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G20 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다는 사실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모든 사물에는 모순이 있듯이 이번 G20의 개최에도 극명한 모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어제(11일) 오전에 교대에서 업무상 미팅이 잡혀서... 강남 가는 길에 G20 반대 시위나 함 하고 올까하고 농을 던졌더니 사무실 직원이 챙피하게 왜 그러시냐고 나라 잔치에 그렇게 찬물을 까얹으면 되겠냐고 하길래....그냥 씁쓸하게 웃었다.  

이왕 G20 이 개최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최고의 성과는 사실 왜 G20 정사회담이 필요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건 그저 외국 정상들이 모여 친교와 사업을 토론하는 자리가 아닌 근원적 경제체제의 불안정을 어떻게든 완화 또는 조절해 보겠다는 위기의식에서 만들어진 자리라는 것과 그런 불안정의 근본원인은 어디에서 도래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느끼기에 이 땅에서 개최되는 G20은 너무도 좋은 소재였던 것이다. (사실 처음도 아니고 몇번이나 개최되는 회의가 외국에서 개최되었을때 그냥 먼 산 보듯 구경이나 했지 관심도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정권의 나팔수인 신문과 방송은 국가잔치 이상의 내용을 전해주지 않았으며, 잔치를 맞이하는 국민의 태도에 대한 계몽적인 선전만 있지, 그 속에 포함된 수많은 모순과 의제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권력의 방송장악이 어떠한 해악을 끼치는지 확실한 사례가 이 땅의 언론사에 추가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자본주의 경체체제 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던지 그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으로 성공한 사례인 대한민국의 위상은 이미 G20에 참가했을때 부터 보여진 것이지 회담을 개최함으로서 얻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위상이라는 것이 세계 경제 체제내의 어떠한 역할인가가 중요할 뿐이다. 사실상 정부가 선전하는 국격을 따질때 주도적인 위치보다는 둘러리 내지 거수기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 점을 인정하지 않고 개최국이기에 주도국이란 이미지만 난무하는 것은 그냥 코메디에 가까운 일이다.  

더구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행하는 계몽적 폭력은 정말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사례들 뿐이다. 테러의 공포가 만연한 시대임을 인식한다고 해도 그 원인이 바로 회담을 하는 나라들의 이기적인 경제정책 때문이다. 테러에 대한 공포를 통해 민주주의를 누르는 것은 최근의 경향이고, 이것은 공포를 통한 권력의 무제한적 행사일 뿐이다. 정말 어떤 '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면 질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신뢰하지 못하고 국민의 의사를 행사 기간 내에 억압하는 것이 그것도 모자라 웃지도 못할 전시행정을 국민들에게 손님을 맞이하는 예절이라는 계몽으로 강요하는 것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것인가? 

그럼에도 성공적 행사라는 치장은 오래 갈 것 같고 이러한 행사를 성공리에 마친 현정권의 능력은 찬미일색으로 행해질 듯 하다. 어차피 치장된 송덕비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고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나 한 번 해 두어야 할 것은 진정으로 G20의 발생과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일테다.  

G20 이 이 땅에서 개최됨으로 난 그 역사에 대해 좀더 고민하게 되었고 이 땅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현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의 숙제를 얻게 되었다. 이만하면 성과없이 폐막하는 G20보다는 쏠쏠한 성과가 있다고 위로해야 하나?  

오늘이 지나면 서울에서 열리는 G20 회담이 끝난다. 이틀이라 다행이다.  

G20에 대한 딴지의 명문을 링크해 둔다....www.ddanzi.com/news/499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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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2010-11-1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있었습니다~
저 딴지의 글도요, 정말 명문이군요.
저희 애들은 저거 때문에 수능 일주일 미뤄졌다고, 화가 잔뜩 나 있는데요,
한 녀석이 묻더라구요.
'선생님, 왜 G20은 텔레비젼에서 중계 안 해요?'
하도 호들갑을 떠니까, 올림픽이나 축구 한일전 같은 건지 알았나봐요.

머큐리 2010-11-13 14:45   좋아요 0 | URL
학생들에겐 아직 이 세상은 알 수 없는 혼란덩어리일 듯 해요..ㅎㅎ 고등학교 때까지 전 아무생각 없이 잘 살았는데 말이죠..^^;

마녀고양이 2010-11-15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영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저는 G20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자체는 꽤나 뿌듯했답니다.
그만큼 안전하고 큰 나라로 발전했다는 의미표를 찍은 듯 해서요.

머, 그렇다해서 회의 내용이나 있는 자들의 밀고 당기기, 정부의 웃기는 놀음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긍심을 조금더 느끼게 된다는게 좋다 이거죠.
이런 걸루 자긍심을 느낀다는 자체가, 컴플렉스 같기두 하지만 말이죠. 아하하.

머큐리 2010-11-16 08:14   좋아요 0 | URL
그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전체 세계경제체제를 조망하면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한다면 일견 자긍심을 느낄만한 상황임에는 틀림없거든요..하지만 근본적인 뿌리를 잘 살펴보면 글세요..전 좀 회의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11-16 14:24   좋아요 0 | URL
근본적인 뿌리라는 측면은 동감합니다. 머큐리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