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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 세쌍둥이와 함께 보낸 설피밭 17년
이하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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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을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훨씬 예쁘다. 이보다 더 간단하게 생긴 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해서 예쁘다. 보라색 또는 흰색. 갈라지지 않은 통꽃의 꽃잎 다섯 꼭지점이 정확한 각도로 사이를 두고 있다.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는 봉오리대로 예쁘다. 종이접기로 공을 만들때 마지막 단계에서 입으로 힘껏 바람을 불어넣어 빵빵해진 상태, 도라지 꽃 봉오리는 꼭 그 종이공을 닮았다.
책 표지에 도라지 꽃밭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  흩날리는 보라색 꽃잎, 또 한쪽엔 통나무 집이 보인다. 그리고 이 통나무집의 주인장이자 이 책 저자의 화장기 없는 활짝 웃는 모습이 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 진동리, 곰배령 들머리 설피 마을에서 통나무 민박집을 꾸려가고 있는 저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고 대학 4년을 마쳤는데 무슨 인연이었을까. 딸, 아들 세쌍둥이를 데리고 이 산골 마을에 들어와 산지 17년째라고 한다. 눈이 하도 많이 와서 겨울이 오면 눈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해야하는 동네. 설피 마을이란 이름 속의 '설피'란 다래 넝쿨을 엮어 만든, 눈밭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덧신으로서 이 마을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라고 한다. 씨 뿌리고, 나물 뜯고, 거두고, 짐승 키우고, 집 짓고 건사하는 일 등을 여가 활동이 아닌 생존의 수단으로 해나가면서 이번 겨울만 넘기면 다시 도시로 나간다는 결심을 하기를 몇번씩, 하지만 다시 날이 풀리면 마음이 바뀌어 지금까지 눌러 앉게 되었고 이제는 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숲의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갓난장이였던 아이 셋이 이제는 다 자라서 엄마 없을 때에는 통나무집의 손님들 대접도 너끈히 하고 있다니, 그녀가 그동안 하고 싶은 말들이 어디 책 한권 분량만 되랴 싶다.
산골마을에 들어올때에는 함께 했던 남편의 이야기가 책의 어디쯤에서부터 빠지고 네식구 이야기만 나온다. 언제부터 저자는 남편 없이 아이 셋만 데리고 그간의 세월을 지내오게 되었는지, 끝까지 읽어도 알수가 없다. 그녀의 외로움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기울인 노력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뿐.
이 세상에 나름의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냐 할수도 있겠지만, 모질게 마음 먹고 살아야 하는, 살아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을 저자는 그동안 얼마나 여러번 자신에게 해대었을까.

돌아보니 내 마음의 기쁨 혹은 슬픔도 영원한 것은 없었다. 삶의 희로애락 또한 계절의 순환처럼 끝없이 흘러가는 듯하다. 설피밭에 살고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삶의 흐름을 타고 논다. 나 역시도 자연의 일부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신념은 하루하루 나의 종교이자 신앙이 되어간다. '변화'를 받아들이며 준비하고 그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 어느 사이 습관이 되어간다.(191쪽)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산다. 자연의 흐름을 타고 그냥 산다. 이 책을 다 읽은 나의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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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2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2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0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라지꽃은 정말 예쁘죠. 작년에 찍은 도라지꽃 사진이 있는데...
세쌍둥이를 남편 없이 키웠다면 그 세월이 참 외롭고 힘들었겠네요.

hnine 2010-03-02 21:58   좋아요 0 | URL
그래도 꿋꿋하게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이 참 존경스럽기도 하고요.
친정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후에는 친정과도 멀어졌다는데 하고 싶은 얘기들을 어디다 풀며 살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 기억나요. 순오기님 서재에서 본 도라지꽃이요 ^^

