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기억은 때때로 얼마나 끈질기게 뇌 속에 박혀있는지, 새삼 우리의 기억 시스템이 신기하기만 하다.
중학교 2학년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음...30 여년 전. 난 팝송을 무척 좋아했다.
TV의 영어 교육 방송에서 가끔 팝송 가사를 해설과 함께 소개해준다는 것을 알고는 열심히 찾아서 시청하고 있던 어느 날 이 노래가 소개되었다. 이 노래는 그 당시에도 이미 올드 팝송에 속하는 노래였는데 상큼한 리듬과 여자 싱어의 투명한 목소리가 절로 따라서 부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여기에 가사까지 의미있게 와닿으면 완전 몰입하게 되는건데, 이 노래 가사가 지금 봐도 그렇지만 열 다섯살 나에게도 참 좋았었나보다.

한쪽에서만 보시나요? 이쪽 저쪽에서 보고 생각해보세요. 좋은 면만 있지도 않고 나쁜 면만 있지도 않아요. 난 인생이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본답니다.

내맘대로 다시 써본 가사 일부이다. 원래 Joni Mitchel 이 부른 노래인가본데 그 날 방송에선 Judy Collins의 노래로 들었다. 그래서 난 지금도 Both sides now 하면 Judy Collins의 목소리를 먼저 떠올린다.  

이렇게 배운 팝송으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keep ~ing 형태 구문을 소개하기 위해 채택된 노래 같지만 사실 내게는 여기서 raindrop이란 단어가 단순히 빗방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고난, 어려움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듣고서 그 날 이후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노래가 되었다. You've got a friend도 있구나. If I needed you도 있고. 

당시 그 방송을 담당한 강사는 서강대 객원교수라고 소개되던 서 승현 교수. 얼마전에 EBS를 보다가 영어가 아닌 관광 매너인가? 그런 프로그램을 하고 계신 걸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30년전 마음에 와서 박힌 노래들을 지금 다시 불러도 좋다.
한때 열광하다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도 많은데, 어떤 기억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뭉클했던 감동 그대로 남아서 추억하게 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1-03-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중학교 2학년때 촌에서 도시로 전학했고, 팝은 고등학교 때나 알게 됐어요.
그때 친구들과 흥얼거렸던 올드 팝이 생각나네요.
음악이든 영화든....추억을 불러오는 게 좋지요!^^

hnine 2011-03-07 05:02   좋아요 0 | URL
중학교 2학년이면 한참 사춘기때였겠네요. 저는 중학교 입학전 아버지께서 사주신 라디오 덕분에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라디오 키드가 되었어요. 저렇게 어느 한 노래가 떠오른 날은 하루 종일 그 노래만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kimji 2011-03-07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oth Sides Now는 Joni Mitchell곡으로 좋아해요. http://youtu.be/tKQSlH-LLTQ Joni Mitchell의 노래라면 어떤 노래라도 좋아하지만요.

저도 초등생때부터 라디오를 통해 팝송을 즐겨듣고 자랐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께서 팝송으로 영어를 가르치시는 시간이 있어서, 많은 올드팝을 해석할 수 있게 되었더랬죠. 그때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곡은, 'Dick And Jane' 였어요. http://www.youtube.com/watch?v=7teCYJRNV1I 뭐랄까, 인생이라는 것은 내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른다는 것을 깨달았달까요. 아, 겨우 열일곱살짜리가 말이죠^^ 그리고 'Starry Starry Night' 도요. 생각해보면, 그 당시 참 개혁적인(?) 영어선생님이셨던 거 같아요.
아무튼, 덕분에 저도 오래전 노래를 찾아 다시 듣는 아침입니다!

hnine 2011-03-07 10:08   좋아요 0 | URL
지금 막 노래 듣고 왔습니다.
위에 말씀하신 노래들은 저도 다 아는 노래라서 반갑네요. 인생이란 것은 내 마음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른다는 것을 깨달은 열일곱살 고등학생이라니, 우린 이미 그때 다 커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노래는 좋아하면서 여전히 한 방향에서, 한 가지 안목으로만 보고 판단하고 절망하는 제 모습이라니...이제는 both sides를 넘어서 multi sides로 세상을 봐야하는 때인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마녀고양이 2011-03-07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곡 너무너무너무 좋아해요.
첫머리만 들어도 달콤하잖아요. 목소리도 사라락하게 부드럽고.
아...... 너무 좋아요. (고개 까닥이며 듣는 중 이예요~ 나인 언니)

hnine 2011-03-07 20:57   좋아요 0 | URL
난 구세대라 그런지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 노래가 좋던데, 요즘은 그런 노래를 내가 못찾는건지, 별로 없는건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노래로, 영화로 위안 받으며 지내고 있어요. 어제는 하루에 영화를 두편이나 봤답니다 ㅠㅠ
 

