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총'은 자신의 책, 《읽기의 말들》에서 속독으로 많은 책들을 읽는 것보다 여러번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때 가져온 인용문은 이것이었다.




나 역시 여러번 읽는 책들이 있다. 심지어 여러권이다. 그러니 나는 행복의 최대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몇 번이나 인용하고 언급했던 줌파 라히리와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책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들이 내 소중한 책장에 꽂혀 있다.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일 년에 한 번 이상씩은 꼭 다시 훑는 것 같다. 줌파 라히리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나의 마음이 이리저리 널을 뛰고 내가 우울할 때 아무 곳이나 펼쳐보곤 한다. 그러니까 이 책들은 내가 여러번 읽는 책들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책들인데,


오!


내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이번에 벌써 세 번째 읽고 있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 책도 한 번 읽고 그만둔 게 아니네? 새삼 놀랐달까. 아니, 내가 이 책을, 이렇게나, 여러번??????



처음은 아주 오래전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으면서 딱히 재미있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서 잊고 살았는데, 2015년에, 당시의 애인과 이 책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서로 다른 부분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거다. 그 때의 나를 기억한다. 그 때나는 애인에게 크게 서운하고 실망했다. 나를 서운하고 실망하게 한, 동굴속에 들어가게 한 일은 내게는 몹시 큰 일이었고, 그래서 잠시잠깐 연락도 하기 싫을 만큼 내게 상처였지만, 그러나 그에게는 '아주 작은 실수', 만약 내가 그렇게 했다면 쉽게 용서할 실수였다. 그러나 내게는 너무 치명적인 아픔이었다. 나는 몹시 우울한 채로 혼자 집 밖으로 나가 극장에 가 영화를 보았고, 서점에 가 책을 샀다. 그 때 산 책이 바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그리고 까페에 들어가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떤 책에는 그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연이 숨어있는데, 이 책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당신과 내가 만나는 것이 운명의 흐름이었다면, 책과 내가 만나는 것도 수많은 우연이 이어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 당시에 연애중이 아니었다면, 이 책에 대해 우리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그 때 그에게 서운해 내가 혼자 외출하지 않았다면, 아마 내게 이 책은 오래전에 한 번 읽었으나 별 영향은 없었던 책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두 번째 이 책을 읽게 됐고, 와....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란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곳에 나는 밑줄을 그었던가! 게다가 등장인물 '토마시'를 대하는 '테레자'의 마음이 너무나 나같은 거다! 2015년에도 페이퍼에 언급했던데, 테레자는 오로지 토마시만 사랑하고 산다. 그러나 토마시는 평생을 바람피면서 산다. 자신과 결혼한 것이 테레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많은 애인들과 육체관계 갖는 것을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남자인 것이다. 이에 대해 테레자도 알고 있어서 테레자는 몹시 괴롭다. 매일밤 잠드는 게 무서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꿈을 꾼다. 테레자의 꿈은 테레자의 불안과 불만을 반영한다. 토마시도 테레자가 왜 그런 꿈을 꾸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바람기를 멈추지를 못한다. 계속해, 계속.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새드 스토리...



테레자는 토마시를 떠날 생각도 해서 그에게 난 떠날게, 하고 쪽지를 남겨두고 그의 곁을 떠나지만, 그가 자유롭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닷새 후에 테레자에게로 돌아간다. 돌아가서 테레자의 옆에 누워 잠들거면서, 그럴 거면서 다른 여자들하고 바람을 피워... 에라이 써글놈아!



그리고 세번째 읽는 지금. 두번째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다. 아 맞아, 이런 내용이 있었지. 어? 이런 내용이 있었나? 세번째 읽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아아, 익숙하면서 새롭고 새로우면서 익숙하다. 2015년에 내가 쓴 페이퍼를 보니, 지금 생각하는 것들을 그때도 생각하고 있었더라. 그리고 그 때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도 했다.


사랑의 숙명 같은 것이랄까.

테레자는 토마시를 한결같이 사랑하고

토마시는 다른 여자들과 늘상 바람을 피우고

프란츠는 사비나를 언제나 생각하고

사비나는 프란츠와 공개적으로 사귀는 것 까진 싫고...


왜 나에게는 선명히 각인될 사람이 그러나 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가. 감정이란 게 왜 같은 크기로 서로 주고받을 수가 없나. 왜 그래서 사람들은 이토록이나 사랑을 하면서도 아파야 하나, 왜, 왜, 왜.....(무릎 꿇고 절규한다)



그리고 토마시가 바람 피는 놈인줄 알았지만 이 책을 세 번째 읽으면서 아아, 너무했다 이놈...하고 다시 분노한다.




늘상 바람을 피우던 그는 급기야 자신의 머리에 여자 성기 냄새를 배어가지고 들어온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차례, 계속. 아아, 이 일은 테레자를 얼마나 괴롭게 하는지!



새벽 1시 30분쯤에 돌아온 테레자는 욕실로 가서 잠옷을 입고 토마시 곁에 누웠다.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키스하려는 순간, 그의 머리카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오랫동안 거기에 코를 박았다. 강아지처럼 킁킁 냄새를 맡다가 마침내 알아챘다. 여자 냄새, 여자 성기 냄새였다. (p.213)



토마시가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고 테레자 옆에 돌아와 누울 거였다면, 그는 말끔히 그 흔적을 지워냈어야 한다. 그게 같이 자는 사람에 대한 예의다. 심지어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나는 토마시가 '일부러' 씻지 않고 냄새를 배어가지고 온 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 여자 성기 냄새 머리에 배었을텐데, 가서 그냥 자야지, 테레자 빡치게 해야지' 라는 생각을 단 한 순간도, 단 1분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속상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그에게 없었다 한들, 테레자는 그 냄새를 맡았고 아팠다. 상처를 받았다. 남자의 머리에서 나는 여자의 성기냄새라니, 우리는 그것이 어떠한 행위로부터 발생했을지 잘 알지 않는가. 토마시가 설사 '악의'를 가진 게 아니었다 해도 분명 상대는 그로 인해 아팠다.


나는 토마시가 차마 알지 못했을 거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티 나지 않게 하려고 속옷을 뒤집어 입었는지 신경쓴다든가, 양말을 잊지 않게 챙긴다든가 하는 것들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겠지만, '나의 머리에서 여자의 성기 냄새가 날것이다' 까지는 토마시가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몰랐기 때문에' 그를 용서해야 할까? 이해해야 할까?


어머 토마시야, 너 몰랐구나, 너 머리에서 여자 성기 냄새나, 그런데 니가 차마 그걸 몰랐을테니 용서해줄게~~


가 될까? 아니.


많은 경우 무지는 죄악이다. 토마시는 나쁜 짓을 저질렀다. 불륜 자체도 나쁘지만, 아내가 있는 상태로 애인과 섹스하고 온 행위 자체도 나쁘지만, 그것은 어떻게 흔적을 남길 것인지 차마 알지 못한 것, 그것은 죄다. 토마시는 차마 인식하지 못하는 죄를 저질렀다. 그래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다. 테레자로 하여금 다른 여자의 성기 냄새를 맡게 했다.



무지는 죄다.


그리고 쿤데라 역시 다른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러나 나와 같은 말을 한다.



그리고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몰랐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p.288)



많은 경우, 무지는 죄다.

무지로 인해, 나 역시도 숱하게 죄를 짓고 살았을 것이다.



무지는 죄다.



그렇게 자꾸만 다른 여자들하고 자고 들어오는 토마시를, 테레자는 왜 떠나지 못할까. 테레자 역시 토마시처럼 해보겠다고 처음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그녀가 깨달은 건 자신이 그 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 뿐이었다. 그녀가 선택한 것, 그녀가 잘할 수 있는 건 정절이었어. 테레자여.....



