 제안하고 싶은 것을 이 기회에 한번 정리해보고 싶다. '결혼을 앞둔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뭐 이런 질문에 대한 나의 의견이 될수도 있겠는데 막상 결혼을 앞둔 후배가 직접 물어온다면 그냥 겪어보라고 할 것 같다. 

1. 경제력
가사 노동, 육아, 이런 것들에 하루 24시간을 다 소비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내 역할을 인정받기는 힘들다. 현실이다. 남이 인정해준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내가 내 자신에 불만족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남편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자기의 수입원을 놓지 말아야 한다. 시댁, 친정, 기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다면 아이를 낳은 후 잠시 일을 손에서 놓을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어쩔 수 없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이때에도 일을 놓는 것이 '무한 기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유한 기간' 놓는다는 마음 가짐이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본인이 길을 터놓아야 한다.  이거, 거저 되지 않는다. 남편이 해주지 않는다. 기대하지 말자. 내가 해야할, 온전히 나의 몫인 일이다.

2. 나를 위해 살자
나 역시 책 속 저자의 말처럼 나는 절대 '일하는 엄마'는 되지 말자고 어릴 때부터 결심을 했던 사람이다. 즉 보통 여자라면 일과 육아, 둘 다 만족스럽게 잘 할 수는 없다는 것을, 혹시 본인은 그런대로 잘 하고 있다고 여기더라도 그 자식은 늘 결핍 상태로 자라고 있음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기부터 내 일과 육아가 오버랩되는 시기가 왔고 그때 나는 일을 놓았다. '일하는 엄마'가 되지 말자는 생각의 실천이었다. 이후로 나의 온 신경과 관심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커감에 따라 그 신경과 관심은 조금씩 늦추고 다시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말 못하고, 엄마가 먹여주고, 놀아주고, 재워주고, 그래야하는 서너살 시기가 지나면 이제 아이는 혼자 스스로 하는 것을 점차 배워가고 거기서 만족과 기쁨을 느껴간다. 우리 나라 엄마들,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까지 아이가 엄마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생활을 하며 자식의 (학업)성과에서 보람을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듯이).  NO, NO, NO.
생활 패턴의 스위치가 누구나 쉽지는 않지만, 늘어지지 말고 적절한 시기에 전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3.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래서 내 책임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추진력 있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즉 알아서 내 앞가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남 탓, 주위 환경 탓, 실컷 하되 한번으로 족하다. 그것을 계속 마음에, 입에 담아두고 나의 앞으로의 행보를 막는 구실이 되어서도 안되고 변명이 되어서도 안된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을 누가 알아다 던져주기 전에 스스로 찾고 뚫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아줌마만 아프겠는가? 아저씨도 나름 아플 것이고, 아무 걱정 없어보이는 아이들도 나름의 고민과 걱정이 다 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괜찮다, 괜찮다 덮어두며 살아 큰 병이 되기 전에, 이렇게 '나는 아프다'고 만방에 알리는 것, 자신으로 하여금 인정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엔 대책이 와야한다. 나의 주변 상황, 주변 인물들을 개조시키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는 대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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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5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공감해요. 타인을 개조시키기 위한 대책이 아닌 나를 움직이는 대책에서 특히.

여자들은 어릴 때부터 타인에게 민감하도록 키워지잖아요. 요즘은 좀 덜 하려나요?
여하간... 내 욕심 보다는 가족을 우선할 때가 많죠.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포인트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라는 말씀...... 저 진짜 긍정해요. ^^

hnine 2011-01-05 11:03   좋아요 0 | URL
가족, 아이 위주로 사는것에 대해 사람마다 각자 가치관이 다르니까 뭐라 할 문제는 아니지만, 나중에 아이도 엄마의 그런 지나친 관여가 부담스럽고 귀찮아 질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 그때 상처 받지 않고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사는 것, 나 자신이 챙겨야 할 문제인데, 나도 모르게 누구때문에, 어떤 상황때문에 라는 말을 저부터 대화나 글 중에 자주 쓰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 말이 나오고 그런 글이 써지는 것이겠지요.
오늘도 제일 먼저 달려와 공감, 긍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섬사이 2011-01-0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도서관 엄마들과 미술관에도 가고, 콘서트도 가고, 독서모임도 해요.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이 남편들이 그런 아내들을 '낯설어' 한다네요.
가사일과 아이들하고 세트로만 묶어 생각했던 아내가
어느 날 그럴 듯한 책을 읽고,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 미술관에 간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하더랍니다. 그리고 엄마들은 그런 남편들을 보며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경제적 독립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나를 움직이는 대책'이 와야 한다는 말에 박수치며 공감해요.