이하영 2010-03-0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도라지꽃, 참 예뻐요^^
쪄서 말려두었다가 더운 물 부어 차를 우리자
찻물이 오묘한 푸른 빛이 났어요.
쪽 염색하면서 손톱에 드는 그런 푸른 빛...
책 읽어주셔서, 독후감 써 주셔서 감사드려요.
리뷰를 읽으며
'왜 사냐건 웃지요' 라는 시가 떠 올라
저도 웃어요.
hnine님의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의 리뷰 '평화와 안정을 얻기까지 그녀는'
저희 홈피에도 게시하려고요 .
저희 홈피는 세쌍둥이네 풀꽃세상 (www.jindong.net)고요 풀꽃사는 이야기방에 둘거랍니다.
hnine님도 행복하세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흰눈이 소담하게 내리는 설피밭에서
행복은 누구나에게 필수^^라 여기며 살아가는
세쌍둥이 엄마가 ...

hnine 2010-03-08 05:13   좋아요 0 | URL
저자께서 저의 리뷰를 읽어주셨다니 감사드리고 또 부끄럽기도 합니다. 저 개인의 감상을 적은 글이긴 하지만 혹시 누가 될 글을 쓰지 않았나 해서요.
리뷰의 제목 <평화와 안정을 얻기까지...>라는 말에 저의 하고 싶은 말이 다 있다고나 할까요. 이제는 그것을 누리실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쭈욱 행복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직도 눈이 내린다는 그곳에 저도 언제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네요.

풀꽃 2010-03-0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어주시는 분들께 저도 같은 마음^^
고맙고 다소 부끄럽고
...제 개인의 감상을 적은 글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누구에게도 누가 되지 않아야겠기에 무척 조심스러웠답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다 같아
앞으로도 쭈욱 행복합시다!!!!
hine님의 여행^^언제고 환영입니다.
 
<마망, 너무 사양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망 너무 사양해 -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이화열이 쓰고 현비와 함께 그리다 / 궁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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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 중에 너는 어떤 것에 일순위를 두지?" 
나의 물음에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인간이 살아나가는데 필수적이라고 꼽는 세가지, 초등학교 시절 부터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모든 인간에 해당된다고 생각했던 이것을 아무리 그녀가 파리지엥이라지만 그렇게 끝까지 이해를 못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는 것인데 어떻게 그렇게 세가지로 결정내릴 수 있냐는 것이다. 말도 안된다는 표정, 너희 나라는 초등학교에서 그런 걸 '가르치냐'는 말까지 나왔다. 아마 그녀를 안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녀를, 그리고 프랑스와 우리의 문화, 사고 방식의 차이를 그나마라도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나도 덩달아 영문을 몰라하며 소통이 단절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거의 1년을 그녀와 단짝 처럼 붙어 다니며 친하게 지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함께 지냈던 곳은 한국도 프랑스도 아닌 제3국이었고 그녀가 모든 프랑스 사람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이해도 편협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안다.
스물 아홉 되던 해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독신 주의를 고집하던 한 파리 남자를 만나 청혼을 하고 그 남자의 독신 주의를 무너뜨리고 결혼하여, 단비, 현비라는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십오년 째 파리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자 이 화열. 그녀가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유창하진 않아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어린 현비의 입에서 "엄마, 사랑해"라는 뜻의 "마망 너무 사양해" 그 말을 듣고 행복해하는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과 같기도 하고 또 다르기도 해보였다.
누구에게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떠나는 여행과 같다고 생각하고, 아이와 같이 떠난 그 여행에서 자신은 '길잡이'가 되기 보다는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갖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솔직한 자신과 대면하는 과정이고, 인생을 진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매번 다짐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기도한 반면, 성공을 위한 자제력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마시멜로 이야기'에 반감을 보이며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성공을 위한 자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의 가치를 스스로 따질 수 있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저자의 두 아이들이다. 귀여운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 중에서, 정답이나 무슨 견본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사고의 틀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 보여지는 진솔한 답들에 우리 나라 아이들과 많은 차이를 느꼈다고 할까.
"사무엘은 공부 잘하니?"
"엄마, 내가 사무엘의 답안지를 베끼는 것도 아닌데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알겠어?"
막내 현비의 대답이다.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건 좀 멍청한 것 같아."라고 딸 단비가 엄마에게 말한다.
"왜?"
"영화 속의 주인공과 실제 인물하고는 다르잖아.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조니 뎁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조니 뎁하고는 전혀 다른데, 영화의 역할이 멋있다고 그 남자 배우와 사랑에 빠질 수 있어? 난 배우나 가수에게 좋다고 꽥꽥 소리 지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 그건 그 사람들의 직업일 뿐이라고."  라고 말하는 초등학생 꼬마 단비 아가씨. 그건 이미지와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그런거라는 엄마의 말에 비싼 브랜드만 입는 자기 친구 이야기를 하며 그것도 일종의 이미지와 사랑에 빠진 것 아니냐고 대답한다.
내일 수학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도와준답시고 문제 푸는 것을 도와 주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동안 개념에 관한 질문과 대답만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답답해하던 저자는 후에 차차 깨닫는다. 프랑스 교육의 핵심은 '자기 생각'을 고민하게 만들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 그 자체라고. '나 자신'보다 '관계'에 얽히고 살았던 그동안의 삶에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고.
한때 열렬히 사랑했을 남자, 아이 둘을 갖게 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는 남자, 그래서 감사한다고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 그녀의 남자와 나눈 대화 한 꼭지를 옮기며 마친다.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남편: 어제 교회 앞에서 리본이 달린 웨딩카를 봤어. 근데 그 리무진은 끝이 안 보일만큼 길었어.

