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과 흑인의 성관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때에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므로 트레버 노아는 태어난 게 범죄인 사람이다. 아버지랑 옆에 걸으면서도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고 피부색 때문에 흑인들 사이에서도 흑인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그런 그가 어린시절 자라왔던 일들과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이 책 한 권에 담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중의 1부 읽기를 오늘 출글길에 마쳤는데, 나는 이런 구절을 본다.


나는 흑인 나라에서 태어나, 흑인 이웃들 사이의 흑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리고 흑인 대륙 전역의 흑인 국가에 있는 다른 여러 흑인 도시들을 여행해 봤다. 그렇지만 흑인들이고양이를 좋아하는 곳은 아직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아공에서는 다이는 사실이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건 오직 마녀들뿐이고, 모든 고양이는 마녀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남아공 축구팀 올랜도 파이어리츠orlando Pirates의 경기 중 벌어진 유명한사건이 있다. 스타디움 안에 들어온 고양이가 관중들 사이를 쏘다니다가 경기 중간에축구장 안으로 뛰어든 것이다. 고양이를 본 경비원은, 흑인이라면 지극히 합리적으로취할 만한 행동에 나섰다. 그는 생각했다. "저 고양이는 마녀야." 그는 고양이를 잡아서- 생방송되는 가운데 - 걷어차고 쿵쿵 밟고 딱딱한 가죽 채찍으로 때려 죽였다.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 걸쳐 톱뉴스로 다뤄졌다. 백인들은 이성을 잃었다. 오 이럴수가, 저건 미친 짓이야. 경비원은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고 동물 학대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감옥에서 몇 달을 보내지 않기 위해 그는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했다. 내게 아이러니했던 점은, 백인들은 다른 백인에게 흑인이 맞는 영상을 그토록 오랫동안 봤으면서도 백인이 고양이를 걷어차는 이 영상 하나 때문에 왜 그토록 광분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흑인들은 단지 어리둥절해했다. 그들에게는 경비원이 취한 행동에 어떤 문제점도없어 보였다. 그들은 생각했다. "분명히 저 고양이는 마녀였어. 대체 고양이가 어떻게축구 경기장에 들어오는 법을 알 수 있겠어? 누군가가 저 팀에 저주를 내리려고 보낸걸 거야. 저 남자는 고양이를 죽여야만 했어. 그는 선수들을 보호한 거라고."
남아공에서 흑인들은 개를 키운다.
- P141



사람들은 어떤 것이 '안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안다. 그러나 그 안된다는 것이 허용되는 대상은 다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흑백 인종을 분리해 거주하게 하고 흑인과 유색인종을 차별한다. 백인과 '다른' 대우를 받고 온갖 폭력속에 흑인을 위치시켰을지언정, 그러나 고양이에 대한 학대는 끔찍하며 신고해야 하는 미친짓이다. 왜 어떤 대상은 불에 태워 죽여도, 채찍으로 때려도, 강간해도 되고 어떤 대상은 그러면 안되는걸까? 그 대상을 정하는 것은 누구일까. 여기에서 잘못된 것을 느끼지 못하는걸까.


나는 오늘 저 부분-흑인은 때려도 돼, 그렇지만 고양이는 안돼-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포르노를 떠올렸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섹스(포르노)라는 이름으로 가능해지는 부분에 대해서.




텔레비전에서 예컨대 흑인이나 유대인을 계속해서 인종차별적, 혹은 반유대주의적으로 그리는 드라마나 시트콤이 쏟아져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백인 남자가 이들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얼굴을 가격하고, 목을 조르며 그들의 입에 이물질을 집어넣는다면 어떨까? 추측건대 격한 항의에 부딪힐 것이고, 그러한 이미지는 단지 판타지라는 이유로 옹호받지 못할 것이며 보이는 그대로 간주될 것이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가하는 가혹행위다. 포르노는 폭력에 성적인 외피를 덧씌우며 그것을 비가시화하며, 결과적으로 그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은 반폭력주의자가 아니라 반섹스주의자로 규정된다.- P195






유대인한테 그러면 안돼, 흑인에게 그러면 안돼, 그러나 여자에게는 그래도 돼, 그것은 성적 행위이고 포르노니까. 한 대상에게 안되는 것이 다른 한 대상에게 가능해지는 것. 그렇게 폭력과 학대를 비가시화 하는 것. 그것이 포르노다. 그러나 그런 포르노를 반대한다고 말하면 바로 그 순간 포르노 반대하는 사람은 성적 보수주의자가 된다. 하- 포르노를 반대하는 사람이 성적 보수자라면, 나는 성적 보수자이다.




성경 읽기는 계속 하고 있고 현재 156일을 경과했으며 느헤미야 9장까지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약으로 들어가면 네가 기대하는 신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구약에서 나는 빈번하게 혐오와 차별의 근원을 마주한다. 나는 구약을 읽으면서 비로소 처음, '질투의 하나님'을 알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이언 매큐언이 자신의 소설에서 얘기한 바 있다.





구약성서의 가혹한 철기시대 세계에서는 도덕률이 무자비했고, 질투 많은 신은 무정했으며, 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복수, 지배, 노예화, 집단학살, 강간이었다. 이 대목에서 일부 신도들은 주교가 침을 삼키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P177










오늘 읽은 <느헤미야>에서는 '계보 중에서 자기 이름을 찾지 못하였으므로 부정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잠깐 등장한다. 내 이름을 찾을 수 없다면, 내 조상을 찾을 수 없다면 나는 부정한 자인가?

<에스라>에는 이방 여인과 결혼한 자들에게 이방 여인과 그들의 소생을 내쫓게 한다. 누가누가 이방 여인과 결혼했나 목록을 작성하고 그리고 그 여인들은 결혼해서 살다가 내쫓긴다.



성경을 읽기 전에 나는 신을 완전한 존재라 생각했다. 완전하고 선한 존재. 여기서 선하다는 것은 나의 주관적인 기준이겠지만, 어쨌든 내가 기대한 신은 이런 신이 아니었다. 자신을 따르는 자들만 내버려두고 다 죽여버리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어떤 인간의 잘못에 그 자식들까지 그 죗값을 행하게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구약 성경을 읽으면서 나는 막연하게 신이란 존재에 대해 기대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신이 완전하고 선한 존재라고 누가 그래? 그저 내가 기대했을 뿐이다. 신은, 자기를 잘 따르는 자들만 챙겼을 뿐이다. 나만 봐주길 원하고 내 말만 듣기를 원하는 존재였다. 모든 인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나 그런 신이 인간과 다른게 있다면, 인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질투 많은 신은 무정했다.






