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기도 하고, 놓쳤던 것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하다. 
아직도 그리움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그냥 감상으로만 남을 수 없는 곳. 

영국.
여행기보다는 그곳에 1년 이상 살면서 쓴 책들을 골랐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이식.전원경 지음 / 리수 / 2007년 1월
13,900원 → 12,51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2011년 08월 15일에 저장
품절

영국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있을까?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런던홀릭- 유쾌한 런더너 박지영의 런던, 런더너, 런던 라이프
박지영 지음 / 푸르메 / 2010년 7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08월 15일에 저장


기자 출신 답게 영국의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을 골고루 언급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예술가의 거리- 런던.비엔나.파리에서 만난
전원경 지음 / 시공사 / 2006년 5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450원(3% 적립)
2011년 08월 15일에 저장
품절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의 공저자인 전원경이 몇년 지나 런던을 다시 방문한 방문기행록이다.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 런던 아줌마 김은영의 페어플레이한 영국도전
김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09년 3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1년 08월 15일에 저장
절판

잠깐 방문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잠시 체류도 아니고 영국인과 결혼하여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영국 체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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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mee 2011-08-15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한테는 가보고 싶은 꿈속의 여행지인데,
너는 그렇지만은 않을거 같네.

hnine 2011-08-15 08:14   좋아요 1 | URL
오늘 너도 쉬는가보구나? 아이들도?
우리는 아닌거 알지? 나혼자 있다~

영국은 뭐랄까, 쓰고 맵고 그러면서 한편 뿌듯하고, 이런 아주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지 내게는. 상처인지 훈장인지 모를 흔적이 아직도 내 몸 여기 저기 남아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sangmee 2011-08-15 11:31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7월 30일 부터 성당에서 수능 기도 하는데,
평일엔 출근 때문에 집에서 혼자 하고, 주말만 가서 하고 있어.
오늘도 휴일이라 성당에 다녀왔지.
자식이 뭔가 싶다....
<우리 나라 종교가 구복 신앙이라서 맘에 안들어~>라고 남편이 그러니까,
경은이가 <아빠가 나 고3이라고 뭐 해준것도 없으면서... >
그러면서 섭섭해 하더라.
도와줄거 아니면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건데 .ㅎㅎ

hnine 2011-08-16 13:42   좋아요 1 | URL
뭐라도 해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일거야.
매일 기도하는 마음이 경은이에게도 통하겠지?
그래, 네말처럼 자식이 뭘까 싶구나.
모든 종교엔 구복의 목적이 있지 않을까?
경은 아빠는 한마디 거든다는 것이 타이밍을 못 맞춘 것 같네 ^^
경은이, 잘 할거야. 나는 뭐 해줄거 없나? 흠...

stella.K 2011-08-15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국하면 남다르시겠어요.
영국의 느낌이 그렇군요.
그 나라는 흐린 날이 많아 우울증을 달고 산다는 말도 있던데
실제로 그럴까 싶어요.
그렇다면 영국 사람들 기질적으로 우울한가요?

hnine 2011-08-16 13:45   좋아요 1 | URL
예, stella님. 남다를 수 없는 곳이어요 ^^
영국 사람들의 성격은 참 뭐라고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한마디로 솔직하진 않아요. 곧 <런던 홀릭> 리뷰 올리면서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지요.

다락방 2011-08-16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 도시를 여행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뉴욕을 말할건데요, 이상하게 런던에 호감이 가요. 거기에 대해서 무언가를 들은것도 아니고 아는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올리신 리스트의 모든 책들이 다 관심이 가요. 런던 홀릭 리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hnine님.
그 리뷰를 읽고난 후에, 이 리스트들중 한권을 골라 읽어야겠어요.
:)

hnine 2011-08-16 18:15   좋아요 1 | URL
뉴욕과 런던, 두군데 다 가셔야 해요 다락방님 ^^
곧 리뷰 올리겠습니다.
 

 

"저기 온다 코끼리!"
"맞아, 쟤야, 쟤."
점심 시간, 내가 급식실에 들어가자마자 수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 얼굴은 또 화끈거린다.
'휴~'
차라리 후련하다. 매일 급식실에 갈때마다 혹시나 듣게 될 그 수근거림 때문에 점심을 다 먹고 나올 때까지 줄곧 두근두근, 조마조마해야하는데, 오늘처럼 들어서자 마자 저렇게 수근거려주니 최소한 오늘은 더 이상 조마조마하면서 점심을 먹을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맞지? 딱 코끼리 아니니?"
"아이, 그래도 코끼리는 좀 심하다. 들으면 어떡해."
"우리 교복 색깔도 잘 받쳐주잖아, 회색 코끼리. 크크"
여기서 표정 변하면 안돼. 대책 안선다.
나는 안보이는 손으로 귀를 막고, 안보이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급식대 앞으로 나아간다. 급식 담당 아주머니께서 나를 흘끔 보시더니 식판에 밥을 듬뿍 퍼주신다. 저기 반찬 중에 내가 좋아하는 계란 말이가 보인다.
"저거 많이 주세요."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오고 있는 소리다. 아주머니는 두개 더 집어서 놓아주신다. 방금 전의 시무룩하던 마음이 금방 밝아진다.
이게 나다. 코끼리.
가까운 곳에 앉아 밥을 먹는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식판이 깨끗해질때까지.
먹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내 외모도, 아이들이 수근거리는 것도, 창피한 것도, 부끄러운 것도, 먹는 동안에는 다 잊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코끼리가 된다 해도 할 수 없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어린이집에 들른다. 동생 초록이를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초록이를 집에 데리고 온 후부터 엄마가 퇴근하실 때까지 내가 해야할 일은 초록이와 놀아주는 일이다. 내가 초록이만할 때는 엄마가 나를 다른 집 아주머니에게 맡겼었지만 초록이 돌보는 일은 나에게 맡겨졌다.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누나, 이 책 읽어줘."
교복을 갈아입고 나오니 이 녀석 벌써 책꽂이의 책을 다 뽑아 놓고 그 중 한권을 내민다.
<코끼리가 최고야>
'이건 뭐야? 하필이면 코끼리 책이야?'
초록이가 내미는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읽어주기 시작한다.
"덩치도 최고, 먹는 것도 최고, 그래서 싸는 것도 최고인 코끼리."
'그래 이런 내용일 줄 알았어.'
다음 장을 넘겨 계속 읽어주다가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진다.
'무지 큰 발에 다른 작은 동물들이 밟힐까봐 조심조심. 코끼리는 마음도 최고. 사자가 나타나면 큰 귀를 활짝 펴고 엄니를 쳐들어 사자가 슬금슬금 도망가게 하는, 코끼리는 힘도 최고......'
코끼리는 마음씨도 최고, 힘도 최고.
코끼리는 다른 동물들을 해치지 않아.

