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5회를 맞는 인천여성영화제 폐막식과 폐막작품을 보게 되었다. 잘 몰랐는데, 영화제 개최를 위해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모양이다. 촛불단체에 가입되었다고 매년 지원하던 정부 지원금도 나오지 않아 아고라에서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각 시민단체들이 서로 지원하고 네티즌들이 성금을 보내 올해도 무사히 치르게 된 모양이다. 총57편의 영화를 무료로 상영했는데 폐막식에서 어려움속에서 무사히 치러내고 예년에 비해 많은 관객을 동원해서 많이 감격스러워 했다. 어려울 때 성황리에 마치니 감격스러울 만 할 것이다.
여성영화제라 그런지 마지막 작품 관람자 중 20% 정도만 남성이고,.. 예전부터 여학생 많은 강의실을 선호했던 나는 즐거울만 하건만 뭐냐 이...위축감은...ㅎㅎ
폐막작은 '세리와 하르'라는 독립영화다. 세리는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어머니를 둔 소녀 이름이고 하르는 필리핀 국적의 불법 체류자인 아버지를 둔 소녀다. 영화는 다문화 가정, 불법 체류자문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산재 문제, 외국인 단속에 대한 정부의 태도 문제, 일반 아이들과 다른 외모의 다문화 가정의 소녀가 겪어야 하는 소외감 등을 다루고 있다. 세계화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 중 하나가 자본의 이동은 원활하게 보장하면서, 노동력의 이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통제하고 착취한다는데 있다는 것이 현실에서 드러나는 여러가지 모순을 이 독립영화는 진지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시선 자체가 어린 소녀들의 시선이기에 단순한 화법이 직접적이다. 아버지가 불법 체류자인 하르는 자신이 태어나고 말을 배운 이 땅에서 불법자인 것이 가장 억울하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주민등록증을 만든다. 베트남 어머니를 둔 세리는 꿈이 박세리처럼 유명한 골프 스타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 땅에서 살면서 조그만 꿈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 속에서 그만 제지 당한다. 피부 색깔이 틀리고, 돈이 없기에...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가 자라온 이 땅에 대한 애정섞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그리워할 고국이라도 있지만, 이 어린 소녀들은 이 땅이 그들의 감정과 생활을 지배해온 땅이다. 그러나 그 땅을 그녀들을 완고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거부당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피땀을 흘려 벌은 돈으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항상 타인으로 머물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인간이 아닌 그냥 돈을 벌어주는 소모품으로 대접하는 사회... 그 암울함 속에서 꿈을 꾸고 갈등하고 다투면서 서로 아끼는 소녀들...
그냥 서로 사랑하고, 피부색깔과 관계없이 사람 자체를 보는 사회는 언제가 가능한건지...백색에 대한 선호만큼 피부색에 대한 경멸은 이 땅의 콤플렉스일 뿐이고, 사람을 사람답게 취급하지 않는 이 사회는 아직도 야만이 판치는 정글일 뿐이다. 사회가 다양화되면 될 수록 우리는 그 다양성을 존중하기 보단 배타성을 먼저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흑인 대통령이 나왔고 프랑스에서도 이주민 2세가 대통령이 되는 이 시대... 언제쯤 우리는 백의 민족이 아니라도 이 땅에서 자신을 꿈을 성실하게 이루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사회요직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될까?
너무 뻔한 결론과 내용이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아프게 깨치게 하는 영화다. 여성영화제에서 이런 소외받고 소수를 배려하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여성의 가치만이 인간을 해방하는데 동력이 됨을 주장하는 것이고...그래서 난 다음 여성영화제는 관객이 여성과 남성이 반반씩 즐기는 흥겨운 영화제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