hnine 2011-01-05 12:02   좋아요 0 | URL
'가사-아이들-나' 이렇게 세트로 묶어져 생각되어지는 것은 많은 주부들의 공통점일거예요.
도서관 엄마들과의 미술관, 콘서트, 독서모임. 가족들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할 것 같아요. '엄마가 무슨 심부름꾼일줄 아느냐, 오늘 하루 종일 엄마 시간은 한 시간도 없었다...'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이런 말을 퍼붇고 있는 것을 알고 제 자신이 참 싫어지더라고요. 다른 가족들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 나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이 나이까지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잘 못해서 다른 엄마들과의 모임에 참석을 잘 못하고 있네요.

BRINY 2011-01-0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드신 어머니들에게는 이런 얘기도 함부로 못하고...그냥 안타까울 뿐이에요.

hnine 2011-01-05 17:24   좋아요 0 | URL
우리 어머니들이 살아오신 것을 보았으니 우리는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해요. 대책을 세운다고 다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번 사는 인생인데 우리도 그대로 답습하고 우리 딸들이 또 그것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너무한 여자의 일생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요?
나이드신 어머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없답니다.
 
발이 닿지 않는 아이
권하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권하은이라는 이름은 벌써부터 내 귀에 익어 있었다. 무슨 문예지 공모를 통해 등단한 작가도 아니고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는 더더욱 아닌, 어떻게 보면 신인 작가임에도 그녀의 이름이 여기 저기서 조용조용히 거론되는 것을 나도 가만가만이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보다. 지금까지 두권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책은 그녀의 두번째 소설이고, 조만간 그녀의 첫 소설 <바람이 노래한다>도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따로 청소년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 않아서 좋다. 언젠가 그녀가 인터뷰에서 하는 말을 들었다. 자신은 따로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며 쓰지 않았는데 책이 나오고 나니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고 자신을 청소년 소설 작가로 부르는 경우가 있어 좀 뜻 밖이었다고. 아무튼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아마 나로 하여금 관심을 더 끌게 하는 요인이었던 것은 맞다. 주인공 '나'가 소설의 화자가 된다. 주인공이 아기때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는 별 다섯개 전과자. 고등학생이 된 '나'는 그래서 쪽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뭐든지 늦고 서툴고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자신을,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발이 닿지 않는 아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물건을 훔치는 버릇까지 있는 '나'는 담임으로부터 반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무차별 구타를 당하고, 그러면서 변명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우등생 친구 (여기서 '군중1'이라고 호칭된다)와 가까와 진다. 폐휴지를 모아 고물상에 넘기고, 동네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는 어느 날 '군중2'라고 호칭되는 반 여자 친구의 호감을 사게 되고,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이 셋은 점차 가까와져간다.
수감중인 아버지가 탈옥하는 사건이 벌어져 형사가 '나'의 집을 감시하는 일이 생기자 문득 아버지와 엄마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무작정 엄마가 있다는 B도시에 가보기로 하는 주인공을 친구인 군중1이 동행해준다.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친구가, 자신이 위기 상황에 처할 때마다 함께 해주는 것을 보며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저렇게 강하면서 단순한 녀석들이 바로 나중에 커서 세계 평화를 위한다면서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르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어차피 사람이란 자신이 겪고 경험한 거 외엔 절대 알 수 없는 거 아닐까, 그래서 그 녀석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는 주인공은, 내가 보기엔 절대 남들보다 모자라는 아이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부정을 폭로하기 위한 작업에 주인공을 끌어들인 여자 친구 '군중2'는 아버지의 외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그런 엄마를 이해해야한다는 사실때문에 이중으로 마음이 괴롭다. 그녀의 엄마는 수시로 이삿짐 싸는 것이 취미라며, 주인공에게 너의 도둑질은 우리 엄마의 이삿짐 싸기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폐휴지 모으는 일을 함께 하며, 어떻게 보면 주인공과 경쟁 상대이던 동네 할머니 집을 우연히 찾아간 주인공이 눈 앞에 펼쳐진 암울한 상황을 그냥 등돌리지 못하고 나름대로 수습하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독자로 하여금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하고 복잡한 심경을 불러일으킨다. 할머니의 네 살짜리 손자를 주인공이 리어커에 싣고 그 집을 뜨는 그 마지막을 희망적인 결말이라고 봐야하는가, 또다른 찌질한 인생의 시작이라고 가슴 아파야 하는가.
이 책은 순전히 작가 자신을 위해 쓰였기 때문에 작자도 자신이지만 독자도 자기 자신이라고, 그래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소설이라고 말한 작가 후기도 인상적이다. 340kg의 체중으로 호흡곤란때문에 서른 여덟살에 죽은 '이즈'라는 가수가 부른 'somewhere over the rainbow'  라는 노래도 이왕이면 들어봐달란다. 이 책 중에도 나오고, 실제로 이 책을 쓰는 중 계속 들은 노래라고.
뭐든지 모자라고, 발육이 늦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처음부터 묘사해놓고, 그런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말하는 투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어딘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 눈에 거슬려, 책을 읽는 중반까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앞과 잘 맞물려 가는 구성이라든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 작가만의 특별한 그 무엇이 전해져와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되었다.
정말 무지개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자장가에서나 들어오던 꿈이 있고 상상 속의 파랑새가 날고 있을까? 그 노래 역시 What a wonderful world가 노래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불려질 수 있는 것임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 * 지난 달에 작가의 세번째 소설 <비너스에게>가 나왔음을 리뷰를 올리고 난 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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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1-04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소설 하면 대부분 가정환경이 열악한 아이들만 주인공일까 하는 의문점을 갖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을 위해 쓰여졌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노래 참 좋죠. 340kg의 거구라니 꽥!!