어린이집에서 피곤했는지, 초록이는 내 무릎 위에서 금방 잠이 들었지만 나는 읽은 책을 자꾸 다시 읽어보고 있다.

 

 --  아래 책을 인용하여 써본 짧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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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13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코끼리는 최고야, 책을 인용한 창작인거죠?^^
나는 어제 정말 코끼리 덩치만한 여고생을 봤는데,
여권봉사팀 정모에 나온 내 짝꿍의 딸~ 정말 놀랐어요.ㅜㅜ
하지만 코끼리는 힘도 최고, 마음도 최고라니까 근사해요!!

hnine 2011-08-13 08:48   좋아요 0 | URL
어쩌다가 이야기를 먼저 써보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코끼리가 등장하는 아이들책을 검색하다가 위의 책을 찾았어요.
사실 여고생때 제일 살이 찌기 쉬운 때 아닌가 싶어요. 저도 그랬던 것 같고 제 아래 여동생도 그랬고요. 먹성 좋고 스트레스는 쌓이고 따로 풀 방법은 없고 하니까요.
그런데 순오기님, 여권봉사팀은 또 뭔가요, 도대체 몇가지 활동을?? ^^ 저는 맨발 벗고 뛰어도 못따라갑니다 ㅋㅋㅋ

하늘바람 2011-08-1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
넘 근사합니다. 코끼리가 최고야라는 책 여러번 읽었는데 이런 생각 못했는데 말이에요.

hnine 2011-08-13 14:09   좋아요 0 | URL
역시 하늘바람님은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오늘 아침에 처음 발견해낸 책인데...

2011-08-13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8-1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뭉클뭉클! 더 써줘요!

hnine 2011-08-13 14:10   좋아요 0 | URL
더 얘기를 전개해나갈 능력이 없으니 어쩌지요? ㅠㅠ
마노아님이라면 더 재미있게 이어나가실수 있지 않을까요?

2011-08-13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4 0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1-08-1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코끼리하니... 토마스 프렌치의 <동물원>을 추천드립니다. 코끼리에 대해, 동물들에 대해, 지금까지 절대 가지지 못했던, 가질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감정들이 새로이 생겨나요. 즐거운 기분. 세상이 다채로워지는.

hnine 2011-08-14 18:56   좋아요 0 | URL
여기서 눈동냥 귀동냥으로 익숙해진 제목의 책이네요. 읽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절대 가지지 못했던 감정들을 새로이 불러 일으키는 글을 쓰는 작가란 얼마나 멋진 사람일까요!

하늘아로 2011-12-1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morning님 전 이 이름이 편해서 morning님이라고 부를께요!!!
이 글도 참 좋은것 같아요. 겨울방학 이벤트도 하실꺼죠???
 

 

지난 일요일, 태안 구례포로 반짝 캠핑. 
자고 오는 캠핑은 보통 남편과 아이만 가는데 캠핑의 맛을 보게 해준다며 안자고 당일로 가자고 해서 나도 함께 갔다. 집에서 새벽 6시에 출발, 태풍 소식이 있어서 그런지 고속도로도 한산하고 캠핑장도 한산했다.
밥 해먹고, 바닷가에서 놀고 있자니 3시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더 놀고 싶어하는 아이를 달래서 텐트를 걷었다. 덕분에 5시쯤,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남이 해주는 밥, 공짜로 먹으니 어찌나 맛있던지. 



  

 

 

 

 

 

 

 

 

 

 

 

  

대단한 음악광 났네요. 

 

 

 

 

 

 

 

 

 

 

 

 

 

 

 

 

 

 

 

 

  

 

 

텐트를 친 장소 

 

 

 

 

 

 

 

 

 

 

 

 

바닷가 가면서 수영복을 안챙겨갔다. 먹을 거리를 비롯해서 캠핑 장비 챙기느라고. 
결국 저 옷 다 젖고 말았다. 

 

 

 

 

 

 

 

 

 

 

 

내가 함께 가니 오랜만에 부자가 같이 나오는 사진도 찍어주고. 

 

 

 

 

 

 

 

 

 

 

 난 대부분 이러면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공주 휴게소. 특색있어서 찍어보았다.

 캠핑.
 색다른 경험인 것은 맞는데 아직도 자고 오는 캠핑은 망설여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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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앉아 계시는 모습이 꼭 여왕폐하 같네요 ㅎㅎ
저도 하루 자고 오는 캠핑은 망설여지는데... 이건 담력이 부족한 탓일까요?

hnine 2011-08-12 05:15   좋아요 0 | URL
포즈가 그렇지요? 평소엔 무수리, 가끔은 저렇게 여왕 기분도 내보고요.
여자들은 열에 아홉은 자고 오는 캠핑, 찜찜해하지요. 가는 곳이 어드든 잠은 초소한 제대로 된 곳에서 자고 싶어하거든요. 그래서 캠핑 안내책 뒤에는 부록으로 엄마를 캠핑에 동참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있더군요.

순오기 2011-08-1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보기 좋아요!
다린이 조금 더 크면 같이 안 다닌다고 할텐데~
기회 있을때 부지런히 같이 다니며 추억을 쌓아야죠!^^

hnine 2011-08-12 05:18   좋아요 0 | URL
네~ 추억쌓기^^
형제 없는 아이에게는 부모와의 추억이라도 많이 만들어주어야지요.
힘이 넘쳐나는 한창때 아이에 비해 엄마는 자꾸 에너지까 딸려서, 폼은 좋지만 위의 사진처럼 저렇게 앉아있는 쪽을 택하게 되네요 ㅠㅠ

turnleft 2011-08-12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좋고 공기 좋으면 새벽에 별 보는 맛이 좋아요.
자고 오는 캠핑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hnine 2011-08-12 05:20   좋아요 0 | URL
그말씀을 많이 하시더군요. 캠핑가서 밤에 보는 별이요.
저도 볼 기회를 만들어야겠지요?
캠핑 장비 (꽤 비싸고 종류도 많더군요) 사들이는 남편 보면서 못마땅해했었는데 이번에 마음이 조금 달라지긴 했어요. 말씀대로 자고오는 진짜 캠핑도 곧 해볼지 몰라요 ^^

하양물감 2011-08-12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결혼전엔 캠핑도 자주 갔던 것 같은데, 결혼 후엔 쉽지 않더라구요.
이제 한솔이도 제법 컸으니 한번 시도해보고싶은데.....

