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여동생은 두살 터울이다. '아롱이 다롱이'가 따로 없을 정도로 우리 둘은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하나도 안 닮았다. 하지만 내 동생은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이 언니가 하는 것이라면 거의 무조건적으로다가 따라하는 인물. 그래서 우리는 옷도 똑같은 걸 입어야 했으며 - 난 똑같은 옷 입고 어디 같이 가야할 때 너무 너무 싫었다 - 피아노도 한 날 한 선생님으로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내가 친구들과 로보트 태권 V를 보러 가슴 설레며 생전 처음 극장엘 가는 날, 여지 없이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하여 나를 난처하게 했다.
내 동생은 부모님이나 할머니께서 특별히 뭐 하라고 시키실 필요가 없었다. 일단 언니인 나부터 하게 해놓으면, 내 동생은 거의 자동적으로 따라했으므로.
동생은 대학도 나와 같은 학교에 진학, 과도 비슷하여 같은 건물에 우리과는 2층, 동생 과는 3층. 엄마, 나, 동생이 옷을 공유하던 때였으므로 얼굴은 달라도 우리 과 친구들은 심심치 않게 내 동생을 알아 볼 수 있었으니. "야, 나 너랑 똑같은 옷 입고 있는 애 봤는데, 니 동생 맞지?" 이러면서...(민망)
성격과 취미가 달랐으므로 동생의 대학 생활은 나랑 180도로 달랐다. 거의 자폐적으로 대학 4년을 다닌 나와는 달리 동생은 입학도 전에 만난 남자 친구와 다양한 문화 생활을 즐겼으며 그 남자 친구와 결혼까지 골인.
결혼은 나보다 훨씬 일찍 했으나 아이는 내가 먼저 낳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낳고서 정확히 1년 뒤에 동생도 아이를 낳았다. '정확히 1년 뒤'라고 한 까닭은 내가 아이를 낳은지 딱 1년 뒤 같은 날 동생이 출산을 했기 때문 ^ ^.
지금 이 곳으로 이사오기 전, 잠시 동생이랑 한 동네 사는 동안 동생네 아이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같은 어린이집에 등록해서 다녔으며, 가끔 만나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중 동생네 아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그 날로 가서 구입! 그리기 방문 수업을 시작하면 동생네 아이도 그리기, 가베를 시작했다고 하자 동생네 아이도 가베 수업 시작. 재작년 내가 좀 무리를 해서 월부로 피아노를 구입했다. 동생도 같은 상표 같은 모델로 피아노 구입.
동생이 언니 따라하는 것이니까 뭐, 상관 없지만 만약 친구가 이렇게 나 하는 족족 따라 했다면 상관없지 않았을 것 같다 ㅎㅎ 언니가 하는 것이면 따라 해서 나쁠 것 없다는 믿음이 있어서였겠지. 고맙게 생각한다 동생아.
어릴 때부터 엄마께서 늘 샘이 많아야 커서도 잘 산다고 그러셨었다. 샘이 별로 없는 나 보다는 어릴 때부터 지기 싫어하고 하고 싶은 것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았던 동생에게서 더 가능성을 보고 계셨는지도.
자라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그래도 같은 여자 형제가 있다는 것이 의지가 될 때가 많았다. 형제가 없는 우리 아이, 그리고 동생네 아이. 나중에 부모가 늙어 별 보탬이 안 될때, 누가 의지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