hnine 2011-01-04 22:28   좋아요 0 | URL
쓰면서 작가가 자기 속의 많은 응어리를 풀어낼수 있었다는 뜻 아닐까 생각해요.
'이즈'라는 가수가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찾아보니 목소리가 참 편안하더군요. 이 가수의 이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이 소설을 썼대요.

hnine 2011-01-1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 처량한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이다. 모두 이 작가때문, 이 소설때문.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나 물어봤더니, 좋은 호텔에서 하룻밤 자보는 것이란다. 지난 여름 방학 때인가, 같은 반 친구 하나가 방학 동안 가족들과 두바이에 다녀왔는데 그 호텔이 얼마나 호화스러운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자기도 한번 그런 호텔에 가보고 싶었나보다.
"그래? 하룻밤 정도 못할 것도 없지."
그러고는 서울의 한 호텔에 예약을 했는데 아이가 생각했던 '좋은'호텔은 물론 아니고, 남편의 직장에서 무려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주 착한 가격의 '그저 그런' 호텔이었다. 그래도 아이는 좋아했다.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 본 것과 비교해 생각보다도 시설이 낡은 호텔을 보고 오히려 실망한 것은 나 ^^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제일 먼저 간 곳은 호텔에서 가까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훈데르트바서 전시회. 가기 전부터 아이에게 전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 사람 작품을 보여주고 내 노트북 바탕 화면으로 저장해놓으며 관심을 끌어 놓은 덕에 군말없이 동행해주었다. 화가이자 환경운동가이자 건축가이기도 했던 (남편은 그에게 건축가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에 완전히 동의를 하지 않았지만) 그는 오스트리아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자연주의자였던 그가 2000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 잠든 곳은 위 사진의 나무 아래.
관도 없이 내가 심은 나무 아래 묻혀 나무의 부식토가 되기를 고대한다는, 그가 남긴 말이다. 

다음은 다양한 그의 작품들. 배우 지진희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를 두개 빌려 아이와 하나씩 들고 설명을 들으며 함께 구경을 했다. 

