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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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오는 날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생일'이지만, 영어로 씌여진 사랑시 모음집이라고 할수 있다. 이미 눈에 익은 시들도 상당수 이고, 중고등학교때 영어 책에서 배운 시를 대할땐 반갑기도 했다. 우리말로 번역이 되면서 생기는 틈을 보충하자는 의미 같기도 하고, 시만큼, 아니 개인적으로는 시보다 더 돋보이는 장영희 님의 간결한 해설이 시 마다 붙어 있고, 김점선 화가의 그림은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그림은 이 책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려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은 마냥즐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시 자체에서는 그리 큰 감동을 못 받았음은 유감이다. 시를 쓴 시인의 그 절절한 감정이 잘 와닿지 않았다고 할까. 읽는 도중, 다소 진부하고 판에 박힌 사랑시를 읽어 넘기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마저 간간히 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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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준비에브 브리작 지음, 최윤정 옮김 / 황금가지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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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Petite>. 이 작가의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어린이 책 들이 주로 나타난다. 이 책 역시 청소년 성장 소설로 볼수도 있겠고,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열다섯 나이에 성장을 멈추기로 작정하고,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음식만 먹기로 한다. 결국은 거식증이란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나, 그 치료도 거부한채 자기가 세운  성역 안에서 굳게 굳게 자기를 지키려는 소녀 누크. 배고픔은 오히려 그녀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책의 말미에 우연히 알게 된 어느 할아버지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그리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조금씩 그 자의식의 굴레에서 빠져 나오는 실마리를 던져 주는데...

성장통이란 우리가 흔히 아는 방식으로 올수도 있고,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올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장통이란 꼭 십대에서 이십대 초에 온다는 우스꽝스런 편견은 버려야 함도 말하고 싶다. 특히 요즘처럼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스스로'보다는 '시키는대로'  가고 있는 현실에선, 이러한 성장통은 아주 늦게, 그러나 어김없이 찾아올수도 있음을. 어떠한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초기엔 '일종의 정신병'이라고만 알려져 있던 거식증. 작가는 이십년 전의 그 경험을 조금은 익살스럽게, 과장도 해가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목적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재미로만 읽기엔 이십년 후의 지금 우리들은 아마도 조금씩 나름대로의 소소한 일종의 정신병을 지니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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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2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성장소설이군요. 그것도 자전적

hnine 2006-09-2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하늘바람님. 우리는 왜 성장소설에 관심을 갖는 걸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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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2005년까지 발표된 박 민규의 열 편의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읽는 동안, 그 누구의 글에서도 받아 본 적이 없는 느낌의 연속이었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의도적으로 가벼워 보이게 쓰는 기술, 그러면서도 메시지 전달을 확실히 하는 이런 기술은 작가의 타고난 개성인가 노력인가.

 

다릴 뻗고 고갤 젖히고, 그래서 구름이 흘러가는 걸 쳐다보며 나는 말했다. 형, 지구는 진짜 돌고 있어요, 그러냐? 이렇게 지구가 도는 게 느껴질 땐 말이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뭐가? 그러니까×××정말 우주에서××× 행성 위에서 살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곳에서××× 왜 고작 이 따위로 사는걸까? 라고요.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86쪽)

 

뭐랄까,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매우 이상한 기분이었다. 갑자기 좌뇌와 우뇌를 잇는 운하, 같은 것이 열리지 않아 아프리카 대륙, 정도를 돌아야 하는 배들처럼 뇌세포들이 어수선해진 느낌이었다 (헤드락 248쪽)

 

이런 표현들, 그는 이런 표현을 할 수 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어떤 경험을 해야 했던가. 한가지 글 소재를 가지고 끝까지 가는 타입이 아니라, 계속 연계된 이야기를 끌어 들이는 작법 (作法)도 눈에 뜨인다.