이 책의 절반쯤을 읽었는데, 첫번째 읽었을 때보다는 두번째 읽었을 때가, 두번째 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게 한다. 아아, 아니 이렇게 한 장 넘길 때마다 명문이 나오면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나는 그렇게 밀란 쿤데라의 《농담》도 다시 읽고 싶다. 그리고 토마시와 테레자가 함께 죽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책 중간에 나온다) 끝까지 읽어내고 싶다. 아마 다 읽고나면 또 할 말이 있지 않을까...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건, 정말이지 기쁨이다. 되풀이해 읽을 책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거라는 몽테를랑의 말에 나는 이견이 없다.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p.17)

토마시는 생각했다. 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열정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p.28)

테레자는 토마시가 하는 말을 낮에는 곧이곧대로 믿고(실제 그렇게 하진 못했다.) 그때까지 그래 왔듯 명랑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낮 동안 고분고분하게 길들었던 질투심이 꿈속에서는 격렬하게 기승을 부렸다. 그녀의 꿈은 항상 토마시가 곁에서 흔들어 깨워 줘야만 멈추는 신음 소리로 마무리되었다. (p.33)

그는 출구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애인들 눈에 그는 테레자에 대한 사랑의 도장이 찍힌 사람으로 보였고, 반면 테레자의 눈에는 여러 애인들과 나눈 사랑 편력의 도장이 찍힌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p.42)

물리 실험 시간에 중학생은 과학적 과정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서 자기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p.61)

어머니는 테레자에게 어머니가 되는 것은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라며 지칠 줄 모르고 설명했다. 아이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한 여인의 체험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그녀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테레자는 삶의 최고 가치는 모성애이고 모성애란 큰 희생이라고 믿었다. 모성애가 희생 그 자체라면, 태어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죄인 셈이다. (p.79)

아무튼 방금 그녀를 불렀던 남자는 낯선 동시에 은밀한 동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중한 말투로 말했고, 테레자는 자신의 영혼이 그 남자에게 모습을 드러내려고 그녀의 모든 정맥, 모세혈관, 모공을 통해 표면으로 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p.86)

어떤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얽혀 있다면 그 사건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p.87)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p.88)

따라서 소설이 신비로운 우연의 만남에(예컨대 브론스키, 안나, 플랫폼, 죽음의 만남이나 혹은 베토벤, 토마시, 테레자, 코냑 잔의 만남 같은 것)매료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는 반면, 인간이 이러한 우연을 보지 못하고 그의 삶에서 미적 차원을 배제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p.93)

그녀는 모든 육체가 평등했던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와 함께 살러 온 것이다. 자신의 육체를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와 함께 산 것이다. 그런데 이제 토마시 역시 그녀와 다른 여자들 사이에 평등의 선을 그었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모든 여자에게 키스했고 같은 식으로 애무했으며 테레자의 육체와 어떤 구별도, 정말 추호의 구별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녀가 벗어났다고 믿었던 세계로 그녀를 되돌려 보낸 셈이다. 그는 다른 벌거벗은 여자들과 함께 행진하라고 그녀를 내몰았던 것이다. (p.103)

외국에 사는 사람은 구명줄 없이 허공을 걷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가족과 직장 동료와 친구, 어릴 적부터 알아서 어렵지 않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지닌 나라, 즉 조국이 모든 인간에게 제공하는 구명줄이 없다. (p.132)

아니다, 그것은 미신이 아니었다. 고민으로부터 그녀를 불쑥 구원하고 새로운 삶의 욕구를 그녀 가슴에 채워 준 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움의 의미였다. 다시 한 번 우연의 새가 그녀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곁에서 자고 있는 토마시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다. (p.138)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을 때 그 젊은 여학생은 그의 첫번째 독자였고, 그녀는 그와 토론을 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그는 사비나가 이 논문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만 생각했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사비나를 위해, 그녀를 기쁘게 해주는 식이었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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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10-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죄를 수없이 짓고 살아가고 있네요......예전에 이 책을 읽고서 아!! 좋다!!! 감탄했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다락방님의 글을 읽고 나니, 처음 듣는 듯한 주인공들의 이름과, 옮겨온 페이지의 문장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새로운 문장들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무지가 죄가 된다는 제목에 뜨끔뜨끔!!!
한 번씩 책을 왜 읽나?싶네요ㅜㅜ
이 책,
저도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ㅋㅋ

다락방 2018-10-26 15:33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두번째 읽을 때 진짜 많이 놀랐어요. 이게 이런 내용이었어? 하면서 진짜 완전 처음읽는 것 같더라고요. 세번째 읽을 때도 역시나 ‘오 이랬었나‘ 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고요. 아마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내용이 기억이 전혀 안나서 두 번 읽게 된다면 ‘앗 이게 이런 내용이었나‘ 하게 되는 경우가 진짜 많을 것 같아요.

되풀이해 읽기가 그래서 의미있지 않나 싶어요. 두 번 읽고 세 번 읽으면 비로소 어떤 내용들이 좀 제게 스며드는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세번쯤 읽으면 기억나는 내용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 까먹겠지만...


모른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이 도망쳤던가 .. 하는 생각을 요즘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저도 쿤데라 책 읽으면서 많이 뜨끔뜨끔 합니다. 그런 면에서 독서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책나무님!!

무해한모리군 2018-10-2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란 쿤데라가 제게 놀라운 점은 이렇게 가독성있는데 낡지않은 느낌이든다는거예요. 저도 줌파 라히리의 책은 여러번 읽고 그보다 더 많이 샀네요. 아리랑이랑 루쉰은 읽고 싶은 부분을 자주 보고. 더더 많이 좋은 책을 만나고 싶어요, 조금더 살고싶게.

다락방 2018-10-26 17: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모리님. 낡지 않았죠. 지금 읽어도 이렇게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니요! 즐거운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읽고 싶어요. 오늘 다른 분의 페이퍼를 보다보니 마르케스 책도 다시 읽고 싶더라고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랑 백년 동안의 고독이랑 말이지요. 고전이란 건 역시 계속해서 읽고 싶어지는 책인 것 같아요. 소설의 힘이 느껴지는 게 바로 고전인 것 같아요! 저도 더 많이 좋은 책을 만나고 싶어요!

원더북 2018-10-2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고 저도 페이퍼 간단하게 썼어요~ 저는 두 번 읽은 책인데 분발해서 세 번 읽고 말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8-10-28 11:40   좋아요 0 | URL
오오, 우리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이렇게 단결하는 겁니까! 이 책을 한 번 이상 읽은 사람들이 많군요! 너무 반갑습니다. 으하하하핫.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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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뭘까?
테레자에게 토마시는 일생일대의 사랑인데 토마시는 그녀와 결혼하고서도 죽을때까지 바람을 핀다.
사비나에게 프란츠는 공개적으로 연애하긴 싫은 남자인데, 프란츠는 더 젊고 예쁜 애인을 만들고서도 계속 사비나 생각만 해.
나는 사비나로 살아오다 테레자로 남은 삶을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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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2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시야, 바람을 피우면 모르게라도 피든가..왜 머리에 여자 성기 냄새는 잔뜩 배어 가지고 오는거야.. 재수없어..... 그런 냄새를 가지고 테레자 옆에 눕다니.. 써글놈아. 머리라도 감고 와야지....너는 내가 조만간 페이퍼에서 혼쭐을 내줄것이야.

syo 2018-10-25 17:31   좋아요 0 | URL
머리에 여자 성기 냄새라니, 그런 강렬한 대목을 왜 기억을 못하고 있는가, 나란 놈아...... 근데 토마시는 대체 무슨 짓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했길래 그럴(?) 수 있었던 것일까요?-_-?

다락방 2018-10-25 17:37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이 책 세번째로 읽는 거거든요. 두번째 읽을 때는 ‘뭐라고?!‘ 하고 완전 생소했고요, 이번에 읽으면서는 ‘아아, 맞아, 이 새끼 이랬었지..‘ 하게됐어요. 의외로(?) 강렬한 대목은 아닌건가...싶어요?

무슨 짓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는 알겠는데, 뭐, 음, 네, 그렇습니다. 아니, 그렇게 했으면 응? 샤워하고 응? 좀 그래야지 응? 바람피는 게 아니라 그냥 연애여도 응? 그건 좀 거시기하잖아요? 씻고다니자, 토마시야!!

syo 2018-10-25 17:41   좋아요 0 | URL
저도 두 번 읽었는데..... 기억이가.....
이 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쿤데라 책 가운데 그런 장면은 기억나요. 세면대에 오줌싸놓고 그걸 ‘덴마크 식‘이었나 ‘헝가리 식‘이었나 하여간 어느 나라의 문화양식인 것처럼 능청떨어놨더라구요..... 아이구 쿤 영감님....