 

 

 

 

 

 

 

 

 

 

 

 

 

 

 

 

 

 

 

 

 

 

 

 

 

 

 

 

 

 

 

 

 

 

 

 

 

 

 

 

 

 

 

 

 

 

 

 

 

 

 

 

 

 

 

 

 

 

 

 

 

 

 

 

 

 

 

 

 

 

 

 

 

 

 

 

 

 

 

 

 

 

 

 

 

 

 

 직선을 피하고, 물 흐르듯 곡선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기법이 여실히 드러난다.
건물의 '창'을 매우 중시하여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했고, 한 건물의 창들을 다 다르게 그렸다. 생태주의자이기도 했던 그의 작품에 녹색 식물들은 어디에나 있다. 건물의 위, 아래 심지어는 높은 중간에도.

 

 

 

 

 

 

 

 

 

 

 

 

 

 

 

 

 

 

 

 

 

 

 

 

 

 

 

 

 

 

 

 

 

 

 

 

 

 

 

 

 

 

 

 

 

 

 

 

 

 

 

 

 

 

 

 전시회 입장권을 사면 저렇게 발바닥 모양의 스티커를 주는데, 잠비아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데 입장 요금 일부가 쓰인다고 한다.

전시회를 보고, 도록을 사고 기념 우표를 사고. 

그리고는 아이의 요쳥에 따라 광화문 교보문고로. 지난 여름 수리가 끝난 후엔 안 가보았다.
가벼운 책 한권은 바로 구입하고, 두꺼운 책은 제목을 기억해서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남편 생일 선물로 다이어리를 사고, 이어폰을 불편해하는 아이를 위해 아예 큼지막한 헤드폰을 사주었더니 이후로 내내 그 헤드폰을 끼고 가져온 mp3의 노래를 들으며 다녔다.

  

호텔에서 하룻 밤 자고 다음날인 어제는 남대문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날이 너무 추워, 자세히 구경은 못했고, 서울역 근처 서점에 또 들어가서 한동안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올때 되니 집에 혼자 있는 펏지 (Fudge, 며칠 전에 산 기니픽 이름)가 잘 있을지 궁금해한다.
나로서는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잠을 자본 것도 처음, 그러면서 서울 구경을 한것도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이 덕분에. ^^ 

 

매일 아침 눈뜨면 새날.
1월 1일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어제까지 힘들었더라도 오늘 눈뜨면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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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1-01-0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텔에서의 하룻밤, 저의 로망이기도 해요. 출장일 때 말구요. ㅎㅎ
소개해주신 전시회에 꼭 가봐야겠어요. 별찜 꼭, 추천꾹입니다. ^^

hnine 2011-01-01 21:24   좋아요 0 | URL
펜션보다 저렴한 호텔도 있더라고요 ^^
저 전시회는 아이들 데리고 가보실만 해요. 그림이나 건축 등, 그냥 아름답고 보기 좋게 그리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 신념, 철학을 담아 어떻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지,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것 같네요.

stella.K 2011-01-0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 살아도 서울에서 뭘 하는지 모를 때가 너무 많아요.
좋은데 다녀오셨군요. 아들내미 덕분에.
서울에서의 하룻밤이 너무 짧지 않으셨어요?
정선 사는 울언니도 서울이라고 오면 하룻밤 밖에는 안 자고 후딱 내려가죠.
언니 생각이 났습니다.ㅎㅎ

hnine 2011-01-01 21:25   좋아요 0 | URL
저도 모르고 지났을 것은 브론테님 서재에서 소개 받고 알았지요.
언니 분께서 정선에 사시는군요. 내일 모레는 안그래도 강원도 가서 또 1박2일 하고 오려고 하는데...^^

깐따삐야 2011-01-0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데 다녀오셨네요. 저는 어디가 됐든 혼자 있고 싶네요. 새해부터 이상하죠. 기왕이면 온천이 있는 호텔로.^^

hnine 2011-01-01 21:27   좋아요 0 | URL
혼자 있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이라도 없다면 저는 아마 못견딜거예요. 온천있는 호텔, 깐따삐야님 사시는 곳 주변이라면...수안보 온천이 제일 가까우려나요? 오늘 같은 날씨, 정말 온천이 딱인데 말이지요.

