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남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떠난 사람에게는 있던 곳의 흔적이 없을지 몰라도
그 사람이 있던 곳에는 떠난 사람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아파트의 시멘트 담벼락을 덮어 또하나의 담을 이루던 장미 행렬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었다. 시들고 있는 장미, 그리고 그 장미가 붙어 있던 흔적의 꽃받침을 보며 한 생각이다. 집에 가방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왔다.
쓸쓸할 뻔 했는데, 사진을 찍는다고 이리 저리 앵글을 달리하다 보니, 꽃받침 뒤에 도톰하게 커져 있는 자방. 맞아. 저 속에 지금 씨가 여물어 가고 있는 중이지. 새로운 탄생!
흔적은 그냥 흔적이 아니었다. 

 


 

 

 

 

 

 

 

 

 

 

 

 

 

 

 

 

 

 

 

 

 

 

 

 

 

 

 

 

 

 

 

 

 

 

 

 

 

 

 

 

 

 

 

 

 

  

 

 

 

 

얘는 측백나무의 열매. 귀엽게 생겼다. 애기도깨비얼굴 같이 울툴불퉁. 

 

 

 

 

 

 

 

 

 

 

 

 

 

 

 

 

이렇게 미리 떨어진 애기 감도 딩굴고 있었는데 이건 아마 태풍 메아리 영향일지도 모른다. 

 

 

 

 

 

 

 

 

 

 

 

 

 

 

 오늘 겨우 비가 그쳤다 하고 있는데 또 몇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여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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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6-2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랑 사진이 참 잘 어울리고, 고와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좋으네요. 아 선명해라~~~

도서관에 7월 1일자 발령으로 마음이 심숭생숭합니다.
더 있어 주셨으면 하는 분이 가시거든요. 친구도 가고요.
당분간 많이 허전할꺼 같아요.
차라리 내가 떠나는게 낫지....

hnine 2011-06-29 14:26   좋아요 0 | URL
아, 세실님. 글 올리자 마자 읽어주셨네요.
싱숭생숭 하시겠어요 정말.
세실님이 남겨진 사람이 되는거죠?
남겨진 사람에겐 남겨진 사람의 몫이 있다고...아, 이 말이 어디서 나왔던 말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속마음은 허전할지라도 꿋꿋하게 맡은 일 잘 해나가실게 분명한 멋진 세실님이시지요 ^^

비로그인 2011-06-2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시 들렸다 갑니다.
사진 감상도 하고요. ^^ 음 음악 흔적도 좀 남기겠습니다아 :D


hnine 2011-06-28 06:04   좋아요 0 | URL
스카를랏티의 곡은 귀에만 익고 한번도 쳐볼 기회가 없던 곡입니다. 그래서 내가 아직 이르지 못한 어느 단계로 떠오르는 이름이라고 할까요.
담담한 곡을 담담하게 연주하는 Horowitz.
연주하는 손 모양이 잘 나와있군요. 손 모양 때문에 선생님께 주의를 받고 있는 아이에게 한번 보여주어야겠습니다.
이렇게 종종 남겨주시는 음악, 참 좋답니다 ^^

프레이야 2011-06-2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사진이 아주 근사해요.
자방에 눈을 두셨군요. 그런 것에서도 좀 힘이 되려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

hnine 2011-06-28 05:59   좋아요 0 | URL
9년째 제 손때가 묻고 있는 카메라로 찍었는데 아직 쓸만 한가요? ^^
사실 '흔적'이 남는 것도 무엇인가 남는다는 것이니 그리 쓸쓸해할 일은 아닌 셈이지요. '흔적없이' 라는 말에 비하면요.
어제 비가 잠시 그쳤었는데 곧 장마가 온다지요. 흠~ ^^

순오기 2011-06-28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자방'이란 말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그러고 보면 살면서 잊고 지내는 말도 많아요~~
마치 처음 만나는 것처럼 생소한 말들~~ 자방도 그러네요.^^
사진을 찍는 시선의 차이도 느끼는 아침의 신선함에 방긋!^_^

hnine 2011-06-28 06:02   좋아요 0 | URL
'자방'이란 말이 많이 쓰이는 말인지 모르겠어요. 더 일반적인 용어가 있는데 제가 생뚱맞은 단어를 쓴것인지...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도 그냥 들어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제 처럼 집에 들어가 일부러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와 셔터를 누르게 되는 날이 있더라고요.
오늘은 순오기님 아침 댓글 기운 받아 에너지 팡팡 솟는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

하늘바람 2011-06-2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나무가 측백나무네요.저도 사진 찍고파졌어요.

hnine 2011-06-29 05:45   좋아요 0 | URL
측백나무는 보면 금방 구별이 돼요. 무엇으로 눌러 놓은 것 처럼 납작하거든요.