다락방 2018-10-25 17:42   좋아요 0 | URL
제가 쿤데라 책은 이것도 읽고 농담도 읽고 정체성도 읽고 또 뭐더라 암튼 또 읽었는데..세면대에 오줌...이건 또 생각이가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독서란 무엇인가, 나는 왜 독서하는가.......

단발머리 2018-10-2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딱 한 번 읽은 어떤 지나가는 이는
책을 찾으러 서둘러 일어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0-25 18:25   좋아요 0 | URL
어서 다녀오세요! ㅎㅎㅎㅎㅎ
 















옮긴이주: 이 책에서 '젠더화된', '인종화된'이라는 표현은 gendered, racialized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옮긴이는 '-화된'이라는 표현의 어색함 때문에 이를 '젠더', '인종적으로' 표현해도 무방한지 저자에게 문의했다. 저자는 설혹 번역문이 부자연스럽더라도 -ed 의 수동적인 뉘앙스를 살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저자가 굳이 -ed를 통해 수동적 의미를 표현한 것은 인종주의와 젠더 차별의 문제가 지닌 구조적 속성을 환기하고자 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옮긴이는 저자의 의견을 따랐다. 다만 '젠더 각본(gendered script)'은 '각본'이라는 단어에 이미 (각본을 받아들이는 이의)수동적인 자세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젠더 각본'으로 옮겼다. racialized는 별다른 예외 없이 '인종화된'으로 옮겼으며 드물게 '비백인', '유색인종'이라는 말이 한두 군데 등장한다. (p.9)




아주 오래전일이긴 한데, 에쿠니 가오리 소설이라면 닥치는대로 다 읽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신간이 나오든 말든 관심이 없지만, 그 때는 그랬다. 한 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다 읽고 옮긴이의 말을 보는데, 옮긴이가 역자 후기에 그렇게 써놓은 거다. '다 번역한 후에야 내가 남자주인공의 이름을 잘못 번역했다는 것을 알았다, 수정을 해야할까 고민했지만 내내 이 이름으로 알았으니 그냥 가겠다' 하는 요지였다. 그말인즉슨, 나는 처음부터 남자주인공의 이름을 작가가 정한 이름이 아닌 걸로 읽었다는 거였다. 그 소설이 뭐인지도 정확히 기억이 안나고 주인공의 이름도 기억 안나지만 그 때 내가 당황하고 불쾌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


'다 번역하고 보니 내가 철수를 영호라고 번역했어, 그런데 내가 한 권 내내 영호로 읽어왔으니 그냥 두도록 할게' 라니.. 작가가 왜 그 이름으로 했는지는 나는 모른다. 이름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름은 꽤 큰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번역된 것'으로 읽었기 때문에 '원서'에 쓰여진 것과는 다른 이름으로 읽었다는 게 된다. 이름은 책의 내용이나 흐름을 따라가는데 별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내가 원서를 읽었다면 아마 다른 이름으로 읽었을 것이다. 나는 이 일이 불쾌했다. '원서로 읽지 않은 네가 감당해, 사실 별 거 아니잖아' 라는 뜻으로 읽혀서. 어쩌면 원서로 읽지 못하는 나의 자존심이 상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 일은 당시에 출판사 홈페이지에서도 독자들이 얘기했던 것 같은데, 후에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런참에 이 책, 《공간침입자》의 저 인용된 문장을 보니 좋은 거다. '이거 혹시 이렇게 번역해도 될까?'를 물었더니, '아니, 어색해도 가급적 원래대로 번역해줘' 라는 대화가 오고가는 것.


그렇다해도 이 책을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학술적인 단어들 때문인걸까, 내가 인문서적을 지금보다 더 많이 읽었다면 이 책을 받아들이기가 쉬웠을까, 그나마 그동안 여성학 서적들을 줄기차게 읽어왔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이해한걸까, 자꾸 내 상태를 되짚어봐야 했다.



나의 전애인중 한 명은 내가 책 읽는 것을 알고, 자주 내게 물었다. 지금은 뭘 읽느냐고. 내가 제목을 말해주면 그는 내게 어김없이 "그 책은 어떤 내용인데?" 묻곤 했다. 나는 책을 안읽는 애인에게 내가 읽고있는 책의 줄거리를 들려주거나, 어떤 특정한 부분들을 얘기해주었다. 다 읽고난 후의 나의 감상을 얘기해준 적도 역시 있었고. 이건 작가가 지나치게 많이 나간 것 같아, 이것까지는 너무 욕심이 과했어, 라든가, 이 책의 여자주인공 완전 나 같아, 나도 이러잖아, 라든가.


그러나 가끔은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라는 책들도 있었다. 읽는 내가 어떤 뉘앙스인지 알고 어렴풋이 이해하지만, 그 '어렴풋이' 때문에 상대에게 들려줄 수가 없는 거다. 내가 '아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확실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내용을 들려줄 수가 없는거다. 만약 내가 정확히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상대에게 거침없이 들려줄 수 있었을거다. 그에 따른 감상도 마찬가지로 덧붙여 들려줄 수 있었을 것이고.



나는 지금도 혼자 종종 '자, 그가 물어본다면 줄거리를 어떻게 얘기하지?'를 상상하곤 한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줄거리를 요약하고 어떤 특정한 장면에 대해 그에게 들려주는 상상을 한다. 아마 이 부분에서는 그도 이렇게 말하겠지, 같은 걸 혼자 조용히 생각해보곤 하는데, 이 책, 《공간침입자》에 대해서는 내가 들려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얼마나 많이 스스로에게 '자, 줄거리를 물어보면 뭐라고 할거야?' 를 물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말문이 막혀 아무말도 할 수가 없는거다. 이 책이 의미하는 바가, 이 책의 내용이 어떤건지 '알긴 알겠는데', 그러나 내가 '확실히' 혹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책을 확실하고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그것의 내용에 대해 상대에게 들려줄 수 있어야 했다. 읽으면서 이게 너무 답답한거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가던 어제 퇴근 길,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가면서 끊임없이, 정말이지 계속해서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가까스로 이 정도의 내용을 추릴 수 있었다.



여성이나 비백인의 경우 어떤 조직(정치를 비롯한 일반 기업들까지도)에 들어갔을 때, 그 개인으로 통과되기 보다는 여성 전체를, 비백인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띠게 된다. 뭐 하나 잘못하면 '역시 여자들은' 혹은 '역시 아시아인은(흑인은)' 하는 말을 듣게 될까봐,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나 더 노력해야 한다. 그들은 원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자들보다 더 '가볍다고 여겨지는'일을 맡게 되고, 그들이 그 공간에 있을 때 소수임에도 기존 사람들에게 낯선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의 수는 과장되어지고, 그 소수로 인해서 그 조직은 '우리는 차별 없는 곳이야'를 말할 수 있게 되어진다.



아, 여기까지도 얼마나 많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건지 모른다.


다행스러운 건, 이 책의 말미, <나가며>에 작가가 이 책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었다는 거다. 양미간을 찌푸리며 읽어도 내게 오다 튕겨나가는 내용들이 그 정리 부분에서 다시 찾아오는 걸 느꼈다. 오, 작가님, 정리 고마워요. 그러니 아마 한 번 더 읽으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고 또 상대에게 '이 책이 어떤 내용이냐면~ '하고 들려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내가 그간 페미니즘 서적을 읽어온 것이 또 그 나름의 근육을 키워줬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내용들은, 사실 페미니즘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파악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성학 책에서 말한 것들 역시 다 이런 내용이었으니까.



최근에 코어의 힘을 키워야겠다고 코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독서근육도 지금보다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됐다. 내가 독서근육이 더 단단해지면 지금보다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게 되겠지. 쉽지 않은 독서였지만, 나쁘지 않은 독서였다.








