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좋은 엄마의 필독서
문은희 지음 / 예담Friend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참으로 많은 육아 관련 서적을 읽어왔다. 아이를 낳은 후는 물론이고 낳기 전부터.
아마도 내가 육아 서적에 관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것은 아이의 출산을 기점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보기 시작했던 때가 그 시작이 아닌가 한다. 나란 사람을 조각조각으로 나누어서 내 성격의 이런 면은 어디서 나왔고, 저런 면은 어디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그것은 현재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앞으로 이대로 나아갈 것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자니 내가 나서 자란 과정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육아, 교육 관련 서적을 한권 한권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혹자는 책으로 수십권 읽어야 아무 소용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만큼 실전이 더 중요하고 힘들다는 것이지 책에서 배운 것이 그렇게 쓸모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의 몇 권은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도움을 준 책 리스트에 포함시켰을 정도이다.
육아 책을 읽을 때 유념할 것이 있다. 육아 책은 어디까지나 참고 서적이지, 그대로 따라하라는 '매뉴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아이는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 누구의 말을 따라서 한다고 그것이 예상하던 결과가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도 얘기했다시피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표정을 살피고 내 아이가 하는 말을 주의깊게 듣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유명한 저자의 책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실린 글들을 열심히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책을 하도 많이 읽다보니 건방진 얘기일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육아, 교육 서적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핵심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쯤에서 읽기를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동생이 이 책을 읽고는 좋았는지 내게도 사서 보내었길래 오랜만에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의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를 더 풀어서 써보면 '엄마 중심의 사랑과 행동이 아이를 힘들고 아프게 한다' 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생일에 선물을 사준다고 하자. 그 선물은 그 사람이 좋아할 것으로 골라야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는 안된다.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을 사야지 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고 이런 건 그 사람에게 꼭 하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가 굳게 믿고 있는 것을 무턱대고 사서 안기면 그건 선물이 아니라 부담이 될수 있다. 엄마들, 특히 우리 나라의 엄마들만큼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엄마들이 있을까. 그런데 왜 자식들의 휴대폰에는 자기 엄마를 비어 속어로 표현한 메시지들이 난무한다고 할까. 엄마들은 자식을 내 맘에 들게 키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내 몸으로부터 독립적인 개체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일부로 '포함'시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먹으라는 것을 먹게 하고, 내가 배우라는 것을 배우게 하고, 내가 사다주는 책을 읽게 하고, 내가 가라는 학교를 가게 하고, 심해지면 내 맘에 드는 배우자와 결혼해주길 바란다.
이 책에서의 요점은 그것이다. 자식을 엄마 맘 대로 조종하게 하려는데서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가 벌어지게 되고 불행이 시작된다고.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도 나 역시 엄마인지라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우리는 얼마나 여러 가지를 포기하며 사는가. 어떻게 보면 그것은 본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제 그것에 대해 심판을 받는 느낌이다. 아이의 잘못은 왜 다 엄마 때문이라고 하는지. 이론적으로, 임상적으로 그 말이 잘못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글프다. 엄마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하고 결정적이라면, 엄마부터 좀 행복하게 해주는 사회가 될 수는 없나? 당장 아이를 낳고 나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넘어야 할 산이 계속 버티고 있는 가운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하루 하루를 우왕좌왕 보내는 엄마들에게, 자기의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이 사람 저 사람 아이 맡길 사람을 찾아 다녀야 하는, 육아의 운전대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현실 속에서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말만 하지 않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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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1-0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 대공감 왕추천합니다!!!(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이 책이 잘팔리는 책 목록에 꼭 들어있어서 자주 봤는데 볼 때마다 뭔가 찜찜하고 맘에 안들고 그런 제목이었어요. 저는 엄마는 아니지만..^^;;)

hnine 2011-11-07 19:17   좋아요 0 | URL
책 내용이 잘못 된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너무나 큰 사명을 엄마 어깨에, 여자 어깨에 짊어 지우는 것 같아 울컥 했습니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옛말이 생각났고요. 스트레스 잔뜩 받으며 하루 하루 넘기는 엄마들이 어떻게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표정을 살피고 마음을 살필 수 있겠어요. 발 동동 구르며 울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닌걸요.

숲노래 2011-11-08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름을 거꾸로, "아빠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고 하는 이야기책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어요. 그러나, 정작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아요. 왜냐하면, '아빠가 잘못 하는 일'을 조곤조곤 적어 놓아도 아빠들은 이런 육아책을 사서 읽지 않거든요. 늘, 엄마들만 육아책을 사서 읽어요. 백 마디 옳은 말이 담겼다고 하지만, '옳기'만 할 뿐, '즐겁'거나 '아름답'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더군요.