 

 

 

 

 

 

 

 

 

 

  

 

 

 

 

 

 

 

 

 

  

소설, 시, 수필, 동화, 동시, 이렇게 다섯 부문에 걸쳐 대상, 금상, 은상, 동상, 가작, 입선, 그 다음이 맥심상이니까, 이름은 맥심상이지만 알고 보면 거의 참가상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참가자중 무려 500명에게 주는 상이니까 ^^
크기도 얼마나 앙증맞던지 한손에 쏙 들어오는데 책 읽을 때 문진으로 쓰면 좋을 것 같다.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 것도 아닐 수 있기에 올려본다. 

 


( --> 요기 에 제가 응모한 아이가 있습니다.)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10-12-0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 상인 걸요.^^ㅎㅎ

hnine 2010-12-01 18:27   좋아요 0 | URL
귀엽죠? ^^

stella.K 2010-12-01 19:4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댓글이 웃겨요. 낄낄~

hnine 2010-12-01 20:42   좋아요 0 | URL
낄낄...이 페이퍼의 제목이지요.

stella.K 2010-12-0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전해 볼까 하다가 결국 못한 건데
h님은 하셨군요. 도전했다는 것이 어딥니까?
잘하셨어요.^^

hnine 2010-12-01 20:42   좋아요 0 | URL
도전이라는 생각도 안하고 그냥 냈어요. 그런데 어느 부문에 냈을까요?? stella님이 내셨다면 어느 부문에 내셨을까도 궁금하네요. 수필?

stella09 2010-12-02 11:2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냈다면 소설이었겠죠.ㅋㅋ

무스탕 2010-12-0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뻐라~~
속에서 찰랑찰랑 움직임이 있었으면 더 이뻤겠어요. ㅎㅎ

hnine 2010-12-01 21:58   좋아요 0 | URL
커피 회사에서 웬 사과 모양? 하고 보니 이 회사 로고가 사과 모양이더라고요. 그동안 유심히 안봤는데 말이지요.
속에서 찰랑찰랑 움직임이 있는 상패라면 아마 적어도 가작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

순오기 2010-12-0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맥심상, 이름도 이쁘고 상패는 더 이쁘고...
축하해요, 동서문학상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잖아요!^^

hnine 2010-12-01 21:58   좋아요 0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참 별걸 다 해보고 있어요 ^^

비로그인 2010-12-0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낄낄.. 오늘 자면서 이거 한 50번쯤 소리내면서 잠자게 되지 않을까..싶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기에.. 축하드립니다 hnine님 :D

hnine 2010-12-01 22:00   좋아요 0 | URL
낄낄...킬킬...크크크... 다 해보세요. 재미나요~ ^^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제 컴퓨터 스피커 고쳤으니 바람결님 서재 가서 음악도 들어야지요.

울보 2010-12-0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해요,,

hnine 2010-12-02 05:30   좋아요 0 | URL
예, 다음엔 좀 더 좋은 상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

느린산책 2010-12-0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귀여워라..
^^

hnine 2010-12-02 05:30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받은, 제일 귀엽고 작은 상패(?)라고 하겠습니다~ ^^

2010-12-02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0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2-02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 모니터의 글자를 클릭하면 소리로 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 '낄낄'같은 거요.

