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잘 버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삿짐을 정리하자니 별의 별 것들이 다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때 명찰 (사진이 붙어 있음.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예전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보낸 아동학대 관련 자료 (아이를 맡기던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다니고 있을 당시에는 몰랐는데 그곳을 떠나온 후 밝혀져서 혹시 당신의 아이도 피해자인지 묻는 자료가 한 묶음 국제 우편으로 배달되었었다. 데려다 주고 나올때면 큰 소리로 울어대며 안 떨어지려고 하던 아이가 생각나서 지금 봐도 마음이 아프다.) 
-오성식 생활 영어 테이프 (학교 졸업하고 직장 다닐때 방문 판매원의 꼬임에 빠져서 구입하고 말았다.)
-영어 학원 수강증 뭉치 (종로의 P영어 학원,  S영어 학원)
-고등학교 3학년때 비밀 수첩 ('음악은 마약이다', 'xxx를 이기자' 등의 지키지도 못할 '구호'들이 마구 써있다.)
-대학때 전공 교재 (졸업한지 이십년이 지났고, 그 이후로 몇번이나 새 edition이 나왔는데...내 연필 자국이 나있는 책을 버리기가 싫어서 안 버리고 있었나보다. 이번에 깨끗이 처분한다.)
 

짐 정리는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더 나올 것이다.
재미있기도 하고, 이것때문에 시간이 지연되기도 하고.  

버리면서 서운해하지 말아야지. 버린다고 추억도 버리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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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1-11-1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내 집까지는 안가져 왔는데, 친정에 아직 다 있단다. ㅎㅎ
엄마가 버리면 버리나보다 하는데,
내 손으로는 무슨 미련이 남아서인지 못버리겠더라구.

안그래도 전에 이사 한다고 했던거 같은데,
이사를 간건가? 갈건가 ? 가물가물 하고 있던 참이야.
네 생일이 다가와서 선물을 보내야 하는데,
주소를 예전주소로 해도 되나 하면서
혼자 고민중이었거든.

네이버에 쪽지 보낼거니까, 확인해~~


hnine 2011-11-16 07:40   좋아요 0 | URL
6년 살았으니 정도 들었는데...
버리는 짐 중에 제일 많은게 참고 문헌들, 그리고 수십 개의 디스켓. 혹시나 또 쓰게될까 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미련없이' 버린다.
와중에 오늘은 아버님 기일이라서, 일 하고 얼른 들어와야지.

마노아 2011-11-1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린다고 추억도 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은 명문장이에요. 그걸 새기고 살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버리기가 힘들까요. 저도 이사라도 가야 좀 정리가 되려는지...;;

hnine 2011-11-16 07:37   좋아요 0 | URL
버리면서 미련을 갖지 않기 위해서 제가 거는 주문이랄까요? ^^
정말 이사 다니면서 정리가 많이 되긴 하는 것 같아요. 마노아님 언니 이사 가실때 보셔서 잘 아시겠지요 ^^

하늘바람 2011-11-1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시는군요
마음이 번거로우시겠어요
잘 정리하시고 겨울에는 새 보금자리에서 지내시겠어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hnine 2011-11-16 07:39   좋아요 0 | URL
아이 책은 나중에라도 보면 추억이 되기 때문에 버리지 말라는 사람들도 많던데 저는 앞으로 살 책이 더 많다고 생각하면서 아이가 반대하지만 않으면 즉각 처분 잘 하는 편이랍니다. 제일 큰 이유는 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마음 써주셔서 고마와요 ^^

2011-11-15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11-16 07:44   좋아요 0 | URL
저는 잘 버려요. 위의 것들은 미처 가지고 있었는지 몰라서 못 버린 것들이 더 많지요. 영어 학원 수강증 같은 것들은 당사자인 저는 버리려고 하는데 남편이 옆에서 보고 말리는군요. 기념으로 두라고요 ^^
그리고 선물은 신경쓰지 마셔요. 제가 받고 싶은 것은 우편으로 보낼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생각해주시는 마음, 저는 그게 더 좋아요 ^^

비로그인 2011-11-1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 가시는군요... 왠지 철새가 떠오르네요. 겨울 준비를 하는 철새? ㅎㅎ
이삿짐 정리하면서 느끼는 회한 같은 거,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요.
아주 어렸을 적에만 이사를 가서 기억이 안 나거든요.
아쉽고도 시원하고... 뭐 그럴 것 같은...^^;;

hnine 2011-11-16 16:24   좋아요 0 | URL
아이쿠, 어찌 아셨어요. 지금까지 철새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었어요.
이번에는 좀 오래 붙어살았으면 좋겠네요.
아주 어렸을 적에 이사후 계속 한 곳에 사시면, 와, 집에 정이 많이 들었겠네요. 저는 몇 년 살고 이사가는데도 갈 생각하니 좀 서운한데요.

