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음식을 할때에는 못 느끼는데, 빵이나 과자를 구울때면,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이 실험실에서의 작업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선, 레시피 카피가 눈 앞에 걸려 있고, 각종 재료와 도구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정확한 계량을 위해 저울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재료가 잘 섞이게 하기 위한 믹싱 도구가 있어야 한다. 때로는 타이머도 필요하다. 계량하고, 섞고, 지시된 온도에서 일정시간 굽고, 뒷처리까지. 결과가 나온후 그 assay를 입으로 한다는 것이 그중 차이점이랄까.

빵이 구워지기까지의 과정을 봐도  몇분 동안의 벤치 타임, 발효 등등 과학이 따로 있나. 베이킹 파우더, 베이킹 소다의 역할, 이스트의 역할, 소금와 설탕이 하는 역할, 달걀을 실온에서 두었다가 투입해야 하는 이유 등등.

우리 집 식구, 즉 남편과 아이는 빵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만들어 놓고 거의 내가 처치하기 일수여서 불만이다가 오늘은 이런 생각을 했다 '얼마나 다행이야, 내가 만드는 족족 잘 먹었다면 아마 나는 매일 빵만 구우며 시간 다 보냈을거야...'  여우의 신포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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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9-1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님이 구운 빵인가요? ^0^
아이 먹고 싶어라~~~ 페이퍼를 읽었는데 왜 빵 사진만 눈에 어른거리는지? ㅎㅎㅎ

ceylontea 2006-09-1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배고파라.. --;
너무 맛나 보여요.

hnine 2006-09-1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예, 오늘 오후에 제가 구워봤어요. 유치원 갔다온 아이 준답시고 ^ ^
ceylontea님, 제가 타이밍을 잘 못 맞춰 페이퍼를 올렸나보네요 출출하실 시간인데.

아영엄마 2006-09-13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너무 맛있겠습니당!! 저희집은 남편만 빼고 다 빵 좋아해요~~ 이 다음에 오븐 사서 날마다 빵만 만들어 먹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hnine 2006-09-1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역시 빵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나봐요 ^ ^

해리포터7 2006-09-1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거 제가 고3때 한번 맹글어본것인데요..많이 쳐야 좋다고 해서 많이도 쳐댔는데 막상 하고 보니 넘 딱딱해서리 먹지 못했던..추억의 그 빵이군요..님 색깔이 참 이쁘게 나왔네요..맛날거 같아요..아잉 먹고파라~~

hnine 2006-09-1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고등학교때 벌써 제빵의 세계에 입문하셨군요. 발효 끝난 후엔 너무 치대면 딱딱해진다고 들은것 같아요. 맛날 것 같다고 하시니 저 접시째 드리고 싶네요 ^ ^
 
날씨가 너무 좋아요 - 황주리 에세이
황주리 글, 그림 / 생각의나무 / 2001년 5월
품절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들추어내어 보란 듯이 써댄다. 그래서 비밀따위는 점점 골동품이 되어간다.

쓰는 자와 읽는 자가 '상처'와 '비밀'이라는 지점에서 만나, 서로의 속을 터 놓고 울고 웃는 독서.

누군가 모든 사람이 작가인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책을 쓰는 세상은 어쩌면 정말 '귀머거리와 몰이해의 시대', 진실로 외로운 세상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잊혀지기 싫어서, 누구에겐가 자신의 속을 털어놓고 싶어서, 아니 이 허무한 삶의 한 자락을 세상에 남겨놓고 싶어서 글을 쓴다.

밀란 쿤데라의 이런 말은 떠올려본다. '우리가 책을 쓰는 것은 자기 자식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것은 자기 아내에게 이야기하면 귀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247쪽

나는 이럴 때 세월을 느낀다.
어느 날 갑자기 옛날 옛적 잊혀진 사람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전화를 받을 때, 그리고 그가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 끝에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날이 어두워지면 아버지의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던, 그 옛날 내 아버지의 사랑스런 딸이 될 수 없음을 문득 깨달을 때, 그리하여 아무도 막지 않는 나의 귀가 시간에 내 스스로 빗장을 잘러버릴 때, 새벽녘 나의 단잠 속에 어렴풋이 들려오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낮은 기핌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올 때, 그동안 떠나 있던 서울이 외지인 미국보다도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때, 그 가깝던 10년지기 친구가 아주 사소한 일들로 이제는 전화를 걸 필요조차 없는 먼 사람이 되었음을 기억할 때, 비 오는 토요일 오후 전람회장에 걸려있는 내 그림 앞에서 애인도 없이 혼자 서성이는, 10년 전 내 모습을 닮은 어느 젊은 여자의 뒷모습을 볼 때, 가까운 친구가 시어머니 욕을 한없이 늘어 놓는 재미없는 아줌마로 느껴질때, 그러나 그 재미없는 일상의 소중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 그 일상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정전이 되듯, 그렇게 찾아올 죽음을 떠올릴때......-264쪽

