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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하철에서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혹은 들고 있는 사람을 무려 다섯 명이나 보았다. 석 달 정도의 기간이었으니, 적지 않은 수,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체감하는 현장이었다. 어쩌면 역차별은 그렇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환호한다는 것 혹은 관심을 갖는 것, 어딘지 꺼림칙했다. 여튼 저자의 책, <왜 도덕인가?>는 그렇게 역차별을 감수하며 내 손에 있었다.
마이클 샌댈은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공동체주의 철학자로 분류되곤 하지만 그가 공동체주의에 무조건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폐쇄적인 공동체의 경우 공동체 자체에서 정의의 원칙을 찾는다면 그것을 정의라 말하기 힘든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도 그러하겠다. 그렇지만 내가 저자가 말하는 도덕적 가치나 선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공동체라는 개념 역시 아직은 낯설다. 여전히 묻고 답을 찾으려 할 뿐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1부 도덕이란 무엇인가, 2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3부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더 설득력이 있었다. 특히 잘 알려진 것처럼 그와 다른 입장에 서있는 롤스의 이론들을 조목조목 비교하고 분석하는 그의 태도는 올바름을 기반으로 한 공정함이 엿보였다. 왜 도덕인가,를 논하는 그의 목소리에 설득력이 실리는 자세였다.
정치는 혹은 정부는 국민들의 삶과 죽음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권력은 쉽게 선을 넘기도 하는데,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제도는 진화해 왔다. 또한 제도의 진화에는 중요한 가정이 필요할 것인데, 그것이 바로 '도덕'일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세금을 받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오로지 서비스만을 제공한다면 도덕적 기능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효과분석만 존재할 것이다. 물론 혹자는 이런 정부와 이런 체제를 꿈꿀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국민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살기 힘든 세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현실은 CEO를 수장으로 둔 시절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참고로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은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말 그대로 효과적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악수(惡手)가 바로 한국의 현실인 셈이다.
" 통치와 상업주의가 지나치게 뒤섞이는 현상은 우려의 수준이다. 정치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 정부 관리들은 대중문화와 광고, 오락 등을 이용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도를 높이려 애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처럼 위장된 권위가 실패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확실하게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하지만 국민은 고객이 아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단순히 국민들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올바르게 시행된 정치는, 국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되돌아보고 그것이 올바른지 판단한 후 그 욕구를 수정하도록 이끈다. 고객과 달리 국민은 때로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와 상업의 차이점이며 애국심과 브랜드 충성도의 차이이다."
저자의 말처럼 국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판단하고 수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유의지는 반드시 정치를, 정부를, 모든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을 수반해야 한다.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이 존재하지 않는 자유의지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해석의 틀, 자유의지를 올바르게 작동시킬 수 있는 해석의 틀이 '도덕'일 것이다. 이 책이 혹은 마이클 샌델이 뜨거운 까닭이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곧 '도덕'이 필요한 시절이 오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