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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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한자를 공부하는 이가 있는데 중년의 나이인데도 틈틈이 공부해서 얼마전 사범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늘 한자를 벗 삼아 지내선지 한문학에도 조예가 깊어서 간혹 고민거리나 조언을 청할 때면 슬며시 고전의 한 대목을 끄집어내 얘기를 하는데 전혀 특별하지 않은 애긴데도 왠지 마음에 위로가 됐다. 그때 언니가 자주 인용하는 것이 바로 <도덕경>이었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그늘진 곳을 밝혀주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도덕경>을 읽으면 나도 언니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대화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중국 고대의 철학자이자 도가(道家)사상의 창시자인 노자의 사상을 공부하기란 쉽지가 않을 듯했다. 왠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았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드디어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세계적인 노자 연구가로 알려진 야오간밍의 <노자강의>였다. 두툼한 고대철학 서적을 앞에 두고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몰 연대조차 명확하지 않은 노자. 그가 5천 글자로 써서 남긴 책에 과연 무엇이 담겼기에 2500년이란 오랜 세월을 넘어서면서까지 수많은 이들이 찾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인가.




<노자강의>는 저자인 야오간밍 교수가 중국의 방송프로그램인 [백가강단]에서 강연한 내용을 기초로 한 것으로 2부 18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까만 한자만 빼곡하지 않을까, 내용도 <도덕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설명해주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책은 강의의 주제에 따라 그에 맞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대화체와 구어체로 쉽게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2강 ‘노자, 음식의 도를 말하다’에서 노자의 ‘오미가 사람의 입맛을 버린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미식을 탐하던 왕의 일화로 설명한 다음 “함이 없음을 하고, 일이 없음을 일삼으며, 맛이 없음을 맛있게 여긴다(63장)”는 세상의 제아무리 맛있고 훌륭한 음식도 맛을 제대로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냐. 평범한 음식도 맛있게 먹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노자의 ‘음식의 도’를 풀어낸다. 또 5강 ‘노자,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말하다’에서 저자는 예쁜 얼굴과 섹시한 몸매를 갖기 위해 현대 여성은 너도나도 성형을 하고 이젠 멀쩡한 사람까지 ‘귀신같은 몸매’를 갖기를 원하는데 정말 애석한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미추(美醜)는 본래 사물의 양면성인데 지나치게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면 ‘악’으로 전환되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추’가 된다는 노자의 사상을 통해 무슨 일에든 억지를 부리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짚어준다. 이렇게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들을 노자의 사상과 지혜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풀어내면 되는지, 때론 뜨끔하고 때론 쿡쿡 웃음이 나오는 쉽고 편안한 문체로 알려준다.




‘노자가 정말 우리 곁에 있을까요?’ 저자는 제일 먼저 이런 물음을 던진다. 노자가 정말 우리 곁에 있을까. 이 말은 즉, 이미 죽어서 그의 육체가 자연으로 돌아간 노자의 사상을 현대의 우리가 왜 알아야하는지 마음에 먼저 새겨두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저자는 자신의 물음에 세 명의 초등학생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넌지시 알려준다. 노자는 정말 우리의 생활 속에 함께 있다는 것.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실제로 책을 읽다보니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노자의 사상들을 접했다는 걸 알게 됐다. 큰 인물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진다는 ‘대기만성’, 꾸밈없이 자연의 순리에 따른 삶을 산다는 ‘무위자연’, 높은 선은 물과 같아서 아래로 흐르면서 항상 낮은 곳을 채운다는 ‘상선약수’...이 모두가 노자의 사상이라니. 새삼 노자의 사상의 깊이를 깨닫게 됐다. 그리고 현실의 고통과 일상의 고단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밝은 빛과 같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내게 큰 걱정거리가 있는 까닭은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몸이 없게 된다면, 내게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13장) - 7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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