아내: 왜 사람들은 결혼식 날 그렇게 멍청해지는 거지? 왜 그렇게 멍청하게 리무진을 빌리고 돈을 물 쓰듯 쓰는 걸까? 정말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이벤트라서 그런 걸까?

남편: 감옥에 들어갈 사람이 그 전날 돈을 물 쓰듯 쓰는 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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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0-02-2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파리에 사는 어린애라서 <랑>을 양으로 발음하나보다.
프랑스 요리사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철없는 우리 딸을 어째 생각하니? ㅋ

hnine 2010-02-27 22:19   좋아요 0 | URL
이 책에도 나오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철저한 개인 중심이라서 공동으로 묶이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더구나. 뭐든 혼자 하기보다는 무리를 지어 함께 섞여서 하고 싶어하는 우리들 근성과는 참 다르지?
프랑스 요리사는 곧 세계적인 요리사, 멋진걸? 그런데 결혼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잖아. 언제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 1초전까지도 모르는...^^

비로그인 2010-02-28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hnine님 댓글이 넘 재밌어요^^ "결혼은 교통사고같은 것이다" 오늘 밖에 나가서 계속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살짝 웃음 지으면서요~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살짝 걱정 됩니다. ㅋ

hnine 2010-02-28 14:46   좋아요 0 | URL
비유가 좀 과격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정확한 비유를 아직 못봤네요.
전 지금부터 바람결님 서재에 가서 말러 들으면서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오늘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느라 애쓰고 있습니다 ㅋㅋ
 
