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남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떠난 사람에게는 있던 곳의 흔적이 없을지 몰라도
그 사람이 있던 곳에는 떠난 사람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아파트의 시멘트 담벼락을 덮어 또하나의 담을 이루던 장미 행렬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었다. 시들고 있는 장미, 그리고 그 장미가 붙어 있던 흔적의 꽃받침을 보며 한 생각이다. 집에 가방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왔다.
쓸쓸할 뻔 했는데, 사진을 찍는다고 이리 저리 앵글을 달리하다 보니, 꽃받침 뒤에 도톰하게 커져 있는 자방. 맞아. 저 속에 지금 씨가 여물어 가고 있는 중이지. 새로운 탄생!
흔적은 그냥 흔적이 아니었다. 

 


 

 

 

 

 

 

 

 

 

 

 

 

 

 

 

 

 

 

 

 

 

 

 

 

 

 

 

 

 

 

 

 

 

 

 

 

 

 

 

 

 

 

 

 

 

  

 

 

 

 

얘는 측백나무의 열매. 귀엽게 생겼다. 애기도깨비얼굴 같이 울툴불퉁. 

 

 

 

 

 

 

 

 

 

 

 

 

 

 

 

 

이렇게 미리 떨어진 애기 감도 딩굴고 있었는데 이건 아마 태풍 메아리 영향일지도 모른다. 

 

 

 

 

 

 

 

 

 

 

 

 

 

 

 오늘 겨우 비가 그쳤다 하고 있는데 또 몇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여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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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6-2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랑 사진이 참 잘 어울리고, 고와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좋으네요. 아 선명해라~~~

도서관에 7월 1일자 발령으로 마음이 심숭생숭합니다.
더 있어 주셨으면 하는 분이 가시거든요. 친구도 가고요.
당분간 많이 허전할꺼 같아요.
차라리 내가 떠나는게 낫지....

hnine 2011-06-29 14:26   좋아요 0 | URL
아, 세실님. 글 올리자 마자 읽어주셨네요.
싱숭생숭 하시겠어요 정말.
세실님이 남겨진 사람이 되는거죠?
남겨진 사람에겐 남겨진 사람의 몫이 있다고...아, 이 말이 어디서 나왔던 말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속마음은 허전할지라도 꿋꿋하게 맡은 일 잘 해나가실게 분명한 멋진 세실님이시지요 ^^

비로그인 2011-06-2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시 들렸다 갑니다.
사진 감상도 하고요. ^^ 음 음악 흔적도 좀 남기겠습니다아 :D


hnine 2011-06-28 06:04   좋아요 0 | URL
스카를랏티의 곡은 귀에만 익고 한번도 쳐볼 기회가 없던 곡입니다. 그래서 내가 아직 이르지 못한 어느 단계로 떠오르는 이름이라고 할까요.
담담한 곡을 담담하게 연주하는 Horowitz.
연주하는 손 모양이 잘 나와있군요. 손 모양 때문에 선생님께 주의를 받고 있는 아이에게 한번 보여주어야겠습니다.
이렇게 종종 남겨주시는 음악, 참 좋답니다 ^^

프레이야 2011-06-2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사진이 아주 근사해요.
자방에 눈을 두셨군요. 그런 것에서도 좀 힘이 되려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

hnine 2011-06-28 05:59   좋아요 0 | URL
9년째 제 손때가 묻고 있는 카메라로 찍었는데 아직 쓸만 한가요? ^^
사실 '흔적'이 남는 것도 무엇인가 남는다는 것이니 그리 쓸쓸해할 일은 아닌 셈이지요. '흔적없이' 라는 말에 비하면요.
어제 비가 잠시 그쳤었는데 곧 장마가 온다지요. 흠~ ^^

순오기 2011-06-28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자방'이란 말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그러고 보면 살면서 잊고 지내는 말도 많아요~~
마치 처음 만나는 것처럼 생소한 말들~~ 자방도 그러네요.^^
사진을 찍는 시선의 차이도 느끼는 아침의 신선함에 방긋!^_^

hnine 2011-06-28 06:02   좋아요 0 | URL
'자방'이란 말이 많이 쓰이는 말인지 모르겠어요. 더 일반적인 용어가 있는데 제가 생뚱맞은 단어를 쓴것인지...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도 그냥 들어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제 처럼 집에 들어가 일부러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와 셔터를 누르게 되는 날이 있더라고요.
오늘은 순오기님 아침 댓글 기운 받아 에너지 팡팡 솟는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

하늘바람 2011-06-2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나무가 측백나무네요.저도 사진 찍고파졌어요.

hnine 2011-06-29 05:45   좋아요 0 | URL
측백나무는 보면 금방 구별이 돼요. 무엇으로 눌러 놓은 것 처럼 납작하거든요.

울보 2011-06-2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측백나무,
이름을 이제야 알게 되네요,
저 열매 볼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참 묘하게 생겼다,,

hnine 2011-06-29 05:46   좋아요 0 | URL
울보님도 저 열매 보셨군요. 참 특이하게 생겼지요? ^^

담쟁이 2011-06-2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넝쿨 장미가 한창인 풍경이 참으로 흔했는데
요즘은 날이 너무 일찍 더워 그런지 장미의 존재감이 느껴지질 않네요..

hnine 2011-06-29 05:55   좋아요 0 | URL
저 장미가 저렇게 한번 지고 나서 또 피고 지고, 여러번 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조금 있으면 연꽃 피는 시기가 된다는데 연꽃은 보러 어디로 가야 볼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장미는 저렇게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