(페이퍼 제목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지리학자] 도린 매시(Doreen Massey)는 젠더 범주에 따른 공간/시간을 연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9살인가 10살 무렵의 일인데 지금도 가끔 떠오른 꽤 선명한 장면이 있다. 당시 맨체스터 외곽에 살던 내게 ‘시내로 나가는 일‘은 비교적 큰일이었다. 이층버스에 올라타 반시간 정도를 가야 했다. 시내로 나가는 길에 머지강의 넓고 얕은 계곡을 건넜고, 내 기억으로 차갑고 안개 낀 먼 곳에까지 축축한 진흙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맨체스터 지역 전체 모든 곳이 축구경기장과 럭비경기장으로 나눠져 있었고, 시내로 나가는 토요일마다 그 방대한 공간이 공을 쫓는 수많은 아이로 가득 찬 광경을 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많은 수였다(버스 꼭대기에 앉아 있으며서 마치 로리(Laurence Lowry;1887-~1996)의 거대하고 활기찬 그림을 보는 듯했는데, 로리가 그린 것보다는 좀 더 밝은 빛깔의 옷을 입은 아이들, 빨간 스타킹을 신은 그들의 다리가 보였다).

(계속)

이 모든 것을 매우 정확히 기억한다. 혼란스럽고 약간 사려 깊은 어린아이의 눈에도 분명하게 각인된 또 하나의 사실은, 바로 넓은 머지강 평야 전체가 완전히 남자아이들에게만 주어졌다는 점이다. 나는 그 경기장들에 가지 않았다. 그곳은 또 다른 금지된 세계인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오늘 내가 공간 침입자라는 생각과 약간의 긴장감을 품은 채 이 축구경기장 계단석에 서 있다. 나는 이것을 무척 좋아한다(Massey196: 185). (p.21-22)

린다 맥도웰(Linda McDowell)은 19세기 영국에 출현한 도시 생활에 주목했다.

여성들이 거리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그들은 해석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치 않은 성적 관심에 자주 노출되었다. 이를테면 후기 빅토리아 시대 케임브리지에서 초창기 여학생들은 공적 영역에 나갈 때면 도시의 많은 ‘방종한‘ 여성과 자신들을 구별짓기 위해 장갑과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의무였다(1996: 154)

이러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번번이 경계선을 넘어섰고, 그들의 움직임을 제약하려 했지만 결국에는 그들이 새롭게 정의해낸 영역과 장소들에 진입했다(Wilson 1992) (p.50-51)

여성은 국가와 조금 다른 관계를 맺고 이는 시민적인 것과 가족적인 것,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자연과 이성의 분리와 연관된다. 여성은 가족과 자연의 상(像)으로서 시민 영역의 자리에 놓인다. 신체혐오증이-일반적으로 암묵적인 남성 개인의-정치를 지배하는 한편 국가의 신체성은 여성 이미지를 (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일가권속을 돌보는 이나 방관자로 내세운다. 국가의 강한 어머니, 국가의 용감한 보호자이자 돌보는 이라는 것이다. 여성은 모성, 땅, 정의와 연계된 제한된 범위의 여성성 안에서만 인정받는다. (p.54)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역사학자인]마리나 워너(Marina Warner)가 『기념비와 소녀(Monuments and Maidens)』(1996)에서 지적하듯이 여성이 국가의 미·덕·자유의 상징으로 등장하면서 생기는 역설은 그들이 정의를 재현하면서도-[중앙형사재판소로 꼭대기에 정의의 여신상이 있는] 올드 베일리(Old Bailey)와 자유의 여신상처럼-그것을 실제로 집행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여성이 은유적 기능으로 활용되는 반면 국가와 환유적으로 연결된 이는 남성이다. 여성이 지도자 역할을 맡을 때 실제 차지하는 지위와 여성의 상징적 이미지 간에는 커다란 불일치가 존재한다. 예컨대 파리 전역에는 전투 중이거나 용감하고 위용 넘치는 자세를 가징 웅장한 여성상들이 많지만(Warner 1996 참조) 법조계, 행정계, 군대에서 엘리트 지위에 있는 여성의 수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뒤쳐진다. (p.54)

여러 형태의 민주주의에서 국가의 영토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는 여성의 형태로 시각화된다(Parker et al.1992: Nash 1994; Yuval-Davis 1997). 남성에게는 무장 전투로 국가를 방어할 권리가 자동적으로 부여되고 여성은 그들이 싸워서 지켜야 하는 대상이다. 국가 간 경계는 여성 신체이지만 전투에서 그 경계를 지키는 이는 규범적으로 남성이다. 영토는 너무나 자주 성적 용어로 방어되며 여성 강간은 국가의 영토와 특성에 대한 절대적인 공격이 된다(Mookher-jee 2003)
(p.54-55)

국가 상징으로서의 여성 신체 활용은 제국과 식민지 간의 구별로 변형되었다. 제국의 형제애는 자연으로서의 ‘여성‘이라는 국가적 범주와 연결되어 개념화되었다. 제국의 여성을 자연 상태에 있는 ‘타자‘ 여성과 차별화하는 문화/자연, 고상함/이국적임이라는 이분법은 패권적 여성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p.55)

곰리는 <더 필드>의 인물상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신체적/개인적 공간이 침입받는다는 느낌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제도적 장에서 높은 지위에 올랐거나 그 길목에 있는 ‘흑인‘은 수천 개에 달하는 <더 필드> 인물상처럼 그렇게 많지 않다. 곰리의 인물상들과 달리 흑인은 한 무리로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흑인‘의 숫자가 통계적으로 여전히 적은데도 그들은 정상적인 제도의 풍광을 교란하는 이들로 인식된다. 게다가 그 숫자가 과장되어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은 이가 위협적으로 공간을 차지해나가는 듯이 보인다. 두세 명에 불과한 흑인이나 아시아인이 네 명이나 일곱 명으로 재빨리 과장되는 것과 같다. 흥미로운 사실은 단 한사람만으로도 그가 실제로 차지한 것보다 더 많은 물리적 공간을 차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p.88-89)

보편적 인간의 표준 담지자가 아닌 여성과 비백인은 규범으로서는 비가시적이지만 규범에서 벗어난 이탈자로서는 매우 가시적이다. 그들은 자신이 권위를 지닌 규범 인물이 아닌 장소들에서 변칙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능력을 의심받는다. 인간의 특성은 역사적으로 젠더/인종 규정 속에서 구성되어왔기에 그들은 자유로운 자질을 가졌다고 상상되지 않으며, 다른 그 무엇도 아닌 구체적인 신체 내에서만 상상된다. 그들은 직업에 충분히 부합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상당한 의심을 받고, 전문직 종사자가 되는 데 수반되는 모든 시련과 어려움을 견뎠음에도 여전히 필요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들은 부적합하며 일을 잘 못할 거라는 괜한 의심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일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들은 의심의 부담을 느끼고 그 정도는 제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모든 제도에 이런저런 형태로 존재한다. (p.107-108)

인종적 소수자는 그들에게 주어진 낮은 기대치에 맞서 스스로를 입증해야 한다. 그들은 고도로 비가시적인 곳에서 충분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자신이 유능하고 실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려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비가시성과 맞서야 한다. (p.108)

파농은 흑인 전문직 종사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생생하게 회고했다. 칭찬과 권위의 추락 사이에는 매우 얇은 선이 있다. 실수를 저지를 만한 여지는 지극히 적다. 일을 하면서 생기는 아주 작은 실수일지라도 지적되어 그 사람이 직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증거로 과장된다. 이는 다시 점점 더 심해지는 관찰과 감시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된다. 현미경 같은 감시는 부정확성의 여유를 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감시의 시선이 필사적으로 파고든 것을 찾아낸다. 당사자는 감시 아래서 지나친 압박을 받아 자신의 실제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며 불안과 초조의 증거인 실수를 더 자주 저지르게 된다. (p.112)

‘다양성‘의 시대인 오늘날 학자, 고위 공무원, 정치인에 유색인종을 임명하는 데 거는 높은 희망은 아주 작은 실수로도 한꺼번에 너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다른 이들이 이 같은 실수를 했다면 애당초 눈에 덜 띄었을 것이고 눈에 띄었더라도 덜 과장되었을 것이다. 불균형한 감시는 전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의 실수를 발견한다. 이는 곧이어 병리화 과정을 만들어내면서 더 많은 감시를 정당화한다. (p.112)

