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파열로 시술하고 퇴원한 엄마의 손과 발이 되느라 연휴 내내 쉬지를 못했다. 언젠가의 닷새 연휴엔 다섯권의 책을 읽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번 나흘간의 연휴에선 그나마 한 권의 책을 겨우겨우 읽었다. 책이 재미있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네 장 읽고 잘 뻔했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고 새벽 한 시가 넘어 잠들었는데 악몽을 꿨다. 꿈에서 나는 회사였고, 상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울고 있었다. 울면서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읽었던 책 속의 내용 때문이었는지, 어쨌든 이런 꿈을 꿨고, 꿈 속에서 당한 모욕이 꿈 속의 것이라 다행이라고, 깨고 나서 여러번 생각했다. 아, 이 미친 압박감....



"초봉이 천팔백이라고?"

전호 너머로 인도네시아에 계신 주연이 아버지가 펄펄 뛰셨다고 했지만 다행히 주연이는 연봉협상 때마다 평균보다 높은 인상률로 연봉을 쭉쭉 올려나갔다. 중간중간 착휘다하시피 하는 형편없는 회사들을 만날 때는 과감하게 이직을 했다. 초봉은 낮지만 임금 인상률이 좋고 이직도 자유로운 게 출판계였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란 걸 주연이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이직도 당장 돌봐야 할 사람이 없는, 아픈 가족이 없는, 부모가 자식보단 부자인 나 같은 애나 할 수 있는 건데, 그런 건 변하잖아. 아파지고 가난해지잖아. 어떻게 요행을 믿고 살겠어."

십년이 넘게 계속 천팔백을 받는 편집자들도 있고 근로기준법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화장실에 갈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기도 하고, 탕비실 문을 아침에만 열고 잠가버리는 곳도 드물지 않았다. 저자에게 받은 작은 선물 같은 것을 무조건 사장에게 바쳐야 하거나, 사이비 명상 같은 것을 강요받기도 하고, 사장에게 정신적 문제가 생겨 직원들이 책과 비품을 훔쳐간다며 책상 검사나 가방 검사를 하는 회사까지 있었다. 그러니까 21세기에도 자칫 잘못하면 광기의 왕국에 살게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었다. (p,158)

















158쪽의 저 구절을 읽는데, 한참 유명했던 트윗의 '출판사 대나무숲'이 생각났다. 당시에 거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아, 이런 취급을 당하며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구나, 이곳의 환경은 열악하구나, 생각보다 사람취급 못받는구나, 했던 기억들. 그러나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똘아이 같은 상사들이 비단 출판계에만 있는 건 아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병신들이 이곳 저곳에 터를 잡고 있고, 그리고 그들은 여러가지 형태로 직원들을 괴롭힌다. 나만해도 직장생활 십오년 이상을 해오고 있는데, 얼마나 갖은 병신들을 마주했었는지 치가 떨린다.


지금 있는 곳에서는 욕과 폭언을 일삼는 상사들이 있다. 성희롱 발언을 하는 상사도 있고(그렇게 예쁘게 생긴 애는 우리 회사 오래 못다녀, 같은...). 무엇보다 실제 성추행을 하는 상사도 있었는데, 여직원에게 손을 잡자고 하거나 찢어진 정바지 틈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거나, 목을 쓰다듬는다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거다. 내 눈앞에서 내가 그런 일들을 목격하면 나는 상대가 나보다 얼만큼 직급이 높든간에 '그러다가 고소당하는 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다른 경우엔 '맨 윗대가리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내가 그렇게 할 사람이란 걸 듣는 상사들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사과를 받기도 하고 안하겠다는 다짐을 받기도 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나의 직장생활을 알고 있는 한 친구는 '당장 때려치고 싶다', '직장생활 너무 싫다', '더이상 진급하기 싫다'는 나의 말을 듣고는 '그러지말고 네가 임원을 해라' 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업계 특성상 남초집단이고 임원은 백프로 남자가 하고 있는 이 회사에서, 거기에 꿀리지 않고 네가 성추행 가해자에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누군가가 임원이 되어야 하는건데 그걸 네가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느냐, 라는 게 아닌가. 아..생각지도 못한 친구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럴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 지랄같은 남초집단 직장생활에서 내가 우뚝 여자 임원이 되어 분위기를 바꿔나가볼까..아, 그렇지만 그게 나 하나의 힘으로 될까. 현재 이 회사에서 나는 여자라는 성별을 가진 사람을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나보다 많은 여자직원들은 있지만 직급으로는 내가 위고, 연봉으로도 위다. 그러나 나랑 같은 직급을 가진 남자들에 비하면 내 월급은 적다. 내가 임원이 된다면, 그렇다면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을까? 어쩌면 여전히 남자 임원들만 바글거리는 곳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굴하게 되진 않을까? 그러나 내 밑에 있는 직원들을 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만들 수 있진 않을까? 



일전에 새로 온 임원 한 분이 다른 임원에게 '내 커피를 타줄 여직원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는 걸 전해들었다. 듣는 임원은 당시 자기 커피는 자기가 타먹는 임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하는 임원에게 '네 커피는 네가 타 마셔야지' 라고 말하진 않았다더라. 그 상황을 전해듣고 그런 생각을 했었다. 듣는 임원이 같은 직급의 '여자'였다면, 바로 그 앞에서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네 커피는 네가 타마셔야지' 라고. 만약 나였으면 그렇게 말했을 것 같은 거다. 그때 생각했다. '커피 타줄 여직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임원 밑에서 직장 생활하는 남자 사원들과, '자기 커피는 자기가 타마셔라' 고 말하는 여자 임원 밑에서 사회생활을 사직하는 남자 사원들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꿈같은 생각일까?




"조용히 책을 만들고 있으면 언어가 투명한 생물이고 나는 그 생물의 몸속에 손을 넣어서 척추를 만지고 있는 것 같아. 멋진 일이야. 편집 일 자체는 좋아."

"그런데?"

