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실 교육을 말하다 - 21세기 대한민국의 비밀스런 현주소 대한민국 진실 시리즈 1
김동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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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음은 참 간사한 것 같아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큰 아이를 볼 때마다 자꾸 조급해집니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남들은 모두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제 아이만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다 앞으로 이어질 또래와의 경쟁에서 아이가 영영 낙오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사실 큰 아이가 한글이나 셈하기, 영어, 음악, 미술 어느 사교육도 받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한 걸 감안하면 4학년인 지금까지 크게 뒤쳐지지 않고 잘 하고 봐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는 이 불안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21세기 대한민국의 비밀스런 현주소’라는 부제의 <대한민국 진실 교육을 말하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알었습니다. 책은 ‘숭문주의의 타파’ ‘시험이라는 종교의 타파’ ‘국가학벌의 타파’ ‘해법을 찾아서’ 이렇게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저자는 부모들이 자식의 교육에 올인하는 기이한 교육열 뒤에는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성공하는 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라며 부모가 먼저 ‘자식교육이라는 종교’로부터 해방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교육과 학문을 맹목적으로 숭상하는 전통과 가치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우리 사회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영어에 대해 지적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창한 영어발음을 위해 유아들이 영어학원으로 내몰리고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현재 한국 사회는 영어가 하나의 종교적 차원이 되었다며 이 심각한 영어강박증을 떨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영어를 수능과목에서 빼자는 제안이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가 됩니다.




3부 ‘국가학벌의 타파’은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핵심에 서울대가 있다’고 지적한 저자는 국립대학 출신들이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하나의 이익집단이 되는 것이 ‘국가학벌’이라며 그 대표가 바로 국립 서울대라고 주장합니다. 이어서 서울대를 북한의 최고지도급 인물을 배출하는 김일성종합대학과 비교해서 이야기합니다. 대학설립 단계에서부터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서울대와 김일성대가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립중앙대학이며 국가엘리트를 양성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시장 독점비율은 오히려 김일성대보다 더 압도적’이고 극심하다니 충격적이었어요. 서울대 출신의 독식으로 인해 일어나는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벌 타파’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이 갔습니다.




후반부에 저자는 독일의 학교에 대해 얘기합니다. 석차를 매기지 않는 성적표, 최고 점수보다 그 다음 단계를 가장 이상적인 점수로 여기는 학교, 학생이 스트레스 받을까봐 시험날짜를 비밀로 하는 학교,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육은 소수의 우등생이 아니며 경쟁보다 다른 이와 더불어 살며 배려하는 인간으로 길러내는 것에 중점을 둔 그들의 교육철학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며칠 후 큰아이 학교에서 기말고사가 있어선지 이 책의 내용들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의 책꽂이에도 이런 저런 문제집이 그득하다’던 저자처럼 저희 큰아이도 다 풀지 못할 만큼 많은 문제집 속에 놓여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탐구정신을 길러주기보다 ‘시험형 사이보그’를 길러내고 있는 우리의 교육환경.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 그 속에서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과연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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