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 개론'... 이 멜로 영화를 보면서... 난 이 영화의 대박을 예감했다. 보통 멜로 영화들은 여성들을 끌어 당기는데... 이 영화는 의외로 남성들에게 더 많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고, 평소에 멜로물을 피하는 남성들... 특히 중년의 남성들에게 강하게 어필한다면 충분히 대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년의 남성들.... 많이 외로운 존재들이다. (왜 외롭냐고? 글쎄다)

 

그 외로운 남성들의 덤덤한 가슴을 두들긴 열쇠는 환상이다 (라고 난 생각한다) 첫 사랑에 대한 환상....보통 남자들의 첫사랑은 실패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건 여성들의 심리상태와 맞물려 거의 필연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서 착한 얼굴과 섬세한 매너, 재력까지 겸비한 남성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사실 갓 사춘기에 들어서거나 대학에 입학한 남성들의 경우 이런 호조건을 갖출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 것인가? 일단 이쁘면 들이대고 사랑에 푹 빠져버리는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결코 남성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러니 보통 동기들 중 여성들은 자기 또래의 남성들은 동생처럼 취급하거나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남성들에게 첫사랑은 항상 힘겨운 고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남성들이 설렐 수 밖에 없는 스토리다. 까맣게 잊고 있던 첫사랑이 찾아와 예전에 약속을 상기시키며 집을 지어달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어리둥절함과 동시에 느끼는 혼란스러움..그리고 예전의 감정들이 속속들이 올라오는 그 느낌...이러니 남성들이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이런 환상은 한번쯤 빠져들만 할 것이다. 옆에 누가 있건 아마 남성들의 두뇌는 한참전의 가슴 아팠던 첫 사랑의 여인에 대한 기억들로 범벅이 되어 있을게다.

 

따라서 이 영화는 오로지 남성들의 남성들을 위한 영화라 생각한다. 멜로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 남성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바로 첫사랑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부터는 남성도 진화하기에... 그런 애틋함을 갖기 힘들다. (나만 그런가?)

 

특히 어느정도 여성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기 전의 그 혼란스러움과 어리둥절함 속에서 자신의 가슴이 타들어가던 그 시절의 기억은 이루지 못한 욕망에 대한 잔여물로 남아 평생 섬광처럼 두드릴게다. 그 여성은 이미 남성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망상(?)이 영화 속에서 아름답게 이루어지니 얼마나 아련하고 행복할 것인가?

 

여성의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이 영화가 어떨지 짐작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더 이 영화는 남성을 위한 영화라고 우기는지도 모르겠다.

 

 

 

 

 

 

 

 

 

 

 

 

 

하나 더 남성과 여성이 얼마나 다른지 설명하는 책들이 널리고 널렷는데, 하필 이 영화를 볼 즈음에 읽고 있던 책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책속에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점에 대한 나름 심오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씁쓸하지만 첫 사랑의 환상 속에는 유전적으로 진화한 남성심리와 여성심리의 묘한 교차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 웃긴건 멜로물을 관통하는 키워드나 포르노를 관통하는 키워드나 그 근본은 똑같다는 점이다.

 

사랑했던 여자가 술에 취해 다른 남자에게 안겨 있음을 보고 사랑을 포기하는 남자와 아무리 사랑했더라도 자신이 사회에서 어느정도 대접받는 위치에 서기를 원했던 여자는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그 심리의 바닥에는 뿌리 깊은 진화적 심성이 자리한다. 무엇을 보던가 그 근본은 크게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난 그 환상을 사랑한다. 잠깐 꿈을 꾸더라도 행복한 꿈을 꾸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고 나도 그 사람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철없던 시절에 자신도 모르는 여성에 대한 이론을 당당하게 펼치던 친구들을 기억하게 하는 덤까지 이 영화는 남성을 위로해 주는 영화가 틀림없다( 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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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2-04-2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다 본다 하다가.. 출산하는 바람에 못봤는데.. ㅋ.. 나중에 챙겨 봐야겠어용...
첫사랑이라... -_-;; 기억도 안나고.. 그게 사랑이었나 싶기까지 하네요... 영화가 재미없다면 아마 이런 배경때매 그럴지도 흐흐흐..

머큐리 2012-04-25 19:07   좋아요 0 | URL
이제 극장가서 영화보는 호사(?)는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요? ㅎㅎ

카스피 2012-04-2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첫 사랑의 추억에 깊이 빠져들지만,여자들은 별로 기억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건축학 개론이 중년 남성의 로맨스 영화임에 틀림없는것 같네요^^

머큐리 2012-04-26 17:36   좋아요 0 | URL
남자도 달콤한 첫사랑이어야 기억이라도 하지요...저는 아이고..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