아빠는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우리가 전쟁에서 지고 있고, 예수님이 살인하지 말라고 하셨는데도, 다른 독일 남자들처럼 아빠 역시 가능한 한 많은 러시아인을 죽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혹시 예수님이 아니고 모세가 한 말인가? 할아버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그저 죽이든지 죽든지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식전 기도를 할 때면 아빠와 로타르 오빠를 적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하시는데, 그럴 때 러시아 사람들이 자기들의 아빠나 오빠를 보호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들이 말하는 적은 바로 우리일거고, 목사님이 교회에서 히틀러를 위해 기도하자고 하실 때, 러시아 교회에서도 사람들이 자기들의 지도자를 위해 기도할 텐데, 그럴 때 나는 가엾은 하나님이 구름 속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모든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려 하지만 불행히도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P.283)






그리고 트레버 노아가 종교에 대해 말한다. 일요일이면 세 군데의 교회를 다녔던 트레버 노아.




우리 가족 모두는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수님만 믿었던 엄마와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조상의 혼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 온 할머니는 코사족의 전통적 신념과 기독교 신앙간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나는 왜 그토록 많은 흑인들이 자신들의 토착 신앙을 포기하면서 기독교를 믿게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교회에 나가면 나갈수록, 교회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질수록, 기독교의 작동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늑대에게 기도를 하면, 그건 야만적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조상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건 원시적이다. 하지만 백인이 물을 포도주로 바꿨다는 사람에게 기도를 하면, 흠, 그건 상식적인 행동이 된다. -p.16






넷플릭스에서 영화 《마이 크리스마스 인》을 보았다. 크리스마스 여관..쯤이 되려나.


주인공인 '제니퍼'는 광고기획사의 잘나가는 임원이었고 곧 승진을 앞두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알래스카주 체스트넛힐의 변호사가 연락해온다. 네 고모 할머니가 너에게 유산으로 여관을 남겼는데 이걸 처리하려면 빨리 와야 돼, 하고. 그녀는 그동안 일하면서 휴가 한 번 쓴 적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슝- 날아가서 그 여관을 팔려고 한다. 그러다가 그 작은 마을, 동네 사람들 모두가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서로 누가 누구인지 잘 알고 친한 마을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남주랑 사랑에 빠지게 된다. 또한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이 여관을 맡아 인수하기로 한다. 이 마을에 광고나 홍보를 해주는 사람은 없으니 자기가 여관을 운영하면서 그 일을 투 잡으로 할 거라고.


작은 마을에서 자신의 행복과 여유를 찾으며 살아가는 일은 무척 낭만적이고 그것이 자기가 찾은 진정한 행복이라는 데에야 누가 뭐랄 수 있겠냐마는, 영화는 어마어마한 백래시를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째서 영화에 능력있고 냉정한 커리어우먼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그러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 찾아 거대한 커리어 포기해버리는 것인가. 백래시의 대표는 '여성들이여 집으로 돌아가라, 그곳이 네가 있을 곳이다'가 아닌가. 도대체 왜, 어째서, 크리스마스도 포기하고 좋아하는 할머니 만나는 것도 포기하고 일의 그 자리에 올랐으면서, 임원이 되었으면서, 그러면서 어째서 왜, 그 커리어를 포기하는가.


물론 포기는 자신의 선택이고 또 그 결과도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며, 그간 내가 내 삶을 돌아보지 못했으니 이제 돌아볼테야 하는 것도 자신의 인생이니 뭐랄 수 없지만, 하아- 거기까지 올라놓고 너무 금세 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 그렇게 임원 되어서 쭉쭉 올라가고 한자리 차지해줘야 밑에서 다른 여성들이 좋았어, 나도 임원이닷~ 하고 갈텐데.. 뭐 나라는 개인의 삶이 누군가의 귀감이 되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졸라 큰 회사의 졸라 능력있는 여성이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 찾아 소박한 마을에서 소박하게 산다니까, 그것이 개인의 선택이다 라는 생각보다 여자들은 왜 크게 될라치면 포기하는가.. 싶어지는 거다. 쓰읍- 아니, 큰 도시에서 억대 연봉 받는 커리어우먼 하면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면 안되나욤?????????????


로맨스에 백래쉬는 필연적인것인가봉가..


뭐, 이런 나도 얼른 퇴사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그래도 집은 40평대에 살고 싶다..뭐 이런 욕심은 있다. 욕심이 똥구멍까지 찬 사람 나야, 나!!



일전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보고 나오면서 친구에게 '너는 왜 나한테 명품 그림을 선물해주지 않아? 왜 그런 그림 선물해줄만큼 부자가 아닌거야?' 한적이 있다. ㅋㅋ 그래놓고 친구랑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 영화 크리스마스 인 보자니, 아아 나에겐 왜 부자친척이 없는가..하는 생각이 들어버려 괴롭다. 나한테 줄 여관을 갖고 있는 친척은 커녕, 다들 자기 살 공간 마련하기도 빡센 친척들만 있어버려. 게다가 그 친척들과 내가 딱히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라서, 설사 체스트넛힐 분위기 좋고 한적한 곳에 여관 갖고 있어도 그것이 나에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 소설 《늦여름》내가 1권 읽다 빡쳐서 2권 안읽는 것이, 주인공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만 가지고도 재산을 늘려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여행다니고 공부하고 그래. 세상 팔자 편해버려.. 나에겐 유산을 주는 할아버지도 없고 상처만 남겼는데.. 인생은 뭘까? 나도 누가 체스트넛힐에 여관을 유산으로 남겨주면 휙- 팔러 날아갔다가 거기에 자리잡고 여관 운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예전에 독서공감이었나 잘지내나요에 썼는데, 호텔 운영하는 게 나의 로망이었다, 그 말이다. 그 뭣이냐, 시 <새들의 북호텔> 가져다가 그런 글을 썼었지. 크. 명작이었는데. 명품 페이퍼였다. 여튼, 그 글의 줄거리(그러니까 내가 쓴 글이다)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호텔을 운영하다가 여행중인 '그'가 우연히 그 호텔에 머무르게 되고, 나는 거기에서 그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뭐 그런거 상상하고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그런 우연하고 기막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현실에서 펼쳐지려면 나는 호텔을 운영해야 하고 내가 호텔을 운영하려면 누가 나한테 호텔을 그냥 주지 않는 이상 불가한게 아닌가. 부자 친척 없는 나란 사람....회사나 열심히 다녀야겠다.