아는 친구네는 짠돌이남편이 캠핑장비 사들이는데는 돈을 펑펑 쓴다고 잔소리해대더니 이번 휴가때 제대로 캠핑장가서 즐겼던데요? ㅎㅎㅎ 난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hnine 2011-08-12 13:17   좋아요 0 | URL
캠핑 장비가 생각보다 종류도 정말 많고 가격도 꽤 되더라고요. 한번에 다 장만하긴 부담되고 필요한 것 부터 조금씩 사모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른도 어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각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는 것, 이게 저를 움직인 동기중 하나였답니다. 결혼 전에 자주 가보셨다니 하양물감님, 그 재미를 잘 아시겠네요. 지금 한솔이 나이 정도면 시도해볼만 할 것 같은데요?

하늘바람 2011-08-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레만 없음 전 좋은데
저곳 좋은데요
우리는 날마다 캠핑을 꿈궈요 하지만 가도 남이 안해줄것같아서 ㅠㅠ

hnine 2011-08-12 13:20   좋아요 0 | URL
야외이다보니 벌레가 없을 수가 없지요. 텐트에 모기장은 필수이고요, 피우는 모기약, 바르는 모기약, 다 챙겨야하겠더라고요.
저희도 작년에 행동으로 착수하기까지 꿈만 꾼 기간이 꽤 된답니다. 집 떠나면 일단 고생이라는 생각에 안간다고 버티다 나선 걸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섬사이 2011-08-1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캠핑, 아이들의 로망이죠.
근데 저도 캠핑은 영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했어요.
hnine님이 앉은 의자, 그 앞에 쌓인 몇 권의 책들, 그 뒤로 펼쳐진 초록 숲, 그 앞으로 펼쳐져 있을 바다... 그 장면 속에 슬쩍 들어가 나도 저 만큼 떨어진 곳에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

hnine 2011-08-13 04:59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저도 자고 오는 캠핑은 아직 내키지 않아요. 그런데 저렇게 당일을 계획하고 새벽부터 한산한 도로를 타고 달려 아침에 도착한 바닷가, 그리고 소나무 숲, 선풍기 없어도 시원하게 야외에 앉아 책에 몰입할 수 있는 것, 밖에서 해먹는 밥 등, 모두 괜찮았습니다. 한번 시도해보세요 ^^

울보 2011-08-1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 휴가 인데 회사 출근했어요, 내일도 출근할거랍니다,
그러면 아이랑 놀시간이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인데,
일요일은 시어머님 생신으로 시댁에 가야 하고, 월요일에 어디를 갈까 생각중인데 당일치기로 갈만한곳이 어디 없을까 류는 바다를 보고 싶어하는데,,
화요일에는 아랫집 아이가 올라와서,,에고, 류에게 살짝 미안해지네요,,
그나저나 부자의 모습이 너무 다정스럽네요, 아드님이 많이 자랐네요,

hnine 2011-08-13 05:01   좋아요 0 | URL
휴가때 출근이시라니요. 옆지기님도 가족도, 안타까우시겠어요.
내일은 시댁에 가신다고 했고, 오늘 류랑 가까운곳이라도 가볍게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광화문 교보 지하에서 동화작가 김향이 님이 인형 전시회 하던데 거긴 어떨까요? 예쁜 인형 가방도 팔던데요.

stella.K 2011-08-1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저 부자가 찍은 사진 어찌보면 넘 절묘해요. 아실라나...?ㅋㅋㅋ

hnine 2011-08-13 05:02   좋아요 0 | URL
파도 위로 폴짝 하는 순간을 찍는다고 찍은 것인데 제가 타이밍을 놓쳤어요. 절묘한가요? 솔직히 무지 식상한 사진이잖아요 ㅋㅋ

2011-08-13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13 14:05   좋아요 0 | URL
푸하하~~ 진짜 그렇네요 ^^
비밀글로 안하셔도 될듯한데요? 낄낄...

2011-08-13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4 0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gmee 2011-08-14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고 오는 캠핑도 따라 가봐~~~

hnine 2011-08-14 08:21   좋아요 0 | URL
그럴까? 과연 잠이 올까? 꼭두새벽부터 일어나는 버릇있는데 거기선 뭐하지?
일단 해보구 말하라구? 알았어 알았어 ^^

상미 2011-08-15 08: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잠 못자면 노래 듣고 그러면서 하룻밤 세우고 다음날 자면 되지 뭘~~
뭐든 도전해봐~~~

hnine 2011-08-15 08:15   좋아요 0 | URL
그래 그래, 노래 듣다 지치면 노래를 만들고, 책 읽다가 지치면 책을 쓰지 뭐~ 킬킬

꿈꾸는섬 2011-08-1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캠핑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요. 남편은 아이들이 어리니 일거리가 너무 많고 위험하다고 아이들 초등학교 들어가면 그때 생각해보겠대요. 너무 멋진걸요.^^

hnine 2011-08-18 06:04   좋아요 0 | URL
일거리가 많고 위험하다...남편분께서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군요 ^^
틀린 말은 아닌데 재미가 더 큰가보더라고요. 저는 잠은 안자고 왔으니 진정한 캠핑은 저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는지도 몰라요.
 
따라 쓰다 (1/2)

 