울보 2011-06-2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측백나무,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네요,
저 열매 볼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참 묘하게 생겼다,,

hnine 2011-06-29 05:46   좋아요 0 | URL
울보님도 저 열매 보셨군요. 참 특이하게 생겼지요? ^^

담쟁이 2011-06-2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넝쿨 장미가 한창인 풍경이 참으로 흔했는데
요즘은 날이 너무 일찍 더워 그런지 장미의 존재감이 느껴지질 않네요..

hnine 2011-06-29 05:55   좋아요 0 | URL
저 장미가 저렇게 한번 지고 나서 또 피고 지고, 여러번 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조금 있으면 연꽃 피는 시기가 된다는데 연꽃은 보러 어디로 가야 볼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장미는 저렇게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었네요.
 

  

 

과연 그럴 날이 올까 생각했던 시간이 결국 이렇게 오는구나.

'내가 도대체 왜 이 길을 택했을까
나도 과연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될까
나만의 가정을 꾸리게 될까
아이가 생기면
예전에 엄마가 살던 곳이라고
이곳을 아이에게 보여줄 날이 있을까
그보다 우선
여기서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을 제대로 마칠 수나 있을까'

그렇게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으며 보낸 시간들.
2000년이 되기 이전의 일이니
그 동안 시간 참 많이 흘렀다.

"엄마, 지금 xx에 가려고 하는데 어느 역에서 기차를 타야하지요?"
아이에게 전화를 받고 어느 역에서 타서 어디에서 내리라고 알려주고 전화를 끊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물 밀듯 밀려오누나. 
과연 그럴 날이 올까 했던 바로 그날이구나 오늘이.

 

  

 

 

 세레나데 (serenade). 밤에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집 창 밖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가볍게 야외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란 뜻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무튼 세레나데가 저런 뜻이라는 것을 처음에 피아노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중에 옆에 있던 동생이랑 얼마나 낄낄거렸던지. 사랑하는 사람, 창 밖에서 어쩌구...이런 말들 아니어도 마냥 웃음이 헤프던 나이였다. 피아노 선생님께서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언짢아 하시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웃음이 자꾸 터져나왔던 기억이.

세레나데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곡이라서 올려본다. 여기에도 역시 차이코프스키다운 비장한 아름다움이 뚝뚝 묻어난다.

중학생때 읽었던 책 클라우스 만이 쓴 <소설 차이코프스키>를 검색하니 제목은 뜨는데 절판되었다며 이미지 조차 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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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6-2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소설 차이코프스키 중학교 때 읽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읽다 포기했어요. 다시 읽으면 읽혀지려나?
근데 절판됐군요.ㅠ

hnine 2011-06-24 19:47   좋아요 0 | URL
와~~~ 스텔라님. 그 책을 아시는군요! 숨길 수 없는 우리 나이 ㅋㅋ
제 기억에도 그 책이 그리 술술 읽히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 책이 아마 그때 중앙일보에서 주최하던 독서감상문 대회 대상 서적 중 한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읽긴 읽었는데 아시다시피 차이코프스키의 사적인 생활이 보통 사람이 볼때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던지라 더 난해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같은하늘 2011-06-2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너무 오랜만에 서재나들이 해봅니다.^^

hnine 2011-06-24 19:48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무슨 사정이 있으시려니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다시 돌아오실 거라 기대하고 있었어요.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같은하늘님의 생생한 포토리뷰를 이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네요.