외람되지만,넘 귀여워요.
낄낄도, 저 상패도...
저도 축하드려요~^^

hnine 2010-12-02 05:41   좋아요 0 | URL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들면서 이렇게 별거 아닌 일도 들이밀때가 생기네요. 귀엽죠, 상패? 케이스도 안버리고 고이 모셔놓았답니다 ㅋㅋ

오늘 하루도 낄낄 거릴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2010-12-02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2-0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뻐라. 축하드립니다^*^
맥심 사보 받아보는데 좋더라구요.

hnine 2010-12-03 14:58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사보 받아보시는군요. 저도 사보 보다가 응모해보게 되었어요.
별것 아닌 거지만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활의 작은 활력소 라고나 할까요? ^^

꿈꾸는섬 2010-12-0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보았던 시군요.ㅎㅎ
축하드려요.

hnine 2010-12-06 21:47   좋아요 0 | URL
와, 기억하시네요? 고마와라...
 

요즘은 신문 보기가 겁난다.
전주의 어느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생활고에 시달린 가장의 절망적인 선택'이라는 제목을 달고있는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남자는 33살, 그의 아내는 이제 31살이다. 그리고 초등학생인 9살, 10살 아들 둘.
한숨이 나온다. 이제 30대 초반의 나이에 결국 그 선택 밖에 없었을까. 9살 10살 아이들은 또 왜 그렇게 부모따라 가게 해야했을까.
보증금 300만원, 월세 15만원 단칸방에 살았었다고 한다. 두달 전 남자가 직장을 잃은 후 월세도 제대로 못내며 살았고, 빚만 자꾸 늘어가서 부인과 가정불화가 커져갔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막이야 어찌 알랴. 

가난이란 무엇일까.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가난에 대한 말씀을 많이 듣고 자랐다. 늘 배가 고파있었다는 이야기, 시험날 학교에 갔더니 등록금이 밀려 시험 볼 자격이 없다고 교실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해서 교실 밖에 서서 시험 보는 친구들 구경만 해야했었다는 이야기, 전차 요금이 없어서 매일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셨다는 이야기.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 못지 않다.
지금까지 한번도 배고파 본적도, 등록금 없어 학교에서 쫓겨날 뻔 한 적도 없는 내가 무슨 가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으랴 싶지만 그런 설움을 당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영원히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서도 안될 것이다. 

5년 전 쯤 되었나? 부모님께서 미국에 있는 남동생 집에 방문차 여행을 가신다고 하셔서 모시고 가진 못하지만 여행비로 보태쓰시라고 돈을 얼마 봉투에 넣어서 드린 적이 있다. 이런걸 왜 주냐며 안받으시겠다고 막무가내이신걸 억지로 찔러 넣다시피 해서 드리고 왔는데, 결국은 다시 내 통장으로 그 돈을 돌려보내셨다.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하시면서. 아주 큰돈을 드린 것도 아닌데 그냥 받으셔도 좋을 걸, 서운했지만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여동생과 전화하다가 그 얘기를 했더니 그때 여동생 내외도 부모님께 경비하시라고 돈을 드렸는데 그것은 받으셨다는 것이다. 여동생네에 비해 넉넉치 못했던 내 형편을 생각해서 그러셨겠지만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이전까지만 해도 남들이 어떻게 보던지 내 형편에 대해 전혀 부끄럽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갑자기 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적은 돈 마저 부모님께서 마다하실 만큼, 내 사는 모양새가 그 정도였나 싶어 울고 싶었다. 이런 작은 사건 하나도 속상한 마음이 한동안 가시질 않았는데 말이다.

몸이 건강하다면 새롭게 마음 먹고 다시 일어설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자기를 믿고 결혼을 한 아내, 그리고 엄마 아빠 그늘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두 아이들을 보고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가난이 죄는 아닌데, 정말 죄인들은 죄인인줄 모르고 살기도 하는데.
가난을 죄로 여기기보다는 차라리 가난에 복수하겠다는 오기로라도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버텨서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다른 세상,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10-20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0-20 18:47   좋아요 0 | URL
'마음의 가난' 운운하기도 웬지 사치스럽게 들릴까봐 안쓰게 되더군요. 물질과 기계 문명이 발달한 시대에 살면서도 이 세상 순탄히 살다 가는 것이 참 힘든 일인가 봅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0-10-2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이란게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게,
저는 그다지 부유하지 못한 집안에서 자랐어요.
그런데 대학 때 같이 붙어다닌 친구의 집안은 꽤 부유했거든요.
그 친구의 무스탕 코트, 브랜드 청바지에 그렇게 기가 죽은거지요.
왜냐면 저는 안 하는게 아니구, 못 하는 거였으니까.
접하지 못 한 분야이니까.

