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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독설 2 -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아기를 낳고 휴직했다가 이제 아기가 돌 겨우 지나 복직을 앞두고 있는 친구가 있다. 지금 그 복잡한 머리 속이 보이는 듯 하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일하면서 아이 키우면서 살림하기' 프로젝트에 대해 전화로 암담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읽을만한 책을 권해달란다. 예전에 읽은<엄마 학교> 와 최근에 읽은 <언니의 독설> 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상반되는 내용의 책인것 같지만 읽어보면 다르지 않은 이야기이다. 내가 '언니의 독설 1권'을 읽었을 때 2권은 책 정보에 뜨기만 하고 출간은 되기 전이었다. 이제 2권도 나왔을테니 너는 2권도 함께 읽어보라고 했더니 내게도 2권을 보내왔다. (고마와, 친구야)
제발 시어머니 될 사람 좀 보고 시집 가.(64쪽)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결혼은 당사자 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저자가 여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는지 아닌지를 보라는 것이다. 이 단도직입성이란. 살아보니 일하는 여자한테는 시어머니가 '굉장히' 중요하더라는 말은, 일하는 여자에게는 지원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 (남편 말고)이다. 그리고 그 지원군은 애보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일하는 아줌마를 써도 마음을 턱 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하다 말고 뛰어와야 하는 상황이 꼭 발생한다. 그때 대신 뛰어가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시어머니에게 전적으로 다 맡기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지원군을 옆에 두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없으면? 인생 고달프다. 아이도 엄마도.
임신에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94쪽)
이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로 부족하여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으니 바로 이 대목이다. 치밀한 전략을 세우지 못해 일터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셋 낳아 키운 저자의 조언은, 승진 직전에는 애 갖지 마라, 애 낳고 오면 두세 배는 더 열심히 일할 거라는 각오로 자신 있게 배 내밀면서 직장 다녀라, 두살 터울로 낳으면 거의 모든 물건을 물려 쓸 수 있기 때문에 낭비가 없다라는 실질적인 조언까지, 거침이 없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이제 집어치우라고. 사회라는 건 구성원들의 배려와 도움 없이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맞출 수 있다면 최대한 맞춰주는게 옳다.
머물지 말고 전진할 것. 산후조리중 몸조리가 아니라 정신조리를 하라.(112쪽)
몸조리한답시고 집 안에서 살만 찌우지 말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잘 차려입고 좋은 곳에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러 갈 것이며, 책을 많이 읽어 정신이 한군데 정체되어 있지 않도록 할것이며, 동영상 편집을 배운다든지 블로그를 만들어서 글을 쓰면서라도 세상과의 소통을 계속함으로써 재미있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라고 한다.
애 낳아보고 얘기해라 (x)
애 길러보고 얘기해라 (O)
아이 키우는게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아이는 낳은 사람이 키우는게 제일이라면면서 여자에게 모든 걸 일임하는 분위기에서 여자들은 몸 상하고 마음 상해간다. 낳은 사람이 키우는게 좋다는 말은 낳은 사람만 죽도록 고생하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육아는 본능이 아니라 훈련, 남편의 육아 나이를 키우라고 한다. 무조건 남자도 육아에 참여해야 하고 그건 일하는 여자나 그렇지 않은 여자나 마찬가지라고.
남편과 월급 조금 갖다 주는 걸로 싸우지 말고, 이런 것 가지고 싸워서라도 알려야 한다고.
일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대신 아이가 엄마의 일을 사랑하도록, 일하는 엄마를 존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135쪽)
"엄마가 늦게 들어와서 미안해", "엄마가 출장을 가야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그런 마음을 늘 가지고 있는가? 저자의 말대로 해보자. "엄마가 회사에서 일을 잘해서 4박 5일로 발리에 보내준대. 엄마가 일을 잘 못했으면 못 갔을 텐데 일을 너무 잘해서 회사에서 상 받은 거야. 오는 길에 선물 사올게." 이렇게 말만 하지 말고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여자들은 뭐 그렇게 미안한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부모에게.
계획된 자만이 떠날 수 있는 게 바로 여행 (189쪽)
돈 있고 여유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획을 세우는 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한다. 가끔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로 여행을 떠나는데, 가족여행도 좋지만 저자는 30대 여성들에게 제발 혼자 떠나라고 권유한다. 여행을 떠나려면 '시스템'부터 가동시켜야 하는데 이 시스템 가동이란 미리 정보 수집하고 돈 모으기 시작하고 여행가는 즐거움을 미리 맛보며 에너지를 높이는 기간을 말한다. 돌아올 때 남편 선물은 필수.
왜 여자들에게는 이런 '독설'이 필요한 것일까? 역할이 한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 혼자 발 벗고 뛰어 해결되지 않는 장벽을 계속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 없인 못 해낸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절대 누가 대신 세워주지 않는다.
이런 책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다 쓸데 없는 얘기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이 나올 수 있는 시대였으면 좋겠고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다. 요원하다. 이 책은 그래서 절실하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