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칸 - My Name Is Kh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영화 내내 증명하고자 하는 한 사내의 진심어린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야스퍼거 증후군으로 정상적인 감정표현이 어려운 사나이, 농담을 알아듣지 못해 있는 그대로 알아듣는 사나이, 자폐적 성향외에 다른 쪽으로는 일반인보다 두뇌가 뛰어난 사람. 그런 사람이 고향인 인도를 떠나 미국으로 와서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고 가족도 생긴다. 그러나 세계적인 사건이 이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버린다. 그 사건은 911테러..... 

한시도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 사람에게 무슬림이란 신앞에 겸손한 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911이후 미국 사회의 무슬림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게 변해버리고 심각한 차별을 당하기 시작한다. 악의 축에 대한 응징으로 전쟁까지 일으킨 미국에서 전사자가 나오면서 차별과 멸시는 일상이 되고 그러한 사회적 편견은 자식까지 잃어버리게 만든다. 이런한 차별의 원인이 남편의 종교에 있다고 생각한 부인은 남편을 원망하게 되고 선량하기만 한 이 남자는 자신이 겵코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길을 떠난다.  

기독교가 역사의 분기점을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었다면, 이 영화의 표현대로 현대 세계는 911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 특히 무슬림의 입장에서는 더욱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시대 구분이다. 미국은 선량하고 좋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911 이후 그 선량함을 잃어버렸다. 그 선량함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선량함이란 타종교를 믿는 이교도에 대한 관용이다. 이게 영화의 주제인 듯하다. 그리고 종교를 떠나서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눌수 있는데 종교가 다른사람이 무조건 나쁜 사람은 아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칸은 바로 좋은 무슬림이다. 

이 영화에서 911 이전의 미국은 정말 좋은 나라이다. 특히 장애인인 주인공이 똑같이 존중받고 사랑하는 장면들은 어떠한 로맨틱 코메디 보다 아름답고 유쾌하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종교와 장애를 떠나 사람이 존중 받는 사회였던 것이다. 그들의 행복이 너무 달콤해 보였기에 이후 불어닥친 일련의 사건은 정말 세계사적 사건이 인간의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구구절절하며 그들의 불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여기에 이 영화의 장점이 있다. 무엇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는가....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이 남자는 증명해 낸다. "내 이름은 칸이고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걸..." 그러나  갈등을 해결을 위한 남자의 증명은 처절하다. 그는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무슬림을 FBI에 고발했고, 재난지역에 성실한 봉사를 했으며 미국을 적대하는 무슬림 형제에게 테러까지 당한다. 그리고 나서야 그 남자는 미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흑인 대통령이다.
미국의 관용을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이 이 정도라면.. 좋은 사람으로 증명하기 위해 무슬림이 노력해야 하는 정도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인 것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그 정도의 애국심을 보여야 미국사회에 온전하게 받야들여진다면... 이건 또다른 차별이 아닐까? 

영화는 미국 내에서 차별받는 무슬림에 대한 주장을 보여주지만... 왜 그들이 도덕적으로 그런 고난을 당하는 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왜 911이 터졌는지에 대한 객관적 암시는 없고 고발당하는 분노에 찬 무슬림만 보여준다. 여기에 또 다른 차별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미국은 문제는 자체적인패권주의에 있으며 그런 패권주의는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미국내 특정 종교인에 대한 탄압으로 나타났음에도 이러한 차별에 대한 수정은 미국내 애국주의를 수용하는 개인에게 주어져 있다고 느껴진다. 여기서 다시 불편하다.  

개인적 소망을 이루기 위한 인간적 행위의 승리라는 감동 속에 구조적 문제가 감춰져 있다. 여기서 순간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르다가 차가운 무언가가 마음 속으로 내려간다. 아니 영화 끝나고 나서 무언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 계속 생각해보면 개인적 승리는 보이나 사회적 모순은 더욱 더 깊어진 느낌.... 결국 자기계발서 처럼 스스로 열심히 하면 미국시민으로 인정 받을 수 있으니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인건지... 감동과 이성이 부딪치며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주인공이 자폐아가 아니면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음악도 주인공도 좋았다.... 그래서 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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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28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어디 영화일까 싶어 트랙백 했다 왔어요.
인도 영화군요.

여러모로 생각을 요하는 영화군요.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3-2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꼭 보려고 맘 먹고 있는데, 먼저 보셨네요.
음..... 미국이란 나라 참 묘해요?
하기사 어느 나라고 안 묘하겠어요?
요즘 제 생각이 이리 들쭉날쭉해염. 하나를 생각하고 나면, 다른건 안 그렇겠냐 싶구.

머큐리님, 좋은 한주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