아무튼 어제 친구가 '우리가 다함께 만난지 1년이네' 라는 말을 톡으로 하는 바람에 나는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생각나 단톡방에 올려버렸고, 그런데 그 노래 오랜만에 듣다보니 '윤건'의 <설마>가 왜 생각나는거죠. 오만년만에 설마 들었고, 양재역에서 마을버스 타고 내려 사무실로 걸어오는 내내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설마를 목청껏 따라불렀다. 크-





너 없는 하루를 오래된 이별을
오늘도 너를 꺼내 살았지
안부도 못 묻고 안녕도 못 하고
우리는 모른 사람 된 거야
온통 난 너인데 평소 내 차림
니가 사준 옷 사진도 반지 까지도
버리지 못했어 무엇 하나도
이런 날 알까 니가 걱정 돼
내가 돌아간다면 너는 받아 주겠니
모질지 못해 모르는 체 못하고
설마 나를 잊었니 설마 나를 지웠니
나의 사랑은 멈춰 있어 니 곁에서..
너를 준 이 세상 이별도 주었지
착한 일 한적 없는 나여서
지울 수 없었던 사랑이었나 봐
지금 난 너만 보고 싶은데
너 없을 내일이 너무 겁이나
버려진 추억 오늘도 가슴에 담고
너밖에 몰라서 너만 알아서
그리움 하나 놓지 못했어
내가 돌아간다면 너는 받아 주겠니
모질지 못해 모르는 체 못하고
설마 나를 잊었니 설마 나를 지웠니
나의 사랑은 멈춰 있어 니 곁에서..
설마 나를 잊었니 설마 나를 지웠니



온통 나인 적이 너에게도 있었지. 나는 그렇게 모진 사람은 아니야. 그러나 너는 멈춰 있는 사람이 아니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이제는 네게서 나를 찾을 수 없겠지. 분명 온통 나였던 적이 있었는데.


인생이여...



그럼 안녕. 빨빨룽.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를 만든 천재들은 자신들보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에게등을 돌리게끔 만들었다. 말 그대로, 따로 떨어뜨려apart 미워하게 hate 만든 것이다. 사람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눈 다음 서로 미워하게 만들면, 그들 모두를 아주 손쉽게 통제할 수 있다. - P12

아메리카 원주민이 늑대에게 기도를 하면, 그건 야만적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조상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건 원시적이다. 하지만 백인이 물을 포도주로 바꿨다는 사람에게 기도를 하면, 흠, 그건상식적인 행동이 된다. - P16

이렇게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가 내게 엄중한태도로 경고했다.
"넌 이게 네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나 하니? 지금 뭘 포기하고 있는 줄 이해가 돼? 이것 때문에 앞으로 네 인생에 주어질 기회가 달라질 거야."
"운에 한번 맡겨 보죠 뭐."
나는 흑인 아이들이 있는 B반으로 옮겼다. 내가 모르는 아이들과함께 전진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과 후퇴하는 쪽을 택했다. - P94

나는 내 인생에서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도, 내가 내린 그 어떤 선택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지 않았던 일, 내가 내리지 않았던 선택, 말하지 않았던 말에 대한 후회에종종 사로잡히곤 한다. 우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하지만 다름 아닌 후회야말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다. 실패는 ‘답‘이다. 거절도 ‘답‘이다. 하지만 후회는 결코 답할 수 없는 영원한 ‘질문‘에불과하다. "만약에 그랬다면....."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에 이렇게 했다.
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 답을 당신은 절대, 절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후회는 남은평생 동안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 P209

"맞아, 자히라도 너무 슬퍼했어. 너한테 푹 빠져 있었거든. 네가데이트 신청하기를 내내 기다렸지. 아, 나 수업 들어가야 해! 안녕!"
충격을 받아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두고 요한나는 뛰어가 버렸다.
그녀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내게 들이부었다. 첫째, 자히라가떠났고, 둘째, 미국으로 가 버렸고, 마지막으로 내내 나를 좋아했다. 마치 세 번 연속으로, 갈수록 더욱 거세게 덮쳐 오는 파도에 가슴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학교 안뜰에서, 또 전화로 그녀와 얘기했던 그 모든시간들을 마음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나는 언제든 말할 수도 있었다.
"자히라, 나는 네가 좋아. 내 여자 친구가 되어 줄래?" 이 말을 꺼낼 용기만 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이제 그녀는 떠나 버렸다. - P218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기 행각을 벌였던 지난 2년간 나는 한 번도 이게 범죄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건 그냥 사람들이 찾아낸 물건일 뿐이야. 백인들은 보험에 들어 있어.‘ 어떻게든 편한 대로 합리화했다. 사회에서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이유는 그로 인해상대방이 받을 영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것이 후드가 건설된 이유의 전부였다. 아파르트헤이트의 희생양들을눈으로부터도 마음으로부터도 격리해 버리는 것. - P324

만약 백인들이 흑인들을 사람이라고 여겼다면, 노예 제도가 잘못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타인에게 저지른 짓의 결과를 보지 못하는 세계에살고 있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만약 투자 은행가가자신이 삶을 망친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사람들을 파산까지 내몰기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있고 타인과 공감할 수 있다면, 애초에 범죄란 저지를가치가 없는 일일 것이다.우리에게는 돈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나는 절대 그 카메라를 팔지 않았다. 마치 나쁜 업보를 쌓는 듯 너무나 죄스러웠다. - P324

아벨이 경찰관에게 다가가니 경찰서는 갑자기 소년 악동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들처럼 굴었다.
"어이, 여봐요들." 아벨이 말했다. "무슨 일인지 다 알잖아요. 여자들이란 말이죠. 내가 잠시 화를 좀 냈어요. 그게 전부요."
"괜찮아요. 우리도 알지. 다 그런 거요. 걱정 말아요."
나는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아직 아홉 살이었던나는 그래도 경찰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경찰을 부르고, 그러면 사이렌을 왱왱 울리며 경찰이 와서 구해 주는거라고, 하지만 나는 거기 서서, 경찰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사실에 깜짝 놀라 겁에 질려 있는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경찰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경찰이기 이전에 남자였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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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1 1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소박하게 40평대 집을 꿈꾸는 다 부장님 ㅋㅋ
다 부장님 근데 왜 본문에서 <잘 지내나요>랑 <독서공감>에는 책 표시 를 안 했어요? 그렇게 명품 페이퍼를 쓰셔놓고는 ㅋㅋㅋㅋ 다 부장님은 자뻑도 막 뿜뿜하는데 참 신기해요. 그 자뻑이 전혀 눈에 안 거슬리니 ㅋㅋㅋㅋ 전 사실 자뻑 넘치는 사람 싫어하는데 다 부장님 자뻑은 거슬리지 않는 게 늘 신기합니다. 그것도 다 부장님만의 넘사벽 재주인가? ㅋㅋㅋ

휴, 암튼 저도 유산 물려줄 부자 친척은커녕 부모님도 그렇지 못해서 오늘도 일터입니다. 화이팅!

다락방 2021-06-01 11:14   좋아요 6 | URL
제가 그동안 독서공감 페이퍼 너무 써가지고 ㅋㅋ 좀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무슨 책이 독자들보다 작가 페이퍼가 더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으하하핫.

잠자냥 님이 제 자뻑을 거슬려하지 않는 것은, 아아, 아직 모르셨단 말입니까? 그것은 사랑입니다!!! 제가 아무리 자뻑을 막 뿜뿜해도 괜찮은 것, 그것은 빅 럽(big love) 인 것입니다. 트루 럽인 것입니다!! 본인의 감정이 뭔지 확실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3=3=3=3=3=3=3=3=3=3=3=3=3=3=3=3=3=3=3=3

잠자냥 2021-06-01 11:21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구나!!! 저만 몰랐던 거?!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1 11:31   좋아요 3 | URL
잠자냥 님... 바보. 잠자냥님은 바보야!!