"그런데 어느새부턴가 너무 소모적인 일이 되어버렸어. 책이 안팔리기 시작하면서 사람을 덜 뽑고 그 적은 사람들이 기계처럼 일하게 되었어. 그렇게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너희가 무슨 예술가냐, 시비 거는 사람들도 많은데 예술가는 아니지만 장인이라고는 생각하거든. 장인에게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공을 들일 여유가 필요하고 말야. 그런 게 불가능하도록 노동강도는 무리하게 걸리는데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환경이 싫은 거구나?"

"나빠지는 환경을 좋은 사람들이 참고 있어. 떠나지 않고 싸우는 사람들 덕에 그나마 이 정도 유지되는 건데 싸울 여건조차 안되는 곳이 더 많아." (p.221)



특히나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실제적으로 몸을 많이 다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목숨도 잃는다. 출판계나 어디나 똑같다. 적은 사람으로 더 많은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혹독히 굴리다보니 사고가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다. 그런 환경에서 인간은 인간이기 보다 기계로 취급당한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가는 인건비는 아까워하면서 인간을 아까워할 줄은 모른다. 책에서는 항공승무원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의 얘기도 나오는데, 서비스업이나 출판업계나 다 마찬가지. 일하는 우리 모두는 같은 직장의 상사들로부터 그리고 손님들로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학대를 당한다. 



이 작가는 편집인들이 겪는 고충을, 그러니까 드러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출판사들의 기이한 행태들을 어떻게 이렇게 낱낱이 밝힐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나? 작가이기 때문에 친한 편집인으로부터 수집, 취재한걸까? 그러나 책을 다 읽고 인터뷰를 읽노라니, 작가가 편집자로 일한 경험이 있더라. 아! 그랬구나! 그래서 이렇게 상세히 기록할 수 있었구나. 이렇게 고발하는 게, 그래서 가능했구나.

그러자 세상 모든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승무원은 승무원대로, 비서는 비서대로, 편의점 알바생은 알바생대로, 주방 보조는 주방 보조대로, 배달은 배달대로 그렇게 다들 작가가 되어서 자신이 하는 일이 어땠는지 고발해줬으면 좋겠다. 정세랑 작가가 했듯이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 나가면서 이렇게 털어놓아도 좋을 것이고, 본격적으로 고발에 더 치중해도 좋을 것이다. 고발하고 까발리다보면 조금씩 변하게 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직딩들이여, 화이팅!! 




악몽 때문인지 너무 우울한 얘기만 했구먼...그렇다면 by the way,



최근에 지면 광고에서 니콜 키드먼을 종종 만났다. 한 면을 모두 차지하고 있더라. 그런데 너무 예쁜 거다. 시계 광고였다.



우앗...너무 예쁘다. 정말 예쁘다. 진짜 우아하고 아름답다. 아니, 뭐 이렇게 예뻐... 

그리고 저 헤어스타일! 나도 꼭 저런 헤어스타일이 하고 싶어지는 거다. 아..뭐냥...나도 머리 저렇게 할래..

나는 지금 짧은 단발에 앞머리가 있는 예쁜 얼굴인데(응?), 앞머리도 이제부터 자르지 않고 함께 길려서 차츰차츰 저런 스타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앞머리 없는 약간 긴 머리의 예쁜 얼굴로 변화를 줘볼까? 아 예쁘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다가 앞머리가 또 자를 정도로 자랐다는 걸 알게됐다. 미장원에 언제갈까 생각하다가 멈칫, 아, 나 머리 니콜키드먼처럼 하기로 했지, 되새긴다.




연휴중에 하루는 조카들을 만나러 갔다. 세 살 조카는 '이모'를 말할 수 있다. '싫어', '아니', 등등의 단어들도 말할 수 있는데, 엊그제 화요일 아침에는 제 엄마가 밥을 먹여주는 것도, 제 할미가 밥을 먹여주는 것도 싫다며, '이모'가 먹여달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조카 앞에 앉아 조카에게 밥을 먹여주려는 데,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이잉~' 해달라는 거다. 이게 뭔말이여 싶어 여동생에게 물어보니, 비행기 나는 손짓을 하며 밥숟가락을 저어~쪽에서부터 가져오라는 거다. 나는 깔깔 웃으며, 밥이 담긴 숟가락을 저어어어쪽에서부터 가져오며 위이잉~ 하고 아이의 입 앞으로 가져다댔다. 그러자 조카는 방긋 웃으며 입을 벌리고 받아 먹더라. 김치를 달라길래 김치 맵지 않아? 물으니 여동생은 김치를 좋아하는 어린 조카를 위해 별로 맵지 않은 열무김치를 담가놨더라.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으니 세 살 조카가 말한다. '커, 커'. 너무 크다는 거다. 가위로 작게 잘라서 조카의 입에 넣어주니 조카가 좋아한다. 예뻤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여섯살 조카가 할머니 품에 안겨서는 가지 말라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한동안 잘 보내줬는데 이날 아침엔 왜 우리를 보내는게 아이에게 힘이 든걸까. 우는 아이를 두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직도 눈물을 떨어뜨리는 아이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한편으론, 그렇게 울 수 있는 조카가 고맙고 또 다행스런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거, 누군가와의 작별이 힘들면 힘들다고 그대로 드러내는 거, 그게 너무 좋아보이는 거다. 마침 이 책 속에서도 그런 구절이 나온다.



˝언제 또 올 거야? 길게 있으면 안돼? 언제쯤 와서 길게 있을 수 있어?˝
여기가 싫어, 하고 분명히 말하고 떠난 송이인데도 출국 게이트 앞에만 서면 나는 끈끈이 주걱처럼 굴었다.
˝할머니가 되면.˝
그럼 꼭 돌아와서 살 거라고 했다. 나랑 주연이랑 셋이 함께 같은 요양원에 들어가자고 했다. (p.248)




내가 기억하는 나의 작별에서 나는 한 번도 끈끈이 주걱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조카의 눈물을 보면서, 그리고 책 속의 저 장면을 읽으면서, 살면서 한번쯤은, 정말 헤어지기 싫은 누군가의 앞에서는, 끈끈이 주걱이 되어 눈물을 흘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게라도 내 옆에 둘 수 있다면, 시도를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게 용기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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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5-09-3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 디스크 파열이면 오랜 기간 움직이기 쉽지 않으실텐데, 게다가 나이가 있으셔서. 다락방님 수고하셨네요!

