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NHK <워킹푸어> 촬영팀 지음 / 열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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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계화가 왜 세계화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일본이야기인지 우리 주변의 이야기 인지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세계화의 그림자는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의 고통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보다 그래도 조금은 낫다고 하는 일본 역시 빈곤의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그리고 그 해법을 찾아가는 논의 구조 역시 우리와 비슷하다. 문제의 근원이 같으니 해결의 방안조차 비슷한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냥 10년 후의 우리사회 모습이 그려진다. 보다 더 참혹하게 말이다.  

20세기를 노동의 세기라고 불린다면... 21세기도 결국 노동의 세기로 불리게 될 것이다. 오히려 자본의 고도화된 집중력은 노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규정할지도 모른다. 노동할 수 있는 인간과 노동하지도 못하는 인간... 노동하지 못하는 인간은 잉여로 규정받고 '쓰레기가 되는 삶'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쓰레기가 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꿈도 희망을 가지지 못하면서 생존의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면... 그러한 삶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차기 대선 후보들을 이른바 '복지정책'으로 승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결국 우리에게도 빈곤의 문제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지 않고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반증일게다. 문제는 어떤 복지를 해야 하는가이고 여기에 심각한 이념적 분열이 발생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실의 생활에 기반한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점에서 포괄적으로 빈곤의 문제를 살펴본 일본의 방송은 그만큼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만, 구조적으로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얼마나 반영하는가는 의문이다. 일본식 성장과 발전을 이루면서도 미국식 자본주의를 끊임없이 접목해야 했던 일본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성장은 일본식으로 했으나, 일본을 넘어 미국식 자본주의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우리나라의 경제를 보면 탈출구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미 빈곤의 문제는 소수자와 약자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곳이 없어 비싼 등록금을 빚으로 지고 나가야 하는 청년 실업과 지하철에서 무가지 신문을 줍기위해 뛰어 다니는 노년의 모습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고단함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순간 사회는 이들을 잉여로 루져로 판결내리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사회, 노년의 삶을 돌보지 않는 사회, 대기업이 아니고는 살아남기 힘든 중소기업의 현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임금과 점점 비어지는 농촌의 모습은 무언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 모양새다.  

열심히... 부지런하게... 긍정적으로.... 살면 무언가 개선될 수 있고 삶의 긍지를 찾을 수 있을까?워킹푸어의 문제는 결국 구조적으로 개인의 자질과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규정된다는 것에 있고 사회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개입하지 않고 개인에게 모든 것을 미룬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죽어나는 건 개인들 밖에 없다. 하지만 그토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면 이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일본도 그렇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빈곤과 복지, 워킹푸어의 문제와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동전의 양면이고 우리의 생활과 떨어지지 않은 문제이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일상이 어느 한 순간 무너져 내리고 빈곤의 늪으로 빠지면 다시는 헤어날 수 없는 지경으로 변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집단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지 않는다면 사회의 통합력은 극도로 침체될 수 밖에 없으면, 그 비용 또한 고스란히 사회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부모의 연봉이 얼마냐에 따라 성적이 차이가 나는 현실을 뉴스로 전해듣고 나서... 이런 결정론적인 사회의 암울한 전망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아닐진대 이 사회는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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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2-0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일하는데 왜 주거지 마련때문에 이만큼 빚을 져야 하는지...
서민들 가용소득이 늘어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을까요--

마녀고양이 2011-02-0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여년 전부터 일본을 바라보고, 우리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자고 계속 그랬었습니다.
그러나............ 머머, 현실은. ^^

머큐리님, 즐거운 설 연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