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 지금 미국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 52
김광기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처럼... 호오가 엇갈리는 나라는 드물 것이다.

 

어렷을 때.. 미국은 지구를 대표해서 나쁜 적들을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 였다. 그리고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고, 미국에 태어난 사람은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한 열번쯤 구한 공덕을 쌓아야 태어나는 나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상을 심어준 것은 이 땅의 지식인들이었고 언론이었다.

 

머리 좀 굵어지고 대학에 들어간 후의 미국은 어릴적 상상을 무참하게 짓밟아 놓았다. 대한민국에 버금가는 반공의 나라에 힘없는 제3세계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당선된 정권을 뒤업는 나라...냉전시대 저강도 정책과 막강한 군사력으로 힘없는 나라들을 괴롭히는 세계의 깡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더구나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을 피로 진압한 전두환 군사정권을 용인하면서 그들의 국익을 관철하는데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제국주의의 얼굴을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강한 나라였고, 두려운 나라였으며 이 땅에서 그래도 강단있는 대통령을 뽑았다고 자부하면서도 결국 미국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외교를 보면서 어찌해 볼 수 없는 대상이라고 자포자기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의 전세계적인 헤게모니가 흔들거리고 있다. 그것도 가장 토대가 되는 경제적 위기에서 흔들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미국의 위기와 세계의 무질서는 역사서에 새로은 21세기 초반의 주요한 현상으로 기록될 듯 하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발전 상황에서 미국처럼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나라가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극단적 반미주의자도 아니며, 무분별한 친미주의자도 아니라고 고백한다. 그럼? 초반 미국 유학시절에 미국의 시스템과 문화에 대해 경탄했으며, 그들이 대국을 이루고 잘 살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현상들에 대해 부러워했던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자신의 미덕이라고 보았던 미국의 장점이 점점 쇠퇴하고 이제는 몰락의 기운이 넘실거린단다. 그래서 편하게 자신이 느낀 미국의 몰락기에 대해 서술했단다.... 굉장히 솔직한 말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아마 어린시절 내가 가졌던 환상과 비슷한 미국일 것이다. 그리고 그 미몽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계신 어른들도 많이 계시다. 더우기 종교적 열정과 겹치면 그 증상은 배가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에서 시국기도회를 하면 성조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 문화적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 보여진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의 사람들 (자신의 계급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역시 아직까진 환상에 빠져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반미주의자들의 현실인식은 올바를까? 정확하게 답하진 못하더라도 미국에 대해 환상을 품은 이들에 비해서는 좀 더 객관에 다가서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위기는 토대의 위기다. 경제적 쇠락으로 인한 사회체제의 근본적 불안과 신뢰의 상실은 미국의 현재 위기가 단순하게 치유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한다. 그것이 더욱 치명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몰락의 배후에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작동이 문제가 된다. 미래의 자원을 끌어다쓰는 부채와 신뢰를 분간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공교육과 재정압박에 국가 자체가 무능력함을 노정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미국이 지금까지 행한 행위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불러운 불신사회는 미국의 안정적 토대인 중산층를 무너뜨리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부터 기인하고 있지만, 미국의 재정위기 역시 치명적이다. 신용등급하락과 더불어 다가올 미국 재정위기의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제조업이 무너지고 자체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이 가져올 위기는 어쩌면 최초로 자본의 질서를 벗어나는 기회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물론 이건 이책의 논지와 상관없는 나의 주관적 생각일 뿐이지만...)

 

어쩌면 이미 새천년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땐 긴가민가 했지만 이젠 좀 확연해 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대국으로서 자신의 통제권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는 이 거인의 힘은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 그 파국에 함께 쓸려가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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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1-0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큐리님,2011년 서재의 달인 등극을 축하드려용.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그리고 신년 새해 용꿈 꾸시라고 용 한마리 선물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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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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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1-03 08: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카스피님도 흑룡의 해 보람찬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잉크냄새 2012-01-0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른이 넘어서야 가면 뒤에 숨겨진 미국의 얼굴을 보게 되었네요.

머큐리 2012-01-03 18:20   좋아요 0 | URL
언제 알게되던 알게된건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