ㅋ 진짜 어딜가나 또라이같은 병신들 있더라구요. 아휴,,, 진짜 이번에 동네 근처에서 포장단기 알바 했는데, 단기니깐 숨참고 다녔지, 여길 계속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느글느글 거렸을거에요. 저도 20대에 회사생활하면서 숱하게 윗대가리한테 당했지만, 알바생활 해도 여전하네요. 얼마나 무시하는지. 포장 하는데, 무시할 게 뭐 있다고. 아우...진짜. 쌍욕이 다 나옵니다. ㅠㅠ

저의 애아빠 회사에서 여직원이 남직원을 성추행해서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어요... 남자든 여자든 왜 그렇게 뻔뻔하게 살까요?

다락방 2015-10-01 11:15   좋아요 0 | URL
네, 지금 엄마는 몸을 굽히지도 못하시고 무거운 걸 들지도 못한 상황이셔서 옆에서 손발이 되어드려야 해요. 이게 계속 옆에 있으면서 손발이 되어주는 건 진짜 힘들더라고요. -_-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건데 대체 왜 돈을 주는 입장은 그렇게 갑질을 해대는 걸까요, 기억의집님? 왜 돈이 힘인걸까요? 왜 돈을 쥐고 있는 자가 사람을, 세상을 지배하게 될까요?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리고 성추행이라니, 아니 도대체 왜, 어째서 도처에서 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겁니까. 징글징글하네요. 휴..

blanca 2015-09-3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다락방님의
이런 면이 난 좋아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거. 그건 정말 소중한 거예요. 그런데 난 요새 나이드는 배우들의 매력이 보여요. 나도 나이들어가서 그런지 니콜 키드먼도 잘 나이드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5-10-01 11:16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속에서 이제 나이든 주인공들을 만나는 것이 반갑더라고요, 블랑카님. 일전에는 이십대의 주인공들에게 이입했다면 이제는 삼십대와 사십대 더 나아가 더 나이든 등장인물을 보는 것이 반갑고 공감도 잘 돼요. 아, 내가 주인공들하고 같이 늙어가는구나, 새삼 깨닫습니다.
오늘은 제 머리에서 새치를 보았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개인주의 2015-09-3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 아우.. 계속 조심하셔야겠어요. 요즘 연세 있으신 분 말고도 디스크 망가지는 사람들이 많죠..(그 중에 제 짝지도.``)
부위가 부위니 만큼 조심은 계속 이어져야 되더군요.

남초집단의 또라이상사 말썽만큼이나 여초집단의 여자상사도 성깔이 아주그냥..-_-
저는 주로 여자가 많은 집단에 머물렀는데 이직할 때 공고 보면서...
대빵이 여자인가 남자인가 꼭 조사했어요.^^;
음. 제가 여자끼리 특유의 문화에 동화되기에 거리가 먼 타입이라 그런가
여자상사 참 싫다 라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너무 개인적으로 움직여서 여자끼리 뭉치다 지친 사람들이 가끔 찾아와 안심하고 험담을 늘어놓더군요..ㅋㅋ
그러고 힘을 내서 다시 뭉치러 감..^^;


다락방 2015-10-01 11:20   좋아요 0 | URL
네, 디스크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 중에도 많더라고요. 자세의 영향이 크다고 하네요. ㅠㅠ

하긴 여자상사라고 모두 긍정적인 건 아니겠죠. 저도 여자상사에게 한 번 치를 떤 적이 있어서...그렇지만 치를 떨게 만드는 상사들은 남자 상사들이 더 많아요. 상사 자체가 남자가 더 많으니까요. 여자상사가 성깔있다고 말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우리가 남자상사들한테 많이 익숙해져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더 많은 여자상사를 만날 수 있다면 아마도 다른 말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운전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이상하게 운전하는 사람은 다 여자더라` 하지만, 그건 여자 운전자일 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남자 운전자일 때는 그냥 `저 개새끼` 하고는 말잖아요. 여자 상사가 나쁘다는 것도 그런 식의 반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혹여라도 임원이 된다면 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임원이 되고 싶어요. 제가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동료들이 그렇게 봐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 기준일테니 말이지요. 흐음..

개인주의 2015-10-01 11:37   좋아요 0 | URL
음.. 생각해보니.. 저는 여자상사를 싫어한다기보다
그냥 사람을 귀찮아하는 거일수도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면접보다가 개**같은 남자상사의 질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대놓고 난감한 얘기를 늘어놓는 노친네 상사도 있고 그랬네요..
그런데 그 놈들이 입을 함부로 놀리고 상처준건 까먹고
여자들이 감성적으로 사생활에 깊이 들어오는 걸 거부감느껴하다보니
여자상사=피하고 싶다. 로 기억되었나봐요.;

Mephistopheles 2015-09-3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들 딸이 사회 나와서 똑같은 꼴을 당해도 지가 했던 행동은 생각도 못할 팔푼이들이 사회엔 참 많아요...

그것도 제법 높은 자리에...

다락방 2015-10-01 11:21   좋아요 0 | URL
팔푼이 꼴뚜기들이 너무 많아요, 메피스토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도 높은 자리에 말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이 똥이 되는 거에요.

