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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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를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뛰어난 광고인의 창의력의 비결?
새로운 예술형식이라 새롭게 조명받는 광고예술론?
광고가 가진 사회변혁에 대한 힘?
인문학적 지식으로 성공한 광고인의 힘? 

책을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흥미진진하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의 뇌리에 콕 박혀있는 광고문구들을 만들어낸 광고인의 창의력과 인간애 그리고
덧붙여 알라디너들이라도 혹할 수 밖에 없는 독서편력까지... 이 책의 주인공은 매력 덩어리
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광고에는 '인간'의 냄새가 난다.
그 이유는 그는 인문학을 토대로 광고를 만들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광고인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광고들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부족한 간극을 자꾸만 느낀다.
그게 무엇인지는 책을 덮고서도 뚜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가?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에게 난 질투하는 걸까? 

첫번째 불편은 출세나 성공의 바탕에 인문학을 두고 있는 사실인 것 같다.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에 성공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층이 되어서 이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길 갈망한다.
인문학의 위기 담론이 퍼지자 최근의 출판 트랜드는 인문학이 성공(또는 돈)이 된다고
강변한다는 것이다. '인문학 경영의 숲을 어쩌고' 하는 책들에서 부터 인문학의 경쟁력을
자본주의적 성공이나 돈의 경쟁력으로 치환하는 듯해서 불편했다는 거다.
(물론 이것은 온전하게 내 개인적 의견이고 개인적으로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다른 의견들을 가지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두번째 불편은 그의 광고가 아무리 따뜻하고 인간적이라 해도 그것을 온전히 전유하고 이용
하는 것은 광고비를 지급한 기업이다. 그 기업들은 삼성이고, SK텔레콤이며, KTF 등 대기업
들이다.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광고의 성공은 그 기업의 이미지로 획득되고 인간적 가치가
기업의 가치로 치환되버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편함이 있다.
광고가 시대를 대변하고 그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하지만, 결국 기업의 상품 판매를
촉진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 불편했던 것이다. 예전보다 노골적이지
않고 마치 모든 사람들을 위한다는 듯 가식을 떨어대는 그 '인간적 광고'에서 인문학적 가치를
찿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반대로 썩어빠진 광고보다야... 인문학적 광고가 더 우수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기업의 광고로 작용하더라도 그 시대를 표현한다면 어쩌면 전복적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싶다. 더불어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매우 전문적이고 정열적
이며,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기업의 이윤과 이미지의 한계라는 점이 있는 것이다. 촛불을 주체로 한 광고를 광고주
가 거부하여 방송되지 못했듯이 그의 인문학적 가치는 언제난 자본의 테두리와 한계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다.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창의력의 인정은 결국 자본의 한계에 포획당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답이엇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웃고, 울고, 즐거워하면서도 무언가 눌려 있는 듯한
느낌은 정체는 바로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의 본래적 성격과 그 한계였던 것이다.  

재미있는 만큼 안타까웠던 책.... 아름답지만 한계가 보였던 책... 그래서 잘 만들고도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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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1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을 먹고사는 게 광고인데...그 한계를 넘어선다는 건 어불성설일거구요, 이런 색다른 시도 자체가 중요한 거죠, 뭐.
잼있겠네요.
윽~~머큐리님 방엔 지름신이 곳곳에 산다니까~~

머큐리 2010-06-12 14:22   좋아요 0 | URL
그렇죠.. 기획은 참신한 것 같아요...^^

루체오페르 2010-06-1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정말. 태생적 한계란게 이런 것이겠죠.^^;
좋은 리뷰 감사히 잘 봤습니다!

머큐리 2010-06-12 14:2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광고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이 많이 개입된 글이라.. 쫌..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