제가 돈을 벌고, 구매 가능한 환경이 되자,
옥션의 제일 싼 청바지 뽀대도 멋지더라구요. 굳이
브랜드 안 사게 되고 말이죠. 제게........
가난은 컴플렉스와 동의어였나봐요.

hnine 2010-10-20 20:59   좋아요 0 | URL
무엇이든지 그것을 극복하고 나면 그 난관을 넘어서는 동안의 경험이 더 자신을 강하게 만들수도 있다 생각할수는 없는걸까, 그러기엔 가난은 너무나 큰 고통인데 내가 뭘 잘 몰라서 그렇게 쉽게 말하나, 저 페이퍼를 쓰며 그렇게 생각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가난은 컴플렉스와 동의어라는 말씀의 뜻도 이해가 가네요.
요즘은 뭐라고 한마디로 말하는 것이 참 조심스러워요.

프레이야 2010-10-2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안타까운 뉴스네요.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을까 싶은데 정말 마음 아픈 일입니다.

hnine 2010-10-20 22:39   좋아요 0 | URL
희망이 없다, 가망이 없다 생각했겠지요.
그래도 이제 서른 셋인데.
어린 두 아들도 그렇고, 참 사람 목숨이 뭔가 싶네요.

2010-10-21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1 0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1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1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0-22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울컥하는 밤인데..

어쩌면 가난의 대물림, 그런 것밖에 보이지 않는 사회가 더 무서운 것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아이들까지 함께 가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저만의 짧은 생각을 해 봅니다.

얼마전 어디 신문인가에 난, 하루 자살자 수 통계를 보니 제 생각보다 꽤 많던데 이런 소식을 들으니 씁쓸하고,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hnine 2010-10-22 05:20   좋아요 0 | URL
대물림까지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자기가 아무리 열악한 형편에 있어도 내 자식에게만큼은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 않은게 부모 마음인데 말이지요.

바람결님, 요즘 일교차가 심한데 건강 조심하고 계시지요? 전 자고 일어났더니 침 삼키는데 목이 심상치 않군요. 음...
가을이 가기전에 좋은 영화나, 좋은 연주회라도 한번 다녀오고 싶다 생각하다가 갑자기 오늘 아침 밥상에 뭘 차려내나로 생각이 급전하는, ㅋㅋ 재미있는 아줌마네요, 저요. ^^
 

 

  

 
Success is going from failure to failure without loss of enthusiasm.   


- Winston Churchill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상미 2010-10-1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음 같아서는 잡을거 같은가보다 ㅎㅎㅎ

hnine 2010-10-19 18:52   좋아요 0 | URL
잡았다가 내가 놓아주라고 해서 날려보냈지 ^^
요즘 저 나비 아주 많이 보이더라. 이름 찾아본다고 해놓고 아직 못찾아보고 있네.

순오기 2010-10-2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나비가 제법 많이 보이네요.
하얀 꽃밭에 빨간 셔츠의 다린군~~ 보기 좋아요!^^

hnine 2010-10-24 18:49   좋아요 0 | URL
저 나비 요즘 아주 많이 눈에 뜨이더라고요.
사진 속에만 해도 몇마리 더 보이시지요? ^^
 

 

   
 

나: 왜 의사란 직업을 그만 두고 여기 (대학 연구실) 와서 일하기로 한거야?

그녀 (베네주엘라 출신) : 의사로 일하기엔 내게 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어. 

나: 문제? 어떤 문제? 

그녀: 우리 병원에서 의사 한 사람이 하루에 봐야하는 환자수가 백명이 넘거든. 환자 한 사람에게 할당된 시간은 겨우 몇 분 정도야. 그런데 나는 환자 한 사람 앞에 놓고 20분도 좋고 30분도 좋고, 너무 시간을 끄는거야. 

나: 왜? 

그녀: 너희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베네주엘라에선 말야, 의사에게 오는 환자들, 특히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은 와서 아픈 증상만 얘기하지 않거든. 어디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그것과 상관없는 얘기까지 자꾸 이어서 하는거야. 

