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주의 역사 강의 - 유토피아 사회주의에서 아시아 공산주의까지 새움 총서 1
한형식 지음 / 그린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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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사를 하면서 마음을 착찹하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맑스의 저작선들... 언제고 읽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둔 그 책들을 이사하면서 포장하면서 드는 자괴감 같은
것이 있었다. 죽기전에 과연 나는 이 책들을 다시 손에 잡을 수 있을까....
이유는 여러가지다. 실천적 철학으로서의 맑스의 저작들을 실천과 유리된 채 읽는다면 고담준론보다 더 답답한 이야기들이고, 이미 실천과 유리된 삶을 사는 생활은 이 책들을 다시 들춰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책들은 맥락을 모르고 읽는 다면 그 가독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변적인 책들이니 가볍게 손에 들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들을 포장하면서 항상 무언가 아쉬움과 자괴감과는 또 다른 감정을 품게 되었다. 어쩌면 평생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지고가야 하는 무슨 업같은 느낌.... 

'맑스주의 역사강의'를 접하고서야 다시 맑스의 저작들을 챙겨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맑스주의의 기원에서 주요저작들의 역사적 배경과 논점들, 그리고 이론의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개괄적이면서도 중요한 지점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새롭게 맑스의 저작들과 그 외 맑스주의에 대한 저작들을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단순하게 맑스의 저작을 설명한 것이 아닌, 사회주의 운동 전반의 전개과정과 그 안에서 논의되었던 실천적 논쟁들이 어떻게 이론적 분화를 했는지, 그리고 그 이론의 현실적 구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친철한 강의가 돋보이는 책이다.  

특히나 제2인터네셔널과 제3 인터네셔널의 진행과정과 러시아 혁명에 대한 새로운 논점들에 대한 설명. 스탈린 주의의 성립과정과 전개에 대한 후속 논의들에 대해서는 그전 러시아 교과서에서 얻지 못한 여러가지 사실들을 알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지리적으로 유럽을 벗어나 간략하게나마 아시아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다는 점에서 유용했다.
혁명의 순간을 넘어서 혁명을 유지하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과정에서의 사상적 분화와 그 시대배경에 대한 논의들은 단순하게 맑스주의가 철학적 이념적 운동이기 보다는 매우 실천적 운동임을 다시 한 번 각인하는 계기점이 되었다. 특히 중국의 혁명과 더불어 최근에 재조명되는 문화혁명에 대한 논점들은 대중운동노선에 대한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준 것 같다.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보다, 맑스주의 입문서로 매우 적절하다는 점이다. 80년대 이후 맑스는 죽은 개가 되어버렸고, 이 사회의 특성상 맑스라는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실천한다는 것은 그저 자신의 색깔만 드러내는 일이 되어 맑스를 홀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맑스에 대한 이해도 없이 그저 서구의 최신 이론만 가져다 글을 쓰면 진보라는 듯한 경향이 농후한 시점에서 그 이론적 바탕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배경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무엇보다 러시아 교과서같은 교조주의적 이론이나 철지난 이론 취급하는 서구의 시각을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객관화시키려 한 저자의 노력이 보인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맑스주의 이론의 역사를 이 책으로 모두 담기에는 모자람이 있을 것이다. 특히 서구 맑시즘에 비해 라틴 아메리카나 아시아의 상황을 담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시아의 경우는 짧게라도 다루었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은 거의 담지 못한 점이 있다. 현재 라틴 아메리카의 실험에 대한 논점들을 좀 더 추가하여 진행하였다면 좀더 시의 적절했을텐데..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현 시점에서 대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맑스의 비젼을 공유하고 그 대안의 출발점에서 맑스가 제외된 한국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 이 책을 출판한다고 했다. 공감하면서 그저 이 땅에서 맑스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얼른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품어본다. 그 새빨간 양반에게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대해 배울건 배워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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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2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스 주의 관련 책을 꽂아두기만 하셨던 마음, 묘하게 이해가 갑니다.
저는 이쪽 관련은 아니고 다른 관련으로 그런 책이 있습니다.

제게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도리어 섵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그런 것들이 있더라구요.
마지막 문구,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현 시점... 아. 맞습니다.
맑스 주의에 온전한 수긍을 할 수 없을지라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드려여~

머큐리 2010-09-27 15:42   좋아요 0 | URL
사람에 따라서 그리 호감가는 책이 아닐수도 있어요...^^

쟈니 2010-09-2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자본-5권이 나와서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전 요즘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각국의 식민지 경험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아시아 리얼리즘 회화전을 보면서, 한국과 아시아의 같으면서도 다른 식민지 경험이 궁금해졌습니다.

머큐리 2010-09-27 22:56   좋아요 0 | URL
뭐 일단 지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리얼리즘 회화전에 다녀오셨군요..^^ 휴가때 갔다 왔는데...쟈니님하고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요..^^

라주미힌 2010-09-2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리뷰 쓴다쓴다하면서 미루고 있었는데 ㅋ.. 완전 제 눈높이 책이었어요~!! ㅋㅋ 강추우...

머큐리 2010-09-27 22:56   좋아요 0 | URL
바쁜건 알지만... 그렇게 좋다면 빨랑 리뷰써야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