운전사는 겸연쩍은 듯 씩 웃었으나 나는 이미 억지웃음을 지을 만큼의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파트 문 손잡이에 열쇠를 밀어넣었다. 예상대로 집은 어두웠고 방안에는 남편이 딸아이를 데리고 자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공부방으로 와서 책상 앞에 앉았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던 나는 막바지 일주일 동안 여관에 출근하고 있었다. 남자작가들이야 감독과 함께 숙식하면서 글을 쓰지만 내가 여자라는 점을 참작해 우리는 주로 다방 같은 곳에서 일을 했다. 그러나 진도는 생각만큼 잘 나가지 않았다. 촬영개시일은 다가오고 있었고 감독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도 않았다. 여관작업은 내가 제의한 것이었다. 여자작가를 택했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나의 오기도 작용했다. 연출부 세 명과 함께 여관에 들었지만 나는 거기서 잘 수는 없었으므로, 아침에 그들이 잠이 깰 때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편법을 썼던 것이다. 그날도 그랬다. 작가인 내가 차마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머뭇거리다가 열두시를 십오분 남겨놓고 일어섰을 때, 닫히는 여관방 문 뒤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저 여자 남편도 참 대단하다. 나 같으면 저렇게 늦게 다니는 마누라 안 데리고 살지.”
그리고 높은 웃음소리들.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책상서랍을 열고 의미없이 지저분한 책상속을 뒤적거렸다. 툭 하고 편지가 떨어졌다. 미국에 유학중인 내 친구가 삼년 전에 보내온 편지였다.
“민희야, 제발 우리 부모님을 좀 설득해줘. 설사 그가 이혼한 경력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를 선택 못할 이유는 없어. 만일 부모님 말대로라면 우리는 시장에 가서 제일 좋은 조건의 신랑감을 골라야 해. 하지만 너도 알잖아. 우린 그저 다른 여자들처럼 그러려니 체념하면서 우리의 인생을 남편한테 얹혀살진 말자고……”
나는 편지를 읽다 말고 그 자리에 엎드렸다. 그날 아침 나는 거의 일년 만에 그 친구의 국제전화를 받았었다.
“민희야, 나 이혼해……”
그 친구의 남편은 자신이 먼저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이 친구에게 학위를 포기하고 같이 모국으로 돌아가기를 종용했던 것이었다. 그 고민에 대한 편지를 받은 지 거의 이년이 지나 있었다.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통증 같은 것이 느껴졌지만 내 눈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나는 빠져나오지 못한 슬픔이 그저 내 어깨를 자꾸 삐그덕거리게 하는 것을 느꼈을 뿐이었다.
“저, 저……”
누군가 나의 팔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거의 발작적으로 팔을 뿌리치고 일어나 앉았다, 잠깐 여기가 어디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 앞에 옷을 단정히 입은 현이가 앉아 있었다. 현이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꿈을 꾸시는 것 같아서.”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시계를 보니 다섯시 사십분, 아직 동도 트지 않았다. 방문 밖에서 분주히 오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현이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집 대문이 열려 있었고 김만석씨와 그의 부인이 서울로 가는 트럭에 부지런히 꿀통을 싣고 있었다. 한 박스에 일리터짜리 꿀통이 열두 개씩 들어 있는데 그것을 트럭에 나르고 있는 것이었다. 안녕히 주무셨냐는 인사도 드릴 겨를 없이 나도 그들이 하는 대로 꿀통을 날랐다. 현이 어머니는 꿀통 개수를 체크하랴, 부엌에 드나들며 국을 끓이랴, 첫차를 타고 순창 읍내로 통학하는 현이의 상을 따로 차리랴 정신이 없었다.
꿀통 나르기가 대충 끝났을 때 나는 부엌으로 들어섰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아궁이와 가마솥이 놓인 부엌이었다. 민속촌에서밖에는 나는 그런 부엌을 본 기억이 없었다. 민속촌과 다른 것이 있다면 부엌 상단에 생뚱맞게 놓여 있는 가스레인지 정도일까.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셋이 제각기 학교로 갔다. 김만석씨도 작은 트럭을 타고 읍내로 떠났다. 부엌에 수도가 없었으므로 나는 그릇들을 모아 마당으로 나왔고 거기서 쭈그리고 앉아 설거지를 했다.
시린 손을 말리면서 툇마루에 앉아 있자니 비로소 마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삼십여 호 되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그중 다섯 집 정도는 빈집이었고 그나마 나머지 다섯 호 정도도 노인들이 혼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김만석씨 댁과 이웃하고 있는 네 채의 집도 원래는 모두 빈집이었는데 그중 두 채에 노인들이 며느리와 떨어져 들어와 있다는 것이었다.
까치밥 몇 개를 남겨놓은 감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푸르고 맑았지만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 한옥의 그늘에는 괴기스러운 침묵만 가득 차 있었다. 노인네들 돌아가시고 나면 이제 몇집 안 남게 되겠지. 이곳에 오기 전에 자료를 읽은 바에 의하면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에 대비하기 위해서 농촌인구를 오 퍼센트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일인당 경작면적을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 마을을 돌아보았을 때 우리의 선대들이 한톨의 낟알이라도 더 얻기 위해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자갈을 골라내고 개간해놓은 밭은 잡초 무성하게 버려져 있었다.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서였다. 농촌인구의 고령화, 농업의 집단기계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숫자상의 인구를 줄이는 일이 경지면적을 확대하는 일인 양 알고 있는 그들이 좋은 대학을 나온 유수한 농업문제 각료들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곳에 온 지 열두 시간도 안 hel는 나도 깨닫는 일을 그들이 모르고 있다니. 그것은 내가 이땅의 관료들에게 기대를 가질 만큼 순진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안이하게 제시한 정책들이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을 훼손할 것인지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현이 어머니와 나는 갈퀴를 하나씩 들고 뒷산으로 향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것은 거개가 늙은 사람들이었다. 현이 어머니는 이 마을에서 삼십대 주부가 자신과 이장 부인 둘뿐이라고 했다. 역설적으로 이 마을에는 장가를 못 가 속을 태우는 농촌 총각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처녀는 물론 남아 있는 젊은이라곤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냐고 나는 묻지 않았다. 이 대한민국에서 그걸 물어볼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일을 하겠다고 대갈퀴를 손에 잡을 때부터 현이 어머니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뒤숭숭한 살림에 군식객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이 어느정도 가신 모양이었다. 우리는 대나무갈퀴로 숲에 떨어진 솔잎들을 긁어 나뭇단을 만들었다. 그 나뭇단의 구조는 도회에서 자란 내게는 참으로 신기한 것이었다. 우선 활엽수의 가지들을 낫으로 잘라 석 삼자 모양이 되게 놓은 다음 그 위에 활엽수의 잔가지들을 얼기설기 놓고 다시 솔잎 긁은 것을 올려놓았다. 소나무 이파리들은 갈퀴로 몇번 긁어주면 마치 잘 빗질된 짐승의 털처럼 일렬로 잘 누워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 솔잎 긁은 것을 보통사람의 키만한 길이와 허리쯤 되는 높이로 쌓고 그 위에 다시 활엽수의 잔가지를 놓고 밑에 깔아놓은 새끼줄을 들어 묶으면 되는 것이었다. 성냥불 하나만 켜 대면 곧 타 없어질 것 들이지만 하나하나 좀더 예쁜 모양으로 배치하고 좀더 단단히 묶으려는 현이 어머니의 굵은 손마디가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옛날에 나무꾼들이 이걸 장에 내다 팔 때는 더 예쁘게 묶으려고 했었지요.”
어느새 볼일을 마치고 산으로 올라온 김만석씨가 말을 거들었다. 김만석씨는 우리가 묶어놓은 것들을 산 아래로 날랐다. 나는 거의 힘든 일은 하지 않고 갈퀴질만 했지만 허리가 몹시 아팠고 배도 고팠다. 나는 아침밥상에서 지레 겁을 먹고 밥을 덜어놓았던 것을 생각하며 혼자 미소를 지었다. 대학 사학년 때였던가, 여행중에 거제도에 있던 선배네 집을 들렀을 때 커다란 스텐주발에 고봉으로 밥을 퍼주시던 선배의 노모. 성의를 무시한다 생각할까봐 그 밥을 다 먹고 배탈이 나서 여행의 마지막을 죽을상을 하고 다녔던 기억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밥의 양에 대해 공포를 가졌던 것은 그만큼 내가 육체노동을 기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몰랐다.
잠시 후, 김만석씨가 무를 두 개 뽑아가지고 오셨다. 우리는 잠시 쉬기로 하고 산비탈에 앉았다. 올라올 때는 몹시 추웠는데 이제는 산위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김만석씨는 낫으로 무껍질을 벗겨 내게 먹을 수 있겠는가를 물었다. 왜 먹을 수가 없겠는가, 나는 어른 팔뚝보다 크고 굵은 그 무를 다 먹어치웠다.
마치 우리의 옛 농부를 연상시킬 만큼 자존심이 세어 보이는 김만석씨는 내가 일하는 것을 보고 어느정도 나에 대한 딱딱한 태도와 경계심 ---- 사실 이것은 내상상에 비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시골에 가본 경험이 거의 없던 나로서는 여섯살 무렵, 먼 친척 할머니 댁에서 내게 보여주었던 환대를 기억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월은 이미 이십오년이 넘게 흘렀고 그 세월은 이 시골사람들로 하여금 도화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경계를 품게 하기에 충분한 세월이었으리라 --- 이 누그러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 아래로 버스가 지나갔다. 이 마을에 버스가 들어온 지 겨우 오륙년. 그러니까 우리가 팔육, 팔팔 어쩌구 하며 선진조국의 꿈을 끊임없이 강요당하던 그 무렵에도 이 마을 사람들은 순창읍에서 이십여 리 길을 걸어다닌 것이었다.
“처음 시집올 때 광주 친정에서 담양으로 해서 택시를 타고 오는디 눈앞이 깜깜하두마.”
현이 어머니는 그때 일을 생각하는지 희미하게 웃으셨다.
“두 분 늘 이렇게 같이 일하시면 좀 지루하지 않으세요?”
현이 어머니와 김만석씨는 잠시 서로 마주보더니 쑥스럽게 웃으셨다.
“왜요, 없으면 오히려 힘들고 허전하제.”
김만석씨와 현이 어머니가 여자가 일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싸우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땅바닥에 자꾸 의미없는 금만 그었다.
“아가씨는 농촌에 시집와서 살 마음이 있소?”
김만석씨가 물었다.
“아뇨.”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김만석씨도 현이 어머니도 놀라지 않았다. 우리의 고향이었던 그 푸른 농촌이 이제 그들이 낳은 젊은이들로부터 버림받는 것이 결코 땅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으리라.
내려오는 길에 김만석씨의 포도밭에 들렀다. 재작년에 심었다는 포도는 어려서 아직 가지들끼리 손잡지 못하고 있었다. 논농사 밭농사, 소 기르기까지 실패하고 심었다는 이국의 포도나무 밭에서 김만석씨와 부인은 심각한 얼굴로 이것저것 상의를 하고 있었다.
나는 좀 떨어진 곳에서 포도나무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포도는 재벌의 포도주공장에 싼값으로 팔려갈 것이고 부자들의 만찬에 애피타이저로 오를 것이다. 김만석씨와 그 부인은 저 포도주를 맛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들은 그 시간에 미국에서 수입된 콩으로 만든 두부를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포도밭마저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이들은 이렇게 나란히 서서 다른 작물에 대해 상의할 수 있을까.
남편의 글은 과격하거나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자꾸 되돌려져 왔다. 대신 나의 글은 그런대로 무난하다는 평을 받으며 게재되곤 했었다. 한때 우리도 저렇게 나란히 앉아 문학과 정의와 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를 격려했지만 그는 자꾸 슬럼프로 빠져들고 있었다.
우리가 반대의 입장에 놓여 있었다면 파국이 왔을까. 하지만 그것이 모두 그의 잘못을 아니었다.
“왜 억울하다고 하셨어요?”
잠자리에 들었을 때 현이가 겸연쩍어하면서 내게 물었다. 내가 아침에 억울하다고 잠꼬대를 했다는 것이었다.
“글쎄 난 안 죽었는데 날 보고 누가 자꾸 귀신이라고 하잖아.”
“구신요? 왜요?”
“비오는 날 흰옷을 입었거든.”
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느끼며 돌아노웠다.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귀신들은 모두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소복을 한 여인네들이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이야기는 할머니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것이었다.
“여자들이 독하지. 니도 기가 세서 걱정이다. 여자는 그저 남편 하늘같이 받들고 자식새끼들 보믄서 살아야 하는데.”
할머니는 베갯머리에서 설핏 잠이 든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리곤 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반박하지도 않고 그대로 콧방귀를 뀌곤 했었다. 첫날밤, 남편에게 소박을 맞고 거의 이십년을 혼자 살다가 우리 할아버지의 재취로 들어온 할머니에게 아니라고 강변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린 나이에도 나는 그저 할머니 앞에서는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조용해지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결국 할어버지의 첫번째 부인과 같은 병, 울화병으로 돌아가셨다.