여성과 인종화된 소수자는 자신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다는 사실, 아주 작은 실수조차 무능력의 증거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른바 ‘대표성에 대한 부담감‘을 짊어진다. 그들은 그 자체로 표가 나고 가시적인 그들 집단의 능력을 대표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앞서 보았듯이 파농은 어떻게 개인 경력 이상의 것이 ‘검둥이‘ 외과의사의 일에 달려 있는가를 설명했다. 인종화된 특정 집단의 능력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며 소수자의 일원이라는 데에 당연한 부담이 있다. 비백인도 그 일을 잘할 수 있다느 ㄴ것을 보이기 위해 일을 잘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못 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편을 실망시킬 테니까요. 아시아인이 정말 잘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증명하고 싶어서 잘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p.113)

보편성·일반성·진실과 관련된 전문직에서 흑인 신체는 백인 신체와 달리 그들 인종을 대표한다고 여겨진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지만(Puwar 2004b) 제도 정치권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치 권위는 인종적으로 표가 나지 않는 이들에게 적합하며, 흑인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대표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인종이 과잉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초반에 언급한 두 천사 이야기에서 이 모순을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머서가 지적했듯이 검은색과 상아색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감상적 수사가 작동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타자를 차별화하면서 보편적 인간에 위치하는 것은 백색 천사이다. (1995:25). (p.116)

소이나 보이스, 제이디 스미스, 앤 듀실은 그 특정한 발화 주체의 위치가 인종화된 소수자 여성들에게 어떻게 활용되는지 설명한다. 그들은 타자로서, 스미스가 말한 바로는 계급과 인종에 대한 지ㅖ의 언어를 쓰리라고 기대된다. 이는 매우 특별한 발언의 지위이다. 그들의 발화는 그들의 신체적 존재와 연결되고, 그들으 ㅣ의견은 그들이 체현했으리라 간주된 것에 고착된다. 이것은 백인 남성이 말하고 쓰고 창작할 때는 첫 번째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 부담감이자 연관성이다. 백인 남성은 단지 인간으로서 말한다. 인종과 젠더가 그의 신체적 재현으로부터 이미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립적인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보편적 인간이 실제로는 (예컨대 국가·젠더·인종에 따른)육화된 존재로서 어떤 특정한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을 분명히 알지만, 그럼에도 그는 비가시성이라는 특권적 지위를 차지한다. (p.129)

몇몇 노동당 여성의원은 ‘성적 희롱과 캣콜링(catcalling)‘이 흔히 보수당 의석에서만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희미한 형태일지라도 노동당 의석에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동당 남성들 또한 토리당 여성의원들을 ‘트집 잡는 말들‘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고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시아 콕번(Cynthia Cockburn)은 조직 내 양성 평등에 대한 남성들의 저항을 분석하면서 어떻게 성적 농담이 남성 지배의 한 형태인가를 지적한다. 그녀는 "여성들이 받는 불이익의 원천은 직장에서 남성들이 야기하는 고도의 이성애적, 성차별적 문화로 인해 극대화된다. 무리 지은 남성들이 여성을 아예 배제하는 것과 달리 이러한 문화는 여성을 포함하지만 주변화시키며 통제한다"(1991: 153). 이런 환경에서는 온정이 담긴 성적 농담조차도 여성들을 주변화시킨다. (p.155)

또 다른 의원은 ‘여성 문제‘를 다루길 바라면서도 ‘여성 문제‘만 말하거나 ‘부드러운‘ 주제만 다룬다는 고정관념을 피하기 위해 "모든 주제를 말함으로써 그들을 속이는" 전략을 취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여성들은 ‘여성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여성이라는 딱지를 피하기 위해 ‘부드러운‘ 주제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강경한‘ 주제를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들은 전부 다 한다. (p.160)

고위 공직 여성에 대한 퍼트리샤 월터스(Patricia Walters)의 연구는 여성이 중요한 핵심 능력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음을 강조한다(1987: 22). 여성, 고위직, 필수적인 능력이 조화를 이루리라 상상하지 않는다. 여성은 적어도 초반에는 어찌됐든 무능하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고 능력 범위가 무척 좁다고 인식된다. 내가 인터뷰한 고위직 여성은 유능하게 보이는 것과 그리 공격적이지 않게 보이는 것 사이를 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허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을 여성적인 방식으로 잘 수행하는 것을 중시했다. 용인되는 지도력 방식과 자질이 남성적인 것으로 체현될 때 이러한 균형을 지키기가 어렵다. 한 고위 공직 여성은 "맨 꼭대기층 바로 거기에 지도자, 최고의 권위자, 권위적 인간과 같은 온갖 무형의 것들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고전적으로 남성적 특징이라고 알려진 것들이죠"라고 평했다. (p.171)

우리 모두는 우리 장의 게임에 참여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들의 사회 궤적-가장 중요하게는 계급 배경과 학문적 훈련-때문에 게임을 운용할 능력뿐 아니라 게임의 감각을 더 많이 갖고 있다. 그들의 사회 궤적으느 "게임의 내재적 요구에 곧장 적응할 수 있는" 하비투스로 그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부르디외가 적절히 언급하듯이 "그들은 되어야 할 사람이 되기 위해 단지 자기 자신이기만 하면 될 뿐이다"(Bourdieu 1990:11). (p.219-220)

확실히 자신의 차이를 이야기하지 않고 규범에 섞이려고 노력하는 외부자는 수용되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들은 생존 전략으로 침묵하면서 그냥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젠더와 명명에 관해 스스로를 어떻게 위치시키느냐가 실제로 여성성 관리의 필수요소이다. 젠더 쟁점을 "너무 많이 말한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는 시끄럽고 공격적이며 신경질적이라는 딲지가 붙는다. 결국 여성은 ‘공간 침입자‘로서 다소 불안한 지위에 처한다. 젠더를 명명하면서 전문직 직업윤리를 거스르면 그 지위는 한층 불안해진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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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4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4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0-2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책 완독사진은 언제든 좋은데, 이번 사진의 주인공은 도서관책이네요.
도서관이 알아야할텐데.... 강동도서관 보고 있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인용해주신 부분 읽고 나니 관심이 생겨요.
인구의 절반이나 되는 여성이 소수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생각들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18-10-24 16:02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단발머리님은 저보다 더 잘 읽어내실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이 읽고 페이퍼 써주시면 좋겠어요!
역자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서 그걸 적어놓았던데, 단발머리님은 이 책 한 권을 다 읽는 동안 저자의 생각에 혹시 비판하실 것은 없을지 그것도 궁금하고요. 저는 온전히 제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까닭에 비판을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럼에도 분명 의미있는 독서였어요.

뒷북소녀 2018-11-0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 에쿠니 가오리 책들 열심히 읽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일본 소설 자체를 멀리하게 되더라구요.

다락방 2018-11-05 08:33   좋아요 0 | URL
저는 아마 지금 다시 에쿠니 가오리를 읽는다면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왜 그렇게 다 읽으려고 한건지 모르겠어요.....
 















지난 주에 통화할 때 나의 아홉살 조카는 지금 《마틸다》를 읽고 있다고 했다. 그거 이모도 읽고 싶었는데! 라고 말했더니, '이모 다 읽고 빌려줄게'라고 하는 거다. 오오, 이제 내 조카가.. 나에게 자신의 책을 빌려주겠다고 하는 때가 오다니. 나는 정말이지 너무 기쁘고 짜릿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토요일.


조카는 이 책을 들고 와서는 이모, 자, 하고는 내밀었다. 아홉살 아이가 읽기에 이 책은 지나치게 글자가 많은 게 아닌가 염려스러워 조카에게 '천천히 읽고 빌려줘'라고 했는데, 아이는 기어코 다 읽고 빌려준 것이었다. 너 정말 다 읽었어?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나는 .. 잘 모르겠다. 아홉살 아이에게 이 책은 지나치게 두껍고 글자가 많다는 내 생각이 맞는건지.. 그러니까 아홉살 아이들은 그림이 훨씬 많은 책을 볼 때가 아니던가. 아아 모르겠다. 이 책도 아홉살 아이가 읽기에 적당한 책인가?