(울면서 뛰어나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6-01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번 소름 돋았어요!! 결국 폭넓게 읽어야겠네요.친구는 제게 ˝모르는게 약이야˝ 라고 해서 저는 ˝아는 게 힘˝이라고 함요ㅋㅋ

다락방 2021-06-01 11:15   좋아요 2 | URL
아니, 이 페이퍼 어디에서 소름소름소름소름 했을까요? ㅋㅋㅋ 소름이 네 번씩이나!

미미님, 많이 알아갑시다. 계속해서 알도록 노력합시다. 계속 계속 알아야만 내가 무얼 모르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알지 못한다면 내가 무얼 모르는지도 인지하지 못하니까요. 화이팅!!

잠자냥 2021-06-01 11:22   좋아요 3 | URL
미미 님 오늘 좀 춥죠? 이불 덮으시면 소름 가라앉아요. ㅋㅋㅋ

청아 2021-06-01 11:2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온뒤라 추웠나봐욤ㅋㅋ

다락방 2021-06-01 11:32   좋아요 3 | URL
아니 이분들이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6-01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노랜드에서 인용하신 내용 좋아요!! 저책 좋은가요? 읽기 많이 괴로운가요?

다락방 2021-06-01 15:21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 읽기에 괴롭긴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반드시, 꼭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저자는 30년간 포르노를 연구하고 이 책을 썼습니다. 강력추천합니다!

독서괭 2021-06-01 14:1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꼭 읽어볼게요!!

붕붕툐툐 2021-06-0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사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말은 현재는 화려하다는 숨은 뜻이?? 역시 다부장님 책 사는 것만 봐도 알아봤어야 했어~ 지금 100평대에 살기에 퇴사 후엔 소박하게 40평 살고 싶으신.. 위대하신 다락방님!!

다락방 2021-06-02 11: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백평대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백평대는 살면서 본 적도 없네요. 주변에 재벌이 80평대에 살긴 하지만, 어느 아파트인줄은 알아도 실제 들어가서 본 적은 없어요. 우왕 백 평.. 아아, 여자로 태어나서 백평에 한 번 살아봐야 할텐데.... 그렇지만 소박하게 40 평으로 욕심을 줄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6-02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고작 40평 이렇게까지 소박한 사람인데….
현실에서 이 소박함을 내 힘으로 이루려면 승진 미친 듯이 하고도 재테크도 하면서 암튼 빡세야함… 노후에 나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랑 잘때 불꺼줄 사람도 고용해야해서 (?).. 아니면 자동으로 되는 집을 사던가요..? ㅋㅋ
그러니 일하자 일~ 다락방님 돈벌어와!! 촤락!!

다락방 2021-06-02 11:48   좋아요 2 | URL
돈 벌어야 돼 진짜. 돈 벌어야 소박하게 40평대 아파트 살 수 있는데, 그런데 내가 아무리 돈을 벌고 벌고 또 벌어도 사실 40평대는 무리일 것 같아요. 한 푼도 안쓰고 모아도 내 연봉으론... 안돼. ㅠㅠ
그렇지만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사람일 모르는 거니까 내가 40평대 아파트 똭- 들어가서 커다란 식탁 똭- 놓고 쟝님 초대할 수도 있다. 똭 기다리고 있어요!!

- 2021-06-02 12:55   좋아요 1 | URL
기다려 나 그 옆집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그 옆단지 살꺼야. 딱기다려. 노후에 아프면 서로 살아있나 물어봐주고 연락 안되면 벨 눌러주고 그러자?

다락방 2021-06-02 13:06   좋아요 2 | URL
그래그래 그러자 그러자. <다시, 올리브> 에 그런 이야기 나와요. 이제 나이 많은 올리브가 이저벨이랑 서로 매일 찾아가요. 그러자, 우리도 그렇게 서로 챙기면서 살자.

- 2021-06-03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를 만나고… 40평대의 아파트 꿈을 꿀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적의 다행이다 버전으로 읽을 것)
정말 소박함의 크기가 다르셔서, 저도 소박한 꿈을 꾸게 되었나이다. 나의 귀인.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이자 옆 단지 주민.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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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고 여럿이 모이는 걸 피곤해할 때도 있지만 아오 나랑 너무 안맞는다.
내향적인 데비 텅은 외향적인 연인을 만나 결혼하고 그가 세상과 자신을 이어준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누구 이어주고 그러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삶에 참견하지 말고 내 삶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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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5-31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건 재능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것 같아요^^
저도 잘 못해요.

다락방 2021-05-31 09:51   좋아요 4 | URL
저는 데비 텅 하고 친구하면 자꾸 참견하고 싶어질 것 같은 거에요. 어휴.. 이 책 읽으면서 나는 내 삶을 살자, 나는 내 삶만 들여다보자 자꾸 생각했어요. 저 사람은 저 사람대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다, 하고요.

페넬로페 2021-05-31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넘 공감되던데요~~
평생 조직에 있지 않고 프리랜서로 살아서 더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ㅎㅎ

다락방 2021-05-31 13:05   좋아요 3 | URL
저는 아마 돈벌기 시작하면서 계속 조직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데비 텅과 안맞는다 생각한 것 같아요. 분명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요.

Falstaff 2021-05-31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저번에 다부장님이 가르쳐주셔서 맛있게 먹은 적 있는데요, 한 번 더 먹고 싶어 검색을 했는데 왜 안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ㅜㅜ
저번에 이모님 오셨을 때 끓여주신 장칼국수가 어떤 거라고 하셨지요?
이런 거 물어보느라 댓글 썼다고 뭐라 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 한 번만 더 일러주시면 좋겠는데요. 긁적긁적.....

다락방 2021-05-31 23:11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님! <프레시지 장칼국수> 가 가장 맛있지만, 이건 인터넷 주문만 가능하고요, 마트에서 <풀무원 장칼국수> 를 사도 맛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고메 중화짬뽕> 이 최고에요. 배달 짬뽕보다 월등히 맛있습니다. 새우 두어개 넣어 끓여 먹으면 진짜 최고에요! 링크 걸고 싶은데 북플 안걸리네요 ㅜㅜ 내일 피씨로 접속하면 링크 걸어드릴게요!!