2011-11-15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6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5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버릴 때마다, 그만큼 또다시 후련해지는거예요.
가지고 있을 때는 애틋한데, 또다른 쾌감이 있더라구요. ^^

이사 준비 쉬엄쉬엄, 건강 챙기면서 하셔염~

hnine 2011-11-16 16:30   좋아요 0 | URL
후련해지는 것도 있어요 맞아요.
그런데 그렇게 버리기까지 결정하는데 시간이 꽤 걸려서 말이지요.
결혼하고 그동안 이사 다닌 거리를 생각하면 정말...ㅋㅋ

이진 2011-11-1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짐 정리를 하다가 못쓰는 물건이 나와도 버리기는 아깝더라구요. 아니 정확히 귀찮아서 안 버리는 걸지도 모르겟지만요 ㅎㅎ

추억도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멋진 문장 대단하십니다 ㅋㅋ 무사히 이사 잘 마치시길 바랍니다.

hnine 2011-11-16 16:33   좋아요 0 | URL
물건이 있으면 추억을 되살리기엔 좋지만 그것은 그동안 써놓은 일기장으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아이가 있으니 짐은 자꾸만 , 집은 좁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ㅠㅠ
그건 그렇고 반갑습니다 소이진님 ^^

울보 2011-11-1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많이 추워지는데.이사 잘하세요,
저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게 많은데,언젠간 저도 미련없이 버리겠지요,,에고 힘들다, 지금 손가랃 하나에 인대다 늘어나서,,

hnine 2011-11-16 16:36   좋아요 0 | URL
예, 비온후 내일 밤 부터 추워진다고 하더군요. 1월의 맹추위 속에서도 이사 해보긴 했지만 그래도 날이 많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어쩌다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셨나요 에구...
골절보다 인대 늘어난 것이 회복되기 더 어렵다던데 치료 잘 받으세요.

파란놀 2011-11-16 0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리기는 쉽지만, 건사하기는 힘들어요.
힘들게 건사해 놓고 나중에 돌아보면
식구들하고 이야기할 이음고리가 참 많아져요.

어릴 적 사진처럼
이제껏 살아오며 나를 만든 여러 가지 물건은
추억만이 아니라 내 온 역사이니까요.

hnine 2011-11-16 16:40   좋아요 0 | URL
버리는 것도 어렵답니다 ㅠㅠ
버리는 행위 자체는 쉽지만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하는지.
넓지 않은 아파트 살이를 하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그나마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록들이 있어서 (중학교때부터 일기장이 아직 다 있어요 ^^) 다행이지요.
제가 버리는 것은 거의 가족들과의 이음고리가 없는 제 개인적인 물건들이지요.
정말 추억만큼 소중한게 어디있겠어요. 추억이 곧 역사라는 말씀, 같은 생각입니다 ('동감'이라고 썼다가 '같은 생각'이라고 고쳤어요 요즘 된장님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

마태우스 2011-11-16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저도 12월에 천안으로 이사갑니다. 아내는 안입는 옷과 필요없는 책을 다 버리고 가라는데, 옷이야 그렇다쳐도 책은, 필요없는 책이 어디 있나 싶네요.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가는 건 무리라는 거, 저도 잘 압니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네요. 이사 잘 하시구요

hnine 2011-11-16 17:28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충청권으로 오시는군요! ^^ 그동안 통근하시는 것 힘드셨지요. 제 친구도 서울에서 천안으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살림은 거의 손 못댄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버리기로 결정하는 제1순위가 옷이랍니다. 저희 식구 모두 입는 옷만 입고 안 입는 옷은 계속 안 입더라고요. 다 읽은 책은 이사 갈때까지 두지도 않고 그때 그때 처리하는 편이고요. 버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만 품고 있자 생각하면 좀 더 쉬워지기도 해요. 그게 그거지만요 ^^
몸부터 어서 회복하셔야지요.