세상은 똥이야!! 크게 외쳐봅니다 ㅠㅠ

moonnight 2015-09-3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녀다락방님 고생많으셨어요ㅜㅜ. 저도 이번 연휴에는 책 한 권 겨우 읽었네요-_-; 어느새 시월이 되었고ㅠㅠ;;;

다락방 2015-10-01 11:22   좋아요 0 | URL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저희는 열심히 책을 읽도록 합시다. 연휴때 책을 많이 못 읽은 게 너무 아쉬워요. 이런 연휴가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닌데...흑 ㅠㅠ

hellas 2015-10-01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라이 병신들은 언제나 어디에나....;ㅅ; 꼭 보스되십쇼!!!!!! 라고 하는게 덕담만은 아닐수도...라고 혼자 이랬다 저랬다 하네요. 연휴의 마음으로 빡센 일상 열심히 살아요~ 우리~ _ >

다락방 2015-10-01 11:23   좋아요 0 | URL
또라이는 어디에나 있다, 또라이 법칙이죠. ㅋ

보스가 되라고 하는 게 덕담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역시 임원까지는 싫어..이대로 관둘래...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일단 당장 먹고 살 길을 찾아야... ㅠㅠ

맛있는 거 만들어서 계속 올려주세요!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힛 :)
 
이만큼 가까이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후반까지의 시간은 내게 없었던 거나 다름없다고,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내 인생에 그 시간을 송두리째 들어내도 지금의 나와는 별로 달라질 게 없었을 거라고. 그 시간들은 내게 기억나지도 않고 또 추억되지도 않는 시간들이다. 무채색 혹은 단순히 '무(無)'라고 표현되어도 딱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들이 내가 잊어야할 만큼 나쁜 기억들이 존재했던 시간들은 아니다. 그 시간들 동안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공부를 '조금' 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고, 열심히 먹었고 또 연애를 하기도 했다. 그러니 송두리째 들어내도 아무 상관없었을 거라는 내 생각은 사실 틀렸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되기에 그 시간들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내게는 그 시절이,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이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살아있는 나, 나 같은 나, 지금의 나는, 그 이후부터 만들어진 것 같다.

 

 

'정세랑'의 소설 [이만큼 가까이]는, 그런 나와는 정 반대의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내가 '없었다'고 생각한 그 시간이, '없을 수는 없는', '도무지 지울 수 없는', 강한 시간들이며 존재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여섯명의 친구들은, 각자의 특성을 인정하고 그렇게 어울리며 친해진다. 친구들과 일상속에 작은 일들을 공유하면서 또한 첫사랑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들을 쌓아나가다가, 치명적인 아픔을 겪게도 되고. 그 아픔과 상처 때문에 온전히 건강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에 함께했던 친구들은 따로 또 같이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물론 중간에 누군가는 사라져야 했고 또 누군가는 무너져가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 시간들이 또 그 친구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다. 그들에게 그 시간은 분명히 존재했던 시간들이었고, 그 시간들이 존재했기에 그들도 존재했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조용히 생각해본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부분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아니었을까. 사소한 장면에 따뜻함을 넣는 건, 사람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버스에서 주완이는 겹겹이 일어난 버스 벽에 옆머리를 대고 졸았는데, 졸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으므로 섭섭하지 않았다. (p.163)

 

졸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여전히 세상은 존재하고 여전히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서, 그러면서 하루하루 더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외롭다고 느끼고 공허하다고 느끼다가도, 이렇게 졸면서도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 때문에 우리는 내일 아침 다시 눈을 뜰 용기를 낼 수 있는게 아닐까.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여섯명의 친구들은 작은 일상을 함께 보내면서 또 큰 사건을 겪으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성장한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의 친구인채로 여전히 나이들고서도 만나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노로 혹은 다정함으로 공유한다.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또 한 조직의 조직원으로서는 누군가에게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내 친구들과의 모임, 내 자리에 앉았을 때의 나는 '그 이상한 게 매력일 수도' 있는 사람일 것이다. 어릴적부터 함께한 친구란 그런 것일 거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그대로 봐주고 알아온 사람.

 

 

서로의 결점에 대해 너그러워졌다. 민웅이의 무기력에 대해, 찬겸이의 엘리뜨주의에 대해, 주연이의 쓰디쓴 부분에 대해, 송이의 방랑벽에 대해 …… 아마 친구들도 나의 어떤 부분을 참아주고 있었을 것이다. 일단 애도장애라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그 시기를 참아준 것만 해도 고맙다. 변화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변화를 요구하지도 직언을 하지도 않았다. 서로의 얕은 수와 비굴한 계산까지도 웃음으로 넘겼다. 못나면 못난 대로 살아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껏 떨어졌다가 다시 가깝게 되고 나서, 우리는 늘 서로의 안위를 걱정했다. (p.193)

 

 

 

나는 오래된 친구가 반드시 좋은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릴때부터 내 모습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에 대해 더 잘안다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시간을 거쳐 내 결점까지 받아들이고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사이라면, 그건 얘기가 다르다. 어차피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텐데, 나의 어떤 결점을 보고, 알고, 그것을 알지만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지내도 좋을 사이가 아닐까.

 

 

내게는 '없었던' 시기라고 느꼈던 그때였기 때문인지, 내게는 그 시절의 친구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왕성히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고 또 어떤 결점들을 참아주고 함께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 내게 어린시절부터의 친구는 없지만, 지금의 친구들이 결국은 나중에 오래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왕성히 나였던 그때, 너는 내게 있어주었지, 라며 함께 지금을 추억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속의 여섯명들이 반짝이던 그때가 내게는 흐릿한 때였지만, 나는 지금이 나의 반짝이는 때라고 확신한다. 게다가 나는 앞으로도 반짝일 예정이다. 그러니  나는 졸면서도 잡은 손을 놓지 않는 사람과 함께 지금을 보내고 싶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모두 착하거나 선하거나 한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또한 폭력과 학대와 방치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따뜻하다.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 현실에서도 그런것처럼 당연히 등장하지만, 그러나 상처받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려는,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게 해주려는, 그런 사람들 역시 단단하게 각자의 위치에 서있다.

 

정세랑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인데, 이번 작품은 전에 읽었던 [지구에서 한아뿐]보다 더 좋았다. 아, 전작보다 더 좋은데? 하고 생각한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도 작가에 대한 기대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삶이란 좋은 사람들과 손을 잡으며 견딜 수 있는 것일텐데, 좋은 책이 있다면 조금 더 잘 견딜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 같은 소설이란 게 다소 아쉽지만, 정세랑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관찰하고 또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일-그러니까 나쁜 일을 포함해서-에 관심을 가져서 더, 더, 좋은 소설을 써줄 수 있기를 바란다.