다락방 2021-06-01 08:46   좋아요 1 | URL
고메중화짬뽕 → https://www.cjthemarket.com/pc/prod/prodDetail?prdCd=40053958&code=Na1&nv_ad=pla&n_media=27758&n_query=%EA%B3%A0%EB%A9%94%EC%A4%91%ED%99%94%EC%A7%AC%EB%BD%95&n_rank=2&n_ad_group=grp-a001-02-000000011608225&n_ad=nad-a001-02-000000111755597&n_campaign_type=2&n_mall_pid=40053958&n_ad_group_type=2&NaPm=ct%3Dkpd9fgzc%7Cci%3D0A40000xrpjuOLJbieYV%7Ctr%3Dpla%7Chk%3D6f885fb6efe5e526ea4c07ea9fcbdafdcc095eb3

Falstaff 2021-06-01 09:02   좋아요 0 | URL
와.... 다락방 님!
고맙습니다. 얼른 둘 다 주문해야겠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 한 봉씩!! 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1 09:03   좋아요 0 | URL
고메중화짬뽕 진짜 너무 맛있어요. 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6-02 20:24   좋아요 0 | URL
오호, 고메 중화짬뽕 일곱 봉지 배달시켜서 오늘 시식했거든요. 쐬주 곁들여서요.
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이 말에 뭔 얘기를 더하면 잡소리!
행복하세요!!!!

그럼 이만.

다락방 2021-06-03 08:04   좋아요 0 | URL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저도 먹을래요 먹을래요. 냉동실에 중화짬뽕 있습니다. 먹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5-31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삶을 사는 편을 택할래요~ 근데 내용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ㅎㅎ

다락방 2021-05-31 23:12   좋아요 1 | URL
사람은 누구나 소심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성격이 어떤지 파악한다면 그냥 이게 내 성격이구나 하고 좀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6월, '다프나 조엘, 루바 비칸스키' 의 《젠더 모자이크》를 같이 읽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함께 읽었던 여성주의 책들에 비하면 매우 얇은데.. 재미도 있기를 바라봅니다.

재미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많은 감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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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31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얇은데다 표지 컬러감도 좋고 올해 출간된 따끈한 책이라 재밌을것 같아요~^^♡

다락방 2021-05-31 10:07   좋아요 2 | URL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히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미미님! >.<

독서괭 2021-05-31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침 사놓은 책이라~ 6월에 읽어보려고 합니다^^

다락방 2021-05-31 13:05   좋아요 1 | URL
오오 반갑습니다, 독서괭님! 같이 읽어봅시다!!

단발머리 2021-05-31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6월 책은 작고 얇고 예쁘더라구요. 행간도 넉넉하고요 ㅎㅎㅎ 즐거운 독서여행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1-05-31 23:12   좋아요 0 | URL
행간도 넉넉하다니.. 어여쁜 책이네요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6-0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책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전자책으로 구입했어요. 어제 첫날이라 슬쩍 펼쳐 아니 열어보았는데 역시 종이책을 살 걸 그랬다 싶었다는....ㅠㅠ
아무튼 이번 달도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1-06-02 15:35   좋아요 0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 첫날이라 슬쩍 펼쳐... 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슬쩍 펼쳐 보려다가 얇으니까 아무때 펴도 금세 읽겠지? 하는 오만한 마음으로 아직 안보고 있습니다. 아직 안읽었지만 엄청 좋을것 같아서 밑줄 박박 긋게 되지 않을까... 하는데, 이게 착각이면 어떡하죠?
아무튼 이번 달도 열심히 함께 읽어봅시다. 난티나무님, 화이팅!!
 
허쉬
존 하트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어쩌다보니 '존 하트'의 책은 절판된 한 권의 책을 제외하고는 번역된 걸 다 읽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존 하트를 대지는 않지만 존 하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 하고 반가워하며 냉큼 사게 된다. 이번 책도 그랬다. 출간 소식을 알고는 오오 존하트~ 이러면서 잽싸게 구입했었다.


당연히 그간 읽은 존 하트 책의 내용들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존 하트에겐 뭔가 있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신간 소식이 반가운 작가이니 뭔가 있었던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당황한다. 존 하트, 이런 작가였어?


'허쉬 아버'라는 야생의 땅에서 조니는 혼자 살고 있다. 그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고 숲과 늪으로 펼쳐진 곳이다.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뭔가 알 수 없는 시선과 힘을 느끼며 그곳에서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는 죽음을 맞게 된다. 살아 돌아온다 해도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되고. 조니의 가족과 친구는 조니가 그곳에서 나와 시내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바라지만, 십년 전 여동생과 아버지를 잃은 조니는 이 야생의 장소에서 오두막을 짓고 사는게 편안하다. 이 사회화가 부족한 조니는 이 늪에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고 조니 역시도 이 곳에서 사람을 죽이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한다.


영문을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시체를 부검해보면 사람이 한 짓으로는 보이지 않는 일들이 허쉬에서 일어난다. 신비와 마법이라는 단어가 책에 등장한다. 나는 이 '신비'와 '마법'앞에 당황하는 것이다.


'샤론 볼턴'도 신비한 일에 대한 소설을 쓴다. 인간의 일같지 않은 사건과 일. 그러나 샤론 볼턴의 소설을 읽노라면 그런 신비한 일 앞에, 그러나 샤론 볼턴이 다 설명해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인간의 탐욕으로 벌어진 일이며 인간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샤론 볼턴은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비한 일을 존 하트가 써버리니 존 하트가 과연 이 일을 설명해줄 것인가 의심하게 되고, 도대체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려는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존 하트는 신비한 일을 신비한 힘으로 남겨둔다. 나는 이 지점에서 존 하트의 허쉬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 신비한 힘은 분명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벌이는 차별과, 여성에 대한 혐오를, 그것이 가져오는 불행한 결과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끝까지 여성이 여성에게만 전할 수 있는 이 힘으로 여성들은 다른 곳의 위기에 놓인 혹은 불행한 여성들을 돌볼 것이라고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내 마음을 울리지도 건드리지도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비한 힘이고, 그 신비한 힘이 정말 그렇게 작용한다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이 신비한 힘인걸, 이게 말이 되는가, 하게 되어버리는 거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인디아나 존스를 보듯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사실 나라는 인간의 개인적 취향은 신비로운 세상,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결국은 인간이 사는 이야기,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 인간이 벌인 문제를 인간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신비한 힘 혹은 종교적인 힘이라는 것은 믿는 자에게 그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이런 식의 힘이라면 그저 내게 먼 곳의, 내 손에 닿지 않는 판타지처럼 느껴질 뿐이다. 존 하트, 이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었어? 전작과 지금 이 작품 사이의 시간동안 존 하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내가 그동안 알아온 존 하트와 다른걸까. 물론 이것도 존 하트이고 저것도 존 하트이며 앞으로 써낼 작품도 존 하트의 작품이겠지만, 다음에 신간이 나온다면 오 존 하트! 하면서 반갑게 사기 전에 잠깐 망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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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1-05-31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니라는 이름에 혹시? 했더니 책소개 보니까 라스트 차일드 10년 후라고 되어있네요. 저도 존 하트 무척 좋아해요. (그러나 신간소식 몰랐네요ㅎㅎ) <라스트 차일드>랑 <구원의 길> 참 좋았는데. 이전의 작품들과는 좀 다른 모양이에요 그래도 읽어볼래요^^

다락방 2021-05-31 14:45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문나잇 님! 존 하트라 산 것도 있지만 라스트 차일드 후편이라 얼른 읽고 싶었어요. 저도 라스트 차일드, 구원의 길 다 좋아했습니다. 으흐흐흐. 이건 좀 기존과 다르고 제겐 별로였는데, 문나잇 님 얼른 읽고 감상 적어주세요! 다른 분들 리뷰가 궁금합니다.
 
