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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이런 책 한권 정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지금 현재, 혹은 한때 내가 지니고 다녔거나 아니면 자주 애용하던 물건들을 찾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고 그 물건과 관련된 얘기를 간단하게 메모해둔다. 그런 메모가 모여서 웬만한 분량이 된다. 책으로 엮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책이 이 책 <사소한 발견>이다. 여기 실린 60가지의 물건들 중 남들은 가지지 않은 물건이라 여겨질만한 것은 별로 없다. 단추에서 가위, 칫솔, 클립, 냉장고, 탁상 시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사소한 일상 용품들을 클로즈 업한, 깨끗한 배경들의 사진들, 그리고 간간이 들어가 있는 연필 스케치도 단촐하고 깨끗하다. 보조 출연으로 아무 것도 등장시키지 않는, 오직 대상에만 집중한 사진 찍기의 묘미를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발견했다. 사진 옆 페이지에는 그 물건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깨알만한 글씨로 촘촘촘.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수시로 관심을 두며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욕망을 키우는 대신,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 옆에 항상 있기에 있는지 없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에 시선을 돌려보자고 소곤거리는 것 같은 책이다. 

다음은 '바비인형' 사진과 함께 실린 짧은 글. 재미있어서 옮겨 본다.

누나의 바비 인형

어릴 적 일이다.
누나가 아끼는 바비인형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순서대로 차례차례 머리를 짧게 깎아주었다.
대부분의 인형들이 긴 생머리였다.
난 언젠가 인형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나리라 믿었다. 

그날 오후,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

읽으면서 웃음이 절로 났다.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는 마지막 줄에서 특히.
놓치고, 잊혀지기에는 너무나 애틋하고 소중한 추억 아닐런지.

이 책은 사진 찍는 일을 하는 두 형제가 엮은 책이지만, 누구든 블로그에라도 이런 제목의 카테고리를 하나 마련해두고 가끔씩 한 꼭지씩 자기만의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발견에 대한 글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사진 기술은 이 책의 저자보다 떨어질지 몰라도 내용은 그에 못지 않은 책의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우선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야말로 정말 사소한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 무엇이 '사소한 발견'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정할 수가 없다.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저 '배경'으로서 존재할 뿐 '클로즈 업'의 대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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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2-18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발견..그러면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바비인형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면서 얼마나 속상할까 생각하니 안타깝네요.

hnine 2010-02-18 09:26   좋아요 0 | URL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애지중지 가꾸시던 화단의 채송화 꽃을 동생이랑 가위들고 가서 댕강댕강 잘라놓은 적이 있어요. 한번 해보니까 재미있어서 자꾸 한거예요 글쎄. 나중에 아버지로부터 얼마나 혼났는지는 말씀 안드려도 되겠지요 ㅋㅋ 아이들은 당장 재미있으면 뒷일 걱정은 안하는 모양이어요 ^^

하늘바람 2010-02-1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에서 저는 마음이 아파요.

hnine 2010-02-18 09:27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는 좀 짖궂은 데가 있나봐요. 누나는 속상해서 울고 동생은 아마 누나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울었겠지요? 그 광경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킬킬거리며 읽었어요.

다락방 2010-02-18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늘바람님처럼 누나도 울고 나도 울었다에서 마음이 아프네요.

인형의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을거라는 걸 둘다 깨닫고 울었다고 읽혀서 말이죠 저는. ㅠㅠ

hnine 2010-02-18 14:34   좋아요 0 | URL
누나는 몰라도 동생은 분명히 누나에게 야단맞고 우는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ㅋㅋ
만약 제 동생이 저렇게 제 인형 머리카락을 잘라놓았다면 저라도 가만 안두었을 것 같거든요 ^^

하이드 2010-02-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은 어릴적 친구에게 혓바닥을 잘라보라고 한 적이 있어요. 동생 친구가 정말로 잘라서, 뱀혀 될 뻔 했다지요;

다행히 지금은 다 아물었어요.

어릴적에는 가위를 조심해야 하는군요.

hnine 2010-02-18 14:37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어릴 적 에피소드 중 가장 압권이네요. 뱀혀될 뻔 했다니 그러니까 세로로 가위질을 했다는 말씀이시네요?

비로그인 2010-02-1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삼 뭔가 어딘가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잊혀지지 마련인 것들, 잃어버리기 마련인 것들. 사진처럼 생생한 장면들도 하루하루 생각나다가 어느새인가 기억에서 지워져 버리더라고요.

또한 이런 기록으로 나는, 우리는 좀 더 자신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자기것, 세상과 자신과의 대화들 이런것 말예요..

오래전 일인데요. TV 뉴스에서 화재 장면을 취재하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 큰 화재는 아니었는데요. 집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는데 어떤 나이드신 아저씨의 집도 타버려서 그 분의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그 분이 아주 바람빠진 풍선같은 눈빛으로 한 얘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20년인가(?) 하는 세월동안 기록해둔 노트들이 모두 탔다고, 그게 젤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이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맴도네요~

노트에 뭔가를 고이 남기는 일. 참 소중한 일이 아닌가 해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hnine 2010-02-18 14:39   좋아요 0 | URL
제가 리뷰에 쓸까 말까 하다가 안 쓴게 있는데요, 사실 저 책 읽으면서 바람결님 서재 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분위기는 다르지만요.
기록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