 

 

 

 

멋이라고는 하나 없이 빡빡 깎은 머리에, 통통한 체격이라 교복 바지가 위태로웠다. 키도 덩치도 크지 않으면서 통통하기만 해서, 게다가 유난히 피부가 분홍빛을 띠어서 아이들은 언제나 새깨되지라고 찬겸이를 놀렸다. 일부러 숨을 들이켜며 꿀꿀 소리를 냈는데,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놀리는 정도를 지차녀 사태가 점점 더 폭력적이고 악의적으로 변해가자 당사자가 아닌 내가 성질이 나서 결국 그애들 책상을 걷어찼다. 책상에 명치를 부딪힌 애가 신음 소리를 냈고, 나는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욕설을 퍼부었다. 중학교때까지만도 남자애들과 그렇게 완력 차이가 크지 않았겠지만 돌아보면 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때 이후 찬겸이는 불안해지면 내 주변에 와서 얼쩡거렸고 내 친구들하고 친해지려 애썼다. 송이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 똑똑하고 동그랗고 분홍색인 남자애를 끼워줬다. (p.23)

"언제 또 올 거야? 길게 있으면 안돼? 언제쯤 와서 길게 있을 수 있어?"
여기가 싫어, 하고 분명히 말하고 떠난 송이인데도 출국 게이트 앞에만 서면 나는 끈끈이 주걱처럼 굴었다.
"할머니가 되면."
그럼 꼭 돌아와서 살 거라고 했다. 나랑 주연이랑 셋이 함께 같은 요양원에 들어가자고 했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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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9-3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의 손을 결코 놓지 않을께..

다락방 2015-10-01 08:41   좋아요 0 | URL
나와같다면님, 안녕?
:)
 

주말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채워야 할 텅 빈 48시간이. 나는 다시 진토닉 캔에 입을 갖다대지만,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다. (p.14)


나는 두 번째 캔을 다 비우고 세 번째 캔을 마시기 시작한다. 핏속에 알코올이 흘러 들어가면서 느껴지는 황홀한 쾌감은 겨우 몇 분 지속될 뿐이고 그러고 나면 속이 메스꺼워진다. 나한테도 벅찰만큼 너무 빨리 마시고 있다. 마시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늦추지 않으면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후회할 짓을 저지르고 말 것이다. (p.56)


하루 종일 내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캐시가 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래야 술을 마실 수 있으니까. 하지만 캐시는 나가지 않았다. 거실에 꼼짝 않고 앉아서 "밀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늦은 오후가 되니 답답하고 따분해서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캐시에게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하이 가 근처에 있는 특색 없이 규모만 큰 술집 위트시프에 가서 포도주를 큰 잔으로 석 잔 마셨다. 잭 대니얼스도 두 잔 마셨다. 그런 다음 역까지 걸어가 진토닉 캔을 두 개 사서 기차에 올라탔다. (p.60-61)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내가 뭘 했지? 5시부터 10시 15분 사이에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왜 톰이 날 찾아? 내가 애나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이불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눈을 꼭 감는다. (p.67)



"기가 막혀! 이게 뭐야! 레이첼! 레이첼!"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이런, 계단에 토해놓은 걸 치우지 않았다. 그리고 복도에 벗어둔 옷들. 어떡해, 어떡하지. (p.67)



나 혼자만 불행한 것 같았다. 난 외로워졌고, 그래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다가 양이 점점 늘었다. 그러고 나서는 더 외로워졌다. 술 취한 사람 근처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난 사람을 잃고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고 사람을 잃었다. 내 일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리 잘나가지는 못했다. 설마 잘나갔다 한들, 여자로서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여자가 가치를 인정받는 기준은 딱 두 가지다. 외모와 엄마로서의 역할. 미인도 아니고 아이도 가질 수 없는 난 그럼 뭘까? 쓸모없는 인간.

내가 이 모든 것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핑계를 댈 순 없다. 내 부모님이나 어린 시절 폭력적인 삼촌이나 어떤 끔직한 비극을 탓할 수도 없다. 다 내 잘못이다. 어쨌든 난 술꾼이었다. 난 원래 술을 좋아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서 더 슬퍼졌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슬픈 사람도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슬픔에 진절머리를 내게 된다. 그러다가 나는 술꾼에서 주정뱅이가 되었다. 그보다 더 진절머리 나는 사람은 없다. (p.118-119)


















나는 술을 좋아한다. 술을 마시고 난 후에 온 몸이 뜨거워지는 열기를 사랑하고, 취한 듯한 기운도 사랑한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왁자지껄 수다 떨며 술을 마시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라 생각하며,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술을 마시는 것도 축복이라 생각한다. 술이 없는 인생은 얼마나 무료할까, 하는 생각도 한다. 술을 안마셔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나는 술을 마시면서 즐거운만큼, 내 친구들도 술을 함께 마시면서 즐겁기를 원한다. 내가 즐기는 것을 당신도 즐기는 것, 그래서 우리가 함께 즐기는 것, 이 행복 아닐까. 


생리전 증후군으로 내게는 우울증 증상이 있다. 이것은 때에 따라 심하거나 약하거나 한데, 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던 어느날 술을 마셨는데, 집에 가는길에 아주 많이, 더 심하게 우울해졌다. 내 몸에 들어간 술은,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감정을 더 짙고 격하게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내가 그때 가진 감정은 우울함이었고, 술은 그런 나의 우울을 극대화 시켰다. 아무 까닭도 없이 나는 지하철안에서 눈물이 고였고, 기분은 자꾸만 바닥으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을 정도로 내려가더라. 나는 나에게 자꾸 속삭였다. 이건 생리전증후군이야, 금세 없어져, 괜찮아. 이게 내가 나를 다스리는 방법이었다. 


