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풍경화첩 - 지금, 여기, 서울의 진경을 그린다
임형남, 노은주 지음 / 사문난적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서울에서는자주비굴해지고자주웃는다,그나마사라지고있는풍경들을그리워하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우 2010-12-31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구바이님.
익명으로는늘 들락거렸답니다. ㅎㅎ

세밑의 어수선함.
작년 세밑에 쓴 굿바이님의 명문(名文)이 기억납니다.
이제 그만 관계에 조급해 하지 말자는...

그러나 어쩌겠어요? 굿바이님.
그러나 낫살든 관계는 좀 조급하답니다.
나의 올해도 여일합니다.
낄낄거림 와글거림, 그 헛된 짓거리들. 하하하

새해덕담 눕힙니다.
새해 굿바이님과 댁내 건강과 행복과 부귀와 영화를.




굿바이 2011-01-03 09:41   좋아요 0 | URL
동우님, 오늘은 어떠신가요?
서울은 춥고, 다행히 뭔가 큰 변화는 없습니다.

동우님, 올해도 강건하시고, 제 기억속에 그렇게 남아있듯이 늘 청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을 생각하면 늘 기분이 좋습니다.


2010-12-3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3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왜 도덕인가>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하철에서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혹은 들고 있는 사람을 무려 다섯 명이나 보았다. 석 달 정도의 기간이었으니, 적지 않은 수,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체감하는 현장이었다. 어쩌면 역차별은 그렇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환호한다는 것 혹은 관심을 갖는 것, 어딘지 꺼림칙했다. 여튼 저자의 책, <왜 도덕인가?>는 그렇게 역차별을 감수하며 내 손에 있었다.  

마이클 샌댈은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공동체주의 철학자로 분류되곤 하지만 그가 공동체주의에 무조건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폐쇄적인 공동체의 경우 공동체 자체에서 정의의 원칙을 찾는다면 그것을 정의라 말하기 힘든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도 그러하겠다. 그렇지만 내가 저자가 말하는 도덕적 가치나 선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라는 개념 역시 아직은 낯설다. 여전히 묻고 답을 찾으려 할 뿐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1부 도덕이란 무엇인가, 2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3부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더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잘 알려진 것처럼 그와 다른 입장에 서있는 롤스의 이론들을 조목조목 비교하고 분석하는 그의 태도는 올바름을 기반으로 한 공정함이 엿보였다. 왜 도덕인가,를 논하는 그의 목소리에 설득력이 실리는 자세였다. 

정치는 혹은 정부는 국민들의 삶과 죽음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권력은 쉽게 선을 넘기도 하는데,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제도는 진화해 왔다. 또한 제도의 진화에는 중요한 가정이 필요할 것인데, 그것이 바로 '도덕'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세금을 받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오로지 서비스만을 제공한다면 도덕적 기능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효과분석만 존재할 것이다. 물론 혹자는 이런 정부와 이런 체제를 꿈꿀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국민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살기 힘든 세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현실은 CEO를 수장으로 둔 시절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참고로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은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말 그대로 효과적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악수(惡手)가 바로 한국의 현실인 셈이다.

" 통치와 상업주의가 지나치게 뒤섞이는 현상은 우려의 수준이다. 정치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 정부 관리들은 대중문화와 광고, 오락 등을 이용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를 높이려 애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처럼 위장된 권위가 실패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확실하게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하지만 국민은 고객이 아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단순히 국민들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올바르게 시행된 정치는, 국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되돌아보고 그것이 올바른지 판단한 후 그 욕구를 수정하도록 이끈다. 고객과 달리 국민은 때로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와 상업의 차이점이며 애국심과 브랜드 충성도의 차이이다." 