마노아 2011-06-2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살던 저곳은 어딘가요? 유학 갔던 학교일까요? 격세지감이 느껴지겠어요.
저 오늘 영화보다가 hnine님께 궁금한 게 생겼어요.
우린 검은 머리가 나이 들면 흰머리 되잖아요.
금발 머리나 붉은 머리, 혹은 은발 머리 등등...
다른 컬러의 머리카락도 나이 들면 흰색이 되나요?
그럴 것 같긴 한데 또 아닐 것도 같아서 hine님께 묻고 싶어졌어요.^^;;;

hnine 2011-06-24 22:18   좋아요 0 | URL
흰머리가 생기는 것이 일종의 노화현상이니까 검은 머리든 금발이든 나이 들면 흰머리가 생길 것 같은데요? 다만 검은 머리인 경우 제일 두드러져 보이겠네요.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인데 저도 갑자기 흥미가 생깁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 맞고요, 오늘 다린이가 아빠랑 거길 간다고 하더라고요 ^^

비로그인 2011-06-2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 풍금이었는데..ㅎ
hnine님 기분 좋은 축축함입니다. ^^.. 조용히 웃으며 읽고 있답니다

hnine 2011-06-25 08:37   좋아요 0 | URL
어릴때 풍금? 혼자 무슨 뜻일까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기는 쉬지 않고 비가 계속 옵니다.
비가 저를 집안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게 하고 있네요.

하늘바람 2011-06-2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바람결님 패이퍼읽고 님 페이퍼 읽는데 참 느낌이 닮아 있는듯도 합니다.
부러워요 음악엔 문외한이어서요,

hnine 2011-06-25 08:39   좋아요 0 | URL
어제는 음악이 저를 부르는 날이었어요. 예전처럼 자주 못 듣고 있습니다. 주로 라디오를 듣지요. 그것도 집안 일 하면서요 ^^

달사르 2011-06-2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어떤 학교였을까요. 건물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무슨 연주회장 분위기의 멋진 건물입니다. hnine님의 과거 어느때의 아련하던 생각이 미래의 한 지점과 공유를 했군요. 와..멋져요.

hnine 2011-06-27 16:21   좋아요 0 | URL
하하, 별로 건물이 멋있는 학교는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학교 홈피에 가봤더니 저 사진이 있길래 퍼왔어요.
그때는 참 지루하고 더디게 가던 시간들이었는데, 마치 15년을 훌쩍 시간 이동을 해서 지금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신기하고, 말씀하신대로 아련하기도 하고요. 달사르님의 오늘은 후에 어떻게 기억이 될까요? 저의 오늘은 또 나중에 어떻게 기억이 될까요...

순오기 2011-06-2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야에 듣는 세레나데~~~ 좋은데요.
다린이는 아빠랑 어디를 간 걸까~~~ 궁금해졌어요.^^

hnine 2011-06-27 16:21   좋아요 0 | URL
다린이는 지금 아빠랑 여행중이랍니다. 저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200% 만끽하고 있는 중이고요 ^^

순오기 2011-06-28 05:13   좋아요 0 | URL
오~ 외국여행인가 봐요.^^

hnine 2011-06-28 06:04   좋아요 0 | URL
짧게 여행가서 내일 돌아온답니다. 제 방학이 오늘 하루 남았어요 ㅠㅠ
오늘 개학 준비 (^^)로 반찬도 만들어놓고 깍두기도 좀 담그고, 김도 굽고 하려고요.
 

 

 

예전엔 희망이나 긍정이 약간 투박해 보이고 갸웃거리게 했는데, 요즘은 그게 용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을 갖거나 뭔가 이해하고 화해하려는 태도가, 타협이 아니라 용기일 수 있겠구나 하는. 

 

 

유머는 자기를 타자화시키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했다. 타자화라는 것은 거리감각인 것 같다. 그 거리감이 그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또 상대나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위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같다. 농담이 좋은 것은 가벼워서가 아니라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이 아닐까. 부력과 중력 사이의 균형 같은.

 

  

 

- 김 애란, 2011년 6월 19일자 한국 일보 인터뷰 중에서 -

 

 난 이런 사람을 보면 참 신기하다. 이렇게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 한군데 치우치지 않고 유머와 용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아지려고 하다가, 또 나랑 다른 세계 사람 같기도 하다가, 존경스럽기도 하다가, 미워지려고도 하다가. 한마디로 나를 갈팡질팡하게 한다.  