그 시간이 지나고난 후, 나는 술을 우울할 때는 마시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건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할 때는 술을 마시지 말자, 나는 즐겁자고 술을 마시는 데, 그것이 나를 잡아먹게 둘 수는 없다.



언젠가는 술을 급하게 많이, 안주도 없이 마시고 까맣게 필름이 끊겼던 적이 있다. 다음날 일어난 나는 내가 자고 있었음을, 그러나 어떻게 잠들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는 무서워졌다. 가족들과 함께 있었으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 리는 없어 안심했지만, 만약 내가 가족과 함께 있지 않았다면? 밖에서 마셨다면? 그래서 그때 결심했다. 급하게 많이, 다음날 모든 걸 까맣게 잊을 정도로 마시지 말자. 이것 역시 술이 나를 잡아먹게 두는 것이다.



책 속의 레이첼은 한없이 우울한 여자였다. 우울해서 자꾸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고 더 우울해졌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 술로 도망을 쳤다. 술이 그녀에겐 피난처였다. 그러나 술에 취한 자신의 말은 사람들에게 무시되기 일쑤였고, 또 자신으로 하여금 한없이 작아지고 수치심이 들도록 했다. 술은 그녀의 유일한, 가장 가까운 친구였지만, 결국 그 가까운 친구 때문에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고, 사랑해주지 않고, 돌보아주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의 말은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제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계산이 잘못됐다거나 할 때 우리는 말하기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는데 우리 말이 맞다고 생각하겠냐, 취해서 그런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니까 그렇다. 술은 취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신뢰를 잃게 만드는 동시에, 내가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레이첼이 사랑하는 전(前)남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녀에겐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시간들 속에, 그녀는 골프채로 그를 때리려고 했고 그 외에도 빈번한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 을 그녀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왜? 술에 취했던 그녀는 그때의 기억이 아주 까맣게 되어버렸으니까. '내가 그럴 리 없는데' 라고 아무리 생각해봤자, 당한 사람이 '너는 인사불성으로 취했어' 라는데 당할 도리가 있나. 그녀는 자신 안의 폭력성을 무서워한다. 그러나 무서워하고 또 그런 자신이 끔찍하게 싫으면서도 또, 술을 마신다. 술 때문에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면서도 자꾸만 술에 의지한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도 사람이 온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가를 생각한 적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단 하나라는 것, 나를 세상에 발붙이고 살게 하는 이유가 단 하나라는 것.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랬을 때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내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남은 세상을, 삶을, 세월을 견뎌낸단 말인가. 그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는 다른 누군가, 나를 살게 할 다른 무언가를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레이첼은 남편인 '톰'을 지독하게 사랑했고, 그녀 자신이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톰은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낳아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는 것이 술이다. 그러니 지금의 우중충한 생활을 벗어날 도리가 없다. 그녀에겐 다른 것들이 있어야 했다. 톰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술이 아닌 다른 무엇들이. 또한 그녀는 자기 자신을 톰만큼 사랑해야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톰보다 더 믿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신뢰하는 건,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듯이, 자기 자신을 먼저 믿고 타인을 믿어야 내가 굳건할 수 있다. 레이첼은, 술에 취했었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술에 취하지 않은 순간 조차도 다른 사람의 말을 믿는다. 그녀가 그녀 자신을 좀 더 믿었더라면, 그렇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다 부질없는 말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남자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진짜 개놈이다. 바람을 피워서, 거짓말을 해서 개놈이 아니라, '상대를 형편없게 만들어버려서' 개놈이다. 물론 한 놈만 개놈인 건 아니다. 세상에 진짜 나쁜 놈들이 너무 많아서 숨이 막힌다.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남자가 단순히 소설속에만 등장하는 남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빈번히 주변 여자들로부터 그런 일화를 듣곤 한다. 상대 여자의 가치를 깔아뭉갬으로써 본인의 옆에 두려는 성향의 남자를, 그렇게 함으로써 본인의 가치를 높이려는 남자를. 정말 가치있는 남자(혹은 여자)라면, 그건 상대를 깔아뭉개서 드러나진 않는다. 그건 상대를 높여도 드러나고 가만 있어도 드러난다. 나를 깔아뭉개는 남자를 내가 사랑하고 있다면,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당연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힘이 세고, 또한 가장 많은 시간을, 가장 강하고 큰 감정으로 함께 보내는 사람이 내게 '못났다'는 말을 해온다면, 반복되는 말들 속에 '아 나는 못났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 




분명 그녀가 술에 취했다는 것을 이용한 남자가 나쁜 놈이다. 잘못은 그에게 있다. 레이첼도 그걸 깨닫고 그에게 말하니까.



"하지만 그 여자 머리를 박살낸 건 당신인데, 정말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 (p.445)



그렇지만 나는 레이첼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그녀가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자기 자신을 좀 더 믿고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술로 도망치지는 말라'고. 그 마음을 이해 못해서가 아니라, 술로 도망을 치는 게 방법이 아니어서다. 그것이 해결이 아니어서다. 술로 도망치면 우울은 더 깊어진다. '술김에' 하는 말들은, 사실 보통 내가 취하지 않았을 때에도 가졌던 감정들이다. 술김에 사랑을 고백했다면, 상대에 대해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고 술김에 여자한테 집적댔다면, 그건 여자에게 집적대고 싶었던 지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술김에 누군가를 때렸다면, 그 사람은 항상 누군가를 때리고 싶었는데 참았을 것이다. 술김에 뭔가 드러나는 건 '술이' 한 게 아니다. 술이 내가 가진 감정을 더 '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술이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술을 마신 '내가'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안의 폭력성을 술로 인해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술 탓을 할 게 아니라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술 마시고 성추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술 탓을 할 게 아니라 술을 마신 자기 탓을 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돌보고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술을 마시고 그게 안된다면,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 