메리, 마리아, 마틸다 한국문화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775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메리 셸리 지음, 이나경 옮김 / 한국문화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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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다. 주인공 메리가 남편을 싫어한다는 것,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며 만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당시에 반항적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말고 이 단편에는 도대체 뭐가 더 있나 싶다.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면서 병약한 친구를 간호하고 그리고 죽음으로 작별하고 그러다 사랑하게 되는 남자도 병약한 남자이며 그러다 죽고.. 뭐 어쩌라는건지. 도약은 한 번에 크게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당시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지금의 여기에서 내가 보기에는 정말이지 착한 여자 컴플렉스로 똘똘 뭉친게 아닌가 싶다. 물론 착한 여자 컴플렉스라는 것도,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망에서 기인한 것일테다. 사람들이 자신의 쓸모 혹은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그중에 하나는 아픈 사람 돌봐주기 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병약한 자를 열심히 간호하고 또 간호하는 것은, 타인을 위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아닌가.


작가는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만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한다면 충분히 공부하고 연구해서 써야할 것이다. 내가 상상하는 한계치 내에서만 인물이나 사건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러니 <메리>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며, 그리고 작가라면 누구나 더 많은 소설, 그리고 다른 소설을 쓰기 전에 한번쯤 거쳐가야 하는걸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자전적 삶이라면, 울스턴크래프트가 이런 삶을 살면서 [여성의 권리 옹호] 같은 책을 쓴 것은 자신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테다. 그렇다해도 어쨌든 <메리>는 영 답답하다. 페니미즘 소설의 초기작 이라니.. 흐음.



<마리아>는 이 책에 실린 총 세 편의 단편들중 가장 좋았다. 나로서는 <마틸다>에 가장 관심을 두고 기대를 했는데, 마틸다 읽으면서 너무 당황해버렸어. 이건 이따 다시 얘기하고, 일단 마리아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 단편 <마리아>에서 비로소 아, 작가가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사람이지, 하고 연결지을 수 있었다. 남편의 뜻대로 되지 않는 여성임에 정신병원에 감금된 것은,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이 거대한 세계의 은유라 봐도 좋을 것이다. 샤론 볼턴은 자신의 책 [희생자의 섬]에서 주인공이 거주하는 섬을 '비슷한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계'라 했었는데, 나는 이점과 닿아있다고 본다. 정신병원이라는, 섬이라는 어찌보면 작은 세계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남성의 권력으로 다스리고자 하는 것은 그것을 한 국가로 놓고 전 세계로 놓고 보았을 때도 다르지 않으니까. 부당한 입장에 처한 주인공 '마리아'는 자신의 부당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잘 안다. 그 점이 주인공 마리아의 그리고 저자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의 가장 용기 있는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힘들거나 억울할 때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들여다보려고 하고 인지하는 것, 인지했으므로 기필코 따지고 들고 발언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경지이다. 문제를 들여다보고 그 원인을 알고자 하는 것은 그 후의 문제 해결을 불러오기 때문에, '원래 그런거야' 라며 관습적으로 넘기려고 하는 경우가 세상엔 훨씬 더 많으니까. 바꾸려고 하지마 너만 힘들어, 왜 바꾸려고 들어 다 불편해지게. 우리는 이런 말을 무수히 듣게 되지 않는가. 알게 모르게 우리가 발언했을 수도 있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장 자크 루소'의 책을 읽고 거기에 반박하기 위해 [여성의 권리 옹호]라는 책을 썼다. 루소의 책을 읽은 사람이 울스턴크래프트 만은 아닐 것이고, 그걸 읽으면서 바보같다고 생각한 사람 역시도 울스턴크래프트 한 명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울스턴크래프트는 읽고 분노했고 썼다.



루소가 그의 탐구에서 한층 높이 올라섰거나, 혹은 그의 눈이 그가 거의 언제나 호흡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안개 낀 대기를 궤뚫어 보았다면, 그의 활동적인 정신은 참된 문명을 확립하고 인간의 완성을 숙고하는 데로 돌진했을 것이다. 맹렬하게 날아서 감각적인 무지의 밤으로 되돌아가는 대신에 말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 제1장,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책세상문고



<마리아>를 읽는다면 바로 이 울스턴크래프트를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 여성의 재산이 여성의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한다. 이것이 불공평하고 부조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나, 세상은 그녀가 자유롭게 살게 놓아두질 않는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피력해도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죄인이라는 딱지일 뿐. 그녀는 자신의 아이도 그리고 재산도 지킬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오고 그 사랑에 빠져든다 한들, 아아, 세상이여, 그리고 여자들이여 또 남자들이여, 남성은 여성을 구원하지 못한다. 여성이 처한 불리한 상황과 위험을 알고 그 고통을 알고 거기에 들어가 함께 구하고자 하는 것은 같은 성별인 여성이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남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여성인 것이다. 마리아여, 그리고 제미마여, 부디 남은 생은 당신들에게 축복이고 행복이기를.




<마틸다>는 읽으면서 가장 당황스런 작품이었다. 나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흥분해서 여러차례 글을 남겼던 터라, 이 세 단편에서도 마틸다를 가장 기대했는데, 읽으면서 수시로 '도대체 이걸 왜 썼을까'를 계속 생각해야 했다. 여기 어디에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다고 페미니즘을 이 책의 타이틀로 걸어둔걸까.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는걸까, 나는 꾹 참고 읽어가면서 마지막 해설까지 읽는다. 해설은 내가 놓친 많은 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아아 내가 이걸 이해를 못했구나, 할 수 있겠지 했던 거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해설을 읽었고 다른 비평가들의 <마틸다>의 여성주의 텍스트에 대한 해석도 읽었지만 딱히 동의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마틸다는 근친상간을 다룬다. 사랑했던 아내가 아이를 낳고 죽어버리자 아버지는 아이를 사랑할 수 없고 아내를 잃은 괴로움에 그 어린 아이를 자신의 누나에게 맡기고 집을 나가버린다. 가급적 아이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한 것. 그렇게 십육년을 해외에서 지내고 그 사이에 그 아이 마틸다는, 다정하지 않은 고모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언젠가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겠지.. 하면서. 그러다가 십육년만에 아버지가 쫜- 하고 나타났고, 그렇게 나타나서는 매일 수시로 많은 대화를 하고 다정하게 대하며 서로 사랑하며 지내는거다. 부모의 정 없이 살아왔던 마틸다이기에 아버지를 만난 기쁨은 너무 크고 이제 자신이 세상에 의지할 이는 아버지뿐이고 이 시간은 마틸다에게 너무나 행복하다. 아버지도 그간 만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최선을 다해 마틸다에게 잘해주는데, 아아, 마틸다가 십대 후반이고 그녀를 여성으로 보면서 애정을 품게 된 청년의 존재를 알게된 순간,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은 남자의 여성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딸인 이 소녀가 누군가에게 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마자 애정이 방향을 틀어버린 거다.