저자의 말처럼 국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판단하고 수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유의지는 반드시 정치를, 정부를, 모든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을 수반해야 한다.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이 존재하지 않는 자유의지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해석의 틀, 자유의지를 올바르게 작동시킬 수 있는 해석의 틀이 '도덕'일 것이다. 이 책이 혹은 마이클 샌델이 뜨거운 까닭이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곧 '도덕'이 필요한 시절이 오고 있기에.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도둑 2010-12-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을 부르짖는 시대가 역설적으로 가장 부도덕한 시대였다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웠죠.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대립, 곧 도덕이 필요한 시절이 오리라고 한 굿바이 님의 예언은 어쩌면 맞아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나는 정의의 사자! 너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심판하겠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먼저 심판대에 오를까요?...생각하면 재밌어지는데요. 저는 이 번 기회에(센델의 책의 붐을 타고) 사람들이 한발짝 더 정치에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좋은 삶이 목표인 공공의 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의 역할이 그만큼 요구되고 필요한 거잖아요. 우리 사회가 올바른 도덕성과 정치적 공간에서의 정의로 이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데...그 넘의 냄비근성이라도 좋으니... 적어도 한번쯤은 생각을 해볼테니까요. 그 현장을 자주 목격하길 바랄 뿐입니다..ㅎㅎ

굿바이 2010-12-27 17:52   좋아요 0 | URL
다음 선거가 다가옵니다. 어느 주자가 어떤 아젠다로 깃발을 꼽을 지 궁금합니다. 판단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 해야 할 텐데, 이럴 때 도덕이라는 잣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시민이 정치에만 열광하는 나라도 이상하지만, 정치의 영역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꽃도둑님의 말씀처럼 무엇의 영향이 되었건, 다들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잘잘라 2010-12-2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 그러면 왠지 학교 수업시간, 교과서 제목에만 붙박혀 있는 느낌. 백퍼센트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낱말.. 뭔가 새로운 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굿바이 2010-12-29 12:55   좋아요 0 | URL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하네요.
음...도덕,말고 뭐가 있을까요? 더덕? 죄송합니다 ㅜ.ㅜ

잘잘라 2010-12-29 13:30   좋아요 0 | URL
더덕!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風流男兒 2010-12-29 17:54   좋아요 0 | URL
미더덕! (죄송해요 ㅠㅠ)
 
<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바다 미슐레의 자연사 1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가끔, 어떤 책은 밑줄을 그을 수가 없다. 책 그 자체가 이미 작가가 그어놓은 거대한 밑줄이기 때문이다. 다만 밑줄을 들키지 않는 작가의 노련함과 배려에 감탄할 뿐이다. 이 책 <바다>가 그렇다. 온통 푸른 밑줄이다.   

저자 쥘 미슐레는 프랑스 태생의 역사학자이자 문필가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한 1850년대는 요동치는 사회였다. 종교가 쇠락하고 이성과 과학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며, 시대는 인간이라는 개인을 발견하게 되지만, 조명을 받기 시작한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한다. 모든 것의 중심에 인간을 세우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신비의 영역이었던 자연을 개척과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결과는 설명이 필요없게 되었다. 여하간, 저자는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잠시 접고 [바다]와 [바다와 더불어 사는 생명체]와 [바다와 더불어 존재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역사학사적인 고증과 문필가적인 감성으로 풀어낸다.  

책은 크게 1부 바다를 바라보며, 2부 바다의 기원, 3부 바다의 정복, 4부 바다의 르네상스로 구분되어 있다. 먼저 저자는 [바다]를 이렇게 묘사한다.  
"세상의 큰 운명인 굶주림은 육지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바다에서 굶주림은 예방되므로 있는지조차 모른다. 식량을 찾는 어떤 움직임도 없다. 삶은 마치 꿈처럼 떠다닌다. 그런 힘을 무엇에 쓸까? 힘의 소진은 불가능하다. 그 힘은 사랑을 위해 비축한다.....이것이 바다다. 바다는 지구의 거대한 암컷이다. 지칠 줄 모르는 욕망으로, 영원한 수태로 새끼를 낳는다. 절대로 끝이란 없다." 