우리 나라 슬픈 한계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사랑은 사랑이지, 강요나 억압이나 복종은 아니라는 대목은 틀림없는데, 오늘날 수많은 어머니들부터 어릴 적부터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흐름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서 이러한 이야기만 되풀이되지 않나 싶기도 해요. 육아책을 수백 가지 넘게 읽은 아빠로서 돌아본다면, 서원희 님이 쓴 <아이 키우기는 가난이 더 좋다>하고,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양철북)하고, <니사>(삼인) 같은 책은 아이와 살아가는 슬기를 많이 엿볼 수 있었어요. 요즈음은 <아나스타시아> 여섯 권을 읽는데, 이제껏 읽은 모든 육아책 고갱이와 넋이 가장 쉽고 가지런히 사랑스레 담겼어요.

아이 교육을 학교(남)한테 맡겨야 하는 얼거리에서는 '옳은 말(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만 되풀이한다고 달라질 수 있는 일은 참말 아무것 없어요...

hnine 2011-11-08 23:34   좋아요 0 | URL
된장님도 육아책을 많이 읽으셨군요. 더구나 안살림을 아시는 분이니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백번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잘 해내기에 개인적인 역량으로 아무리 해도 안되는 점이 있더라고요. 그게 속상하고 안타까워요.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아 더 답답합니다. 앞으로 십년 후, 우리의 아들 딸들도 같은 문제로 끙끙 거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수꽃다리 2011-11-0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육아서적이라기 보다는 엄마들의 자아찾기로 저는 이해하면서 보았지요. 그래서 아이에게 꽂혀있는 눈길을 좀 거두어들여도 되겠구나 위안을 받았다는^^ 엄마들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결국 아이들과 '함께' 잘 살기라는 말이라고 생각했지요. 서양, 특히 미국 중심적인 사고라서 약간 불만이긴 했어도, 옳은말만 되풀이 한 책은 아니라고 봤어요. 그리고 제가 육아서적을 정기적으로 읽는 이유는 어떤 확인 같아요. 내가 지금 엄마로, 나로, 잘 살고 있는건가 의심이 들때, 엄마들 만나고 들어오면 한 이틀 심란해질때, 뭐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책을 찾더군요. 엄마의 삶도 길더라구요^^

hnine 2011-11-08 23: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수수꽃다리님. 제가 '육아서적'이라고 한것은 좀 잘못된 분류이긴 한데 아이와 관련된 책들을 육아서라고 부르는게 습관이 되어서요. 저도 위에 쓰긴 했지만 엄마의 자아찾기와 육아 방법, 그리고 자신이 자라온 과정 되돌아보기, 이 세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는 듯 해요. 우리 엄마들이 자식에게 집착하는 것, 고쳐야 하는 것 맞지요. 하지만 왜 그렇게 되었을까, 엄마들만 각오를 새로 한다고 바뀔 문제인가, 이런 생각에 좀 답답했습니다. 저자는 영국의 예를 들어놓았던데 영국 사회는 분명 한국 사회와 다르지요. 모든 화살이 엄마에게 돌아오는 것이 좀 서글펐답니다.
수수꽃다리님, 저도 같은 이유로 꾸준히 육아서적을 읽어오고 있었답니다. 요즘 좀 뜸했다가 읽은 책이 위의 책이었어요. 함께 느낌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1-11-13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3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9940 2012-03-3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공감하는 글이라 그냥 못지나치고 댓글 남겨요.
전 도움을 받으려고..육아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자꾸 엄마만 잘못했다고-.-;;하는 책을 읽을때마다 넘넘 슬퍼지고 우울해져서 이젠 정말 화가 날정도이거든요. 엄마 공부하고 결혼한 여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렇게 힘들거면 미리 알려주던가, 교육과정에 넣던가, 사회에서 돈 몇푼 주면서 그러지 말고.. 정말 엄마도 행복할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음 하는 바램이 요즘 그래요..

힘내세요!!!

hnine 2012-04-01 16:44   좋아요 0 | URL
내손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요.
엄마들이 행복하면 아이는 저절로 행복하게 되어 있는데, 엄마들이 불행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는 없는건데, 모든 짐을 엄마에게만 지우려고 하는 것 같아 육아스트레스를 몇배 더 지우는 느낌.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