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전쟁 - The War You and 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봄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이제는 날씨가 뜨겁다.
이렇게 뜨거운 날... 아마 작년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이보다 더 뜨거운 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본다는 것. 환상을 넘어서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본다는 것은 무거운 기분이다.  

생활 속에서 즐겁게 싸우자고 말한다.
극한의 처지에 몰려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쌍용자동차는 경영위기를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하려 했다. 사실 단위 사업장 내부의 경영의 문제와 그 해결에 대해서
사람들은 무관심했다. 아니 어쩌면 이 사회는 더 이상 구조조정이 문제가 되는 사회가 아니다.
당연히 회사가 살기위해선 희생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있었을까?  

쌍용자동차의 옥쇄파업은 하나의 신호탄이었다.
IMF체제를 졸업하고도, 금융위기 이전의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아닌, IMF체제의 일상적 수용이
그대로 드러난 사태였던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파업을 해도, 절박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 자본의 보존을 위해 공권력이 나서는 사회. 쌍용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모든 결정을 행한
정치권도 관료도 아무런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다만, 너희들만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답이었다.  

빨갱이들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본을 반대하여 싸웠던가? 아니 오히려
성실하게 일하다가 자본의 논리에 치여 생존을 위해 싸우다 보니 자연스레 자본에 반대했던것
아닌가? 빨갱이라는 말은 다른 곳은 몰라도 이 사회에서 하나의 낙인이다. 공동체 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낙인! 이 낙인이 찍히면 사람이 아니라 짐승 취급을 받게 된다.
그리고 2009년 여름 그들은 사냥감으로 몰려 결국 파업을 풀고 투항하게 되었다.
기나긴 파업이 마감되었을때... 파업에 참가한 사람도, 파업을 지지한 사람도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이른바 '산자'와 '죽은자'의 구분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자본에 의한 노동의 분할통치는 노동자를 '산자'와 '죽은 자'로 나누었고, 이른바 '산자'들의
'죽은 자'들에 대한 횡포는 이 사회가 얼마나 자인한 사회인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자신의 양심에 반해서일까 카메라 앞에서 시종 당당하지 못한 사람들은 파업자 가족대책위의
천막을 철거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파업을 해산하기 위해 나섰다. 노노갈등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사실 자본과 노동의 갈등이지 노동과 노동의 갈등이 아니다.
노동자들 모두 일하고 싶었을 뿐이다. 다만, 그 일에 대한 통제가 자본에 있었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회복은 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노동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 때 달성
된다. 노동의 유연화가 아닌 노동의 보호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땐
우리 모두는 언제 쌍용자동차의 노동자와 똑 같은 처지로 떨어질지 모른다. 아니 이미 진행
되고 있지만, 쌍용처럼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쌍용에서 구조조정된 수 많은
노동자들은 이미 비정규직의 대열로 흡수하고 계속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단결하지 않는다면 향후 흐름은 명백해 보인다. 이른바 성공한
몇몇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비정규화...노동유연화의 극단이다.  

여기서 이 싸움이 쌍용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렇다 이것은 그들만의 전쟁이 아니다. 그들의 싸움에서 나의 싸움을 바라본다.
'당신과 나의 전쟁'이 외치는 외침이다.  

뱀발 : 영화상영 후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간담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말은 
        "영화를 보는 분들은 쌍차를 지원하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는 줄 안다. 안에서는 싸움에
         패배하여 민주노총을 약화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결국 정말 옥쇄하여 다 죽었어야 했단 말인가? 진정한 연대는 어떻게 해야 가능할
         것인가? "같이 살자"는 짤막한 말이 주는 힘과 그것을 실행할 방법에 대한 불투명함이
         마음을 무겁게 내리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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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6-1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용차 문제를 보면서 거기 싸우고 있는 사람들도 가족이 있고, 평범한 한 사람이라는 걸 사람들이 너무 쉽게 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습니다. 누군가 나도 사람이 아닌 비용으로 볼까봐 물건으로 볼까봐 더 두렵습니다.

novio 2010-06-20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리뷰는 영화보다 더욱 뛰어날 것 같네요. 현실에 대한 냉철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리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