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상당하게 위험한 물건(?)에 속한다.
고래로 부터 현재까지 책을 탄압하고 불지른 역사를 보면, 책이야 말로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얼마나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 것인지 알게 된다. 특히 자신의 정당성이 없는 권력자일수록 책에 대한 공포는 심각해졌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지나치면, 책을 불태우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다.  

읽지 못하게 금지해도 지하로 유통되니 아예 존재 자체를 말살시키려 한 것일테다.  

한편으론 어떤 기준인지 등급(?)을 매겨 특정인들은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배제되는 사람들의 인권은 무시된다. 남들 다 읽는 책을 못 읽는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뭐 그건 책 뿐만 아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일테다.  

책이 유용한만큼 위험하다는 것. 그것이 책이 가진 모순일테다. 유용하기 권해야 하고 위험하니 막아야 하는 이 딜레마때문에 유용함은 널리 보급하되 위험함을 차단할 수 박에 없을 것이고 그런 투쟁의 역사는 금서목록이란 형태로 나타났다. 그런 금서는 이미 사라졌다고 느꼈을때마다 부활한다. 그리고 민주화되었다고 떠들었던 이 땅에 금서목록이 나타났다.  

이른바 국방부에서 금지한 도서목록일텐데.... 이게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이 났다. 헌법재판관들의 의식에는 국군의 의식도 일종의 무기처럼 갈고 닦아야 할 병기처럼 보인건지, 아님 군대에 있음 사람도 아니니 걍 차별해도 된다고 생각한건지...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자원해서 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조직에서 일반 시민과 차별하는 행태는 용인할 수 없다고 본다. 이건 생각없이 복무기간 동안 복종하는 기계로 남아있으라고 판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불경한 말인지는 몰라도 대법관에 계신분들 병역의무는 잘 이행하시고 그 자리에 계신건지도 급 궁금해져 버렸다.... --; 

반대로 경기도에서 우수도서 추천으로 사람을 웃겨주고 계신다. 이른바 촛불 정국을 불러일으키신 민동석씨의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 -협상대표는 동네북인가' 라는 책을 구입하라고 공문까지 돌리신 것이다. 이런걸 교양도서 구입이라고 했다니 요즘처럼 언어의 혼란이 극에 달한 시대는 없는 것 같다. 4대강 개발처럼 죽이는 걸 살리신다고 말하는 분들의 어법이니 오죽하겠냐만은.... 

공문에 첨부자료로 “민동석 한미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가 생생하게 밝히는 왜곡과 선동의 광풍!” 같은 표현으로 <문화방송>과 사법부를 비판하고, 저자를 “촛불광풍에도 꿋꿋이 소신을 지킨” 이로 소개한 도서 홍보용 전단지 2쪽도 함께 올렸다. (www.hani.co.kr/arti/society/area/445879.html)
뭐 결국 촛불든 사람들 다 미친놈들이고 자신은 꿋꿋하게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노라는 자화자찬의 글인 모양인데....이런걸 추천하고 권정생선생의 책이나 장하준 교수의 책을 금하는 지금은 야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웃을 수 만도 없는 것이 이런 하품나는 행위들이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한다는데 있다.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웃기는 일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바보되기 싫다는데 저들은 왜 자꾸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까? 그리고 지들이 뭔데 자의적으로 책을 금하고 추천하고 난리를 치는 것일까? 아직도 이념전선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중요하다. 저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 압박에 성공하자 이제 정신줄까지 놓으라고 밀어붙이는 중이다. 이념 전쟁은 계속 진행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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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2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씨451 생각나요~
책이 불태워지는 시대가 도래한다면,전 어떤 식으로든 책을 지키려고 할텐데요.
어떤 방법을 택하게 될지...ㅠ,ㅠ

머큐리 2010-10-30 12:16   좋아요 0 | URL
읽고 싶은 책인데 아직 못 읽었다능~~

자하(紫霞) 2010-10-30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이 군대에서 체게바라평전 읽다가 영창갈뻔 했다고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