"저는 여러 해 동안 어쩌면 영영 영국을 떠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로지 저 자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님을 알려드리고자 누님께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모든 것을 서신으로 알려주실 때까지 이 도시에 머무르겠습니다. 제가 이곳을 떠나면 제 소식을 기다리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맺은 모든 관계를 끊어야만 합니다. 저는 방랑자가, 버림받고 떠도는 불쌍한 존재가 되겠습니다. 아무도 없이! 혼자서!"  편지의 다른 부분에서 아버지는 나를 언급했다. "제가 볼 수도 없고, 입에 올릴 수도 없는 그 불행한 어린 것에 대해서는, 누님의 보호에 맡기겠습니다. 그 애를 잘 보살피고 아껴주십시오. 언젠가 제가 그 애를 찾으러 갈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미래는 어둡습니다. 그 애의 현재를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마리아>, p.320


(진짜 가지가지한다..)


작가도 그렇고 독자도 그렇고 그러니까 우리는 개개인이 저마다 가진 가치관이나 성향이 있을 거다. 경험의 폭이 다르듯이 이해의 폭도 다를 것이고. 마틸다를 썼던 메리 셸리에게는 분명 어떤 의도나 목적, 뜻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했던, 써야했던 그 순간의 어떤 생각이나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뭐였든 간에 나에겐 전달되지 않았고, 아버지가 딸에 대한 사랑의 방향을 틀어버린 순간 내게 이 소설은 너무도 읽기 힘들고 당황스런 소설이 되어버렸다.

해설까지 읽고 비평가들의 분석에 대한 것도 읽었지만, 나는 그 모든 비평가들에게 동의할 수 없고, 내가 이 소설 <마틸다>를 읽고 생각한 것은, 한 아이를 방치하고 났을 때 그 아이에게 다가올 불운한 미래였다.


마틸다는 부모의 사랑을 내내 갈구했다. 아버지는 응당 자신이 주어야 할 사랑과 보살핌을 제때에 주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 사이에 만나지 못한 시간이 십년 이상이었고, 그렇게 나타난 후에 드디어 마틸다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고 좋아했건만, 아버지는 딸을 여성으로 본다. 물론 아버지는 그것이 아주 역겨운 일이며 죄악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여성으로 딸을 봐버린 이상 다시 딸로 보기가 힘들다. 아이일 때 돌보지 못하고 버려두고 간 아버지라니, 이 얼마나 무책임한가. 가장 아버지의 돌봄이 필요할 때 내팽개쳐놓고서는 아직 채 성인이 되기 전에 나타나 여성으로 인지하다니. 정말이지 근친상간 이라는 것보다 이 지점에서 더 짜증이 난다. 부모로서 해야 할 의무는 저버린 채 남자가 되어 나타난다? 게다가 그 사이의 나이차 역시도 역겹고. 하나부터 열까지 짜증나는데, 마틸다는 그래서 아버지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정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죄책감을 느끼며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녀는 혼자 지내고 계속 혼자 지낸다. 그녀는 친구도 애인도 아무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그 뒤로 사회화가 되질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소설 [다락방의 꽃들]에는 어릴 때부터 다락방에 감금되어 온 네남매가 등장한다. 이중 첫째와 둘째인 크리스와 캐시는 아주 어린 쌍둥이 동생들을 돌보면서 서로에게 의지한다. 사춘기때 갇혀 거기에서 몇년을 지내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라고는 서로가 전부인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결국 다락방에서 탈출하고 나서 캐시는 다른 연인을 찾지만, 그러나 크리스는 캐시에게 집착한다. 이 이야기 자체는 근친상간을 다룬 금기의 소설이지만, 그러나 나는 그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감금되어 있는데 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하고. 이들에게 이런 환경이 주어지면 안되는 거였는데, 그런 환경을 준 다음에 그것이 잘못이라고 우리는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와 캐시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비난도 역겨움도 가지지 못했다. 그러지 않았다.



그러나 마틸다의 아버지에 대해서라면 너무나 화가났다. 처음 사라짐부터 나중에 등장해서 다시 그녀에게서 사라지는 이 모든 순간들에 마틸다의 아버지가 생각한 건 자신 뿐이었다. 마틸다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결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렸고, 그 과정에서 마틸다는 외로웠다가 행복했다가 다시 절망하며 고립되어야 했다. 어쩌면 이런 지점에서 여자의 인생 자체가 이렇게 남자에게 휘둘린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건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그저 비극적인 소설이었고 당황스런 이야기였다. 내내 생각한 건, 사람이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것이었다. 예전부터 누누이 말해왔지만, 사람이 단 한사람만을 사랑하고 나를 올인하는 건 진짜 피해야 할 일이다. 그 상대가 사라졌을 때 내가 무너져서 일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며, 필연적인 집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다른 사람이, 다른 관계가, 다른 애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틸다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아버지를 알게되어 행복했을 때, 그녀에게 다른 좋은 관계들이 더 있었다면 이야기는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과 보냈을 것이며, 지신을 살게 하는 행복과 기쁨들중 일부는 다른 이들로부터 총족되었을 것이다. 또한 아버지로 인해 고통스러웠을 때 그녀를 붙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녀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설사 무너졌다해도 고립대신 스스로 일어나기를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관계 자체가 근친상간이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한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이유로 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충분히 확보해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 말고 다른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마틸다>를 읽고는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 내 기쁨도 내 행복도 오로지 너야, 나는 너의 것이야. 절대 안된다, 이런 마음은.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이것도 할거고 저것도 할거고.. 그렇게 살면 안된다.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이건 할 수 있지만 저건 하지 않을거야, 나한테 그런거 시키지마, 라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기준을 가지고 너 말고도 다른 사람들을 둘 수 있어야 한다. 너만 있으면 돼, 는 나에게도 위험하고 너에게도 위험하다. 그러면 안된다 진짜. 게다가 그 너가 아버지이거나 딸이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게다가 그 너가 한 명은 어른 남자에 한 명은 미성년자라니. 진짜 뒤집어질 노릇이다. 안된다. 너 말고 다른 사람 이 관계 말고 다른 관계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건 '원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나의 액션도 필요하다. 나의 액션도 나의 리액션도 필요하다. 액션과 리액션을 가진채로 다른 관계를 갖자. 진짜 마틸다 때문에 내가 돌아버리겠다. 휴...