마노아 2011-01-0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깜짝 소원이 예뻐요. 덕분에 알차고 재밌는 1박2일 여정이 되었어요. 전시회 도록을 사서 평일 관람권을 얻었는데 조만간 다녀와야겠어요. hnine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hnine 2011-01-01 21:59   좋아요 0 | URL
2박 3일이면 벌써 짐도 많아지고 일정 짜느라 부담도 가는데 1박 2일은 안그래서 좋더군요. 전시회 도록, 저도 사왔는데 도록을 사면 입장권이 제공된다고 들은 것 같아요. 꼭 가보세요! ^^
마노아님의 글과 표정에서 저는 이미 복이 많이 따라갈 것이 느껴져요. 건강하시고요.^^

상미 2011-01-0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넌 서울로, 난 남쪽으로 ㅎㅎ
장흥 가서 경희한테 문자보냈지~~

hnine 2011-01-01 22:01   좋아요 0 | URL
잘 돌아왔니? 우린 서울 가면서도 눈이 많이 왔다더라, 가도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너희 가족은 다르다 했단다. 그 추진력과 단결력이면 안될일이 있을까 싶어. 가족 모두 건강한 새해가 되도록 우리가 신경 많이 쓰자. 우선 우리 자신부터~ ^^

무스탕 2011-01-0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쉬운듯 하면서도 정교하게 정성껏 그린 느낌이 들어요.
이것도 관심 전시에 등록 시켜놓고!
다린이의 소원과 우리 애들의 소원이 아마도 같을거에요. ㅎㅎㅎ

hnine님이랑 다린이랑 남편님,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새 해 복 그득히 넉넉히 많이많이 받으세요~ ^^

hnine 2011-01-01 22:05   좋아요 0 | URL
정교하고 정성껏 그린 느낌,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자신의 철학을 담았다고 해서 보는 사람이 갸우뚱하게 어렵게 표현하지도 않았고요. 3월 까지 한다니까 시간 되실때 한번 가보셔요.
무스탕님, 빈 자리로 인해 마음이 서늘할 때가 많았던 2010년이었어요. 무스탕님은 여기 계속 있어주실거죠? 건강하시고요, 귀찮아서 영화 보러 자주 못가는 제게 영화 리뷰로 자극도 팡팡 주시고요. 아 참, 오늘 심 형래 영화 보고 왔어요. 옆에서 아이가 얼마나 깔깔거리고 웃던지...새해 첫날 많이 웃을 수 있는데 한 몫 했답니다.

카스피 2011-01-02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이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아마 평생의 즐거운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네요^^
hnine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hnine 2011-01-02 06:14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세실 2011-01-0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텔에서의 하룻밤도 멋진데요. 다린이 참 ㅋㅋ
전시회에 호기심을 갖도록 하는 님의 배려 한수 배웠습니다.

1월에 아이들과 ktx 타고 샤갈전 다녀오려구요. 미리 샤갈 그림 많이 보여줘야 겠어요.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금처럼 행복한 일 가득하시길^*^


hnine 2011-01-02 18:08   좋아요 0 | URL
샤갈전도 좋지요. 색감이 화려하고 환상적이어서 마음을 더 포근하고 환하게 해줄 것 같아요. 전시회는 어른이나 아이나 조금 예비 지식을 가지고 가면 훨씬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더라고요.
세실님, 여러가지로 새로운 한해가 되시겠지요. 화이팅입니다! ^^

꿈꾸는섬 2011-01-02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위해 호텔을 예약하는 부모님..참 멋지세요.
서울에 오셔서 전시회 구경하고 서점 다녀오시고 남대문시장까지...시간이 너무 짧았겠네요. 그래도 즐거운 시간 보내셨겠어요.^^

hnine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1-01-02 18:10   좋아요 0 | URL
가끔 호텔에 가서 자고 오면 저도 좋지요. 밥 안해도 되고, 청소 안해도 되고, 아이가 어지르는 것에 신경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고요~ ^^
아침에 출발했더니 세군데 구경하는데 별로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더군요.