유쾌한 인체 탐험
북타임 편집부 지음 / 북타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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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궁금해지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품을 하면 왜 칠판의 글씨가 순간적으로 더 잘 보일까, 단것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고나면 두통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을 하는 것은 오래사는데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온다는데 오히려 커피를 마시자마자 졸음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변을 끝까지 참으면 어떻게 될까, 울고 나면 눈이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 
어떤 분야의 공부이든 스스로 호기심이 발동하여 알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우리에게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호기심이 생기길 기다려줄 시간이 어디 있나. 미리 미리 그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가르쳐지고 머리에 주입시켜진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읽어보고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위해 억지로 이해하고 외우기까지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험때문이라 할지라도 공부하던 중에 그나마 흥미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위에 열거한 것 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직접 가르쳐주진 않는다.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배울 뿐이다. 그 기본 지식을 가지고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것은 각자의 할 일이기에 이런 책에 계속 흥미가 생기고 재미있게 읽게 되나보다.
'인체 상식 수다방'이란 부제가 어울리게 온갖 잡다한 내 몸안의 현상의 이유들이 설명되어 있다. 엉뚱해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했을만한 현상들을, 일반인들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딱 그 정도의 설명이 장황하지 않으면서 요점이 잘 설명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혔다.
감기에 걸리면 왜 깊이 잠을 자게 되는지, 수술로 위를 절제해도 식욕이 생길지, 웃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말인지, 상처에서 나오는 고름의 정체는 무엇인지, 눈물을 흘리면 콧물이 같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운동은 예전에 배웠다가 한참후에 다시 해도 금방 숙달이 되는데 왜 어떤 운동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이런 것들은 학교 수업 시간에 가끔 에피소드 정도로 설명이 되어졌거나 그렇지 않고 지날 수 있는 문제들이지 교과서에 직접 설명이 되어 있는 것들은 아니다. 그런데 사실은 더 재미있는 문제들이다.
책 크기도 아담하여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데 표지 그림을 보고 혹시 아이들 용 책으로 오해하지는 마시라고 덧붙이고 싶다. 읽어보신 분들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아시겠지만. 

 

* 오자신고: 258쪽의 '아포토시스'는 영어의 Apoptosis를 소리나는 대로 쓴것으로 생각되는데 우리말 표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아폽토시스'라고 써야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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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아!!! 그렇구나, 그런거였구나" 하게 만드는 책이군요 ㅎ

hnine 2010-02-20 19:56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사소한 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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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런 책 한권 정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지금 현재, 혹은 한때 내가 지니고 다녔거나 아니면 자주 애용하던 물건들을 찾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그 물건과 관련된 얘기를 간단하게 메모해둔다. 그런 메모가 모여서 웬만한 분량이 된다. 책으로 엮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책이 이 책 <사소한 발견>이다. 여기 실린 60가지의 물건들 중 남들은 가지지 않은 물건이라 여겨질만한 것은 별로 없다. 단추에서 가위, 칫솔, 클립, 냉장고, 탁상 시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사소한 일상 용품들을 클로즈 업한, 깨끗한 배경들의 사진들, 그리고 간간이 들어가 있는 연필 스케치도 단촐하고 깨끗하다. 보조 출연으로 아무 것도 등장시키지 않는, 오직 대상에만 집중한 사진 찍기의 묘미를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발견했다. 사진 옆 페이지에는 그 물건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깨알만한 글씨로 촘촘촘.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수시로 관심을 두며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을 키우는 대신,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 옆에 항상 있기에 있는지 없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에 시선을 돌려보자고 소곤거리는 것 같은 책이다. 

다음은 '바비인형' 사진과 함께 실린 짧은 글. 재미있어서 옮겨 본다.

누나의 바비 인형

어릴 적 일이다.
누나가 아끼는 바비인형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순서대로 차례차례 머리를 짧게 깎아주었다.
대부분의 인형들이 긴 생머리였다.
난 언젠가 인형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나리라 믿었다. 

그날 오후,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

읽으면서 웃음이 절로 났다.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는 마지막 줄에서 특히.
놓치고, 잊혀지기에는 너무나 애틋하고 소중한 추억 아닐런지.

