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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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생각해보자... 긍정적인 사람들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우울함이 판치는 세상에서 매사를 밝고 건강한 시각에서 사고하고 판단하는 사람은 돋보이기 마련이다. 더구나 세상은 매사에 긍정적일 것을 요구한다. 이젠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어 버렸다. 문제는 사실 긍정적으로 사고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긍정의 함정이 도사린다. 이 책은 긍정적일 것을 거의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사회의 심층을 보여준다. 자... 자신을 위해 긍정적이라 생각하는게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과도한 긍정의 찬미는 그만큼 현실이 우울하다는 것의 반증이라는 것이다. 우울한 세상을 건너기 위해서는 밝고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것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불안과 깊은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에 불안함을 깊게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함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개조하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밝게.....신이 사라진 시대에 심리학이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이 어느새 인간의 심리를 조작하는 학문으로 변질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질에는 이유가 있다. 노동유연화를 통한 해고와 불안을 잠재우고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좋은 방법이 바로 정신적 개선인 것이다. 때문에 미국의 대기업들은 긍정적 사고를 코칭하기 위한 교육예산을 들여 직원들을 교육하기 시작한다.  

과도한 긍정과 과도한 불안의 쌍은 종교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기복신앙이 강한 한국의 경우 기독교는 이미 맘몬을 섬기는 종교가 되어버렸다. 매번 기도하는 축사는 개인의 건강과 소원성취, 부의 확장을 연설하고 그것은 종교에 귀의함으로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교회들은 신보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능력의 확장에 더 무게 중심을 둔다. 신에게 은혜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신도 축복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신은 그저 인간의 보조물로 전락할 뿐이다. 인간이 강력하게 원하면 들어주는 신.....  

물론 책이 긍정적 삶에 대한 의미를 깍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긍정적 삶 이외의 태도에 대한 강한 거부와 배척에는 이데올로기적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데올로기는 노동자의 헌신을 강화하고 모든 사회문제를 개인화하며, 빈곤과 가난의 책임을 개인의 태도로 치환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회의를 통해 더욱 건강하게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음에도 긍정적 태도에 대한 강박이 이러한 비판 정신을 깍아 내리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어려울 때 긍정적으로 사고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긍정의 힘이 내면의 변화와 의식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적 위안과 평화가 아니라 비판과 연대이다. 개인적 평화를 구하다보니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비판적 시각은 긍정적이지 못한 태도로 배척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비합리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최근 자본주의 금융위기가 단순하게 긍정적 태도의 문제로 발생한 것은 아닐지라도 위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거두고 잘못진행되고 있음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극복된다는 관념적 기대가 일정부분 기여한 것도 사실인듯하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리만의 부도는 상징적이다. 긍정적인 희망을 버리지 않되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 그리고 개인의 안녕과 부의 축적이 아니라 연대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것.... 결론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연대도 개별화된 개인주의적 긍정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가 생각났다. IMF 이후 이 땅에서 불어온 자기계발서적 열풍은 어쩌면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기 위해 긍정적 사고로 무장하기 위한 우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국가와 기업의 이해와 맞아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관념적인 자기계발서를 치우고 현재의 문제에 맞서 같이 가야할 동료들을 규합하는 것이 방법이 아닐까....사회와 개인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이 필요한 시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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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1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전혀 긍정적인 구석이라곤 없는 인간이어서 인지 모르지만,
부정이 변화를 모색할 수 있고, 그래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가 더 그럴 듯 한걸요~^^

머큐리 2011-04-14 16:47   좋아요 0 | URL
양철댁이 긍정적이 아니면 누가 긍정적일까요~~~^^

마녀고양이 2011-04-14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에 동감합니다.
긍정적이어야 한다 행복하고 싶다고 엄청나게 외치는 것은
그만큼 불행하고 힘들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들어 중용이나 만족이 더 풍요롭다는 생각을 합니다. ^^

머큐리 2011-04-15 08:30   좋아요 0 | URL
'중용'이야말로 정말 고민해야할 가치가 있는거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