결국은 마음에 들여놓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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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말이에요. 참 공감되기도 하구요.
문제는 마음관리와 실천의 문제 같아요.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아무래도 들여놔야겠어요, 마음에요^^

hnine 2011-06-25 08:21   좋아요 0 | URL
인생이 두근두근하다니...저에게는 참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말이었어요.
김애란은 경쾌하면서 깊이 있은 작가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표지도 예쁜 저 책을 저는 제 수중에 들여야 할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6-2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좋은 말이에요.2
공감도 되구요.2

hnine 2011-06-21 22:54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거리두기'란 말을 하곤 했는데 김 애란 작가가 말한 '타자화'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저는 말만 그렇게 했지 타자화는 커녕 지나치게 감정을 개입하고 나와 연관시켜 확대시켜 보고 있었네요. 작가라서 그럴까요? 나이가 많지 않아도 저렇게 통찰력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건지...그냥 읽고 지나칠 수 없어서 이렇게 옮겨왔어요.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저도 공감이 배가 되는군요 ^^

마녀고양이 2011-06-2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나인 언니의 느낌과 완전 공감.
음... 가끔 시샘하고 부럽고 그래서 멀리하다가도 결국 불나방처럼 달겨들고 말아요. ㅎㅎ

hnine 2011-06-22 16:17   좋아요 0 | URL
제 책상에 쌓여있는 세권의 책을 어서 읽고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처음 김 애란의 책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 다시 느껴보게 될까요? 나이가 많지 않은 작가라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었지요.

하늘바람 2011-06-2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로 얄밉게도 글잘쓰는 작가같아요. 젊은 작가상 수상작을 서점에서 들춰보다 돌아섰는데 또 신작을 내다니.

hnine 2011-06-22 16:17   좋아요 0 | URL
잘쓰지요. 정말 잘 써요. 그것도 남들과 다른 그녀만의 글을요.

sslmo 2011-06-2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어려운 얘기예요.
자기애와 자아존중감 사이가 그렇고요.
자신을 타자화 시키는 것과 객관화시키는 것 사이가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그것들을 아우르고 벼리는 hnine님이 그렇구요~^^

hnine 2011-06-22 18:25   좋아요 0 | URL
소설을 쓰는 작가가 단순히 스토리텔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보게 되어요.
아우르고 벼리는 것, 저의 취약점이랍니다. 제 전공 분야는 한 쪽으로 치우치기, 모든 것의 주관화, 감정이입하기, 뭐 이런 것들인걸요. 그래서 때때로 수습하느라 아주 힘듭니다 ^^

세실 2011-06-23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마음에 들여놓고 만다. 참 간결한 말이 이뻐요.
마음에 들여 놓았을때의 그 행복감 저도 알것 같아요~~~

hnine 2011-06-24 08:27   좋아요 0 | URL
내칠때보다는 들여놓을때 훨씬 행복하지요 ^^
청주는 어때요? 여긴 정말 어제도 지금도, 줄기차게 비가 오네요.
다 젖어버린 느낌이어요.
그래도 세실님 계신 곳은 반짝반짝 빛이 날 듯.

세실 2011-06-24 10:23   좋아요 0 | URL
어젠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출장이었는데,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신발속까지 물이 들어왔고, 원피스 자락이 다 젖었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내려왔답니다. 쇼핑도 하지 못하구요. ㅎ

hnine 2011-06-24 16:10   좋아요 0 | URL
으~~ 어떤 상황인지 알겠어요. 아무리 비를 좋아하는 분이라도 비에 옷이 젖는 것 까지 좋아하실까 궁금해지네요. 고속버스 혹은 기차의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젖은 원피스랑 신발을 상큼하게 말려주었다면 좋겠는데.
국립중앙도서관엘 저도 언제 가보았는지 까마득해요.방학 중에 다린이 데리고 중앙도서관에도 가보고 거기서 좀 더 가서 국립어린이도서관도 가보고 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1-06-2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좀 가벼워질려는 마음을 담고 왔는데 이런 글도 적어 주셨군요.
낮게 내려앉은 하늘이 한뼘쯤 올라간 느낌입니다.

