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남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떠난 사람에게는 있던 곳의 흔적이 없을지 몰라도
그 사람이 있던 곳에는 떠난 사람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아파트의 시멘트 담벼락을 덮어 또하나의 담을 이루던 장미 행렬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었다. 시들고 있는 장미, 그리고 그 장미가 붙어 있던 흔적의 꽃받침을 보며 한 생각이다. 집에 가방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왔다.
쓸쓸할 뻔 했는데, 사진을 찍는다고 이리 저리 앵글을 달리하다 보니, 꽃받침 뒤에 도톰하게 커져 있는 자방. 맞아. 저 속에 지금 씨가 여물어 가고 있는 중이지. 새로운 탄생!
흔적은 그냥 흔적이 아니었다.

얘는 측백나무의 열매. 귀엽게 생겼다. 애기도깨비얼굴 같이 울툴불퉁.
이렇게 미리 떨어진 애기 감도 딩굴고 있었는데 이건 아마 태풍 메아리 영향일지도 모른다.
오늘 겨우 비가 그쳤다 하고 있는데 또 몇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여 집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