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희망이나 긍정이 약간 투박해 보이고 갸웃거리게 했는데, 요즘은 그게 용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을 갖거나 뭔가 이해하고 화해하려는 태도가, 타협이 아니라 용기일 수 있겠구나 하는. 

 

 

유머는 자기를 타자화시키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했다. 타자화라는 것은 거리감각인 것 같다. 그 거리감이 그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또 상대나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위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같다. 농담이 좋은 것은 가벼워서가 아니라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이 아닐까. 부력과 중력 사이의 균형 같은.

 

  

 

- 김 애란, 2011년 6월 19일자 한국 일보 인터뷰 중에서 -

 

 난 이런 사람을 보면 참 신기하다. 이렇게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 한군데 치우치지 않고 유머와 용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아지려고 하다가, 또 나랑 다른 세계 사람 같기도 하다가, 존경스럽기도 하다가, 미워지려고도 하다가. 한마디로 나를 갈팡질팡하게 한다.  

결국은 마음에 들여놓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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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말이에요. 참 공감되기도 하구요.
문제는 마음관리와 실천의 문제 같아요.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아무래도 들여놔야겠어요, 마음에요^^

hnine 2011-06-25 08:21   좋아요 0 | URL
인생이 두근두근하다니...저에게는 참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말이었어요.
김애란은 경쾌하면서 깊이 있은 작가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표지도 예쁜 저 책을 저는 제 수중에 들여야 할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6-2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좋은 말이에요.2
공감도 되구요.2

hnine 2011-06-21 22:54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거리두기'란 말을 하곤 했는데 김 애란 작가가 말한 '타자화'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저는 말만 그렇게 했지 타자화는 커녕 지나치게 감정을 개입하고 나와 연관시켜 확대시켜 보고 있었네요. 작가라서 그럴까요? 나이가 많지 않아도 저렇게 통찰력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건지...그냥 읽고 지나칠 수 없어서 이렇게 옮겨왔어요.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저도 공감이 배가 되는군요 ^^

마녀고양이 2011-06-2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나인 언니의 느낌과 완전 공감.
음... 가끔 시샘하고 부럽고 그래서 멀리하다가도 결국 불나방처럼 달겨들고 말아요. ㅎㅎ

hnine 2011-06-22 16:17   좋아요 0 | URL
제 책상에 쌓여있는 세권의 책을 어서 읽고 이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처음 김 애란의 책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 다시 느껴보게 될까요? 나이가 많지 않은 작가라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었지요.

하늘바람 2011-06-2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로 얄밉게도 글잘쓰는 작가같아요. 젊은 작가상 수상작을 서점에서 들춰보다 돌아섰는데 또 신작을 내다니.

hnine 2011-06-22 16:17   좋아요 0 | URL
잘쓰지요. 정말 잘 써요. 그것도 남들과 다른 그녀만의 글을요.

sslmo 2011-06-22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어려운 얘기예요.
자기애와 자아존중감 사이가 그렇고요.
자신을 타자화 시키는 것과 객관화시키는 것 사이가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그것들을 아우르고 벼리는 hnine님이 그렇구요~^^

hnine 2011-06-22 18:25   좋아요 0 | URL
소설을 쓰는 작가가 단순히 스토리텔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보게 되어요.
아우르고 벼리는 것, 저의 취약점이랍니다. 제 전공 분야는 한 쪽으로 치우치기, 모든 것의 주관화, 감정이입하기, 뭐 이런 것들인걸요. 그래서 때때로 수습하느라 아주 힘듭니다 ^^

세실 2011-06-23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마음에 들여놓고 만다. 참 간결한 말이 이뻐요.
마음에 들여 놓았을때의 그 행복감 저도 알것 같아요~~~

hnine 2011-06-24 08:27   좋아요 0 | URL
내칠때보다는 들여놓을때 훨씬 행복하지요 ^^
청주는 어때요? 여긴 정말 어제도 지금도, 줄기차게 비가 오네요.
다 젖어버린 느낌이어요.
그래도 세실님 계신 곳은 반짝반짝 빛이 날 듯.

세실 2011-06-24 10:23   좋아요 0 | URL
어젠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출장이었는데,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신발속까지 물이 들어왔고, 원피스 자락이 다 젖었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내려왔답니다. 쇼핑도 하지 못하구요. ㅎ

hnine 2011-06-24 16:10   좋아요 0 | URL
으~~ 어떤 상황인지 알겠어요. 아무리 비를 좋아하는 분이라도 비에 옷이 젖는 것 까지 좋아하실까 궁금해지네요. 고속버스 혹은 기차의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젖은 원피스랑 신발을 상큼하게 말려주었다면 좋겠는데.
국립중앙도서관엘 저도 언제 가보았는지 까마득해요.방학 중에 다린이 데리고 중앙도서관에도 가보고 거기서 좀 더 가서 국립어린이도서관도 가보고 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1-06-2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좀 가벼워질려는 마음을 담고 왔는데 이런 글도 적어 주셨군요.
낮게 내려앉은 하늘이 한뼘쯤 올라간 느낌입니다.

hnine 2011-06-25 08:40   좋아요 0 | URL
하늘 좀 더 위로 올려주세요. 아주 제 머리 위까지 내려온 듯한 느낌이어요. 그래서 저는 며칠 동안 두문불출 하고 있네요 ^^

달사르 2011-06-2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김애란을 처음 만났는데요. 만나자마자 신간이 발간되어서 지를까말까 고민 중이에요. 수상집에서도 균형잡힌 느낌을 받았는데, 저런 멋진 인터뷰를 했었군요. 김애란 작가는 글도 멋지지만 저런 생각은 더 멋진 거 같애요. 멋진 사람. 아...저도 hnine님따라 마음에 들여놔야겠어요. ^^

hnine 2011-06-27 16:25   좋아요 0 | URL
결국 주문했는데 같이 주문한 다른 책때문에 아직도 상품준비중이라고 뜨네요 ㅠㅠ
인터뷰 중의 저런 말은 나이 50은 넘어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편견이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요즘 같이 톡톡 튀는 젊은 작가들의 대열에 있으면서 저렇게 통달한 말을 할 수 있다니 참...연구대상입니다. 이러다가 저는 김애란의 작품보다 김애란이란 작가 탐구에 더 관심을 쏟을지도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