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말이지... 사람 골병들게 만드는 것이다.
정말 신기한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이고 (80만부가 팔렸다는 소문이... 맞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니 만만하게 덤벼들었다가 완전 낙동강 오리알처럼 헤매고 다니고 있는 나의 모습이 한심하다는 것이고.... 뭔가를 좀 더 알아 보겠다고 참고 서적을 뒤적였더니 완전 미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만만치 않은 책을 그렇게 많이 읽었는데.... 이 사회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딱 뿌러지게 설명할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고...그냥 그렇다는 거다.
예전에 철학이란 무언가 심오하고 어려운 것이라 느꼈다. 그런 철학을 쉽게 다가가게 해 준 책이 내게는 '철학에세이' 였다. 심오하거나 어렵다기 보다는 무언가 생활에 쉽게 접하는 느낌을 주었고 이책만 읽으면 왠만한 철학책은 독파할 수 있을 거란 순진한 생각을 한 때는 했더랬다.
물론 당장 '정신현상학'을 몇장 들여다보다 나가 떨어져 버렸지만...역시 세상에는 만만한 건 없나보다. 시간과 공을 들여 사고하지 않으면 철학은 그저 그림에 떡일 뿐이다.
철학사도 열심히 팠다. 그냥 모르는거 무시하고 아는건 이해하고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포스트 모던까지 쭉 읽어 나갔지만, 머리에 남는건 철학자들의 이름과 유명한 경구 몇가지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철학자들의 이름이라도 알아서 최소한의 구분은 할 수 있었다는거? 그렇게 철학은 나에게 결코 곁을 내주지 않는 어떤 것이었다.
번역이 어려워서... 이런 핑계도 대 보지만... 핑계는 핑계일 뿐... 무언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이해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강렬한 각성의 순간을 느낄 수 있을까?
샌델의 책을 읽으면서, 공리주의와 자유지상주의, 자유평등주의, 공동체주의라는 낱말을 주섬주섬 챙겨든다. 아직도 경계를 짓지 못해 이 얘기가 저 얘기 같고 이놈이 저놈 같은 상태에서 헤매고 있다. 그래도 무언가 얻을 수 있다면 얻어야 하기에 끝까지 읽어 볼란다. 다 읽고 나서 과연 책에 대한 리뷰는 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철학이나 사회학으로 분류되는 책들을 일독하고 나서 아직도 리뷰는 커녕 정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책들이 있다.
뭔가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오는데... 막상 정리하려고 하면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요즘은 잠이 안올때 지젝을 읽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지젝은 무언가 영감을 주거나 즐거움을 주는 철학자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지첵은 강력한 수면제다. 현란한 말을 따라가다가 이해하지 못하면 바로 꾸벅이게 되니까... 그래도 철학이 나에게 달콤한 수면을 준다는 하나의 효용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야 하나...^^;
그러니까.... 그렇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