마태우스 2011-11-19 20:22   좋아요 0 | URL
옷이 많았던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저처럼 몇개 가지고 돌려입는 사람에겐 옷 버리는 게 아깝더라구요. 아내가 버린다고 내놓은 걸 "안돼! 이건 내 에이스야!"라면서 버리지 말라고 사정하고있네요^^ 앞으론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꾸벅.

hnine 2011-11-20 00: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해진 옷 몇벌 가지고 돌려입는 경우 그 중 한 벌 없어지면 아침에 지각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ㅋㅋ
(에구...그러고 보니 며칠 전 남편 모르게 버린 옷이 하나 있는데 찔리네요. 어떻게 수선할 수도 없이 낡았길래 그만...)

잘잘라 2011-11-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사해요. 담달에요. 이번에 버릴건.. 음.. 기스난 코팅 후라이팬이랑 전기밥통 정도예요. 코팅된건 언젠간 벗겨지고 벗겨지면 쓰기 찜찜하고 오래 못쓰고 버릴라니까 아깝기 그지없고 그래요. 강화유리 냄비도 꽤 오래 쓰고 있긴한데.. 밥통두 어쩔 수 없겠지요? 속만 따로 팔려나요?

hnine 2011-11-17 00:11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도 이사하시는군요. 어디로 가시나요? 어머니 계신 곳?
기스난 코팅팬, 저도 아까와하면서 버렸어요. 이제는 몇년 쓰면 바꿀 각오로 아예 저렴한 것으로 산답니다.
밥통은 보온 밥통을 말씀하시나요? 저는 밥통을 사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A/S 에 문의하면 실비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잘잘라 2011-11-18 17:58   좋아요 0 | URL
8층에서 4층으로요.^^;; 어제 가봤는데 라인이 다르고 구조가 좀 다르고 결정적으로 향이 달라져서 분위기는 완전 바뀔것 같아요. 저도 떠돌이 생활 몇년째다보니 집 욕심은 없는데 터잡고 살 수 있는 땅 욕심은 못버리겠어요. ^^

밥통은요, A/S센터에서 속통만 따로 판대요. 31,000원이라고..^^;;

hnine 2011-11-18 18:59   좋아요 0 | URL
새로 가는 저희 집도 4층이어요 ^^
메리포핀스님도 땅 욕심이 !! 건축하시는 분들 공통점인가요? 저희 남편도 땅만 있으면 뭐든지 다 지을 수 있을 것 처럼 얘기하거든요 ㅋㅋ

순오기 2011-11-1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도 적당히 다녀야 집이 정리가 되는데~ 우린 20년 넘게 붙박이라서, 정말 이사한다면 다 버리고 몸이랑 책만 가져가면 될 거에요.^^
어디 멀리 가는 건 아니지요?

hnine 2011-11-17 00:15   좋아요 0 | URL
저는 20대 후반부터 내집 아닌 곳을 하도 떠돌아다녀서 그때부터 뭐든지 짐을 늘리지 않는 것이 몸에 배었어요. 책도 살던 곳을 떠날 땐 이웃에게 많이 넘겨주고 와요. 가끔은 아예 모든 것을 다 처분하고 제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도 있답니다 이건 좀 엽기지요? ^^
20년 넘게 한 곳에서 사셨다니 대단하십니다.

2011-11-17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7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1-11-1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하다보면 이 산더미같은 짐들이 다 내방에서 나온거란말인가...매번 신기하게 쟁였다가 버리고 또 버리고 그럽니다^^; 짐을 늘리지 않는 신기술을 익히려면 아직 멀었답니다~

hnine 2011-11-17 16:51   좋아요 0 | URL
오늘 저희 아파트 분리수거 하는 날이었는데 저희가 내놓은 짐이 거의 반을 차지하더군요. 같은 크기의 공간을 넓게 쓰는 사람이 있고, 좁게 쓰는 사람이 있고요. 아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을 잘 하는게 짐을 늘리지 않는 요령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아직 멀었어요 ^^

2011-11-23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3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돼, 모르는 것처럼 

  

                                           문  경 화

 

신호를 기다리려 건널목 앞에 서 있는데
옆의 아가씨가 눈물을 흘린다.
흘깃, 저리 예쁘고 젊은 아가씨가
꽃다운 나이에 길가에서 눈물을 흘리다니,
실연을 한 게야 하는 통속적인 생각이 스친다.
눈물을 참으려는 듯 꿀꺽 삼키는 그녀. 

