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 - 처음으로 읽는 조선 궁중음악 이야기
송지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몰아내고 잠궈버린지 7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쯤이면 텔레비전 없이 지내는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진 셈이다. 하지만 때론, 후회가 밀려든다. 엄마라면 꼭 봐야 할 것 같은 육아 프로그램,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특히 역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못 본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물론 각 방송사의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를 클릭하면 된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는 게 문제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MBC 사극 ’동이‘도 모르는 진짜 장악원 풍경’이란 띠지의 문구를 보면서 대체 드라마에는 어떤 내용이 나오는 걸까. 아니, 그보다 ‘장악원’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다.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는 ‘처음으로 읽는 조선 궁중음악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의 궁중음악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이것이 조선의 궁중음악이요’라며 직접적으로 들이밀지 않는다. 그러기보다는 먼저 당시 궁중음악을 담당했던 기관인 ‘장악원’에 대한 얘기부터 꺼낸다.




책은 크게 ‘1장 조선시대 음악가들의 희노애락 - 장악원 풍경’, ‘2장 알고 보면 재밌는 궁중음악 상식 -예와 악의 앙상블’, ‘3장 조선의 대표 음악가 10인의 고군분투기 - 새로 쓰는 악인열전’, ‘4장 기로 완성하는 예 - 이야기가 있는 악기열전’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 70세 이상의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로소에 숙종이 입소하는 걸 경축하는 잔치가 벌어지는 광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조선시대의 음악기관이었던 장악원의 활동에 대해 얘기한다. 조선시대에 있어 악은 예와 함께 중요시되는 의례의 하나였기에 왕실에서 제사를 지내거나 여러 명목으로 잔치를 벌일 때, 혹은 왕이 활쏘기를 할 때도 장악원의 음악인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수시로 벌어지는 행사에서 연주하기 위해 음악인들은 평소 철저한 연습이 반드시 필요했다. 정기적인 연습일수를 정해두고 시험을 쳐서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엔 태형을 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음악인들에 대한 대우가 그리 좋지 않아서 그야말로 박봉에 허덕이는 최하극빈자였다는데 이 점이 안타까웠다. 만약 당시 이들이 자신의 일에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그들의 전통과  궁중음악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과 이해도가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당시엔 국상을 당하면 음악을 연주할 수 없도록 법전에도 규정되어 있지만 청나라 사신이 칙서를 가지고 왔다는 걸 이유로 장악원 전악이 음악을 연주했는데 당시 숙종의 마음이 어떠했을지...차마 음악을 들을 수 없어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었다. 또 세종 때 중국에서 ‘노래 부르는 계집아이 30명’을 요구하여 그 인원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먼 이국땅으로 떠나기 전에 위로연을 여는 장소에서 대성통곡하였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 모두가 힘없는 나라의 백성이기에 겪는 고통과 설움이 아니었을까.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를 통해 우리의 음악, 그것도 궁중에서 연주되었던 음악과 당시 음악인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는 유익한 기회를 가졌다. 또 팝송이나 클래식과 같은 서양음악에 비해 능청능청 늘어지고 때로 긴박하게 내달아가는 우리 가락의 멋과 아름다움에 대해, 그에 사용되는 악기에 대해서까지 설명을 해줘서 우리의 전통악기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하지만 본문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 우리의 궁중음악을 직접 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 음악의 흥취를 느낄 수 있는 CD를 제작해서 책에 첨부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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