나는 조카에게 고맙다고 말했고, 조카는 '이모 다 읽고 꼭 내게 돌려줘야 해' 했다. 물론이지! 꼭 돌려줄게, 말하고, 식구들 모두 일자산 허브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허브공원에서 예쁜 꽃들도 보고 신나게 뛰어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홉살 조카와 손을 잡고 가는데, 나는 아이가 정말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건지 너무 궁금해진거다.


"타미야, 마틸다 재미있었어?"

"응! 너무 재미있어서 엄마한테 이런 책 또 사달라고 할거야."

"아, 그래?"

"응. 나 이제 이모가 왜 책을 좋아하는지 알겠어!"


아 ㅠㅠㅠㅠㅠㅠㅠㅠ 타미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는 대체 어떤 어른이 될까. 이모가 너무 궁금하다. 아홉살에 책 읽는 재미를 알아버린 타미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미야, 그 책 내용 어떤건지 이모한테 말해줘봐."

"음... 마틸다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마틸다는 책을 엄청 많이 읽었어. 근데 마틸다 아빠는 마틸다가 책 읽는 걸 너무 싫어한거야.."


라면서 곧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아이는 내용 파악을 하고 있었어! 마틸다를 돕는 하니 선생님 얘기도, 마틸다를 비롯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교장선생님 얘기까지도 술술 하는 거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 도중에 우리는 시장에 들어섰는데, 시장에 사람이 많고 상인들이 물건 파는 소리로 무척 시끄러웠다. 그러자 타미가 책 이야기하던 말을 끊고 이러는 거다.


"아. 여기서 좀 더 큰 소리로 말해야 되나?"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얘는 뭐 말만 하면 이렇게 사랑스럽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야, 타미야, 이모가 귀 기울여 들을게." 하고 나는 아이의 얼굴에 귀를 바짝 갖다댔다. 아이는 그렇게 종알종알 책 얘기를 내게 다 해준 거다!!


그리고 집에 와 샤워를 했는데 조카가 내 서재방에 들어가서는 나를 부른다. 이모, 나도 책 빌려줘, 라면서.. 나는 당황했다. 내게 있는 건 그림 책 몇 권과 죄다 어른들이 읽는 책들 뿐인데 이를 어쩌지... 뭔가 빌려주고 싶다!! 그렇게 책들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그림책들 옆에 꽂힌 책들이 있다.

















꼬마 니콜라는 다섯권 짜리인데 사두고 안읽었다... 이 중에서 두 권을 꺼내들고, 또 루카 루카와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을 꺼내들고, 이 중에서 어떤 거 읽을래? 물었다. 조카는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은 무서워 보인다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꼬마 니콜라 시리즈 중에서 두 권을 빌려갔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이모도 아직 안읽은 책이야, 그건...


조카는 다 읽고 가져다주겠노라 했다. 응, 그거 다 읽고 재미있으면 나머지도 빌려가. 나는 조카에게 말하고서 내 책장에 이런 책들이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고, 그리고 아이들 읽을 책을 좀 더 사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조카가 와서 빌려가도록.



그리고 일요일밤, 조카가 빌려준 마틸다를 읽기 시작하는데, 어어? 밑줄이 그어져 있다?!




나는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타미야, 이모 지금 마틸다 읽고 있는데, 여기 책에 분홍색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어. 이거 타미가 한거야?"

"응. 내가 그었어."

"이거 왜 그은거야?"

"음...몰라."

"아, 이모는 이거 타미가 그은 건가 너무 궁금했어. 색연필이야?"

"아니."

"형광펜이야?"

"응."

"응 이모가 궁금해서 전화했어."

"이모도 책에 밑줄 그어?"

"응. 이모도 책에 밑줄 긋지."

"왜?"

"응. 좋아서 긋고 다음에 다시 읽어보려고 긋고."

"뭘로 그어?"

"이모는 색연필로도 긋고, 볼펜으로도 긋고, 형광펜으로도 긋고, 나중에 찾기 쉽게 거기에 포스트잇도 붙여놔."

"아. 그거 좋은 방법이다!"

"응!"



나는 이런 대화를 타미와 한것이다. 아아.... 아이야, 너는 잘 자라고 있구나 ㅠㅠ 아가일 적에 책에 시큰둥해서 책에 관심 없는 아이가 될 줄 알았더니, 어느틈에 자라 이렇게 이모랑 책 얘기하고 책에 밑줄 긋는 얘기하고 있어. 아아... 조카는 사랑이고 책도 사랑이고 책읽기도 사랑이다... 너의 책읽기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인걸까 아니면 앞으로 계속될까? 이모 집에 책 많아.. 타미야, 네가 그랬지. 이모 방에 책이 도서관 다음으로 많은 것 같아, 라고. 그러니 어른이 되면 이모 책장에서 마음껏 책을 꺼내 읽으렴! 나는 네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줌파 라히리를, 다니엘 글라타우어를, 빅토르 위고를, 아니 에르노를 읽히고 싶다. 조카여....



그렇게 어젯밤 마틸다를 읽는데 조카가 말해준 내용이 고스란히 다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조카가 모를 것 같은 단어들이 많이 나오는거다. 조카는 이 단어들을 그냥 넘기며 분위기를 짐작해 넘겼을까? 아무래도 배경이 영국이고 번역소설이다 보니 단어의 뜻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 우리가 쓰지 않는 단어들이 나오는데, 아마도 분위기상 그냥 넘기며 읽었던 걸까?



마틸다에는 책 읽는 마틸다를 무시하는 부모님이 나온다. 나는 아홉살 아이가 제 자식을 무시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아이들의 머리나 귀를 잡아당기는 폭력적인 교장선생님을 보고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로알드 달의 이 이야기는 많이 읽히고 뮤지컬로도 제작되어졌지만, 나는 이 글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갈지 통 짐작할 수가 없었다. 아마 아이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으니 그토록 인기가 많은 거겠지, 싶으면서도, 아이들이 읽기에 적절한걸까? 궁금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할리퀸 중에 《개구리의 연가》라는 게 있었다. 여자주인공은 도시에서 간호사 일로 아버지를 돕고 동화를 쓰는 작가였는데, 시골에 사는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다른 도시여자들처럼 시골에 정착하지 못할까봐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 때 그 남자는 그녀가 동화작가인 줄은 모르는 채로, 그녀에게 동화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하는 거다. 그러면서 말하길,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단어를 쓴다거나 하는 일은 무척 어려울 것 같다'고 하는 거다. 그 대사는 내게 아주 오래도록,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나 역시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적절할지 잘 모르겠는 거다. 내가 너무 '어른'이 되어서일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너무 '어린이'의 어휘력이나 이해력은 성인에 비해 부족하다는 한심한 편견이 가득 작동한 것이어서일 수도 있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동화를 쓴다는 게, 동화 작가가 된다는 게 너무 대단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거다.



책 내용중에 마틸다가 초능력을 쓰는 게 있다. 조카는 제엄마에게 '엄마 마틸다는 눈으로 컵을 움직여, 나도 초능력 갖고 싶어' 했다는 걸 보면, 아이가 집중하는 건 마틸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른이기에 어쩌면 마틸다가 가진 초능력보다 마틸다와 또래 아이들이 당하는 폭력과 무관심에 신경이 쏠렸던 걸지도...



어제 마틸다를 다 읽었고, 다음에 조카집에 가면 다 읽었다고 돌려줄 예정이다. 조카는 내가 빌려준 책을 다 읽었을까? 조카에게 또 빌려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꼬마 니콜라를 읽어야겠다. 집에 있는 세 권만이라도 일단 읽어야 조카와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 그나저나 루카 루카도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도 내용 1도 기억 안나는데, 다 읽어둬야 겠네... 흐음..




