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그들이 왔다 -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 누구인가?
이상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6월 19일, 어제였지요.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나라를 응원하셨나요? 선뜻 어느 나라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분도 계실 거고 우리나라의 경기가 아니라 안 봤다는 분, 어느 나라가 이기든 경기결과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는 분도 계실 텐데요. 정말인가요? 솔직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자신이 어느 쪽을 응원했는지...




우리나라와 일본은 정말 가까운 나라지만 한없이 먼 나라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올해는 우리에게 있어 치욕의 역사 한일합방이 있은지 꼭 백 년이 되는 해입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열 곱절만큼 흘렀지만 현재 우리와 일본의 사이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우리에게 행했던 만행을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본은 들은 척도 않습니다. 일본에게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요? 어떤 존재로 여겨질까요? 그들이 우리를 침략하고 지배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1910년, 그들이 왔다> 재목이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그들’이 바로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이었습니다. 자, 이제 알아봅시다. 그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1910년, 그들이 왔다>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나라 문을 꼭꼭 잠그고 있던 우리나라를 어떻게 해서 침략의 야욕을 가지고 병탄(남의 물건이나 다른 나라의 영토를 한데 아울러서 제 것으로 만들다)하게 되었는지,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은 ‘정한을 꿈꾸다’ ‘열도의 침략자들 1,2’ ‘진정 그들은 한국을 사랑했을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책은 먼저 미국의 페리제독이 일본에 개항요구를 하면서 일본은 개항에 대한 찬반양론의 혼란에 빠진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격동의 에도시대를 보내고 막부 봉건 체제를 해체한 일본에 메이지 유신, 새로운 일왕 체제가 시작되면서 서구 열강의 위협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앞선 체제와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기고 대대적인 사절단을 파견하는데요. 서양의 근대적인 기술을 보고 돌아온 사절단은 ‘정한론’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다 조선병탈을 목표로 삼기에 이릅니다. 특히 요시다 쇼인. 그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정한론을 합리화한 인물로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교육을 담당했던 제자들이 모두 조선 병탄의 중심인물로 성장하게 됩니다.




책은 또 놀라운 사실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조선을 침략했던 핵심인물로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꼽았는데, 그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그 외에도 메이지 무쓰히토, 미개한 주변국을 식민을 통해 문명을 전파하는 거라 주장한 니토베 이나조, 당시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 시해를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인 이노우에 가오루 등 조선 침탈의 주동자들은 무수히 많았습니다. 물론 조선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야나기 무네요시나 일본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처럼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당시 조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으며 진정으로 조선을 사랑한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남습니다.




절친한 단짝 친구처럼 모든 걸 다 줄 것처럼 살갑게 굴다가도 어느새 180도로 돌변해선 안방까지 내놓으라며 협박하는 일본. 그들과 우리의 사이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골이 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제아무리 강력한 접착제도 소용없습니다. 그들과 우리는. 그렇다고 일본과 우리나라가 따로 동떨어져서 살아갈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지구촌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이 시대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시간을 이제 그들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우리를 자신들의 발아래 두고 지배하려 했는지 세세히 알아야할 시점이 왔습니다. 지난 백 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일본, 앞으로 백 년이 흘러도 변할 수 있을까요? 백 년 전 치욕의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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