이 책은 사진 찍는 일을 하는 두 형제가 엮은 책이지만, 누구든 블로그에라도 이런 제목의 카테고리를 하나 마련해두고 가끔씩 한 꼭지씩 자기만의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발견에 대한 글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사진 기술은 이 책의 저자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내용은 그에 못지 않은 책의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우선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야말로 정말 사소한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 무엇이 '사소한 발견'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정할 수가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저 '배경'으로서 존재할 뿐 '클로즈 업'의 대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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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2-18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발견..그러면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바비인형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면서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니 안타깝네요.

hnine 2010-02-18 09:26   좋아요 0 | URL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애지중지 가꾸시던 화단의 채송화 꽃을 동생이랑 가위들고 가서 댕강댕강 잘라놓은 적이 있어요. 한번 해보니까 재미있어서 자꾸 한거예요 글쎄. 나중에 아버지로부터 얼마나 혼났는지는 말씀 안드려도 되겠지요 ㅋㅋ 아이들은 당장 재미있으면 뒷일 걱정은 안하는 모양이어요 ^^

하늘바람 2010-02-1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에서 저는 마음이 아파요.

hnine 2010-02-18 09:27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는 좀 짖궂은 데가 있나봐요. 누나는 속상해서 울고 동생은 아마 누나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울었겠지요? 그 광경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킬킬거리며 읽었어요.

다락방 2010-02-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늘바람님처럼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에서 마음이 아프네요.

인형의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을거라는 걸 둘다 깨닫고 울었다고 읽혀서 말이죠 저는. ㅠㅠ

hnine 2010-02-18 14:34   좋아요 0 | URL
누나는 몰라도 동생은 분명히 누나에게 야단맞고 우는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ㅋㅋ
만약 제 동생이 저렇게 제 인형 머리카락을 잘라놓았다면 저라도 가만 안두었을 것 같거든요 ^^

하이드 2010-02-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은 어릴적 친구에게 혓바닥을 잘라보라고 한 적이 있어요. 동생 친구가 정말로 잘라서, 뱀혀 될 뻔 했다지요;

다행히 지금은 다 아물었어요.

어릴적에는 가위를 조심해야 하는군요.

hnine 2010-02-18 14:37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어릴 적 에피소드 중 가장 압권이네요. 뱀혀될 뻔 했다니 그러니까 세로로 가위질을 했다는 말씀이시네요?

비로그인 2010-02-1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삼 뭔가 어딘가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잊혀지지 마련인 것들, 잃어버리기 마련인 것들. 사진처럼 생생한 장면들도 하루하루 생각나다가 어느새인가 기억에서 지워져 버리더라고요.

또한 이런 기록으로 나는, 우리는 좀 더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자기것, 세상과 자신과의 대화들 이런것 말예요..

오래전 일인데요. TV 뉴스에서 화재 장면을 취재하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 큰 화재는 아니었는데요. 집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는데 어떤 나이드신 아저씨의 집도 타버려서 그 분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그 분이 아주 바람빠진 풍선같은 눈빛으로 한 얘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20년인가(?) 하는 세월동안 기록해둔 노트들이 모두 탔다고, 그게 젤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이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맴도네요~

노트에 뭔가를 고이 남기는 일. 참 소중한 일이 아닌가 해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hnine 2010-02-18 14:39   좋아요 0 | URL
제가 리뷰에 쓸까 말까 하다가 안 쓴게 있는데요, 사실 저 책 읽으면서 바람결님 서재 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분위기는 다르지만요.
기록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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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태. 처음 듣는 이름이다. 경력을 본다. 1992년에 등단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 목록 중에 읽은 것이 없다. 어떤 선입견 없이 그의 작품과 만날 수 있겠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매우 평이한 문체에, 수식이 많지 않으며,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의 감정 표현에 과함이 없는, 내가 선호하는 글 스타일이었기 때문일까. 매우 빠른 속도로 읽혔다. 범인이 궁금한 추리 소설도 아니면서, 어떤 특별한 사건이 펼쳐지는 스토리도 아니면서, 그렇게 속도감 있게 읽힐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기분으로 읽혀졌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어떤 한 남자의 일기장, 혹은 블로그의 아주 개인적인 한 카테고리를 쭉 훑어 읽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마치 독백과 같은 글이었다. 더구나 자전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어느 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난 후임에야.
조용히 옆에서 남자를 지켜봐주고, 챙겨 주던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뜨고, 아내에게 잘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생각때문에 더욱 쓸쓸해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에 아내가 살아 있을 때의 이야기, 그때 키우던 개 이야기, 어릴 적 왕따 친구 이야기, 한동네 살던 불행했던 누나 이야기 등이 어우러져, 어느 대목 하나 쓸쓸하지 않은 대목이 없는, 그런 소설이었다.