"이 신성한 작업을 지켜보자. 바닷물 한 줌을 쥐어보자. 거기에서 원시의 창조가 다시 시작된다.....이렇게 나타나는 물방울은 식물성의 실일까? 그것은 어떤 존재라고 하기 어려운 가벼운 솜털 같다. 이미 예민하고 사랑스러운 솜털이다."
 

그는 바다에 서식하는 단세포 생물의 느릿한 움직임부터 어느 날 갑자기 들끓는 폭풍과 해일을 그리고 적도의 숨막히는 고요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해와 달의 움직임에 따라 부푸는 바다라는 거대한 암컷을 샅샅히 훑으며 생명이 태어나기 전 이미 그들을 사랑한 생명의 신을 노래한다. 이제 이 푸른 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 [고래]를 생명의 신이 얼마나 가학적으로 사랑했는지 묘사하고 있는 저자의 글들을 살펴볼까 한다.

"움직이는 불덩어리 같은 이 애인들은 일순간 몸을 치켜세우고, 노트르담의 탑처럼, 너무 짧은 팔에 끙끙대면서, 서로 부둥켜안으려 기를 쓴다. 그들은 그 거대한 체중으로 다시 밑으로 떨어진다."

"자연의 창조력이 처음으로 시적인 상상을 발휘해 내놓은 놈 같다. 우선 숭고함을 겨냥했지만, 그 뒤에 가능한 수준으로 복귀했다. 지속 가능한, 즉 생존 가능한 수준으로. 크기와 힘에서 모두 감탄할 이 짐승은 피는 뜨겁고 젖은 따뜻하며 선의에 넘친다. 오로지 생존 수단만 부족하다."   

"멋지게 10미터 높이로 뿜어올리는 물기둥과 분수구멍은 바로 유치하고 야성적인 기관이라는 표시이자 증거다. 힘껏 공중으로 분수를 쏴올리면서 그 '숨 가쁜 통풍기'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오 자연이여, 왜 나를 노예로 만드셨나이까?" 

이 아름답고 힘찬 더불어 선량한 생명체를 지면으로 옳겨온 저자를, 또한 저자의 글들을 도무지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어서 저자는 바다를 정복한 인간의 역사와 바다를 두고 싸웠던 전쟁의 역사, 뒤를 이어 바다를 끼고 꽃피웠던 아름다운 문화들을 소개한다. 참으로 바다에 관한 모든 것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바다의 정복편에서 저자는 허기진 인간은 무섭다,고 썼다. 그리고, 과거의 영웅들이 숭고한 것은 무지한 데다 그 맹목적인 용기와 절망적인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그렇게 바다의 길을 찾고,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고, 심지어 둥근 지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태풍을 제압할 수는 없었지만, 무지는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웅들이 밟았던 땅에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의 삶은 영혼 대신 돈을 긁어모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피폐해질 수 밖에 없었다. 원주민들의 존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 뒤에 일들은 입에 담기도 민망할 뿐이다. 인간이 인간을 이렇게 다루는데, 동물은 또 어찌했겠는가. 학살하고 또 학살하고, 죽이기 위해 죽인 고래와 바다코끼리와 해표와 수많은 물고기들. 이제는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험에 놓여있다. 어느 여름 대륙을 강타했던 폭풍과 해일이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절규가 아니었는지 모를 일이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그런 책이 있다. 어느 시간, 어느 장소, 어느 페이지를 들춰보아도 고마운 책. 위로가 되는 책. 울렁거리게 하는 책. 쥘 미슐레의 <바다>가 그렇다. 바다가 요동치는 것 처럼 마음이 요동치고, 바다가 고요한 것 처럼 마음도 고요해진다.

이제 <바다>에 수장된 심정은 언어로써 언어의 바깥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책을 덮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먹먹할 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실재한다면 이럴까, 마음으로 마음을 넘어설 수 없는 막막함. 마음을 전달하려고 발화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잠시 하얗게 부푸는 물거품에 불과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초라함. 추태를 부릴 수 없음에 두근거리기만 하는 민망함. 몰려드는 무력감에 좌초된 독자는 허영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곳, 욕망이 끓어오를 틈을 주지 않는 곳, 그렇다고 금욕도 절욕도 아닌 곳, 해석이 아닌 사실이 존재하는 곳, 영원히 검푸른 바다를 두고 고래처럼 솟구쳐 오른다. 오 자연이여, 왜 나를 바보로 만드셨나이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0-12-2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은 <바다>를 감명 깊게 읽으셨군요. 저는 전반부에 저자가 바다를 바라보면서
느겼던 것을 기록한 부분만 좋았던거 같습니다.