 

이런, 
너무 쳐다보면 곤란해 할 텐데...
사연이야 달라도,
나도 저리 울고 다녔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내 주변 사람들은 어찌 그리
눈치 한번 안 주고 나를 스치고 갔을까.
정말 내 눈물을 못 본 걸까.
아니면,
나보다 먼저 아파봐서그 마음 모르는 척 헤아려 준 걸까. 

 

 

인생은 아름다워 

 

                                         문  경 화

 

인생이 아름답지 않다는 결론에 우린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 머리 위에는 별 하나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절판인 시집. 상품 넣기 하려고 하니 다른 시집의 이미지가 잘못 연결되어 있길래 다른 사이트에서 이미지를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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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이 노래와 함께. 

노래 제목엔 sleeping이 들어가지만
나는 지금 잠들면 안된다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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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좋은 엄마의 필독서
문은희 지음 / 예담Friend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참으로 많은 육아 관련 서적을 읽어왔다. 아이를 낳은 후는 물론이고 낳기 전부터.
아마도 내가 육아 서적에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것은 아이의 출산을 기점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보기 시작했던 때가 그 시작이 아닌가 한다. 나란 사람을 조각조각으로 나누어서 내 성격의 이런 면은 어디서 나왔고, 저런 면은 어디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그것은 현재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앞으로 이대로 나아갈 것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자니 내가 나서 자란 과정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육아, 교육 관련 서적을 한권 한권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혹자는 책으로 수십권 읽어야 아무 소용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만큼 실전이 더 중요하고 힘들다는 것이지 책에서 배운 것이 그렇게 쓸모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의 몇 권은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도움을 준 책 리스트에 포함시켰을 정도이다.
육아 책을 읽을 때 유념할 것이 있다. 육아 책은 어디까지나 참고 서적이지, 그대로 따라하라는 '매뉴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아이는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 누구의 말을 따라서 한다고 그것이 예상하던 결과가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도 얘기했다시피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표정을 살피고 내 아이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듣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유명한 저자의 책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실린 글들을 열심히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책을 하도 많이 읽다보니 건방진 얘기일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육아, 교육 서적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핵심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쯤에서 읽기를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동생이 이 책을 읽고는 좋았는지 내게도 사서 보내었길래 오랜만에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의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를 더 풀어서 써보면 '엄마 중심의 사랑과 행동이 아이를 힘들고 아프게 한다' 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생일에 선물을 사준다고 하자. 그 선물은 그 사람이 좋아할 것으로 골라야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는 안된다.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을 사야지 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고 이런 건 그 사람에게 꼭 하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가 굳게 믿고 있는 것을 무턱대고 사서 안기면 그건 선물이 아니라 부담이 될수 있다. 엄마들, 특히 우리 나라의 엄마들만큼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엄마들이 있을까. 그런데 왜 자식들의 휴대폰에는 자기 엄마를 비어 속어로 표현한 메시지들이 난무한다고 할까. 엄마들은 자식을 내 맘에 들게 키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내 몸으로부터 독립적인 개체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일부로 '포함'시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먹으라는 것을 먹게 하고, 내가 배우라는 것을 배우게 하고, 내가 사다주는 책을 읽게 하고, 내가 가라는 학교를 가게 하고, 심해지면 내 맘에 드는 배우자와 결혼해주길 바란다.
이 책에서의 요점은 그것이다. 자식을 엄마 맘 대로 조종하게 하려는데서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가 벌어지게 되고 불행이 시작된다고.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도 나 역시 엄마인지라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우리는 얼마나 여러 가지를 포기하며 사는가. 어떻게 보면 그것은 본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제 그것에 대해 심판을 받는 느낌이다. 아이의 잘못은 왜 다 엄마 때문이라고 하는지. 이론적으로, 임상적으로 그 말이 잘못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글프다. 엄마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하고 결정적이라면, 엄마부터 좀 행복하게 해주는 사회가 될 수는 없나? 당장 아이를 낳고 나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넘어야 할 산이 계속 버티고 있는 가운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하루 하루를 우왕좌왕 보내는 엄마들에게, 자기의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이 사람 저 사람 아이 맡길 사람을 찾아 다녀야 하는, 육아의 운전대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현실 속에서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말만 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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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1-0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 대공감 왕추천합니다!!!(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이 책이 잘팔리는 책 목록에 꼭 들어있어서 자주 봤는데 볼 때마다 뭔가 찜찜하고 맘에 안들고 그런 제목이었어요. 저는 엄마는 아니지만..^^;;)

hnine 2011-11-07 19:17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이 잘못 된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너무나 큰 사명을 엄마 어깨에, 여자 어깨에 짊어 지우는 것 같아 울컥 했습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옛말이 생각났고요. 스트레스 잔뜩 받으며 하루 하루 넘기는 엄마들이 어떻게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표정을 살피고 마음을 살필 수 있겠어요. 발 동동 구르며 울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닌걸요.