그 집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망연히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그 집에 데려다주고 현이 어머니는 벌써 길 아래로 사라지고 계셨다. 집을 잘 못 찾은 것 같았다. 내가 들어선 집은 폐가 중의 폐가였기 때문이었다. 부서진 부엌의 문, 마당 가득 쌓인 가구 부스러기들, 장독대가 있었으나 그것은 다른 빈집에도 있었던 것이었다. 서둘러 현이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 집의 부서진 문을 열고 키가 훌쩍 큰 여자가 나왔다.
“꼴이 심란허제? 사는 게 심란하당께.”
심란하다는 말은 아마도 집안이 어수선한 것을 말하는 모양이었는데 그 말의 뉘앙스가 이 집의 분위기와 참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부엌 앞에 놓인 바구니에서 감을 하나 골라 내게 내밀었다.
내가 툇마루에 걸터앉아 삐죽삐죽 감을 먹고 있는 동안 그녀는 고무다라이 속에 풀주머니 같은 것을 넣어놓고 맨발로 그것을 밟았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 왜 물어보지 않는겨?”
나는 사실 그 집의 모양새에 대해 거의 넋이 빠져 있었고, 이런 집에서 미꾸라지를 팔아 어렵게 사는 그녀가 왜 저렇게 방실방실 웃어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김만석씨 댁이 민속촌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집은 아예 신석기시대 같은 느낌이었다.
“뭐하시는 건데요?”
나는 마치 국민학생처럼 그녀가 하라는 대로 물었다.
“알아맞혀봐. 시큼한 건데.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와 스무고개를 할 생각은 없었다.
“몰러? 누룩 뜰 밀이여. 술 담그려고. 누가 부탁을 혀서.”
그때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방안에서 기척이 났다. 사람의 소리라고 하기에는 아주 낮고 쉰 목소리였다. 이 집에 왹 전에 현이 어머니에게서 이 집의 남편이 알코올중독자라는 말을 들었는데 저 목소리가 사람의 것이라면 그 남편이리라.
“손님 왔응께 조용히 있어요. 나 밭에 갔다 올 테니께.”
그녀는 내게 한 눈을 찡긋하더니 나를 잡아끌었다. 커다란 고무대야와 마부대를 들고 우리는 밭으로 향했다.
“처녀가 이런 데 혼자 오면 집에서 걱정들 안혀?”
“저 처녀 아니에요. 아이도 하나 있어요.”
내가 철부지 아가씨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편이 이야기하기가 쉽겠기에 그렇게 말했다.
“그럼 남편은?”
“서울에요.”
“왜 같이 안 오구?”
“잡지사 부탁으로 취재하러 왔는데요.”
“아아, 난 또 혼자 방황하러 왔는 줄 알았제.”
시골 아낙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었다. 나는 픽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왠지 그녀가 묘하다는 생각을 했고 가슴 한구석을 찔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순임이가 대학에 가고 싶어한다면서요?”
“아이들 셋이 모두 공부를 잘하니 걱정이제. 하지만 딸년 대학 보낼 돈이 어딨어? 지는 장학금 받을 수 있는 데로 간다고 하지만……”
말투는 어두웠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자랑스러웠다.
나는 그녀를 따라 시커먼 결명자를 털었다. 좁쌀보다 조금 큰 알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우리 밭 꼴도 심란허제? 남들은 발써 다 거둬들였는데 어디 내가 시간이 있었어야제…… 아까 순임이 야그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난봄에 순임이랑 같이 핵교 댕기던 기집애 둘이 부산 신발공장으로 떠났어. 속으로 저것이 쟈들이랑 같이 간다 그라믄 얼매나 좋을까 생각이 들더만…… 내 한번은 핵교 그만두라고 했더니 글쎄 이것이 사흘 동안 밥을 안 먹더라구. 내가 졌제. 헌데 신랑은 뭐해?”
“……글써요.”
“그랴. 같이 글쓰고 좋겠네. 근데 연애했나봐?”
“그랬죠.”
내는 내가 결혼했다는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내게 물었다. 아이는 몇살이냐, 지금 누가 보느냐, 남편이랑 사이는 좋으냐.
“고추가 시들었네요.”
나는 결명자를 털다 말고 고추밭으로 갔다. 다 붉어지지 못한 고추가 그저 약만 바짝 오른 채 시들고 있었다.
“놔둬, 따봤자 똥금이여. 우리 식구 먹을 것만 대강 땄어.”
하지만 나는 고추를 땄다. 오랜 시간, 인간의 지혜와 노동이 뿌린 씨앗에 대해 대지는 평등한 선물을 주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조차 다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거의 날이 어둑해졌을 때 나는 마대 가득 고추를 딸 수 있었다. 고추 딴 것을 어깨에 지고 우리는 함께 그녀의 집으로 갔다. 국민학교 삼학년짜리 막내가 돌아와 있다 그녀를 보자 달려와 짐을 받아들었다.
그녀는 가려는 나를 억지로 잡아앉히며 꼭 저녁을 먹고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알코올중독자 남편이 마음에 걸렸다. 술에 젖어 있는 사람이라면 낯선 여자 앞에서 발작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녀가 말했다.
“행패는 안 부려.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어.”
나는 묻고 싶었다. 아저씨와 이혼하고 싶은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밉제. 밉당께.”
그녀는 또 웃었다. 밉긴 왜 미워 하는 얼굴이었따.
“들어가, 찬데. 얼렁.”
나는 하는 수 없이 장지로 안방과 통하는 아이들의 방으로 들어섰다. 열린 장지문 사이로 순임 아버지의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평 좀 넘을까, 서까래에서 금방이라도 흙이 와르르 쏟아져내릴 것 같은데 알전구가 휑뎅그레 매달려 있고 흙이 드러나도록 좀 작은 비닐장판이 깔려 있었다. 커다란 쌀독과 아이들의 앉은뱅이책상이 하나 있을 뿐, 을씨년스러운 방이었다.
그녀는 낡고 때묻은 이불을 내 무릎 위로 덮어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고상한 거는 말로 다 못혀. 우리 둘째녀석은 나가 길바닥서 났는디……”
그녀는 마치 옛친구를 만난 듯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아, 순창 시장서 시금치를 파는디 아가 나오려고 하는겨. 이십리 길을 걸어 집으로 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길바닥서 낳을 수는 없고 혀서, 나도 모르겠다, 읍내 산부인과로 달려갔지. 헌데 병원 문을 여는디 그만 그 녀석이 나와버린겨. 난생 처음 병원 침대에 누워 호사스레 지냈제…… 이 야그가 여러 책에 나왔어.”
그녀는 방구석에서 소책자 몇권을 꺼내서 내게 보여주었다. 전북 여성농민회 같은 단체들에서 낸 소책자였다. 알코올중독인 그녀의 남편을 부양하며 사는 그녀의 이야기가 고난받는 여성의 표본으로 고통스레 그려져 있었다. 그런 이야기라면 여러 번 읽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주인공인 그녀가 자랑스레 웃으며 그런 말을 꺼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더더구나 나보다 더 행복한 얼굴로 살아갈 것이라고는. 나는 갑자기 할말이 없었다.
“저, 아저씨는 하루 종일 뭐하세요/’
“그냥 있제.”
여러 번 물었지만 똑 같은 대답이었다. 그냥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나는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 짓도 안한당께. 그냥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일어나고 또 눕고 그랴.”
“술은?”
“못 마시게 혀도 소용없어. 딱 끊어버리믄 되는디, 그라믄 될 텐디.”
“병원에라두…… 아니면 여러 어른들이 지키고서 한 일주일간이라도 술을 못 드시게 하면……”
“안돼. 그라면 저 냥반은 죽어.”
나느 ㄴ상식적으로 말해본 것이었으나 그녀는 뜻밖에 완강했다. 나는 갑자기 그녀가 나를 향해 단단한 자물쇠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글쎄 우리가 이해 못하는 점이 바로 그거야. 술을 못 먹게 하믄 되는디 사다준단 말이여…… 젊었을 때 순임 아버지가 인물 좋아 바람을 좀 폈지. 순임 어매는 그저 남편이 허튼짓 안허고 집에 있는 것만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 같어.”
현이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저녁이 준비되었고 나는 순임 아버지와 대면하게 되었다. 까맣게 타들어간 얼굴, 초점 없는 눈동자. 한때는 건강했으나 바스러질 것처럼 마른 몸. 막상 밥상을 대하고 마주앚자 오히려 쓰잘데없는 두려움 같은 것은 일지 않았다.
“원래 술을 입에도 못 댔더랬는데, 뭣이냐, 그 노풍벼 땜시 빚지고 소 키우다 망하고 그 담부터 이렇게 되았어.”
안방 벽면 높은 곳으로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희고 맑은 얼굴, 감수성이 예민해 보이는 눈. 순임 아버지의 사진이었다. 밥을 씹다가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저 영민한 청년은 왜 이 값싼 소주에 제 몸을 버리는 늙은이가 되었는가, 순임 어머니는 왜 치매상태로라도 남편을 붙들어매놓지 않으면 안되는가, 순임이는 왜 공부를 잘하는가, 공부를 잘하는 순임이는 왜 대학에 갈 수 없는가, 순임이의 친구들은 왜 모두 신발공장으로 떠나버렸는가, 왜 이곳에선 소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왜 콩밭은 포도밭이 되었는가, 왜 그는 나를 그토록 자신 속에만 가두고 싶어했을까, 나는 왜 모든 걸 버리고 이곳까지 와 있어야 했던가.
나의 괴로움은 내가 그 모든 것의 대답을 알고 있다는 데 있었고, 그러면서도 그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었고, 또 내가 순간적으로 포착한 절망을 아득하고 여우언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는 데 있었다.