<늙을수록 아름다운 사람>

그의 머리카락이 온통 하얗게 되어서, 가을 바람에 서글피 흩날려도 좋다.
그의 이빨이 조금씩 흔들거려서, 틀니를 했어도 좋다.
그러나 그의 걸음걸이는 꼿꼿하고, 그의 눈빛은 그 모진 세월에도 자존심으로 빛나며, 따뜻한 온기를 지닐 것이다.
그가 결혼을 했건 안 했건, 그에게 성공한 자식이 있건 없건, 그는 늘 '홀로'일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젊은 날의 그때와 똑같이, 누군가 돌을 던진 연못의 수면처럼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 끝났다고 포기해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뒤돌아보며, 동시에 앞으로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그의 몸은 늙어서 이미 사랑할 수 없으나 그의 마음은 해바라기처럼 타오를 것이다.
그는 가끔 옛 애인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슬프게도 늙어버린 그 사람을 만난다면 모르는 사람처럼 슬그머니 뒤돌아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남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잘난 척하지도 비굴한 웃음을 웃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다는 자부심을 지닐 것이다.
그 길이 아니면 저 길도 있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가야 할 단 하나의 길만 있었음을, 그리고 그 길은 아직 멀어서 죽는 날까지 쉬지 않고 걸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밭에 농부가 논에 벼를 심듯 그렇게 평화를 심을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을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젊음을 질투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리고 내게도 있었던 그 젊음을 축복할 것이다.
늙을수록 아름다운 사람, 그는 내 생의 목표이기도 하다.-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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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09-1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요,,,,,
세상에 마음을 흔드는 말들이 이렇게 많으네요? 읽어봐야지....

비자림 2006-09-1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여러 상념에 젖게 하는 글을 만났네요. 찜!

hnine 2006-09-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제가 그런 부분만 발췌해놓았는지도 모르겠네요. 가을에 어울리는 글들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비자림님, 황주리 화가의 그림을 이렇게 책에서뿐만 아니라 직접 전시회에서 만나보고 싶어요.
 
날씨가 너무 좋아요 - 황주리 에세이
황주리 글, 그림 / 생각의나무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사진 작가의 사진들에 붙여진 몇 마디 설명으로 더욱 그 작품이 와 닿듯이,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읽는 그, 혹은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은 더욱 만족감을 준다.

화가 황 주리의 세번째 산문집.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책 속의 내용이 제법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요." 이 좋은 날씨에 나는 외롭고, 그리고 자유롭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녀의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메시지를 준다. 밝은 원색의 그림 속에 판화 같이 정리된 선들. 고정된 화면에서 던져지는 그녀의 묵언의 외침이 마음속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울려 퍼지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자유롭지만 외로운, 자유로운 만큼 외로와야 한다는 걸, 나도 수년전에 어렴풋이 깨달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덜 자유롭더라도 난 이런 외로움은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그림으로 포착하여 남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화가로서의 삶. 책 속에서 그녀는 외친다 '아! 슬프고 지루하고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삶이여' 라고.

검은테 안경 너머 그녀의 그림처럼 군더더기 없는 그녀의 마스크, 그리고 이 책에 실려 있는 여려 점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그림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넘기며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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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대청호에 갔다가 산책길에 서 있던 시비.

잘 아는 시인은 아니었음에도, 시가 마음에 닿아 베껴 적을 시간은 없고 해서 카메라에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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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탄 진

                                                    

                                                                                                이 덕 영

강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강가에 가득한 밀밭 위로

바람이 넘치고 있었다

흰 모래톱에 던지는 돌팔매

하늘 위의 몇마리 새들과

무심한 물결이

빈 가슴에 들어와

어둠을 허물고 있었다

키 큰 밀밭 사이로

지난 밤의 하찮은 불면이

구름처럼 사라져 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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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찮은 불면~
무심한 물결
정말 시가 가을에 어울리네요

세실 2006-09-1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시네요.
시는 역시 여운을 남겨야 읽는 맛이 나요~~~ 세번 읽었습니다.