hnine 2011-06-25 08:40   좋아요 0 | URL
하늘 좀 더 위로 올려주세요. 아주 제 머리 위까지 내려온 듯한 느낌이어요. 그래서 저는 며칠 동안 두문불출 하고 있네요 ^^

달사르 2011-06-2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김애란을 처음 만났는데요. 만나자마자 신간이 발간되어서 지를까말까 고민 중이에요. 수상집에서도 균형잡힌 느낌을 받았는데, 저런 멋진 인터뷰를 했었군요. 김애란 작가는 글도 멋지지만 저런 생각은 더 멋진 거 같애요. 멋진 사람. 아...저도 hnine님따라 마음에 들여놔야겠어요. ^^

hnine 2011-06-27 16:25   좋아요 0 | URL
결국 주문했는데 같이 주문한 다른 책때문에 아직도 상품준비중이라고 뜨네요 ㅠㅠ
인터뷰 중의 저런 말은 나이 50은 넘어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편견이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요즘 같이 톡톡 튀는 젊은 작가들의 대열에 있으면서 저렇게 통달한 말을 할 수 있다니 참...연구대상입니다. 이러다가 저는 김애란의 작품보다 김애란이란 작가 탐구에 더 관심을 쏟을지도 모르겠어요 ^^
 

  

아이는 엄마가 읽는 책을 눈여겨 본다.
요즘 내가 읽는 이 책을 자기도 읽어봐도 되냐고 묻길래 안 될 것 없을 것 같아 그러라고 했더니, 이 녀석, 제법 재미있게 읽는다. 

 

 

 

 

 

 

 

이 책에서 배웠는지 요즘 '스트레스'라는 말을 사용하는걸 은근히 즐기고 있는 듯 하다. 그동안 자기도 스트레스라는 것을 받아보긴 했지만 아마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고 있었다가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나 보다. 책 내용 중 어떤 학생이 스트레스 받을 때 자기가 하는 방법에 대해 써놓은 글이 있는데 재미있다며 나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엄마, 나 지금 스트레스가 요기까지 차서 폭발할 것 같아요"
어제 밤, 7월 피아노 발표회를 앞두고 요즘 거의 매일 2시간씩 선생님과 연습을 하러 다니고 있는 아이가 9시 다 되어 집에 와서 손으로 자기 목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그래, 아무나 할 수 없는 것 하고 있어. 힘들지?"
일단 동조.
그러더니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서울에 가야할 일정이 있어 어서 잠자리에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잠을 안자고 음악 들으며 책을 좀 읽어야겠단다. 5초 생각후, 그러라고 했다. 스트레스가 폭발하면 안되니까. 잠은 내일 고속버스 안에서 자도 되니까. 
결국 어제 옆에 누워있던 내가 먼저 잠이 들었고 오늘 아침, 아이는 지금도 곤히 자고 있다. 30분 더 있다가 깨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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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알라와 대판 싸운 다음 날, 딸 미안해
    from 오늘도 괜찮았어 - 책을 통한 이야기 2011-06-22 11:42 
    0.아, 공부해야 하는데알라디너의 글을 읽다 보니 다시 시간이 흐르고 있다.1.hnine 언니의 페이퍼를 읽다가내 사이버 대학 상담 심리 강의를 홀긋귀동냥하는 코알라가 떠올랐다.그런데 그 결과가 가관이다.전반적인 흐름은 파악하지 못 한 채로, 옆에서 자기 귀에 들어오는 것만 기억하다 보니도움이 되기는 커녕 가끔 희안한 인지적 왜곡으로형상화하고 있다.가령 학교 숙제를 위해집-나무-사람 검사(HTP)를 부탁하면'이거 심리 검사지' 라고 본인이 먼저 잽싸게
 
 
무스탕 2011-06-1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헤드셋을 끼고 좋은 노래 듣고 좋은 글 읽으며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있는 다린군의 자태군요 ^^

hnine 2011-06-20 06:15   좋아요 0 | URL
ㅋㅋ 스트레스를 그렇게만 다스릴 수 있어도 좋겠어요 ^^ 늘 예쁘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저 헤드셋을 사달라고 조를땐 언제고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ㅠㅠ) 사주고 나니 너무 튄다면서 집에서만 사용한답니다.