굿바이 2010-12-23 09:20   좋아요 0 | URL
책이 쓰여진 시대를 감안하면, 혹은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개인의 감수성과 취향은 얼마든 다양할 수 있고, 또 그런 다양함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0-12-23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0-12-2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로 30분 달리면 푸른 동해바다를 볼 수 있는 데 사는 메리포핀스예요.
안녕하세요? 알라딘서재달인 링크 따라 와봤어요.
주황색 날개 달린 연미복 신사가, 바다를 배경으로 인사를 건네주시네요.
연장 마니아, 라는 한마디가 관심을 끌구요. 굿바이라는 닉네임은.. 좀 뜻밖이네요. 하이 또는 하와유, 굿모닝, 이런 닉네임에 비해서는요.
반갑습니다. 굿바이님! 메리 크리스마스!!!

굿바이 2010-12-27 00:04   좋아요 0 | URL
이제야 댓글 봤습니다.
메리포핀스님, 성탄은 잘 보내셨는지요?

굿바이라는 닉네임이 좀...^^ 메리포핀스라는 이름은 발음도 그렇고, 동화적이고 예쁘네요. 여튼 이렇게 인사나눌 수 있어 반갑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2010년의 겨울, 제주를 걷고 또 걷는다.
반질거리는 검은 돌들을, 푹푹 빠지는 모래해안을, 내 날숨이 미안하기만 했던 숲길을, 내 탄성이 부족하기만 했던 오름을, 자분자분하게 자리잡은 동네를, 걷고 또 걷는다.
삐죽삐죽 고개를 내민 주황색 감귤나무를 지나, 검은 흙에 자리잡은 당근밭을 지나, 겨울도 비껴가는 파밭을 지나, 넉넉하게 자리잡은 무밭을 지나, 자고있는 말들을 지나, 깨어있는 덩치 큰 개들을 지나, 북극의 겨울을 피해 날아든 까마귀들을 하늘에 두고, 걷고 또 걷는다.
이내 달이 뜬다. 푸른 하늘이 물러나며 별이 쏟아진다. 어둑어둑한 바다 어디선가 철새가 운다. 울음소리는 멀고도 가깝다.  

바람이 분다.  
보리수나무를 흔들고, 소나무를 흔들고, 낮게 깔린 초록의 덩굴마저 흔든다. 바람이 겉도는 숲에 구멍이 뚫렸다. 쏟아지는 바람에 끌려 고개를 드니, 희고 푸른 물이 덩어리져 하늘과 닿아있다.
그런 건 없었겠지만, 나는 그것을 바다라 불렀고, 그것들을 흔들어 솟구치거나, 가라앉거나, 배회하는 모든 것들을 바람이라 불렀다. 눈이 사물을 의심한다. 마음은 이미 물위를 떠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다음에도 이곳에서 너를 만나면 나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마음 한 조각을 떼내어 약속하고 돌아선다. 물위를 떠돌던 햇살이 망막에 맺힌다. 시야가 흐릿하다. 내 눈을 의심한다. 

제주의 해안, 한때는 지글거렸을 뜨거운 용암이 바다에 젖는다.
식어버린 꿈이 넘지 못할 문지방에 어디로부터 떨어져 나온 귀한 돌, 닳아서 닳아서 사라질 것 만 같은데, 빛나고 때론 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이제는 넓다. 넓고 고요한 해안, 닳아서도 사라질 수 없는 용암의 뼈들은 더는 견고할 수 없는 고독으로 박혀있다. 하늘과 바다와 검은 암석과 모래가 꼼짝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오히려 권태를 잊고 가망없는 욕심을 갈아낸다.

