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 너무 사양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망 너무 사양해 -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꼬마 파리지앵의 마법 같은 한마디
이화열이 쓰고 현비와 함께 그리다 / 궁리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식주 중에 너는 어떤 것에 일순위를 두지?" 
나의 물음에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인간이 살아나가는데 필수적이라고 꼽는 세가지, 초등학교 시절 부터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모든 인간에 해당된다고 생각했던 이것을 아무리 그녀가 파리지엥이라지만 그렇게 끝까지 이해를 못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그건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는 것인데 어떻게 그렇게 세가지로 결정내릴 수 있냐는 것이다. 말도 안된다는 표정, 너희 나라는 초등학교에서 그런 걸 '가르치냐'는 말까지 나왔다. 아마 그녀를 안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녀를, 그리고 프랑스와 우리의 문화, 사고 방식의 차이를 그나마라도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나도 덩달아 영문을 몰라하며 소통이 단절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거의 1년을 그녀와 단짝 처럼 붙어 다니며 친하게 지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함께 지냈던 곳은 한국도 프랑스도 아닌 제3국이었고 그녀가 모든 프랑스 사람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이해도 편협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안다.
스물 아홉 되던 해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독신 주의를 고집하던 한 파리 남자를 만나 청혼을 하고 그 남자의 독신 주의를 무너뜨리고 결혼하여, 단비, 현비라는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며 십오년 째 파리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자 이 화열. 그녀가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유창하진 않아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어린 현비의 입에서 "엄마, 사랑해"라는 뜻의 "마망 너무 사양해" 그 말을 듣고 행복해하는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과 같기도 하고 또 다르기도 해보였다.
누구에게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떠나는 여행과 같다고 생각하고, 아이와 같이 떠난 그 여행에서 자신은 '길잡이'가 되기 보다는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갖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솔직한 자신과 대면하는 과정이고, 인생을 진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매번 다짐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기도한 반면, 성공을 위한 자제력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마시멜로 이야기'에 반감을 보이며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성공을 위한 자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의 가치를 스스로 따질 수 있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저자의 두 아이들이다. 귀여운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 중에서, 정답이나 무슨 견본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사고의 틀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 보여지는 진솔한 답들에 우리 나라 아이들과 많은 차이를 느꼈다고 할까.
"사무엘은 공부 잘하니?"
"엄마, 내가 사무엘의 답안지를 베끼는 것도 아닌데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알겠어?"
막내 현비의 대답이다.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건 좀 멍청한 것 같아."라고 딸 단비가 엄마에게 말한다.
"왜?"
"영화 속의 주인공과 실제 인물하고는 다르잖아.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조니 뎁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조니 뎁하고는 전혀 다른데, 영화의 역할이 멋있다고 그 남자 배우와 사랑에 빠질 수 있어? 난 배우나 가수에게 좋다고 꽥꽥 소리 지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 그건 그 사람들의 직업일 뿐이라고."  라고 말하는 초등학생 꼬마 단비 아가씨. 그건 이미지와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그런거라는 엄마의 말에 비싼 브랜드만 입는 자기 친구 이야기를 하며 그것도 일종의 이미지와 사랑에 빠진 것 아니냐고 대답한다.
내일 수학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도와준답시고 문제 푸는 것을 도와 주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동안 개념에 관한 질문과 대답만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답답해하던 저자는 후에 차차 깨닫는다. 프랑스 교육의 핵심은 '자기 생각'을 고민하게 만들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 그 자체라고. '나 자신'보다 '관계'에 얽히고 살았던 그동안의 삶에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고.
한때 열렬히 사랑했을 남자, 아이 둘을 갖게 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는 남자, 그래서 감사한다고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 그녀의 남자와 나눈 대화 한 꼭지를 옮기며 마친다.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남편: 어제 교회 앞에서 리본이 달린 웨딩카를 봤어. 근데 그 리무진은 끝이 안 보일만큼 길었어.

아내: 왜 사람들은 결혼식 날 그렇게 멍청해지는 거지? 왜 그렇게 멍청하게 리무진을 빌리고 돈을 물 쓰듯 쓰는 걸까? 정말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이벤트라서 그런 걸까?

남편: 감옥에 들어갈 사람이 그 전날 돈을 물 쓰듯 쓰는 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미 2010-02-2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파리에 사는 어린애라서 <랑>을 양으로 발음하나보다.
프랑스 요리사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철없는 우리 딸을 어째 생각하니? ㅋ

hnine 2010-02-27 22:19   좋아요 0 | URL
이 책에도 나오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철저한 개인 중심이라서 공동으로 묶이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더구나. 뭐든 혼자 하기보다는 무리를 지어 함께 섞여서 하고 싶어하는 우리들 근성과는 참 다르지?
프랑스 요리사는 곧 세계적인 요리사, 멋진걸? 그런데 결혼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잖아. 언제 누구를 어떻게 만날지 1초전까지도 모르는...^^

비로그인 2010-02-28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hnine님 댓글이 넘 재밌어요^^ "결혼은 교통사고같은 것이다" 오늘 밖에 나가서 계속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살짝 웃음 지으면서요~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살짝 걱정 됩니다. ㅋ

hnine 2010-02-28 14:46   좋아요 0 | URL
비유가 좀 과격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정확한 비유를 아직 못봤네요.
전 지금부터 바람결님 서재에 가서 말러 들으면서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오늘 남편이 아이와 놀아주느라 애쓰고 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