하늘은 아주 맑아 있었다. 버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는 마을 어귀에 서 있었다.
“그래, 사흘 묵고 나서 농촌에 대한 기사를 쓸 수 있겠어요?”
김만석씨가 웃으며 물었다.
나는 혼자서 고개를 저었다. 걸코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암바도 쓰기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우리의 이 아름다운 땅과 마음을 황폐하게 했는지, 무엇이 우리 서로를 가두어 물어뜯고 할퀴는지. 나는 적어도 이제는 내 머릿속에서 미리 만들어놓은 관념으로 사람을 재단하지는 말아야 했다. 회피하지 않고 나가고 싶었다.
“내일은 장날이라 마중 못허겄네. 시장으로 들를쳐?”
어제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으나 나는 순임이 어머니에게 들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갑자기 불행 앞에서 그녀가 그토록 행복해할 수도 있는가 하는 따위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던 것이다. 내가 들르든 그렇지 않든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녀는 행복했던 것이 아니고 말할 수 없이 꿋꿋했던 것이다. 절망 따위의 말 같은 건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방황하러 온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시골 아낙이 뱉기에는 너무도 문학적인 말을 뱉어놓고 결명자를 쓱쓱 베던 그녀였다.
그리고 버스가 왔다.
"참 감사했습니다.”
읍내로 가는 할머니들이 올라타고 내가 맨 마지막에 탔다. 김만석씨 부부가 오래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멀어져가는 순안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다시 절망이라든가 하는 말은 결코 쓰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이제 그 절망을 버리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서울로 가는 직행버스를 타기 위해 순창읍에서 내렸다.  

