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인지부조화' 때문일 터다.

 

소위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들의 아우성은 나름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가식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당원 하나 하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도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엄혹한 현실을 이겨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소위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들은 자신들을 어떻게 규정할까?

군사 독재가 철권을 휘두르는 엄혹한 시절에 오로지 민중의 편에 서서 풍잔노숙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에 헌신한 '전사들'이 아니었던가?

87년 체제가 시작되어 형식적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시점에서도 자본의 횡포에 대해 노동자, 농민, 학생들과 연대하여 실질적인 민주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운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여 이 땅의 민중들을 위한 정치적 아젠다를 획득하고 민노당을 이 만큼 키워온 사람들 아닌가?

더구나 '일심회'사건을 통해 간첩으로 오해(?)받은 동지들을 넉넉하게 품어 안고 동료들을 끝까지 믿고 함께 동반자적 관계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아닌가?

 

이렇게 당당한 사람들이... 어느날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차디찬 눈길을 받고 그들이 증오하는 조중동에서 부터 각종 진보매체에 까지 비판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왜 그럴까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비난을 받아야 하나? 더구나 우리의 당원들도 아닌 사람들에게....

 

여기에는 그들의 실체와는 상관없이 '진보의 가치'를 동의한 유권자들은 없다. 그들과 함께 합당하고 그들과 함께 총선을 치룬 사람들도 없다. 그들이 잘못 관리한 총체적인 부실과 부정 선거에 대한 반성도 없다. 다만, 세부 내역이 틀린 부실한 조사보고서와 이 보고서로 인하여 당이 내부에서 부터 깨어져 나가는 고통스런 상황이 있을 뿐이다.

 

 '관리 부실'은 있어도 '부정'은 없었다는 주장 속에는 '부정'에 대한 공포가 숨어있다. 그리고 그 공포의 심연에는 단순하게 당권을 차지 하지 못함으로 부터 발생하는 무수한  이권의 상실도 상실이지만, 스스로 진보세력이라 느끼는 자부심의 붕괴도 있다.

 

이러한 멘붕을 버티고 지키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신적 승리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기 합리화다. 그리고 자신들의 합리화를 위해 하는 일이 비합리적인 일 뿐이다. 그건 그들이 어리석어서도 아니고 그들이 비이성적인 종교인들 같은 심성을 지녀서도 아니다. 단지 그들은 어느새 잘못 되어버리고 파탄나 버린 그들의 실천이 비판받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그렇기에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자행하고 끊임없이 상대방에 대한 의사방해를 진행한다.

 

무엇을 위해서 ..... 상처받은 당원들의 존엄을 위해서?  천만에 상처받은 자신들의 존엄을 위해서다. 그들이 정말 문제제기를 하는 당원들을 당원으로 볼까? 자신의 신념이 현실과 배치되면서 그들은 자신을 더욱 합리화할 것이다. 오히려 더욱 깊은 신념으로 만반의 전투대세를 갖출 것이다.

 

결국 자신의 파멸과 함께 관계한 모든 이들을 파멸시켜 버릴 것이다. '진보의 가치'는 껍데기만 남을 것이고 어쩌면 사람들과 만날때 '진보'라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할 상황에 처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도 이번 사태는 '인지부조화'이론의 가장 선명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그들이 변화하길 기대하기 보다는 이제 정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방에서 진행되는 싸움자체가 이번 사태로 이슈화되지 못하는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진보진영이 위한다는 쌍용의 노동자와 파업중인 언론 노동장와 삼성의 가족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죽음으로 떠나야 했던 노동자들, 특수고용직이란 멍애를 둘러쓴 재능의 노동자들...그리고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소상공인들, 등록금 투쟁으로 어마어마한 벌금을 받고도 싸움을 계속하는 대학생들에게 희망이 아닌 절망을 던지는 것이다. 이제 정말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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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5-1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이대로 가다가는 누더기만 남을 것 같습니다. 서로 고소고발에, 폭로전에... 통합진보당 내에서만 대선을 치르는 것 같은 분위기가 듭니다. 이렇게 분란이 일어나고 나면 분당이 다음 수순이지 않을까 싶네요.

머큐리 2012-05-12 01:02   좋아요 0 | URL
최대한 위기를 잘 넘겨야 할텐네됴...당권파는 분당을 각오하고 덤벼들것이라는 풍문이 들리니..쉽지 않아 보이네요

라주미힌 2012-05-1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제 무슨 말로 진보를 설득하고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까요;;;
담배꼬나물고 맥주마시던 승려들의 억대 도박판하고 동질의 뉴스것리가 되어버렸어요 ㅠㅠ;;;

머큐리 2012-05-12 01:03   좋아요 0 | URL
누가 이 정도까지 막장일지 알았을까요? 이정희의 눈부신 변신은 그냥 환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