레이첼은 술을 마시고나서 후회하고 외로워지고 수치스러워진다. 자신이 그렇게 될 거라는 걸 그녀 역시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있다'. 그러나 또 술을 마시는 것은 '술이' 한 게 아니라 자신이 한 것이다. 그러나 레이첼이 스스로 겪었듯이, 같은 일은 반복되어 일어나고 또 후회가 찾아온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술을 마시면 분위기가 더 좋아지는 걸 느낀다. 술을 마시고 얘기하는 걸 즐기며, 술을 마시며 웃는 것도 즐긴다. 가끔은 술 자체가 주는 그 취기가 좋아서 마시고, 가끔은 술자리가 주는 왁자지껄 수다가 좋아서 마신다. 나는 이런 술을 계속 즐겁게 마시며 또 즐겁게 지내고 싶기 때문에, 술을 '피해야 할 것' 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우울할 때는 가급적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하고, 기억을 몽땅 잃을 정도로 마시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정신이 있을 때 집에 돌아가고 싶고, 내가 하는 말들, 내가 하는 행동들을 인지하고 싶다. 나는 술이 좋고, 좋기 때문에 함께 오래 가고 싶다. 나는 나를 믿고 싶고 계속해서 나를 사랑하고 싶다. 내가 어느 순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나는 스스로 재미있게 잘 살아나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게 필요하고 내가 나를 지켜내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럴 때 역시 나는 혼자서 술을 '즐기고' 싶다. 술이 나를 잡아먹게 두고 싶진 않다. 



술이 레이첼에게 아주 좋은 친구였던 만큼, 나는 술이 레이첼의 원수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아주 술을 끊고 건강하게 사는 것 보다는 나는 그녀가 차츰차츰 이제 '즐거울 때' 술을 마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일단은 치료를 받는 것, 상담을 받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그녀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또 자기 자신을 신뢰하게 되서 술을 친구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적으로 만드는 일이 그녀에게 또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나는 내가 '뭘 모르고' 있는건 아닐지, 좀 겁난다. 



읽는 내내 마음이 쓰였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많이 짜증났다. 

나는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몇몇을 불러 파티를 하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그때 레이첼을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만큼은 우리가 즐겁게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나 흑역사를 가지고 있고 또 누구나 찌질한 전남친 한 둘 정도는 가지고 있으니, 그런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으며 즐겁게 서로의 잔에 술을 따라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레이첼의 남자는 찌질한 전남친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치명적인 상처들을 쓰다듬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의 술은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할 것이다. 그런 술자리에 레이첼을 초대하고 싶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때, 책의 마지막에, 잘했다'고 해주고 싶다. 




오늘 저녁에는 술을 마시러 간다. 내일 저녁에도 술을 마시러 갈것이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음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아울러 음주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얻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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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9-2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을 좋아하지만 술마시고 내뱉은 너무 많은 사랑한다는 말들을 아침이면 후회를 해서요 ㅎㅎㅎㅎ 저는 술을 먹으면 막 세상이 사랑스러워요...

다락방 2015-09-24 13:5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술마시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돌이켜보면 그렇다고 안한 것도 아닌 것 같고 ㅋㅋㅋㅋ 저는 술 마시면 대체적으로 기분이 좀 좋아져요. 좋아하는 남자랑 마시면 므흣므흣해지고요. ㅋㅋ 술 좋아요! ♡

Mephistopheles 2015-09-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이브가 부릅니다..

˝술이야˝

다락방 2015-09-24 13:53   좋아요 0 | URL
맨날 술이야~
어제도 먹었어요, 메피스토님. 아하하하하

붉은돼지 2015-09-2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커밍아웃 ㅋㅋㅋ
아아아아!! 불온한 페이퍼군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09-24 13:53   좋아요 0 | URL
아, 불온한 페이퍼라니! 너무 멋져요! (스스로에게 감탄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애 2015-09-2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좋아해 다음날 후회하는 일이 잦지만 술이 없었다면 어떻게 내 안의 마음과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다락방 2015-09-24 13:54   좋아요 0 | URL
술이 없었다면 저도 지금보다 덜 즐거웠을 것 같아요. 저도 간혹 술마시고 후회를 하면서 `이놈의 술을 다시는 마시나봐라!` 이를 악물지만....결국 다시 술을 찾곤 하죠. 아하핫

Jeanne_Hebuterne 2015-09-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언제나 그가 애정을 품은 대상. 실제 내가 사랑하지 않는 존재는 나를 무너뜨리지도 못했어요. 주님은 언제나 저를 품은 다음(부어라 마셔라 우리는 오늘 죽을 것이다) 고해성사(숙취)로 후려치십니다요. ㅎㅎㅎ

다락방 2015-09-24 13: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쟌님. 맞는 말씀입니다. 정말 그렇죠. 내가 사랑하지 않는 존재는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죠. 무너뜨리다뇨, 어림없는 말씀입니다.

저는 어제도 마셨고 오늘도 마시러 갑니다. 꺅 >.<
무릇 사랑하면 자주 만나야죠!!

비연 2015-09-2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술을, 어떤 일을 계기로 끊었는데.. 인생의 재미는 십분의 일로 줄어진 것 같슴다..ㅜ

다락방 2015-09-24 14:03   좋아요 0 | URL
아 비연님 무슨 일이 있었길래 술을 끊어야 했나요 ㅠㅠ 안타깝네요. ㅠㅠ
저는 잠깐 술을 끊는다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비연님 말씀대로 재미가 확 줄어들 것 같아요. ㅠㅠㅠ

앤의다락방 2015-09-2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술을...끊을수는 없어요~ ㅋ 저역시 술을 마시면 가지고 있던 감정이 극대화되는데 특히 우울한 감정은 더요... 근데 그걸 전 즐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함께마시는것도 좋지만 혼자마시기도 즐기구요... 그치만 분명 음주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저는 얻고 있어요 이건 명확한 사실 ㅋㅋㅋ 잼있게 읽고 갑니다. 읽고 싶은 책이 한 권 더 늘었네요^.^

다락방 2015-09-24 14:05   좋아요 0 | URL
저는 술을 끊어야겠다고는 생각도 안해요. ㅎㅎ 앞으로도 건강하고 즐겁에 오래오래 즐기고 싶기 때문에 양질의 음식을 먹고 운동도 하고 그래서 건강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혼자 마시는 술도 좋아해요. 혼자 마시는 술은 안주가 자유로울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속도도 제 식대로 해서 좋기도 해요. 또한 책 마시거나 영화보거나 다른 어떤 일을 하면서 동시에 즐기는 것도 가능해서 좋아요. ㅎㅎㅎ
술 만세!! 꺅 >.<

아무개 2015-09-2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그래서 우리 언제 만납니까요?
3차까지 고기로 달려줘야죠!!!