(1992, 샘이 깊은 물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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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독설 2 -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아기를 낳고 휴직했다가 이제 아기가 돌 겨우 지나 복직을 앞두고 있는 친구가 있다. 지금 그 복잡한 머리 속이 보이는 듯 하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일하면서 아이 키우면서 살림하기' 프로젝트에 대해 전화로 암담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읽을만한 책을 권해달란다. 예전에 읽은<엄마 학교> 와 최근에 읽은 <언니의 독설> 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상반되는 내용의 책인것 같지만 읽어보면 다르지 않은 이야기이다. 내가 '언니의 독설 1권'을 읽었을 때 2권은 책 정보에 뜨기만 하고 출간은 되기 전이었다. 이제 2권도 나왔을테니 너는 2권도 함께 읽어보라고 했더니 내게도 2권을 보내왔다. (고마와, 친구야) 

제발 시어머니 될 사람 좀 보고 시집 가.(64쪽)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결혼은 당사자 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저자가 여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는지 아닌지를 보라는 것이다. 이 단도직입성이란. 살아보니 일하는 여자한테는 시어머니가 '굉장히' 중요하더라는 말은, 일하는 여자에게는 지원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 (남편 말고)이다. 그리고 그 지원군은 애보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일하는 아줌마를 써도 마음을 턱 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하다 말고 뛰어와야 하는 상황이 꼭 발생한다. 그때 대신 뛰어가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시어머니에게 전적으로 다 맡기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지원군을 옆에 두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없으면? 인생 고달프다. 아이도 엄마도.

임신에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94쪽)

이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로 부족하여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으니 바로 이 대목이다. 치밀한 전략을 세우지 못해 일터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셋 낳아 키운 저자의 조언은, 승진 직전에는 애 갖지 마라, 애 낳고 오면 두세 배는 더 열심히 일할 거라는 각오로 자신 있게 배 내밀면서 직장 다녀라, 두살 터울로 낳으면 거의 모든 물건을 물려 쓸 수 있기 때문에 낭비가 없다라는 실질적인 조언까지, 거침이 없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이제 집어치우라고. 사회라는 건 구성원들의 배려와 도움 없이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맞출 수 있다면 최대한 맞춰주는게 옳다.

머물지 말고 전진할 것. 산후조리중 몸조리가 아니라 정신조리를 하라.(112쪽)

몸조리한답시고 집 안에서 살만 찌우지 말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잘 차려입고 좋은 곳에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러 갈 것이며, 책을 많이 읽어 정신이 한군데 정체되어 있지 않도록 할것이며, 동영상 편집을 배운다든지 블로그를 만들어서 글을 쓰면서라도 세상과의 소통을 계속함으로써 재미있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라고 한다.

애 낳아보고 얘기해라 (x)
길러보고 얘기해라 (O)

 아이 키우는게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아이는 낳은 사람이 키우는게 제일이라면면서 여자에게 모든 걸 일임하는 분위기에서 여자들은 몸 상하고 마음 상해간다. 낳은 사람이 키우는게 좋다는 말은 낳은 사람만 죽도록 고생하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육아는 본능이 아니라 훈련, 남편의 육아 나이를 키우라고 한다. 무조건 남자도 육아에 참여해야 하고 그건 일하는 여자나 그렇지 않은 여자나 마찬가지라고.
남편과 월급 조금 갖다 주는 걸로 싸우지 말고, 이런 것 가지고 싸워서라도 알려야 한다고.