태인이 집 근처까지 갔지만 기척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뒤, 허리를 숙여 개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태인이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태인아! 나는 얼른 태인이를 안았다. 태인이가 꼬리를 흔들었다.
"그만해라, 힘도 없을 텐데."
나는 태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114쪽)

 태인이는 주인공과 그 아내의 이름 한자씩을 따서 만든, 키우는 개의 이름이다. 상한 음식을 먹고 키우던 개 네 마리 중 두 마리가 죽던 때의 이야기 중 한 대목인데 읽는 동안 마치 위의 장면이 눈 앞에서 펼쳐 지고 있는 것 같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동안에도 계속 그 잔영이 머리 속에 남아 있었다. 생사의 기로에서도 주인을 반기는 개와, 그런 개의 마음을 알아주는 남자의 따뜻하고도 쓸쓸한 말투.

이 사람은 슬프다는 말을, 쓸쓸하다는 말을 다음과 같은 식으로 한다.

도가니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더 먹지 못했다. 손에 숟가락을 든 채, 울음을 참으면서 나는 국물이 식을 때까지 창밖 거리만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228쪽)

주인공이 한때 위가 안좋아 병원 신세를 지고 나온 후 기운 차리라며 아내가 사주었던 도가니탕. 혼자서 그 도가니탕을 주문해서 먹는 장면이다. 눈물을 뚝뚝 흘린 것도 아니고, 그 자리를 그냥 박차고 나간 것도 아니고, 울음을 참으면서 숟가락을 든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렇게 슬픔이 삭기를 말없이 기다리며 사는 일상인 것이다.

아내가 죽고 난 후 종우 형은 이따금 전화를 걸어 내가 무사히 살고 있는가를 체크했다. 몇 번째 전화던가, 종우 형의 전화가 '체크'라는 것을 느꼈을 때 내가 말했다.
"형님, 저는 따라 죽을 위인 못 돼요."
"누가 뭐래. 서울 올라가면 잘 때 없을까 봐 그러지." (120쪽)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대로의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대필을 의뢰하는 전화가 오면 한치도 게으름없이 성실하게 답변하고 일을 맡겠다고 응하는 주인공이 고맙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부디 추억이 그를 끌어내리지 않고 계속 지탱해나가게 하는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마도 내가 읽은 책 중 제일 쓸쓸한 느낌을 주는 책 리스트를 만든다면 빠지지 않고 들어갈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미루지 않고 바로 리뷰를 쓰는 편인데 이 책은 다 읽고서 다른 책까지 한 권 더 읽고서 리뷰를 쓴다. 일부러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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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설날전에 주문해서 오늘 받았는데 hnine님의 리뷰를 보니 안심이 되요 (엄한 것 주문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대필작가 이야기라는 데 끌려서 덥썩 주문했었거든요.

hnine 2010-02-17 22:39   좋아요 0 | URL
읽어보실만 합니다. 작가 자신도 지난 4년 동안 대필작가로 일해오고 있었고, 그래서 대필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직업도 그렇게 정했다고 하더군요.

하늘바람 2010-02-1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필작가 이야기? 궁금하네요^^

hnine 2010-02-17 22:4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2010-02-17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2-1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들어 본 이름 같습니다. 읽어보지 못했구요. hnine님의 제일 쓸쓸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 왠지 저는 읽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목은 참 맘에 드는데...^^

hnine 2010-02-17 22:46   좋아요 0 | URL
들어보셨군요. 쓸쓸한 느낌을 주지만 괜히 읽었다는 생각은 들게 하지 않는 책이어요. 아마 읽는 사람의 어느 한 구석에 있던 비슷한 정서를 어루만져준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