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일 월요일 오전 10시 집을 나서서 1월 4일 화요일, 집에 도착 시간이 오후 4시 30분.
강원도 영월을 여행하고 왔다. 영월을 둘러보고 느낀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유배지'로 딱! 이라는 것. 실제로 단종의 유배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1. 숙소
장작불을 땐다.
차로 이동하면서 보니 빈집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는데 굴뚝에서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거나, 문 앞에 개가 있거나, 나는 그 두가지로 사람이 사는 집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고 있었다.
방이 너무 뜨겁기도 하고, 연기가 방으로 잠시 들어오는 틈을 타 밖에 나와 아궁이 앞에 앉아 타들어가는 장작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 앞에 앉아 책도 읽었다. 호일에 고구마를 싸서 아궁이 속에 던져 넣고.
해발 680m라고 하는데, 해발 1470m 되는 곳에서 2년을 살아봐놓고도 나와 남편은 '와~' 그랬다. 눈 앞에 펼쳐지는 경치가 해발 1000m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2. 장릉, 선돌, 한반도 지형, 스트로마토라이트
장릉은 세조에 의해 영월로 유배되어 살다가 열 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뜬 단종의 능이다. 아담한 크기의 묘를 호랑이, 양, 신하 모습을 한 조각석과 상석, 등이 둘러 싸고 있다.
선돌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아이에게 standing rocks 라고 말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칼로 자른 듯 돌이 똑바로 하늘을 향해 서있다.
돌출된 땅덩어리를 강이 둘러싸고 돌아나가는 지형은 한반도 지형말고도 영월에 몇군데 있는 것을 사진으로 보았다. 아마 이곳의 특수한 지형 탓인가본데 그렇게 형성된 땅 모양이 여기는 특별히 우리 한반도 모양이라서 유명해졌다. 사진 찍는 곳에 붙어 있던 추락 위험 표지가 실감이 날 정도로 눈으로 덮인 길이 만만치 않았다.
5억년 된 지형이라는 석회암 지형 '스트로마토라이트'
도로에 차를 세우고 발자국을 꾹꾹 찍으며 걸어들어갔는데 눈이 덮혀 잘 구분은 가지 않았으나 아이는 5억년이나 되었다니 가까이 가서 손으로도 한번 만져봐야겠단다. 코가 빨개질 정도로 추운 날이어서 모자, 장갑 무장을 하고 나선 길이었는데 장갑을 벗고 돌벽을 기어이 만져보고, 남편은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고.
돌아서 나오는 길, 눈길에 미끄러진 아이와 깔깔거리는 엄마 ^^
3. 곤충박물관, 청령포, 고씨굴
빈집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했는데 곤충박물관도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박물관이다. 우리 나라 최초의 곤충전문 박물관이라는데 규모는 아담하지만 가지고 있는 표본수가 꽤 많았다. 벌집을 저렇게 가까이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 개미도 날개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표본, 그리고 맹독성 거미, 그 외에도 정말 예쁜 나비 표본들이 몇개의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단종이 유배되어 살던 곳 청령포는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작은 섬이라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지만 우리가 간 날은 사진에서 보다시피 물이 꽝꽝 얼어 빙판 위를 걸어서 들어갔다. 강원도 영월 중에서도 용케 이런 곳을 찾아내어 단종을 고립시켰구나. 태어난지 사흘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일찍 여읜 어린 단종. 열 일곱의 짧은 생애마저 얼마나 외로왔을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나보다.
영월 1박 2일의 마지막 코스 고씨굴. 임진왜란 당시 고씨 성을 가진 가족이 여기서 숨어 지냈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지굴을 제외하고 주굴 길이만 2000m가 넘는다는데 사람들에게 개방된 코스는 이중 600여미터. 길이 좁고 경사가 급한 곳이 많아 안전모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고 운동화나 등산화는 필수이다. 아이가 일곱 살 때이던가? 성류굴에 갔다가 무서워서 안들어간다고 우는 통에 밖에서 할머니가 데리고 있고 나와 남편만 들어갔다 나왔는데 새해가 되어 열한 살이 되어서인가, 중간에 무서우면 돌아나와도 된다고 했는데도 '여기가 종점입니다'라는 표지가 보일 때까지 끝까지 갔다. 잘 했다고 마구 마구 칭찬해주었다.
가는 날 점심은 식당에서 곤드레밥을, 저녁은 숙소에서 해먹고, 둘째날 점심은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는데 이곳 음식의 특징은 간이 과하지 않고 담백하다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 강원도 사투리는 제주도 빼놓고 제일 흉내내기 어려운 사투리여서, 들으면 저 말이 강원도 사투리라는 것을 알긴 하겠는데 내가 해보려고 하면 잘 안된다.
가면서 두번, 돌아오면서 두번, 우리 차는 두번의 소독약 세례를 받아야 했다. 구제역 때문.
가는데 세시간, 오는데 세시간. 운전하느라 남편이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