해리포터7 2006-09-1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저두 이시 잘 퍼갈께요..

hnine 2006-09-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말씀 듣고 보니, 가을에 어울리네요 정말. 그래서 봄에 보고 온 시가 지금 다시 생각났나봐요.
세실님, 대청호가 세실님 계신 곳에서 가깝다고 하셨던가요? 종종 가고픈 곳이어요. 여름밤에 야경도 멋있더라구요.
해리포터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비자림 2006-09-1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맑은 시네요. 저도 얻어 가서 걸어놓겠사와요^^
포근한 밤 되세요^^

hnine 2006-09-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이 시인 혹시 아시는지요.
오늘, 쌀쌀하긴 하지만 하늘이 맑으네요. 좋은 하루, 좋은 일주일의 시작이 되시길 바랍니다.

비자림 2006-09-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 들어봅니다.
아이들 가을 옷 입혀 유치원 보냈어요.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씩씩하니 2006-09-1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한 물결이 빈가슴에 들어와,,,,,,,,,,,,빈가슴.........
아 이거였어요,,,이 표현,,,,지금 제 가슴에 대한 넘 적절한,,말 같애요..

hnine 2006-12-1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저희 아이는 어제 겉옷 없이 반팔 원복만 입겠다고 고집부려 결국 그러고 유치원 갔답니다.
하니님, 저도 빈 가슴으로 있어보았으면 좋겠어요. 주위가 무심해 보였으면 좋겠구요. 제가 마음 수양이 아~직도 부족한 탓이겠지요.
 




다린이와 영화를 보고 왔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영화를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영화와는 거의 담 쌓고 지냈고, 어쩌다가 보게 되는 영화라면 나는 조금도 흥미가 없더라도 아이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들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런데 이 영화는 아이랑 상관 없이 내가 그냥 보고 싶었었다. 왜그런지 모르지만 그냥. 마침 연령대가 아이들도 볼수 있는 영화라길래 오늘 다린이를 데리고 극장엘 갔다. 여기 이사 와서 극장은 그러고 보니 오늘 처음 갔네~

이야기의 배경이 1969년이다 하핫! 다행히 내가 태어나고 난 후네 ^ ^  쉬운 스토리이지만 혹시 여섯살 아이에게 이해가 빨리 빨리 안될까 싶어 중간에 조금씩 설명을 해주긴 했다. 중간에 어떤 대목에서 질문을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울먹울먹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다 끝나고 났는데, 눈물이 줄 줄...(참고로 이 영화 그 정도로 최루성 영화는 아니다.) 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뭐라고 웅얼웅얼하는데 뭔 소리인지 잘 못 알아 듣겠다.

엽기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충격인지 감동인지 내 안에서 언뜻 구분이 안되는 그런 영화들. 인간의 어둡고 광적인 면을 드러내놓고자 하는 영화들, 나름대로 모두 의미가 있겠으나,

이제는 웬지, 여러가지 면에서 조금 성에 안차더라도, 그냥 이렇게,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이런 스토리의 영화가 부담없다. 한때 오랫 동안 마음에 여운이 남는 영화가 좋은 영화였던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내가 받아들이기에 벅차지 않고, 해피 엔딩으로 결말이 나서 영화가 끝나는 순간 더 이상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영화가 차라리 좋다.

다린이, 이 영화 또 보고 싶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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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0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이가 감동받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저두 이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ㅎㅎㅎ 드라마에선 저렇게 끝나지 안잖아요..

hnine 2006-09-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맞아요. 해피 엔딩이 요즘 드물긴 드문가봐요 그치요?

비자림 2006-09-0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의 심정 공감해요. 저는 지나치게 슬프거나 지나치게 비극적인 것들을 잘 못 본답니다...
다린이랑 즐거운 하루였겠네요^^

hnine 2006-09-10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제일 가깝다는 극장에 가는데도 버스편이 없어서 아깝게 택시를 타느라고, 영화표 보다 택시비로 더 쓴것이 쪼금 속 쓰립니다 ^ ^

세실 2006-09-1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두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없어요.
1969년대라~ 제가 2살 때이네요. 담주에나 가야겠습니다.

hnine 2006-09-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없다면, 또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 ㅋㅋ
오늘까지 "아이스 케~~키!" 외치고 다닙니다 저희집 개구장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