꿈꾸는 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프레이야 2011-01-0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1일이라고 특별할 건 없다.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감사하며...
이 말 새겨읽혀요.
다린인 참 깜찍해요.^^
님, 새해에도 사소한 행복 잘 가꾸며 살아가길 바래요, 우리^^

hnine 2011-01-02 18:14   좋아요 0 | URL
오늘 어떤 책을 읽는데 거기 '프레이야'라는 단어가 나오길래 안그래도 님 생각했답니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신~ ^^
아침에 눈 뜰때마다 한숨부터 쉬며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낼 수 있을까 마음이 무겁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그에 비하면 정말 좋은 시절이라 생각해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와서가 아니라 아침에 눈 떠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게 그냥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네요. 그러다가 몇 시간 안되어 또 복잡한 일상으로 들어가 투덜거리긴 하지만요 ^^
그래요, 프레이야님. 사소한 행복이 그게 사소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우치게 되는 시간들을 만들어보기로 해요. 건강하시고요 ^^

... 2011-01-0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페이퍼로 흔적을 남기시니 더 즐거워져요! 훈데르트바서, 정말 좋지요? ^^

hnine 2011-01-03 22:58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덕분입니다. 옆에서 하고 있는 다른 전시회까지 둘러볼 여유가 없어 아쉬웠는데 오늘 브론테님 서재에 들르니 역시, 제 아쉬움을 달래주시는 페이퍼를 올리셨더군요 ^^

2011-01-03 0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11-01-0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코 한 생각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두 이루어져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생각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다린이가 생각한 일들이 이루어지는 새해, 정말 멋진 새해 선물을 주셨군요.
늘 맞이하는 아침이지만, 어제보다 더 행복한 나날 되기를 기원합니다.^^

hnine 2011-01-03 23:07   좋아요 0 | URL
사실 서울에 간 것은 새해가 되기 전이었고, 선물이란 생각보다는 그냥 저도 함께 마음이 움직여 실천에 옮겨본 것이지요. 지금은 저 강원도 영월에 와있습니다. 역시 1박 2일이요 ^^
비록 1시간 후면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듯이 달라지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건강한 몸으로 또 이렇게 새로운 하루가 주어졌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생각되어요.

순오기 2011-01-0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여행도 참 좋겠어요. 다린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훈데르트바서~~~~ 그림이 환상적이네요. 동화 속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

hnine 2011-01-03 23:09   좋아요 0 | URL
그림 정말 환상적이지요? '동화 속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 맞아요.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적절한 문구가 생각 안 나고 있던 중인데 그 말씀이 맞네요.
1박2일 여행은 부담이 없어서 좋더군요. 일정도, 비용도요. ^^

마녀고양이 2011-01-0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서울 1박2일 여행 좋은데요?
전시회 가셨군요. 저는 항상 예술의 전당 전시회들이 탐이 나는데,
일산에서 가기 너무 멀답니다. 서울 근교면서 이런 투덜거림이라니.
하지만 진짜루 가는데 2시간반~3시간 걸려요! ^^

즐거운 새해 되셔염!

hnine 2011-01-03 23:11   좋아요 0 | URL
일산에서 멀지요...애매하게 멀어서 저처럼 날잡아 1박2일 하면서 구경하시기도 그렇고요. 일산 킨텍스에서도 가끔 보면 보고 싶은 전시 많던데요? 저야말로 일산까지 가기엔 너무나 멀어 아쉽더라고요.
 