다락방 2015-09-24 14:05   좋아요 0 | URL
ㅎㅎ 추석 지나면 날 한 번 잡아보죠, 뭐! ㅎㅎ

2015-09-24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4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9-3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은 사람보다 술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부리나케 집으로 가서 문 잠궈놓고 마셔요-_-;;;;;; 술때문에 후회한 일도 많지만ㅜㅜ; 그건 술탓이 아니라 내탓. 술과 책이 함께 하면 참 좋아요^^

다락방 2015-10-01 11:24   좋아요 0 | URL
저는 술 마시면서는 책을 못보겠더라고. 철저히 술에 충실하게 된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에 대한 집중이 최고조... ㅋㅋㅋㅋㅋ

문 잠가놓고 드시는군요, 문나잇님 ㅋㅋㅋ
저는 항상 거실에서 혹은 부엌에서 마시면서 같이 먹자고 남동생과 엄마를 꼬시는데 ㅋㅋㅋ 아침부터 꼬시기도 해요. ㅋㅋㅋㅋㅋ 다들 술욕심이 있어서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
 
시작 다음 Before After - 2015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대상 수상작
안느-마르고 램스타인.마티아스 아르귀 글.그림 / 한솔수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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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을 보고 순간 멈칫해서 이런 그림까지 있을 필요가 있었나, 하고 마음아파했는데,
`다음`이 반드시 밝고 아름답고 희망찬 것만은 아니기에 다음 책장으로 넘겼다.
어떤 `다음`은 당연한 것이라 웃게 되고 어떤 `다음`은 기발해서 웃게 된다.
그래서 `다음`책장을 넘기는 일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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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5-09-2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탐내는 그림책입니다!!!! 중고로는... 안 나오겠지요? ㅠㅠ

다락방 2015-09-21 09:58   좋아요 0 | URL
ㅎㅎ 글쎄요. 저도 중고로 내놓기 보다는 조카한테 줄 생각을 하는 책이라 아마 다른 사람들도 중고로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 그림책 좋거든요. ㅋㅋㅋ

뽈따구 2015-09-2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기다릴까 하다가 그림책이 이뻐서 그만.... 질렀어요.
이번달도 점심땐 손가락 빨아야겠어요. 쪽쪽.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9-22 08:56   좋아요 0 | URL
한장한장 천천히 넘겨보세요, 뽈따구님. 그림책 좋아요. 흐흣
점심때 손가락 빨아야하는 건 좀 슬프지만...(시무룩)
 
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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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읽을 때면 그야말로 소설의 정통, 클래식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어 감탄하고 감동하곤 하는데, 희곡을 읽을때면 다르다. 지난번 읽었던 시나리오 작품 《카운슬러》도 뭔가 읽고나서 '……' 하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 유독 희곡에서 코맥 매카시는 지독하게 철학적이 되는 것 같다. 그게 나쁘지 않고 또 잘 씹어 읽다보면 고개도 끄덕이게 되곤 하는데,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뭐 확실한 건 그거다. 소설이든 희곡이든, 나는 결코 코맥 매카시처럼 쓸 수는 없을 거라는 거. 



(흑) 하고 싶은 말은 변하지 않지. 하고 싶은 말은 늘 똑같아. 전에도 했던 이야기이고 앞으로도 늘 다시 말할 방법을 찾게 될 얘기지. 빛이 선생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다만 선생이 어둠밖에 보지 못할 뿐이다. 그 어둠은 바로 선생이다. 선생이 그 어둠을 만드는 것이다. (p.114)





(흑) 다른 건물에 산다 해도 그게 그거겠지. 여기도 괜찮아. 혼자 처박혀 있을 수 있는 침실도 있고. 저기 사람들이 죽때릴 수 있는 소파도 하나 있고. 대개 약쟁이에 코카인에 절어 있는 놈들이지만. 물론 놈들이 가져갈 수 있는 건 죄다 들고 가버리니까 나는 아무것도 소유하진 않아. 그게 좋지. 제대로 된 사람들과 어울리기만 하면 늘 뭔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 결국은 다 치료가 된다니까. (p.39-40)

(백) 더 어두운 그림이 늘 정확한 그림이지요. 세계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유혈과 탐욕과 어리석음의 대하소설을 읽는 겁니다. 그 의미는 아주 분명하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든 달라질 거라고 상상합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해요.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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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5-09-2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된 사람들과 어울리기만 하면 늘 뭔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 결국은 다 치료가 된다니까˝

그래서, 이걸 알아서, 항상 사람들 속에서 흔들리는 갈대처럼 존재하나봐요.

다락방 2015-09-21 09:49   좋아요 0 | URL
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경우엔 특히나 더 그렇고요.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웃음 들이 저를 지탱하게 해주고 또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특히나 `제대로 된 사람들과 어울리기만 하면 늘 뭔가를 갖고 싶은 마음이 결국은 다 치료가 된다`는 말을 믿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훗 :)

신지 2015-09-2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맥 맥카시 작품은 영화에 어울리는 걸까요.
노인, 로드, 카운슬러, 세 편이 다 좋았거든요.

다락방 2015-09-22 08:55   좋아요 0 | URL
저느 그 세작품 모두 책이 좋았었어요.
아, 로드는 영화로 안봤구나..
카운슬러는 특히 그런데, 영화에서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장면이 책에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책이 더 좋았다, 는 말은 참 부질없는 말인듯 하긴 해요. 뭐랄까, 그런 얘긴 해서 뭐하나, 대체적으로 그러한데, 뭐 그런 심정이랄까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