나: 하하,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녀: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서 그걸 적당한 때 끊어야 하는데, 나는 그걸 못하겠는거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면서 들어주고 있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고. 그게 문제가 되었어. 그래서 나는 그 직업이 내게는 아무래도 맞지 않나보다 생각하게 되었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일을 새로 시작하느라 좀 힘들어보였던 그녀. 다른 직업도 아니고 '의사'란 직업을 그만 두고 다른 나라까지 와서 왜 고생하나 싶어 물은 나에게 그녀가 한 대답이다.
내가 먼저 그곳을 떠났고 이후 연락을 해본 적은 없는데 지금 그 곳 홈페이지에 가보니 그동안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 명단에도 없다.
어디서든 잘 지내고 있기를.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0-10-0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의학적 치료만큼이나 효과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전 어느 섬에 보건소 의사야 말로
진짜 의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해요.^^

hnine 2010-10-01 18:48   좋아요 0 | URL
그럼요, 누가 나의 얘기를 진심으로 잘 들어주는 것만큼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이 없으니까요. 그래야 몸에도 차도가 생길 것 같고요.
그런데 현대의 병원이라는 곳이 그렇게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저도 인정은 해요.

상미 2010-10-0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약국 와서도 내가 뭘 해결해주길 바래서가 아니고,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쭉 이어가시는 분들 많단다...
얘기 끊기 은근 어려워.

hnine 2010-10-01 18:59   좋아요 0 | URL
준이 약국 가서 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구. 박카스 한병 사면서도 이런 저런 얘기를 늘어놓는 아주머니들, 그런데 그런 얘기 들어주는 것을 참 잘 하데~~ ^^

2010-10-01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10-10-0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도 넘은 할아버지께서 공인중개사 접수를 하러 오셨더랬죠. 공인중개사 시험이 어려워요. 저 같은 경우는 시험 시간안에 문제나 다 읽을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의 문제를 풀어야 하지요. 것도 시험시간만 250분인 까다로운 시험인데 이렇게 고령의 할아버지께서 어쩌시려고 접수를 하시나 물었어요. 그랬더니 사람구경 하려고 접수하셨다네요 -_-;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거,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그래서 가끔 생각해요. 병원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은 하소연을 들어주는 상대가 필요해서 찾는 사람이 많을거라구요.

hnine 2010-10-01 19:00   좋아요 0 | URL
'사람 구경 하려고' 그 말씀이 웬지 찡 하네요. 나이 들수록 상대할 수 있는 사람, 상대해주는 사람이 줄어가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거죠.

남의 이야기 들어주는거라면 저 정말 잘 할 수 있는데...다른 사람 얘기 듣다가 위로 차원이라면서 저의 창피한 얘기도 다 불어버려서 탈이지만요 ^^

2010-10-01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0-0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엄니도 말씀하시는거 참 좋아하세요. 식당에 모시고 가면 주인 붙잡고도 어찌나 대화를 하시는지.....좀 줄이시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 들다가도 사람이 그리우신거 같아서 가슴이 찡하기도 합니다.
요즘 거의 집에 계시거든요. 아버님은 저녁이나 되어야 들어오니 외롭기도 하시겠죠.
전? 요즘은 2주일에 한번정도 잠깐 들른답니다. 에구....

hnine 2010-10-01 21:53   좋아요 0 | URL
나도 나이 들어 얘기할 상대가 그리우면 어떡하나 전 지금도 가끔 생각하거든요. 책 읽으면 되지 뭐, 하고 생각했다가도 어디 책이 사람과 비길까 생각하면 참 쓸쓸해요. 저희 친정부모님께서도 며칠 전화가 없으면 먼저 저희 집에 전화를 주시는데 전화하신 용건이라는 것이 들어보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그러니까 일종의 구실인 셈이지요.

순오기 2010-10-0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분은 정신과 의사를 했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그분이 진정한 의사의 모습이겠죠. 환자는 육신만 병든 게 아니라 마음이 먼저 병들었기에 마음치료가 더 우선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분, 참 좋은 의사였을거라고 생각돼요.

hnine 2010-10-02 08: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자기 나라로 돌아가 다시 의사로 돌아갔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나름 대접 받는 직업이었을텐데 새로운 일을 배우느라 고전을 하면서도 늘 생글생글 웃고 다니던 친구였는데.....
환자는 육신뿐 아니라 마음이 먼저 병 들었다는 말씀에 저도 동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