윈터걸스 개암 청소년 문학 8
로리 홀스 앤더슨 지음, 공경희 옮김 / 개암나무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계획 없이 먹는게 뭔지 기억 못 한다. 칼로리와 지방 함유량을 계산하고, 내 엉덩이와 허벅지를 가늠해서 그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가늠한다. 보통은 안 된다고, 먹을 자격이 없다고 결정한다. 그러면 거짓말과 변명을 늘어 놓으며 피가 나도록 혀를 깨물고 입을 꾹 다문다. 그 사이 눈먼 촌충 한마리가 내 기관을 감싸고, 킁킁대며 내 뇌의 열린 틈을 찌른다. (261쪽)

내가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 섭식장애를 가지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사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친구이자 소아과 의사로 부터 이 주제를 한번 소설로 다뤄보라는 권유를 받아 쓰게 되었다는 이 이야기는 대학 진학을 앞둔 한 소녀 '리아'와, 그녀의 절친이었다가 한동안 관계가 소원해진 동안 결국 혼자 모텔에서 쓸쓸히 세상을 등진 '캐시', 그리고 그 둘의 가족들이 등장 인물로 나온다. 캐시는 죽기 전에 계속 리아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리아는 그 전화를 무시했고 그 죄책감때문에 캐시가 죽은 후에도 사방에서 그녀의 환영을 보며 괴로와 한다. 죽기 전 캐시는 뚱뚱한 자기 모습 때문에 고민하고 잃어하는 자신감을 찾기 위해 먹고 토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리아는 캐시의 그런 모습을 혐오하기 보다는 동정하고 도움을 주어왔다. 그런 둘 사이가 멀어지게 되자 마음이 의지할 곳을 잃은 캐시는 더 방황을 하게 되었고 리아는 신경을 끄고 있던 중이었다.
삐쩍 마른 신체를 가지고 있는 리아는 먹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여 음식이 나오면 일단 칼로리부터 계산을 하는 타입. 비정상적으로 말라가는 그녀를 가족들은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가기도 하고 요양원에 입원시키기도 하지만 그 어느 쪽도 리아에게는 더 거부감만 일으킬 뿐이다. 심장 전문의인 엄마와 역사학과 교수인 아빠를 둔 리아. 엄마는 늘 바빴고 자로 잰듯 철저한 사람이었으며 부모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다. 결국 부모는 이혼을 하고 리아는 새엄마와 새엄마가 데리고 온 이복 동생과 새로운 가족 구성 속에서 살게 되는데 리아의 문제점을 안 새엄마는 매일 리아의 체중을 재면서 그녀를 지켜보는 책임을 맡았고 이런 새엄마의 눈을 속이기 위해 리아는 체중계에 올라가기 전 주머니에 돌멩이를 잔뜩 숨겨 넣고 몸무게를 속이고, 다른 식구가 먹은 접시를 자기가 먹은 접시인양 꾸미는 등, 먹을 것을 거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자기 몸을 면도칼로 긋는 자해 행위를 하며 내 몸 속의 온갖 독소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는 것 하며,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카페테리아에 모여 있는 학생들을 보며 꾸역꾸역 모여드는 수족관을 연상하는 리아는 현실을 현실로 보기 보다는 혐오스럽고 피하고 싶은 도가니로 볼 뿐이다.
'윈터 걸'. 완전히 산 것도 아니고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닌 사람을 말한다. 죽은 친구 캐시의 환영은 리아에게 너도 이쪽 세계로 오라고 권한다. 리아 자신도 먹을 것을 극도로 거부함으로써 온전한 삶을 꾸려나가질 못한다. 즉 윈터 걸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비록 그런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자기를 믿고 따라주는 이복 동생 엠마를 위하는 마음, 자신의 극단적인 행동이 어린 엠마에게 또다른 상처와 회복되기 힘든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리아를 보며 그녀의 순수하고 여린 본성이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제발 그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길 바라며 조마조마 했다.
이 책은 번역본이긴 하지만 눈에 띄는 개성있는 표현들 때문에 더 좋았다. 
다음은 망가져가고 있는 자기 몸을 리아가 상상하는 부분이다.

고름 색깔의 지방 덩어리가 내 허벅지와 배를 짓눌렀지만, 의료진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내 뇌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두개골 안쪽에 전기 폭풍우가 밀어닥쳤다. 내 지친 간은 가방을 싸고 있었다. 내 콩팥은 모래 바람 속에서 길을 잃었다. (238쪽)

다음은 리아를 또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다는 말을 하는 아빠를 보며 리아가 하는 생각을 표현한 부분이다.