프레이야 2011-06-1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톡톡톡, 괜찮죠?^^
아이들의 에세이가 참 진솔하더군요.
다린인 아무리 봐도 참 똑똑하고 착하고 맑은 아이에요, 님.

hnine 2011-06-21 22:01   좋아요 0 | URL
다른 분 서재에서 저 책 구경을 많이 하고 저도 구입해서 읽었어요. 제가 워낙 그 연령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지라...^^
얼결에 무슨 피아노 발표회에 참가하게 되어 오늘도 서울 가서 4시간이나 레슨을 받고 왔답니다. 프레이야님 생각났어요. 따님 레슨 받을때 데려다 주고 데려 오고 기다려 주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니셨지요?

세실 2011-06-1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톡톡톡. 제목이 끌리네요.
스트레스를 책으로 달래는 착한 다린이^*^

hnine 2011-06-20 04:51   좋아요 0 | URL
세실님 댁에는 중학생이 있으니 더 잘 아실 수도 있고 더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목 '톡톡톡'은 말하다의 talk에서 왔다지만 짤막한 글 속에 담긴 아이들의 마음도, 표현도 톡톡 튀는 것이 많더라고요.

마녀고양이 2011-06-1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알라가요, 제 심리학 인터넷 강의를 가끔 귀동냥해서 들어요.
그리고 그 부작용이 이만저만하지 않아요.
나중에 그걸 한번 글로 남겨봐야겠네요.

요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심정이예요.

hnine 2011-06-20 16:59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생각해보면 부모님께서 무슨 책을 읽으시나 관심이 가던 것이 기억이 나는걸요. 언젠가는 유태인의 가정교육인가 뭔가 하는 책을 저도 들춰보며 나는 과연 바르게 양육되어지고 있는가 눈에 심지를 돋고 들춰보던 (제가 초등학생일 때 입니다 ㅋㅋ) 기억이 나요.
코알라의 경우가 듣고 싶은데요? 코알라 얘기가 중학생 톡톡톡 책 만큼 흥미 있을 것 같아요.

sslmo 2011-06-2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인터넷 강의를 귀동냥 하는 코알라도 재밌고,
님 책을 같이 읽는 다린이도 재밌어요.

전, 제가 울 아들 책을 같이 읽는 데...
얼마전까지는 그래도 일,이주에 한 권 정도는 됐었는데,
이젠 한달에 두,세권인지라 헐거운 느낌마저 들어요.

스트레스를 책과 음악으로 다스리는 다린이, 참 멋져요~^^

hnine 2011-06-20 22:08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아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요.
책을 같이 읽고, 영화를 같이 보고, 음악을 공유하고...전 이런 것들을 모두 결혼하면 남편과 함께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이와 함께 하고 있네요.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꼭 몇가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운동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더 좋겠지요? 운동이 제일 좋을 것 같기는 한데.

하늘바람 2011-06-2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댁은 정말 깔끔하네요 책도 정리 잘 되어 있고 그래서 다린이가 더 안정되어 보여요 부럽네요 다린이.

2011-06-21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1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1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6-2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옷과 헤드셋과 바닥에 깔린 매트랑 색감이 조화롭네요.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많지요~~ 저렇게 다스릴 수 있다면 지혜로운거구요.^^