파란놀 2011-11-08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름을 거꾸로, "아빠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고 하는 이야기책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어요. 그러나, 정작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아요. 왜냐하면, '아빠가 잘못 하는 일'을 조곤조곤 적어 놓아도 아빠들은 이런 육아책을 사서 읽지 않거든요. 늘, 엄마들만 육아책을 사서 읽어요. 백 마디 옳은 말이 담겼다고 하지만, '옳기'만 할 뿐, '즐겁'거나 '아름답'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더군요.

우리 나라 슬픈 한계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사랑은 사랑이지, 강요나 억압이나 복종은 아니라는 대목은 틀림없는데, 오늘날 수많은 어머니들부터 어릴 적부터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흐름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서 이러한 이야기만 되풀이되지 않나 싶기도 해요. 육아책을 수백 가지 넘게 읽은 아빠로서 돌아본다면, 서원희 님이 쓴 <아이 키우기는 가난이 더 좋다>하고,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양철북)하고, <니사>(삼인) 같은 책은 아이와 살아가는 슬기를 많이 엿볼 수 있었어요. 요즈음은 <아나스타시아> 여섯 권을 읽는데, 이제껏 읽은 모든 육아책 고갱이와 넋이 가장 쉽고 가지런히 사랑스레 담겼어요.

아이 교육을 학교(남)한테 맡겨야 하는 얼거리에서는 '옳은 말(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만 되풀이한다고 달라질 수 있는 일은 참말 아무것 없어요...

hnine 2011-11-08 23:34   좋아요 0 | URL
된장님도 육아책을 많이 읽으셨군요. 더구나 안살림을 아시는 분이니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백번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잘 해내기에 개인적인 역량으로 아무리 해도 안되는 점이 있더라고요. 그게 속상하고 안타까워요.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아 더 답답합니다. 앞으로 십년 후, 우리의 아들 딸들도 같은 문제로 끙끙 거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수꽃다리 2011-11-0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육아서적이라기 보다는 엄마들의 자아찾기로 저는 이해하면서 보았지요. 그래서 아이에게 꽂혀있는 눈길을 좀 거두어들여도 되겠구나 위안을 받았다는^^ 엄마들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결국 아이들과 '함께' 잘 살기라는 말이라고 생각했지요. 서양, 특히 미국 중심적인 사고라서 약간 불만이긴 했어도, 옳은말만 되풀이 한 책은 아니라고 봤어요. 그리고 제가 육아서적을 정기적으로 읽는 이유는 어떤 확인 같아요. 내가 지금 엄마로, 나로, 잘 살고 있는건가 의심이 들때, 엄마들 만나고 들어오면 한 이틀 심란해질때, 뭐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책을 찾더군요. 엄마의 삶도 길더라구요^^

hnine 2011-11-08 23: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수수꽃다리님. 제가 '육아서적'이라고 한것은 좀 잘못된 분류이긴 한데 아이와 관련된 책들을 육아서라고 부르는게 습관이 되어서요. 저도 위에 쓰긴 했지만 엄마의 자아찾기와 육아 방법, 그리고 자신이 자라온 과정 되돌아보기, 이 세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는 듯 해요. 우리 엄마들이 자식에게 집착하는 것, 고쳐야 하는 것 맞지요. 하지만 왜 그렇게 되었을까, 엄마들만 각오를 새로 한다고 바뀔 문제인가, 이런 생각에 좀 답답했습니다. 저자는 영국의 예를 들어놓았던데 영국 사회는 분명 한국 사회와 다르지요. 모든 화살이 엄마에게 돌아오는 것이 좀 서글펐답니다.
수수꽃다리님, 저도 같은 이유로 꾸준히 육아서적을 읽어오고 있었답니다. 요즘 좀 뜸했다가 읽은 책이 위의 책이었어요. 함께 느낌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1-11-13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3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9940 2012-03-3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공감하는 글이라 그냥 못지나치고 댓글 남겨요.
전 도움을 받으려고..육아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자꾸 엄마만 잘못했다고-.-;;하는 책을 읽을때마다 넘넘 슬퍼지고 우울해져서 이젠 정말 화가 날정도이거든요. 엄마 공부하고 결혼한 여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렇게 힘들거면 미리 알려주던가, 교육과정에 넣던가, 사회에서 돈 몇푼 주면서 그러지 말고.. 정말 엄마도 행복할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음 하는 바램이 요즘 그래요..