토요일에는 동네 도서관에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내 이름이 아닌 엄마 이름으로 만들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동네 도서관에 내 책중 한 권이 없는 거라. 어라, 이거봐라? 없어? 신청해야지. 했는데, 대출을 한 회원에 한해서 도서 신청이 가능한 것이다. 으윽. 그런데 내가 내 이름으로 내 책을 신청하자니..너무 사람이... 없어 보이잖아? 그래서 엄마에게 말하니 엄마가 '엄마 이름으로 해~'라고 하셔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랑 같이 간 것. 일단 인터넷에 회원가입을 하고 엄마에게 '신분증 챙겨' 이러고는 같이 도서관에 갔다. 지금 딱히 뭔가 빌리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일단 회원카드를 만들어야 언제가 되었든 빌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도서관에서 회원카드를 만들었고 엄마한테 '좀 보다갈까?'이러고 구경하는데 와.. 세상 흥분되는 거다. 나는 여성학 책이 있는 코너로 갔다. 내가 읽은 책들도 있었지만 당연히 내가 알지 못하는 책들도 많았다. 여성학 책들이 좌르륵 꽂힌 걸 보니 진짜 엄청 흥분이 되는 거다!!






나는 뭔가 이 많은 책들을 두고 그냥 집으로 갈 수가 없어..뭔가 반드시 빌려야 한다!! 그렇게 흥분해서 이것저것 꺼내 훑어보기 시작했다. 잠깐 엄마가 뭘하나 보니 엄마는 종교서적 있는 데에서 둘러보고 계셨다. 나는 다시 이 책 저 책 꺼내보다가 두 권을 똭- 꺼내 빌리기로 했다. 집에 사두고 안읽은 책들이 수두룩하지만, 당연히 여성학 책들도 수두룩하지만, 후후후후, 그래도 빌려, 빌려, 읽든 안읽든 빌려, 빌려!!





아 너무 씐나. 이 두 권만 빌리자, 하고는 꺼내서 눈누난나 엄마가 있는 데로 갔다. 엄마는 책 두 권을 꺼내 들고, 야, 여기 책 엄청 많아, 이러면서 흥분흥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 우리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이걸 읽을 수 있을까?' 하고 두 권 가지고 망설이시길래, 음 엄마, 혹시 모르니까 일단 얇고 쉬워 보이는 걸로 빌려서 도전해보고, 가능해지면 다음에 또 빌리자, 했더니 엄마도 그게 좋겠다고 하시며 두 권 중에 엄청 갈등 하시다가 한 권을 선택하셨다. 나는 그렇게 총 세 권을 가지고 가서, '이거 빌릴게요' 하고 놓아두고는 회원카드를 내밀었다. 사서분은 회원카드를 스캔하고는 "11월 3일까지 가져다주세요" 하는 거다.


"책들 바코드는 안찍으세요?"


물으니, 그건 내가 놓아둔 그 자리에서 그냥 다 체크가 된다고...


네????



그냥 나란히 쌓아두었는데도 저절로 체크가 된다는 거다. 우와- 세상... 우와-

아무튼 흥분이 온 몸을 타고 짜릿짜릿 막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제 마틸다를 다 읽고나서 무슨 책을 읽을까 하다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중 한 권을 펼쳤다. 너무 흥분했고 너무 좋았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의 단점이 확 느껴졌다. 내가 접을 수도, 밑줄을 그을 수도 없었던 것. 당장 포스트잇을 붙여야 되는데 포스트잇도 없었다. 회사에 두고 와서 없는데, 하고는 스맛폰에 쪽수를 메모하기 시작했는데, 이 글을 보면서 어? 사무실 책상에도 없네? 하고 생각해보니, 내가 언제든 그게 없으면 안되니까 가방에 넣어두자, 하고 내 가방에 넣어뒀다는 사실을 지금 기억해냈다. 바부...세상 밥통........


하아-

나는 바보야, 바보.

바보바보바보야 바보바보야 사랑 앞에서

오늘도 넌 튕겨튕겨~ ♪♬



아무튼 도서관 회원카드를 만들고 도서관에서 책을 얼마나 빌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인생의 제2막이 펼쳐지는 기분이었달까.



그나저나,

어제 자기 전에 소설을 한 권 읽자, 하고는 책장 앞으로 가 섰는데 읽고 싶은 소설책이 하나도 없는 거다. (네?) 이렇게 안 읽은 책이 많은데 어째서 지금 읽고 싶은 책이 없는 거지? 하는 기분이 되어, 음....



책을 사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고야 만것이다.

인생 2막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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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0-22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어제도 어딘가에 이런 댓글을 달았는데, 애기 중에 가장 귀여운 애기 오브 애기는 ‘읽는 애기‘지요! 뭐 저렇게 떡잎이 푸르지?

2. 대구중앙도서관은요, 회원증도 책 위에 얹어서 테이블에 내려놓으면 얘가 회원증부터 알아서 읽어가지고 대출까지 해주는 시스템이라, 직원이 띡- 하고 카드를 스캔할 필요조차 없더라구요. 서울에서는 그렇게 주면 카드는 들고 따로 읽던데..... 대구가 이긴 것 같죠? 그러나 중앙도서관만 그럴 뿐, 대부분의 다른 도서관에는 아직 무인 대출/반납기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다락방 2018-10-22 10:50   좋아요 0 | URL
제가 최첨단 시스템에 놀라가지고 ㅋㅋㅋ 직원 분이 웃으시더라고요.
아니 근데 회원증부터 읽어버린다고요? 대박... 도서관 정말 잘 되어 있군요!
저희 도서관에는, 비록 쪼꼬미 귀요미 도서관이지만 ㅋㅋㅋㅋㅋ 무인 반납기 있어요. 대출..까지 되는지는 모르겠네요? 그거 비밀번호 설정하라고 해서 엄마랑 ‘뭐로 할까?‘이러면서 ‘이걸로 하자‘ 이래가지고 정하긴 했는데 ㅋㅋㅋㅋㅋ 아무튼 씐나는 아침이었습니다. 으하하하하.

아홉살 아이가 저 많은 글씨들을 가만 앉아 읽는 거 생각하니 너무 예뻐요. 다 읽고 또 쫑알쫑알 이모한테 줄거리 얘기도 해주고. 진짜 세상 귀여운 조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18-10-2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재밌게 읽은 포스팅이네요^^ 요즘 마틸다 뮤지컬 다녀온 이야기가 주변에서 핫한데, 정작 책읽은 꼬마들은 많이 못봤어요 조카님 참 기특하고 이쁜데요

다락방 2018-10-22 11:35   좋아요 0 | URL
히히.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제 조카는 아마도 제엄마와 뮤지컬 마틸다를 보러 갈 예정이라 그 전에 미리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책을 읽고 가면 뮤지컬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겠죠. 책 읽는 어린이라니, 제 조카지만 너무 예뻐요!! >.<

단발머리 2018-10-2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지컬 마틸다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요. 제 친구도 딸아이랑 가려는데 급매진에 울상이 되었더라구요.
마틸다가, 그러니까 똑똑한데다 초능력까지 있는 마틸다가 부모를 응징하고 마지막에 하니 선생님을 주양육자를 선택하면서 부모를 떠난다는 설정이 부모로서 좀 꺼려지기는 하죠.
하지만, 사실 부모들은 (저를 포함해서) 좀 멍청하고 게으르고 그리고 사기꾼같은 면이 있죠.
인정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책 읽는 조카 이야기 너무 좋아요. 게다가 책에 줄까지 친다니.... 타미 진짜 다락방님 조카 맞아요, 맞아!!!

다락방 2018-10-22 13:36   좋아요 0 | URL
나쁜 교장선생님도 벌주고 하니 선생님의 제자리를 찾게 해주는 것 모두 좋은데, 저는 폭력적인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싶어 걱정이 됐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오히려 긍정적인 것들을 더 잘 캐치해내는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겠거니 싶었어요. 사실 저는 마틸다가.. 뭐 딱히 그렇게까지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ㅎㅎㅎㅎ 너무 사회생활에 찌든 어른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기들과는 별개로 마틸다가 어릴 때부터 디킨스와 헤밍웨이 책들을 마구 읽는데는 와 너무 부럽더라고요. 저게 되다니, 저 나이에 저게 되다니. 꺅!! 이러면서 디킨스 소설 저도 다 읽어보고 싶고요.. 후훗. 사둔것도 몇 권 있지만..왜 안읽는거죠, 저?


