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이란 무엇일까?
하도 공정사회를 강조하다보니 생기게 되는 의문이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하면 특권과 편견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가 공정사회가 아닐까? 더 깊이 생각해봐야 내 머리론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봉건주의보다 진보적이라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신분제의 철폐였다. 신분에 따르지 않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인정받는 사회는 자본주의가 가진 무기였던 것.
거창하게 신분제의 부활을 이야기 하진 않으련다. 부모가 잘나가는 공직자면 자식도 남들보다 편하게 좋은 곳으로 취업할 수 있게 되고, 부모가 돈이 많으면 자식은 보다 유리한 배우자를 만나게 되고... 열거하다 보면 끝이 없어 보인다. 이런 시스템이니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공부외에 별다르게 요구하는 것이 없고 학력에 따른 서열화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보다는 추종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물론 여기에도 부모의 능력이 개입된다.
어느정도 특권이 존재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정도는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 시험일자, 시험과목변경 등과 같이 이미 출발부터 공정함과는 거리를 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 정도고,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등급을 매기는 정도에 까지 이르렀다. 일반 결혼중개 사기업도 등급에 따른 회원등록이 인권침해라는 논란이 되는 시점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결혼사이트까지 등급제를 둔다는 건 이미 이 사회의 차별의식이 어느정도까지 진행되었는지 가늠하게 된다.
차별과 편견을 강화시키는 일련의 일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벌어지고 있는건 그 정도로 우리사회가 차별과 편견에 무감각하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결혼대상자를 인생의 동행자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 부모의 직업과 재산을 파악해야 하고, 그 사람의 직업과 출신 대학을 따져야 한다면 우리가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일상에서 끊임없이 말하는 '낭만적 사랑'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개인의 자유로은 연애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회원등급을 나누는 기준도 불쾌하다. 일반가족이 정상이고 편모나 편부, 부모가 없는 경우는 등급이 낮아지는데 이건 차별이고 편견을 강화하는 짓이다. 도대체 정상가정과 비정상가정을 나누는 틀이 가정구성원의 유대감외에 이런 외적 형식으로 판단하는 일이 정상적이고 공정한 일일까? 부모의 직업은 더욱 가관이다. 교수, 의사...훌륭하신 분들 많다. 하지만 더 지저분하고 더러운 인간들도 많다. 인격과 상관없이 교수고 의사면 A등급이라는 기준은 헛웃음만 나온다. 게다가 우리나라 농업이 죽어가는 산업이라지만 흙파서 정직하게 농사짓는 분들을 하위 등급으로 보는 그 오만함은 아예 말문을 막아 버린다.
빌어먹을 대학의 서열화도 지긋지긋하다. 그렇게 좋은 대학 나와서 그렇게 출세하신 분들이 다스리는 이 나라가 그렇게 우수하고 좋은 나라인가? 지금 경쟁에 찌들어 나만알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엘리트들이 좋은대학 나와서 사회에 나오면 자기보다 못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배려하기나 할까? 개인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결국 이건 구조의 문제고 시스템의 문제이다. 이러한 왜곡된 구조와 시스템을 고치기는 커녕, 더욱 강고하게 만드는 행위를 국가에서 솔선수범한다고 하니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결혼까지도 특권과 편견이 노골적으로 강조되는 이 사회에서 공정함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공정함에 앞서 차이를 차별로 고착하고 기득권자의 특권부터 없애는 것이 우선인것 같다. 하는 짓이 저러면서 어디가 공정함을 주장할 수 있는가?
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423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