일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대신 아이가 엄마의 일을 사랑하도록, 일하는 엄마를 존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135쪽)

 "엄마가 늦게 들어와서 미안해", "엄마가 출장을 가야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그런 마음을 늘 가지고 있는가? 저자의 말대로 해보자. "엄마가 회사에서 일을 잘해서 4박 5일로 발리에 보내준대. 엄마가 일을 잘 못했으면 못 갔을 텐데 일을 너무 잘해서 회사에서 상 받은 거야. 오는 길에 선물 사올게." 이렇게 말만 하지 말고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여자들은 뭐 그렇게 미안한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부모에게.

계획된 자만이 떠날 수 있는 게 바로 여행 (189쪽)

돈 있고 여유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획을 세우는 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한다.  가끔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로 여행을 떠나는데, 가족여행도 좋지만 저자는 30대 여성들에게 제발 혼자 떠나라고 권유한다. 여행을 떠나려면 '시스템'부터 가동시켜야 하는데 이 시스템 가동이란 미리 정보 수집하고 돈 모으기 시작하고 여행가는 즐거움을 미리 맛보며 에너지를 높이는 기간을 말한다. 돌아올 때 남편 선물은 필수. 

왜 여자들에게는 이런 '독설'이 필요한 것일까? 역할이 한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 혼자 발 벗고 뛰어 해결되지 않는 장벽을 계속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 없인 못 해낸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절대 누가 대신 세워주지 않는다.
이런 책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다 쓸데 없는 얘기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이 나올 수 있는 시대였으면 좋겠고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다. 요원하다. 이 책은 그래서 절실하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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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8-0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학회나 보수교육 말고는 혼자 여행 가본적 없어요.
그리고 혼자 여행을 충전이 아니라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저도 이런 책이 필요없는 시대가 오기를 학수고대해요~^^

hnine 2011-08-04 05:22   좋아요 0 | URL
학회나 보수교육 때문에 가는 것도 여행으로 보기엔 너무 무리이겠지요?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어떻게 보면 말씀하신대로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지요. 일상의 스트레스가 그보다 더 클 경우를 제외하면요.
훌훌 털고 가는 혼자만의 여행을 전 늘 꿈꿔요. 이 책에서 보면 말만 하지 말고 '시스템'을 작동시켜 적어도 1년 후엔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그러는데...

순오기 2011-08-0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여자의 지원군도 여자군요.^^
난 우리 애들 시집 장가가서 손주 안겨주면 아주 잘 키워줄려고 맘먹고 있어요.
물론 제 엄마가 키우면 그 이상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언니의 독설~ 님 리뷰를 보면서 젊은 여성들이 꼭 읽고 단단히 준비하면 좋겠어요.

hnine 2011-08-04 05:25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지원군도 여자.
제 엄마가 키우면 그 이상 좋은게 없다고 할지라도 엄마 혼자 키우기에 너무 벅찬 일 아닌가 해요.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요.
이 책, 저는 120% 공감하며 읽었답니다.

무스탕 2011-08-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나가는 사무실에 여직원 한 명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모두 마치고 15개월만에 사무실에 나왔을때 애 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답니다. 운좋게(?) 남편도 공무원이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5개월동안 돌지난 딸애를 키웠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사무실 언니들은 '나중에 네 남편, 딸래미 아까워서 어떻게 시집을 보낼까?' 그랬어요.
아빠들도 애들 귀저기 갈아주고 죽 끓여서 먹이고 같이 유아교실 놀러가서 놀아주고 그래봐야 엄마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아이를 키운다는게 어떤건지 안다니까요.
지금 그 아기 아빠는 복직했고 아기는 인사발령으로 본사로 들어간 엄마 회사의 육아보육시설에 다녀서 엄마랑 같이 출퇴근하고 있어요. 잘 풀린 케이스죠?

근데요, 전 나중에 지성정성이 '애 좀 봐줘..' 그러면 '못해! 엄마도 놀러다닐거야!' 그러고 안 봐줄 생각인데 이러다 우리애들 장가 못가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hnine 2011-08-04 20:03   좋아요 0 | URL
그때도 드럼도 배우러 다니시고, 서예도 배우러 다니시면서 하루 24시간 바쁘게 사세요. 며느리보다 더 바쁘게 사시는거예요 ㅋㅋ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아이보는 사람에게 돈은 돈대로 쓰고 불안해하고 비상시엔 집으로 뛰어가야하고,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같은 돈을 시어머니에게 드리고 부탁드리라고 하더군요.
위에 말씀하신 여직원분의 경우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출산율 감소 문제, 걱정 안해도 될텐데 말이지요.

stella.K 2011-08-0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자 TV 나와서 말은 잘 하던데
그도 자꾸 들으니까 거기서 거긴 것 같더라구요.
책은 재미있으려나요?
하긴 이런 책도 읽어주고 해야하는데 30대라서 어떨까 모르겠어요.

hnine 2011-08-04 20:06   좋아요 0 | URL
책도 TV에 나와서 말하는 것이랑 똑같습니다 ㅋㅋ 그러니 stella님 이 책 읽지 마세요.
전 워낙 제목의 20대,30대, 40대, 50대 가리지 않고 읽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고보니 며칠 전엔 50대를 겨냥하고 쓴 책을 읽었네요 ^^

마녀고양이 2011-08-0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앞의 '시어머니' 부분은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져요.
저는 바로 얼마 전에 시사인인가 한겨레에서, 자녀 학교 보내느라, 취업 안 하는 자녀 뒷바라지 하느라, 결혼한 자녀의 아이 키워주느라 내내 힘든 여자 (이런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읽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찡하더라구요.

어쩌면 저희는 엄마를 너무나 부려먹는 존재로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시어머니도 엄마가 맞았나봐여, 부려먹을 존재로 취급되는게... ^^. 저는 그런 시어머니 되기 싫거든요. ㅎㅎ

hnine 2011-08-07 05: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기적인 면이 있지요?
일단 일하는 엄마 상태를 유지하려면 전투적이어야 하고, 독해야 하고, 때로 이기적이어야 하고. 당위성을 떠나서, 그렇지 않고서는 오래 못가는게 현실이지않나 싶어요.
제 경우엔 마녀고양이님 말씀대로 그렇게 이기적으로 엄마를 부려먹으려다가 엄마의 거부로 수포로 돌아갔어요. 다행일까요 불행일까요...

마녀고양이 2011-08-07 10:42   좋아요 0 | URL
잘 모르겠어요...
여하간 이러나 저러나, 참 힘든 현실이다 싶어요.
아이 맡기고 일하는 것,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렇다해도
그런 사유로 일을 포기하는 것 역시 너무 슬퍼요.

우리는 정말 힘든 사회를 살고 있는듯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