저 아이가 책에 줄까지 칠 줄은 몰랐는데, 아마 제엄마를 보고 그렇게 한건가 싶기도 하고.... 후훗. 여하튼 저의 좋은 책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좋아요!! >.<

hnine 2018-10-2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타미가 왜 저부분에 밑줄을 그엇을까 그게 제일 궁금해요.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엇을까.

저는 마틸다를 영화로 보았는데 어른인 제가 봐도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마틸다는 어수룩하고 순진하고 텀벙텀벙 귀여운 아이 캐릭터라기 보다, 어떻게 보면 어른 뺨치는, 영악한 캐릭터예요.

다락방 2018-10-22 15:16   좋아요 0 | URL
저도 타미가 왜 저부분에 밑줄을 그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왜 그었냐고 전화로 물어봤을 때는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었을 당시에는 분명 뭔가 긋고 싶게한 마음이나 생각 같은 게 있었을 테니까요. 책 돌려줄 때 생각나면 펼쳐 보이며 물어봐야겠어요. 여기에 왜 밑줄 그었느냐고.

회사 동료도 마틸다 영화로 보았는데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영화로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오늘 회사 동료가 말해줘서 알았어요.
마틸다는 어른 뺨치는 영악한 캐릭터인데, 저는 순진한 것보다 그게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나쁜 사람을 자기가 벌 주기도 하고, 자기에게 관심 없는 부모로부터 벗어나기도 하고요.

나인님, 아직 영국이시죠? :)
 
[소모임]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관련 글은 먼댓글이나 링크로 넘어가시면 볼 수 있습니다. <마이 리스트>로 썼더니 서재에 노출이 안돼서 그만..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아래 복사해서 내용 옮깁니다.)


지난 주에 하이드님은 올해가 가기 전에 여성주의 책을 몇 권 읽겠노라 하셨고, 거기에 휘모리님은 여성주의 책읽기 모임에 들고 싶지만 일 주일에 한권이 벅차 못하고 있노라 댓글을 다셨더랬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 달에 한 권씩 같이 읽기는 어떨까' 제안하니,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해, 알라딘 내에서 소모임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뭐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만나 토론이나 발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달에 한 권씩 여성주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걸로 대신하고자 한다. 


우선 첫 책은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

















- 읽어야 할 책: 수전 팔루디, 《백래시》

- 기간: 2018년 11월 30일까지

- 참여방법: 1. 말머리에 책제목 달기(예: [백래시] 그건 모두 반격이었다)

            2. 일주일에 관련 글 한 편이상 쓰기(페이퍼, 리뷰, 밑줄긋기, 백자평등)

- 참여자격: 해당 도서를 같이 읽어보고자 하는 누.구.나.



상벌은 정해진 바 없고 강제성도 없이 그저 책읽기에 좀 더 의욕을 뿜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누구나 참여 가능하게 했다. 아무래도 같이 읽으면 혼자 읽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리스트로 만들 것이고, 혹시 같이 읽고자 하는 책 있으면 추천 바랍니다. 아울러 이 '같이 읽기'에 대해 좋은 의견도 댓글로 받습니다.



12월 도서도 미리 예고합니다.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이 글에 리스트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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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래시] 일요일마다 백래시 올리기
    from 마지막 키스 2018-10-28 18:04 
    현재 [백래시] 같이 읽기에는 (위의 먼댓글 링크 참조) 공장쟝님, 단발머리님, 하이드님, 그리고 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잠깐 외국에 계신 관계로 참여 댓글을 달지 못하고 계시지만 jsshin 님도 참여 의사를 밝혀주시어, 저까지 총 5인입니다. 자, 모두들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글도 올립시다. 참여하시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마리 루티'의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에서 마리 루티는, 그간 '여성은 이렇다' 혹은 '
  2. [백래시]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
    from 마지막 키스 2018-10-30 08:57 
    이틀전 일요일에 백래시 페이퍼를 썼으니, 앞으로 일요일에만 쓰자..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쓰겠다.그러니까 내가 어제 자기 전에 '백래시를 조금만 읽다 자자' 했는데, 읽다보니 또 딥빡이 온 것이다.'킴 베신저'는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당시에 섹시한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었다. 내가 아마 내 페이퍼를 통해서 여러번 킴 베신저 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의 몸매가 강조되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녀가 찍었던 영화 중에는 나도 대학시절 보
  3. [백래시] 12월 책 예고, ˝페미사이드˝
    from 마지막 키스 2018-11-16 17:22 
    12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는이 책, 《페미사이드》로 하겠습니다. 11월에 시작할 때만 해도 12월 도서는 《가부장제의 창조》로 하려고 했는데, 매일매일 여자들이 남자들 손에 맞고, 죽어가는 걸 보며, 급하게 이 책으로 바꿨습니다.지치지 말아요, 우리.방금전에도 친구와 무력하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우리 지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냈어요.요즘 특히 남자들이 어떻게든 여자들에게 자기 말 듣게 하기 위해, 기어코 여자들을 꺾기 위해 안간힘을 쓰
 
 
2018-10-22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10-22 09:08   좋아요 1 | URL
한 달하고 열흘이 있어요. 한 번 도전해 봅시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가 될 지 몰라요!

- 2018-10-22 16:34   좋아요 0 | URL
마침 책이 동생에게 있으니 도전장을 내밀어보겠습니다!! 얏호

다락방 2018-10-22 16:36   좋아요 0 | URL
좋아요, 시작하는 겁니다!! 꺅 >.<

단발머리 2018-10-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욕이 활활 타오르네요!!

백래시, 이북으로 10년 대여로 사놓고는 멈춤 상태인데, 저도 다시 시작해 봐야겠어요.
다락방님~~~ 먼저 제안해 주셔서 넘 감사해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다락방 2018-10-22 13:3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북으로 사놨었다가 종이책으로 다시 시작했거든요. 크레마로 밑줄 긋는게 뭔가 씅에 안차더라고요. 잘 안그어져요... 그래서 종이책에다가 색연필로 박박 긁어가며 시작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11월 말까지 끝내봐야겠어요. 이렇게 해놔야지 안그러면 질질 끌다가 또 해를 넘길 것 같아요. 그리고 저 몰랐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가부장제의 창조]도 구판이지만 갖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단발머리님, 우리 열심히 함께 읽고 또 함께 씁시다! 의욕을 불살라버리자구욧!! 화이팅!!

단발머리 2018-10-22 14: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매사에, 범사에 항상 멋지고 근사하지만~~~
[가부장제의 창조] 구판 가지고 계시다니 완전 멋진데요!!!!!
이렇게나 좋은 책을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이라니!!!

우리 열심히 함께 읽고 쓰고 말해요! 화이팅! 얼쑤!!!

다락방 2018-10-22 14:41   좋아요 0 | URL
저기... 진짜 이런 말씀 드리고 싶진 않지만.....
제가 산 게 아니고.....친구가 안읽는다고 저한테 보내준;;;;;;;;;;;;;;;;;;;;;;
(그래서 있는지도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냥 못난 저일 뿐입니다. 우앙 ㅠㅠ

단발머리 2018-10-22 14:49   좋아요 0 | URL

저는 [가부장제의 창조]를 미리 준비해둔 다락방님을,
그리고 솔직한 다락방님을,

사랑합니다! 와락!!!

다락방 2018-10-22 14:50   좋아요 0 | URL
어휴 단발머리님도 참...(수줍게 꼬옥 안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18-10-2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자들 적읍시다.저도 손들어요.

다락방 2018-10-22 16:40   좋아요 1 | URL
네, 현재는

다락방, 단발머리, 공장쟝, 하이드

이렇게 네 명입니다!

비공개 2018-10-2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기 손들어요. 해외출장이 있어서 다녀오느라 늦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할게요!

다락방 2018-10-29 10:25   좋아요 0 | URL
어서오세요! 이 댓글 없이도 저는 이미 어제 백래시 페이퍼에 jsshin 님을 언급하였답니다. 후훗.
좋아요, 우리 같이 시작해요. 같이 읽으면 아마도 더 잘 읽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