같이 걸었던 내 좋은 사람들의 땀냄새와, 순한 처녀의 웃음소리와, 사뿐사뿐 걷던 총각의 뒷모습이 오늘도 이어질 것 같은 오늘, 주책없는 눈물샘에 돛단배 한 척 띄운다. 돛에 시 한 편 적어 보낸다. 서러운 것들이 펄럭이는 날에는.
 


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박정대 

기억의 동편 기슭에서
그녀가 빨래를 널고 있네, 하얀 빤스 한 장
기억의 빨랫줄에 걸려 함께 허공에서 펄럭이는 낡은 집 한 채
조심성 없는 바람은 창문을 마구 흔들고 가네, 그 옥탑방 

사랑을 하기엔 다소 좁았어도 그 위로 펼쳐진 여름이
외상장부처럼 펄럭이던 눈부신 하늘이, 외려 맑아서
우리는 삶에,
아름다운 그녀에게 즐겁게 외상지며 살았었는데 

내가 외상졌던 그녀의 입술 
해변처럼 부드러웠던 그녀의 허리
걸어 들어갈수록 자꾸만 길을 잃던 그녀의 검은 숲 속
그녀의 숲 속에서 길을 잃던 밤이면
달빛은 활처럼 내 온몸으로 쏟아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리라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려왔건만
내가 외상졌던 그 세월은 어느 시간의 뒷골목에
그녀를 한 잎의 여자로 감춰두고 있는지 

옥타비오 빠스를 읽다가 문득 서러워지는 행간의 오후
조심성 없는 바람은 기억의 책갈피를 마구 펼쳐놓는데
내 아무리 바람 불어간들 이제는 가 닿을 수없는, 오 옥탑
위의
옥탑 위의 빤스, 서럽게 펄럭이는
우리들 청춘의 아득한 깃발 

그리하여 다시 서러운 건
물결처럼 밀려오는 서러움 같은 건
외상처럼 사랑을 구걸하던 청춘도 빛바래어
이제는 사람들 모두 돌아간 기억의 해변에서
이리저리 밀리는 물결 위에 희미한 빛으로만 떠돈다는 것
떠도는 빛으로만 남아 있다는 것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웽스북스 2010-12-13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 오늘 당근 먹었어요!!

굿바이 2010-12-14 09:44   좋아요 0 | URL
니얼니? 이런...황군이 화나겠다 ㅋㅋㅋㅋ 그렇지만, 참 잘했쏘요!!!!

風流男兒 2010-12-13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당근은 안먹었지만, 오늘 이상하게 눈이 아파요. 그 뜨거운 해를 바라보면서도 아프지 않던 눈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종이와 모니터를 본다고 아파지다니, 좀 서글퍼요 ㅎㅎ

굿바이 2010-12-14 09:46   좋아요 0 | URL
피곤해서 그런건가... 오늘은 괜찮은지 모르겠네. 그나저나 좀 서글프다~

2010-12-14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0-12-1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나와 다시 시를 읽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연을 다시 읽었지요. 하지만 오늘은 서럽고 싶지 않아요 ㅎ

굿바이 2010-12-16 10:09   좋아요 0 | URL
추워서 서럽구나야 ㅜ.ㅜ

風流男兒 2010-12-16 14:44   좋아요 0 | URL
서러웠어요 결국 ㅠㅠ 너무 추워요 ㅠㅠㅠ

굿바이 2010-12-16 14:51   좋아요 0 | URL
사무실 온도 18도, 더는 올라가지 않는 온도계, 살아온 날들이 후회스러워, 추워도 너무 추워 ㅠㅠㅠㅠㅠㅠㅠㅠ