hnine 2011-06-21 20:52   좋아요 0 | URL
사진 올리고 보니, 잠옷에, 요에, 아이의 자세하며...좀 부끄럽네요 ^^

순오기 2011-06-22 17:29   좋아요 0 | URL
부끄럽다뇨~ 이쁘고 보기 좋은데요.^^
 
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997년에 나온 이 책은 영국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해리포터와 함께 후보에 올랐다가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메달을 수상했다고 한다.
왜 해리포터와 비교를 하는가. 해리포터와 비교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누가 상을 받았느냐를 넘어서 해리포터의 뛰어넘을 수 없는 인기를 확인시켜주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으로써 이 책에 대한 선입관, 즉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고 해리포터 정도와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되겠다는 짐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나도 아마 그래서 이 책이 그렇게 눈에 많이 들어왔음에도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나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느 분이 책을 좋아하는 엄마가 아직 이 책을 안 읽었다고 하니 엄마는 어떻게 아직도 이런 책을 안 읽을 수 있냐고 했다길래 함께 읽어보자고 해서 나도 읽게 되었다.
출판사의 광고가 어떠했던 간에 해리 포터는 해리 포터이고 리버보이는 리버보이인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심리란 참 이상해서, 그렇게 주입이 되고 나니 읽고 나서도 나도 모르게 해리 포터와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해리 포터에는 있고 이 책에 없는 것이 있을 것이고 이 책에는 있으나 해리 포터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리버 보이'는 할아버지가 임종을 앞두고 완성시키고 싶어하는 그림 제목이기도 하며, 할아버지의 손녀인 제스가 강가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소년에게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책의 중반 쯤 왔을 때 나는 이 리버보이의 정체가 짐작이 되었다. 그러고나니 이야기의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가 되었다. '강'의 이미지가 그러하듯 이 책의 내용도 잔잔하기 그지 없다. 파도가 아니라 작은 물결 정도. 하지만 파도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빨리 가기가 아니라 오래, 쉼없이 가기 위한 지혜인 셈이다. 이 책에 더 이상의 이야기거리는 없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생활력 하나로 인생을 꿋꿋이 살아온 할아버지가 오늘 내일 하고 있는 가운데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집중 보호를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병원에서 나와 어릴 때 살던 시골 구석으로 들어가 다만 며칠이라도 살고 싶어한다.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녀 제스는 이런 할아버지를 모시고 당분간 시골 마을로 들어간다. 따분하기도 할 시골 생활이지만 할아버지와 각별한 친밀감으로 관계를 맺어온 손녀 제스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슬퍼하면서 끝까지 할아버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드리려고 애쓰는 가운데 그가 완성시키고자 하는 그림이 있음을 알게 된다. 손목 하나 가눌 힘이 없는 할아버지를 도와 제스는 드디어 그 그림의 완성을 보지만 기대와 달리 어두컴컴한 강물 그림에 지나지 않는 것을 보고 다소 실망도 하지만, 나중에 그것이 단순한 강물 그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강에서 만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와 맞물려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겪으면서 제스는 삶과 죽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는다. 강이 시작되는 시원지를 찾아 모험을 단행하고, 위험을 견딘 댓가로 보고자 하던 것을 마침내 보게 되고, 그 강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넓은 바다까지 조망하며 감격하지만, 결국 그 강은 바다로 흐르게 되어 있고 그 흐름그렇게 바다로 흘러들어감은 슬픈 일도, 아쉬워 할 일도 아닌, 극히 자연스런 일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 죽음과 잘 비유되어 그려져 있다. 죽음에 관한 슬픔은 그래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슬픔이라고 제스는 깨닫는다. 이런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부분이 아마 굳이 비교하자면 해리포터에는 없고 리버보이에 있는 것이 아닐까. 밋밋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가면서 거기에 철학을 담을 수 있다는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고품격 문학이 아닐까. 해리포터에는 아마 다른 방식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사는 것이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문제였다. 이 세상에 죽음처럼 허망한 것이 있을까. 그렇다면 삶 역시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 아닐까. 이런 쪽으로 생각이 흘러 우울로 빠지기 일수였다. 그러는 중에 이 책을 읽었고, 죽음에 대한 다른 관점과 만났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더 깊이 생각에 빠져보고 싶다.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싶다. 그것은 바다가 아니라 꼭 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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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6-1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많은 사람들이 해리포터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읽고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더군요.
이책 읽고 싶기는 한데 다른 책들에 묻혀 잊고 있었네요.
고품격이라고 하시니 읽고 싶어지네요.ㅋ

hnine 2011-06-19 05:0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귀소문으로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직접 읽어볼 생각을 못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기로 약속이 정해지고서야 읽게 되었어요. 드라마에도 막장 드라마가 있고 잔잔하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는 드라마가 있듯이 이 소설이 그런 것 같아요. 해리포터는 해리포터대로, 다른 소설이 넘보지 못하는 매력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