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를 하나 발견했다.
책갈피에 끼여있어 14년 동안 잠자던 엽서... 과거은 가끔씩 그렇게 습격한다.  

   
 

 친구가 못견디게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면 전화하지만 어느 누구도 너희 집에는 전화를 받지 않더구나. OO이 고시공부는 어찌되는지? 너도 올해는 아기 아빠가 되려는 목표에 접근했는지? 많은 친구들이 그립고 보고 싶다. 오늘은 위에서 술을 달라는 날이 있듯이 마음에 친구가 필요한 날이었다. 이사를 한지 3주가 되는 날이다. 3번째 집이며 학교와 가까워 20분가량 걷는다. 당분가 이곳에 정착하려 한다. 영어는 생각보다 늘지않고 몸무게는 날로 늘어난다. 빵만 보면 짜증내고 화내는 나의 모습을 보며 웃는 사람들 앞에서 그래도 먹는 속도와 양은 가장 월등하게 인정 받고 있다. 지금까지 쓴 글을 읽어 보면 마치 군대 편지나 무슨 선언문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웃어도 본다. 그 곳의 정치상황에 대한 관점이 많이 흐려져서 향후 어떻게 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고 있다. OO아 마누라에게 사랑 받으려면 열심히 생활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12일이 넘게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린다. 빨래는 옷장에 가득하고, 에구 햇님이 그립다. 그리고 내 마음에도 볃들날 있겠지.... 
         OOO화이팅.   1996. 4. 22 . 02:00
holiday기간에 타즈메니아 다녀온 후배가 준 엽서의 전면 그림이 내 마음 같아 보낸다. 오늘은 나에게 3가지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빌어본다.
김치찌게, 소주....그리고 친구들...

 
   

 1996년이면 지금부터 14년전이고... 이 엽서는 한동안 들여다 보지 않은 책 속에 끼워져 있었다.
그때면 지금처럼 어학연수를 떠나기 쉽지 않았던 시절이고 주변에서 어학연수라고 간 사람들도
손에 꼽았던 시절이 아닌가 한다. (뭐 내 주변이 워낙 척박한 사람들 뿐이라는 사정도 있고)

2~3년에 한 번 정도 뜨문 뜨문 만나는 이 친구... 내가 엽서를 발견하기 전까지 엽서를 받은
사실조차 잊고 있었으니...아마 이 친구도 젊은 시절 외국에서 외로움에 몇자 적어 보낸 자신의
엽서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전화라도 한 번 해야겠다. 나도 그 친구의 안부를 묻고 ... 잘 지내는지....그리고 가끔은
정말 네가 보고 싶다고 얘기해야 겠다. 삶은 그렇게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가는 길일테니까.... 

타즈메니아의 엽서 그림은 하얀 백사장에 초록빛 바다와 푸른 하늘이 맞닿아 있는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인적이 없는 고요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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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9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심봤다!^^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면서 정말 보고 싶었다고 하면 좋아하겠죠.
나는 중학교때 전학왔기 때문에 고향 친구들이 보낸 편지 엽서를 많이 갖고 있어요.
중학교 동창 사이트에 악동들 P군 K군의 연서를 올려서 전국을 들끓게 했었지요.ㅋㅋ
물론 여학생들의 정갈한 글씨의 편지와 엽서도 스캔 받아 올렸고요.
그래서 중학교 동창들에게 나는 보물창고로 통한답니다.^^

머큐리 2010-03-09 09:5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심봤다!^^ 였지요

무스탕 2010-03-09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방비 상태에서 맞이한 과거의 급습에 예정에도 없던 시간여행을 하셨군요 ^^

머큐리 2010-03-09 09:52   좋아요 0 | URL
음.. 불현듯 그 당시 기억이 났어요.. 답장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외국으로 편지를 보낸적이 없어서요 --;

카스피 2010-03-0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과거 추억이 새록새록 나시겠네요^^

머큐리 2010-03-09 09:53   좋아요 0 | URL
달콤했지요..ㅎㅎ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 빛나던(?) 시절이니까요..ㅎㅎ

L.SHIN 2010-03-0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도, 머큐님의 글도 왠지 멋저요.

"오늘은 나에게 3가지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빌어본다.
김치찌게, 소주....그리고 친구들..."

"타즈메니아의 엽서 그림은 하얀 백사장에 초록빛 바다와 푸른 하늘이 맞닿아 있는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인적이 없는 고요함 이었다"

저는 늘 사람들 속에 있어도 '친구'가 갖고 싶고, '인적이 없는 바닷가'를 걷고 있는데
말입니다..^^;

머큐리 2010-03-09 15:46   좋아요 0 | URL
엘신님도 재미있는 번개모임하시고는 왜 그러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