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본 영화가 꽤 된다.
며칠 전 일도 깜빡 하기 일수인 요즘 정신머리를 봐서는 이렇게 짧게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 영화 내가 봤던가?' 이럴 것 같아서.
한수산의 소설 <군함도>를 읽기도 했고 그 이전에도 군함도에 관해 듣고 읽어 좀 알고 있긴하다.
영화는 내가 읽은 소설과 같은 내용은 아니었다.
출연한 배우 중 두 사람의 역할과 연기력에 어쩔 수 없이 비중이 컸고,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과 기대를 넘어서지 않고 딱 그 예상과 기대대로만 끝맞쳐주니, 평균 점수는 주겠으나 그 이상의 점수는 줄 수 없었다.
★★★☆☆
이 영화 대체로 평이 좋던데 내가 마음이 넓지 못해서 그런지 여주인공과 저 남자의 사랑을 아름답게만 볼 수 없었다. 폭력, 천대, 무시가 있는 관계는 어떤 경우에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봐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열한 남편에 굴하지 않고 자기 세계를 지켜나간 여주인공의 인내력과 의지력에 차라리 집중하고 싶지, 제목처럼 <내사랑>이란 주제로 보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감동은 커녕 보면서 나도 모르게 불쑥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던 영화.
★★★☆☆
혹성탈출 1, 2편이 열배쯤 더 좋았다.
이번 영화는 뭐랄까, 드러내놓고 영웅주의. 누가 헐리웃 영화 아니랄까봐. 인간의 퇴화와 유인원의 진화로 가게 되는 개연성과 근거 빈약. 과학적 근거보다는 스토리를 위한 스토리에 억지로 웅장한 결말로 유도하려는 것 같아 별로 재미없게 봤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건 알지만, 광주 항쟁 같은 역사적 사건 상황에서 너무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너무나 있을 법 하게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 이미 결말이 다 보이는 듯 해서 아쉬웠다. 송강호 연기야 말 할 필요 없지만 영화 만드는 분들이 너무 그걸로 흥행은 다 된줄 기대한 건 아닌가. 송강호 혼자 웃기려 하고 감동 주려 하고 눈물 주려 하고.
광주 항쟁을 그린 영화라면 차라리 이전의 <화려한 외출>이 나았다.
★★★☆☆
이렇게 화끈하게 재미라도 있던지.
킬러한테 보디가드가 붙을 수 있을 줄이야. 목숨이 한 서너개 되는 사람처럼 위험을 무릅쓰는 킬러이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순정남도 그런 순정남이 없는 것을 보고, 모든 남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남자는 참 단순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절대 지루하지 않은 영화. 그것만 해도 어디냐 근래 본 실망스런 영화들에 비하면.
★★★★☆
영화를 같이 본 남편은 다 보고 나더니 영화 내용이 얽히고 섥혀 머리 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뻥뻥 허술한 구멍이 많이 보여서 아쉬웠던 영화이다. 원작 소설 읽은 적 없고 내용도 거의 모르고 보러 간 영화였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기대를 한 것도 아니었다.
소설이든 영화든, 결말엔 살인 동기가 뚜렷하게 밝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살인 장면보다는 오히려 살인 동기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보는 사람은 오싹하기도 하고 전율하기도 하고 그런 것 아닌지. 특히 김남길의 경우엔 그것이 모호하고 빈약하기만 했다. 다 죽어갈 정도로 피투성이가 된 배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상대를 공격하는 장면도 그렇고. 에효, 실망스럽기만 했다.
★★☆☆☆
올해 들어 본 영화중 제일 좋았던 영화.
영화 초반부엔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인가 감이 안잡히고 이해가 안되서 졸뻔 하기까지.
그런데 다 보고 나올땐 눈물을 훔치며 나왔다. 이러는 나를 보고 남편은 도대체 이 영화에 울 내용이 어디있냐고. 다 잘 풀렸지 않냐고. 아니아니, 잘 풀리고 안 풀리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인생에 있어서 선택할 수 없이 결정지어지는 것들, 그리고 마음과 다르게 흘러가는 인생의 한 대목 한 대목이, 그렇게 고정되어져야 하는 인생의 적지 않은 부분이 눈물 나게 했다.
제목 베이비 드라이버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제목에서 온 것이라는데 한번 찾아서 들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