힘내세요!!!

hnine 2012-04-01 16:44   좋아요 0 | URL
내손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요.
엄마들이 행복하면 아이는 저절로 행복하게 되어 있는데, 엄마들이 불행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는 없는건데, 모든 짐을 엄마에게만 지우려고 하는 것 같아 육아스트레스를 몇배 더 지우는 느낌. 그렇지요?
 

 

 

무 제

 





제일 탐나는 것은 항상
제일 높은 곳에 달려 있는 것
낮은 가지에 달려 있는 것도

물론 있지만
관심 없어

저기

손도 닿지 않을 까마득한 곳
제일 탐나는 것은
저기 달린
저 열매
 

 

나는
나무의 어디쯤 달린 열매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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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하늘 높은 감은 아주 신 감~
손에 닿는 것만 내꺼~ 하고 사는데, 이번에는 좀 높은 감이 탐나서 고생 중이예요. 아하하.

hnine 2011-11-04 12:03   좋아요 0 | URL
긴 장대가 필요하겠네요. 높은 감을 따려면요 ^^
감나무는 가지가 약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대요.

무스탕 2011-11-0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높은 곳에 달린 감은 까치 먹이니까 일찌감치 포기하세요. ㅎㅎㅎ

hnine 2011-11-05 11:35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래야지요.
역시 무스탕님식의 웃음촉발 댓글입니다. 복잡함을 단방에 날려버리는! ^^

잘잘라 2011-11-0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감나무는 참 유혹적이예요.
높으나 낮으나 한 개 따 먹고 싶은 감!^^

hnine 2011-11-04 17:48   좋아요 0 | URL
남이 따놓은 감, 돈 주고 사서 오늘도 저는 세 개나 먹었습니다.
원래 감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올해는 감이 참 달아요.
감나무의 감은 잎이 다 떨어지고 난 다음에도 저렇게 나무에 달려있어 더 눈에 뜨이나봐요. 동양화 중에도 다른 과일나무를 그린 그림보다 감나무를 그린 그림이 많더라고요.

순오기 2011-11-0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제일 높은데 있는 건 까치밥으로 남겨두었어요~~~^^
나는 그냥 손닿는 곳에 있는 열매 할래요~~

hnine 2011-11-05 11:34   좋아요 0 | URL
사실 글을 올린 후에 사진은 나중에 내용과 관련있다 싶어서 올렸어요. 그러니까 글 중의 '열매'는 일종의 비유이지요. 원래 인간이란 자기 손에 쥔 것은 안 보고, 손 안 닿는 곳에 있는 것들을 탐내잖아요? (나만 그런가? ^^)

파란놀 2011-11-0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높은 곳 열매가 소담스럽다면
새가 되어야겠네요~

hnine 2011-11-05 11:34   좋아요 0 | URL
저의 욕심이지요. 높은 곳의 열매를 탐내는 것이요.
그런데 까치밥이라는 것이요, 어차피 따기 어려운 위치이니까 까치를 위해 남겨두는 것처럼 말한 것은 아닐까, 그것 역시 인간의 위선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여우의 신포도 처럼요.

전호인 2011-11-0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독 빛나거나 시선집중되는 눞은 곳도 좋겠지만 누구나 손닿으면 맞잡을 수 있는 곳에서 많은이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빛남보다 따스함을 주는 것이 더 행복스러울 것 같아서요ㅎㅎ

hnine 2011-11-06 10:37   좋아요 0 | URL
시선은 못 받더라도 빛남보다 따스함을...좋은 말이네요.

하늘바람 2011-11-05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아주 낮은 곳에 있는게 탐날지도 모른다는 생각했어요. 하지만 설마 내가 원하는게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지나치는 거 아닐까 하는
멋진 사진과 시
가을이 익어가네요

hnine 2011-11-06 10:39   좋아요 0 | URL
가을인데 어제는 낮에 꽤 따뜻하던걸요?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전 짧은 소매 옷 입고 돌아다녔답니다. 요즘 폐렴이 유행이라는데 조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