땅콩 버터가 아빠의 입술을 딱 붙여 버렸으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끈끈하지 않다. (263쪽) 

 작가는 어떻게 보면 일반인으로서는 공감하기 힘들지도 모를 리아의 심리 묘사를 참 특이한 방법으로 잘 해놓고 있었다. 훌륭했다.

내 이야기로 실을 잣고 내 세상이란 천을 짜고 있다. 어린 요정 무용수는 나무 인형이 되었다. 무신경한 사람들이 그 인형에 달린 줄을 홱홱 당겼다. 나는 통제력을 잃고 빙빙 돌았다. 먹는 게 힘들었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사는 것은 가장 힘들었다. (345쪽)

마지막 페이지의 그녀의 힘겨운 한마디는 어떤 결의보다도 감동적이다.

나는 내 언어와 환상을 물레질하고 짜고 뜨개질한다. 삶이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할 때까지. 마법의 치료 따위는 없다. 뭐든 영원히 떨쳐 버릴 수도 없다. 다만 작은 발걸음으로 나아갈 뿐이다. 좀 수월한 하루, 예상치 못한 웃음, 이제는 중요하지 않은 거울. (345쪽)

참으로 삶은 극복해야할 일 투성이이다. 그건 꼭 나이와 상관 없다. 그 한가지를 극복해낸 주인공 리아는 마지막 부분에서 내게는 십대 소녀가 아니라 거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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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0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2-30 05:35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가 섭식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책에는 음식 거부증 뿐 아니라 자기 몸에 자해하는 행위까지 나와요. 자기 몸에 대한 이런 자해 행위는 지구 상에서 인간들만이 하는 행동이 아닌가 싶어요. 원인이 뭘까 파헤쳐 보고 싶기도 하고요.

세실 2010-12-3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숨쉬기조차 힘들때가 있지요. 그 느낌 알아요.
그렇게 아파하고, 고민하면서 크는거죠. 전 아직도 크는 느낌이예요.
몸도 마음도. ㅋㅋ
내년엔 딱 5킬로만 뺐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온 세상이 하얘요. 조금 미끄럽기도 했지만 출근길이 참 예뻤어요.
마무리 잘 하시길^*^

hnine 2010-12-31 22:26   좋아요 0 | URL
세실님, 나이가 들어가면 사는게 좀 더 수월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저 책에서는 참 위태위태한 십대를 보내는 이야기라서 마음이 아팠어요.
어제 오늘 서울 다녀왔는데 남대문 시장을 다녀오는 계획은 제대로 실행을 못했네요.
우리, 긍정적인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다독여주며 2010년을 보내기로 해요.

stella.K 2010-12-3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원더걸스란 책도 있었구나 했더니, 원터걸스였군요.
나인님은 청소년 문학이 좋은가 봐요.^^

hnine 2010-12-31 22:27   좋아요 0 | URL
하하, 원더걸스 ^^
원터걸스도 아니고 윈터걸스랍니다. 윈터걸의 뜻은 위에 적어두었어요.
stella님에게도 들켰네요, 저 청소년 소설 정말 좋아해요 ^^

마녀고양이 2010-12-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ㅠㅠ

저두 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라고 되뇌이던 때가 있었는데.
인용구의 섬세한 문장이 참 좋네요. 청소년 문학이라고 한정짓기에는 너무 공감가네요.

hnine 2010-12-31 22:29   좋아요 0 | URL
세상이 하도 험하고 덧없기도 하다보니, 그저 하루 하루 이렇게 제 정신과 움직일수 있는 몸으로 숨쉬고 산것도 감사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뭐가 모자라 투덜거릴 때가 더 많지만요. ^^
청소년문학이라고 쟝르를 꼭 나눠야하나, 그런 생각이 가끔 들어요. 우리 모두 경험을 한 시기라서 그런지 공감이 더 잘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순오기 2010-12-3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섭식장애~~~~ 이런 현상을 겪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죠.
인생이란 어느 나이를 막론하고 견디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hnine 2010-12-31 22:30   좋아요 0 | URL
외모, 비주얼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다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이 완전히 한 사람을 파멸로 몰아갈 수도 있고 완전히 치료되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인생이란 누리기보다는 견디는 것, 슬프지만 저도 완전 공감합니다.

2010-12-31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31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