제일 좋았던 단편은 처음에 실린 <카스테라>. 불합리하고 타협할 수 없는 대상들을 처리하는 수단으로 냉장고속에 감금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냉장고가 포화될 무렵 그것들은 서로 결합하여 한 조각의 포슬포슬한 카스텔라로 탄생한다는 얘기. 카스테라가 상징하는 것을 긍정적인 의미로 봐야 할지, 아니면 부정적인, 어쩔 수 없이 초래되는 결과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나온 2005년, 여기 저기서 박 민규 라는 이름이 들리고 보이던 이유를 알겠다. 이런 소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 주목을 받을만한 작가, 그리고 소설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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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9-2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이 사람 글은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hnine 2006-09-2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만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외국 작가들 중에 비슷한 분위기의 작가가 있는지요? 저는 외국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서요.

해리포터7 2006-09-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 작가의 글, 생각, 참 신기하죠?ㅎㅎㅎ 전 홀딱 반했답니다.

hnine 2006-09-2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예, 반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던데요 ^ ^

가넷 2006-09-2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것만 보구 이 작가의 다른 장편은 아직 보지 않았는데, 상당히 구미가 당기더라구요. 읽는 재미가 있어요. ㅎㅎ;;

hnine 2006-09-23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ro님, 저도 이 책이 처음이었어요. 저도 조만간 다른 소설들도 한 권 한 권 읽어볼 생각입니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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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지영의 글을 읽노라면 어쩔수 없이 이 작가의 개인사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개인적 체험이 여기 저기 모습을 드러내는 이런 산문집을 읽을때이면.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라는 제목은 책 속에도 인용된 압둘 와합 알바야티의 '비엔나에서 온 까씨다들' 이라는 시에 나오는 한 구절.

혼자 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은 어떤 때일까. 기대하던 대상과 더 이상 교통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시덥잖은 얘기나마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알았을 때,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이 결과를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함을 알고 있을 때...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계속되진 않는다. 혼자인 상태로 그리 오래 버텨낼 수 있는 '인간'은 없다. 혼자임을 벗어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용서, 사랑, 상처, 외로움, 방황, 자유, 감정, 슬픔. 공지영 글의 키워드.

그녀는 이제 자유로울까. '혼자'임이 더 이상 슬프지 않을까.

...이제 아이들의 엄마로서, 사회의 중년으로서 내 아이들뻘 되는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어떻게든 살아 있으면 감정은 마치 절망처럼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가고,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고. 그러면 다시 눈부신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고, 그 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소낙비 난데없이 쏟아지고 그러고는 결국 또 해 비친다고. 그러니 부디 소중한 생을, 이 우주를 다 준대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지금 이 시간을, 그 시간의 주인인 그대를 제발 죽이지는 말아달라고. J, 비가 그치고 해가 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 하늘에 먹구름 다시 끼겠지요. 그러나 J, 영원한 것을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살아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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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 어떤 내용이라고 전혀 사전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한 소설, 박 민규의 '카스테라'.  번뜩이는 재기가 보이고 유쾌한 구석도 있으나, 결론은 비애감이다.

그가 말한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이 멀리 유스타키오관까지 퍼져 나가는,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맛' 아니지만, 오늘 오후에 구운 카스테라는 그래도 먹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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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직접 구우셨다고요?
세상에 너무 맛나겠어요

hnine 2006-09-1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맛은 뭐 그럭 저럭 나더라구요.

비자림 2006-09-1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님! 카스테라까지! 놀라워용^^
밑의 배경그림도 보게 되네요.

hnine 2006-09-1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모처럼 성공했어요 ^ ^ 밑의 그림은 식탁 유리 밑에 깔아 놓은 다린이 그림이어요. 좋은 주말 되세요.

세실 2006-09-16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머 님도 역시 훌륭한 주부셨군요. 흑....
아 카스테라 참 좋아하는데.

hnine 2006-09-16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박 민규의 '카스테라'를 읽고는 어찌 이런 제목에 이런 글이! 하고서 감탄했습니다. 훌륭한 주부는요 뭘...

씩씩하니 2006-09-1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세상에 이걸 진짜,구우신거에요..
꼬랑지..........푸~욱~
전,,그냥,,인스턴트 가루 사서,,쿠키만,,실쩍 구워봤는대..
그나저나,,저 카스테라 넘 좋아하는데................꼴깍~~~

hnine 2006-09-1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저나마 카스테라 비슷하게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하고 저 혼자 다 처치해야했던지 흑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