웽스북스 2010-12-17 00:41   좋아요 0 | URL
헉 18도라니 너무해요
이런 독한 사무실같으니.....!!!!!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2월 입니다. 책을 읽기 좋을 수도 있고, 한 권의 책도 버거울 수 있는 달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개인들의 문제고, 좋은 책들은 인정사정없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잔인한 계절입니다. 여튼 12월 주목신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가 쳐다보는 대상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묻습니다. 
질문은 익숙하지 않기에 사유하게 합니다. 그러니 숱한 이미지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들의 삶에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그림이라는 더 나아가 고대의 우상숭배, 비잔티움 성화(聖畵), 공공 건축물, 근대의 회화, 신병모집 포스터, 현대의 전시회, 상업광고, 복제생물, 할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우리가 시각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전복적으로 사유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매우 어여쁘고 귀한 책일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입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훔쳐보았는데, 저자의 학문하는 자세와 심성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작금의 세계를 까막눈으로 거들떠보아도 식량문제는 다음 세대의 발목을 잡겠구나,라고 짐작됩니다. 물론, 일이 그렇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겠으니, 늘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여튼, 한 농업 생태학자의 여정을 따라, 세계화와 농산물 산업화, 기후 변화, 유전자조작농산물 등이 어떻게 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우리의 밥상을 위협하는지, 땅과 인간과 정치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었는지, 작물 다양성과 전통 농업지식이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얼마나 소중한 유산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낸시 프레이저의 책이 소개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던 마이클 샌델의 책 보다 훨씬 마음이 가는 책입니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는 오늘날 대표적인 사상가들과 논쟁을 하며 비판이론과 정의론을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곳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현재 정의론이 처한 위기를 진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의론이 처한 위기를 진단하기 위해서 '정의'를 정의해야 겠지만, 이것이 쉬운 작업이 아님을 마이클 샌델의 책이 증명한 바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 책이 매우 궁금한 이유는 ‘어떤 단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정의의 당사자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 때문입니다. 한 번도 사유해 본 적 없는 고민입니다.

  

 

 

네 번째 책도 화두를 던지는 책입니다. 물론, 이 질문은 고담시에 살고 있다는 악당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책을 읽지 않아서 그 해법을 알 수도 없고, 세계 정복을 하려는 의도가 뭔지, 주체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여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착한 요정이나, 뭐든 유쾌한 요정이나, 아무렇게나 살자 요정들이 세계를 정복했으면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그런 세상도 끔찍할 수 있겠지만, 현실과 비교해 뭐 그리 대수일까 싶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책입니다. 산과 강이, 너른 들판과 습지가, 집 앞 놀이터와 골목이 무작위로 뜯기고 뒤집히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정녕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도둑 2010-12-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명이 필요없는 추천입니다..^^ 저는 달랑 한 줄로 떼웠지요.
저도 지구화 시대의 정의를 추천했습니다.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이야기 같지만
지구화 시대의 정의란 오히려 한정적이고 어떤 규범과 윤리적 측면을 아우르는 것 같기도 하고...암튼 읽어보고 싶네요...흙도 관심이 가는 도서입니다.

굿바이 2010-12-08 11:38   좋아요 0 | URL
<지구화 시대의 정의>는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저자의 책은 처음 출간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짧은 글을 읽었었는데, 매우 독특했습니다.

오늘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하는데, 아직 하늘은 맑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쉽싸리 2010-12-0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식물학자 바빌로프 이야기가 선정되어 읽어보면 좋겠네요.
흙도 좋구요. 흙 좀 밟고 삽시다! 밑도 좀 들여다 보고!
추천합니다.

굿바이 2010-12-08 16: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와 <흙> 두 권 모두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이런 책들이 좀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0-12-0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페이퍼는 지구환경과 관련된 책이 눈에 띄네요. 저는 <흙>을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했는데 흙에 대한 문명사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더군요. 사실 이런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위에 댓글 남기신 분의 글을 읽게 되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답니다. 좋은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굿바이 2010-12-08 16:35   좋아요 0 | URL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을 이렇게 싹쓸어 말아먹는 생명체는 지구에 인간이라는 종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같이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민망하고 죄송한 일이죠.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말은 쉽고, 실천은 늘 어렵습니다.
날이 찹니다.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