[메리, 마리아, 마틸다]를 읽으면서 선하고 착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선하기 위해서 선한게 아닌가. 그것은 과연 옳은가. 우리는 꼭 착해야 할까.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열심으로 돌보는 것은, 과연 상대를 위한 것일까. 그것이 돌봄이든 사랑이든 온 몸을 던지는 것은 자기 파괴를 불러온다. 그것이 무엇이든 누구이든 어떤 관계든 우리는 반드시 거리를 조절해야 할것이다. 내 인생을 진창으로 몰고 가지 않기 위해서는 그 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이 책의 단편들을 읽노라면 그 거리가 필요한 걸 몰라서가 아니라 알아도 할 수 없게끔 만들었던 환경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세상에서 여자들이 높은 지위를 얻을 유일한 길이 남자들의 방탕을 조장하는 것밖에 없으니 사회는 여자들을 괴물로 만들고, 그들의 비열한 악덕을 지력이 열등하다는 증거로 내세운단다. <마리아> - P218

조지는 숙부가 함께 계실 때는 짤막하게 법률에 관한 질문을 하거나 숙부의 뛰어난 판단력을 존중하는 적절한 말을 하는 것 이외에는 별로 입을 열지 않았거든. 그러니 숙부는 그와 함께 계실 때면 늘 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잠재력을 가졌다고 말씀하셨지.
숙부만 그런 의견을 가진 것이 아니었단다. 하지만 내 말 믿으렴. 증오심 때문에 편견을 가진 것은 아니란다. 다른 젊은이들의 활발한 영혼이 젊음의 폭발을 내던지고 있을 때, 이렇게 적절하게 던진 말, 이 소리 없는 경의의 표현은 생각이 깊거나 겸손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 결과였단다. 패기만만한 망아지가 그와 같은 속도로 날뛸 거야. <마리아> - P220

이런 신중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익히는 데 필요한 뜨거운 불길이 없고, 그저 어리석지 않다는 이유로 현명하다는 말을 듣는 거란다. <마리아> - P220

한숨이 자꾸만 나오는구나. 하지만 가슴이 여전히 답답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말없이 견디는 것일까? 어째서 남자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아니, 대체 왜 태어난 것일까? <마리아> - P221

"우리 같은 마음은 짝을 만날 뿐, 어울리는 상대를 만나지 못하네."
처음에는 이런 것이 즉흥적인 감정이었으나, 재치 있고 세련된 예의를 갖춘 남자들을 알게 되니 가끔은 너무 일찍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단다. 잠시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 잘 알지도 못하는 하늘에서 어린 날개를 펼치려다가 나는 그만 덫에 걸려 평생 새장에 갇힌 처지였다. <마리아> - P225

지는 저는 제 결혼 후에 태어난 그 남자와 하녀의 아이를 데리고 있습니다. 교육과 상황이 남자들로 하여금 더 분방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가 질서 유지를 위해 여자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비록 이 아이의 탄생을 용서해줄 수는 있지만, 이 불운한 아이를 버리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 - P296

울스턴크래프트와 블러드의 우정은 비밀을 공유하는 청소년 시절의 단짝 친구 사이 이상이었다. 산후우울증을 겪던 여동생 엘리자에게 근본적인 문제는 결혼 생활 자체에 있다고 진단하면서 별거를 조언한 울스크래프트는 패니, 그리고 엘리자와 함께 학교를 설립하고 감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일종의 여성 유토피아 건설을 시도했다. - <작품 해설>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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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28 10: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수고하셨어요! ^^* 현실과는 너무 먼 이야기라 저도 읽으면서 갑갑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해설이 없었으면 아마 리뷰도 쓰기 힘들었을 듯. 제가 의아한건 당시 근친상간에 관한 소설이 어떻게 유행이되었는지 실제로도 유행이었는지예요. 하...

다락방 2021-05-28 12:48   좋아요 2 | URL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며 봐야겠지만 저는 진짜 답답하더라고요. 특히 메리는 왜이렇게 사나 싶을 정도였어요. 병약한 사람들 끌어안고 사는데 여기 어디에 페미니즘적 요소가 있단 말인가.. 하고 말이지요. 너무나 아픈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 생각하는 지점에서 스스로를 그 상황에 가두는 것 같기도 했고요. 너무 답답한 소설이었어요.
먼저 완독하신 미미님, 수고하셨어요! 다음달에도 우리 함께 열심히 가봅시다. 다음달 책은 뭔가 가슴을 뻥 뚫어주기를 바랍니다. 으쌰!

잠자냥 2021-05-28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틸다>에서 마틸다가 아버지를 사랑하기로 ‘스스로‘ ‘선택‘했다고 봤어요. (근친상간일지언정) 주체적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인정함으로써 사회에서 추방당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등을 돌렸다‘고 봤는데, 그런 점에서는 전복적으로 보이기도 했고(사회가 금기한 사랑도 욕망하는 주체로서), 당시로서는 급진적이지 않았을까 봤는데... 이건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가스라이팅으로 볼 수도 있겠군요.

다락방 2021-05-28 12:51   좋아요 2 | URL
해설에도 주체적 선택이라고 나오던데 저는 여기 어디에서 주체적이고 선택인가 싶더라고요. 아버지가 아이를 방치하지 않았다면, 오만년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너를 여자로 본다 말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을텐데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런 지점을 보여주려고 한건가 생각도 했어요. 이것봐라, 여자의 삶이 이렇게 어떻게든 남자에게 휘둘린다, 라는걸 보여주려는건가 하고 말이지요. 제 안에 근친상간-특히 아버지와 딸-을 엄청 밀어내려는 기질이 강해서 이 이야기에서 어떤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제가 너무 밀어내서요. 저한테는 너무 힘든 소설이었어요. 한장 한장 책장 넘기는게 진짜 힘들더라고요. 특히 아버지가 고백하는 부분 있잖아요. ‘다른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여자로 보인다는 걸 인지했을 때부터 내 마음도 그러해졌다‘고 하는순간 너무 역겹고 분노가 차오르더라고요 ㅠㅠ 비정상적인 소유욕을 본 것 같아서요. ㅠㅠ

- 2021-05-31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메리> 읽으면서 즐거웠어요. 마지막에 메리가 ˝천국은 결혼없는 세상임˝러면서 죽는데 진짜 울스턴크래프트 만만세 했음 ㅋㅋㅋ (하지만 그녀는 결혼을 하고 메리를 낳았다...) 마리아에서 은유를 짚어내신 부분은 제가 생각지 못했던 것 같고요!
마틸다는 읽으면서 이거 근친상간 다락방님 엄청 싫어하겠다.. (저도 싫었음) 이랬는 데 이 리뷰에서 대차게 까주시니, 저는 내말이요. 제말이요, 그러니깐요. ㅋㅋㅋ 이러고 웃는 중입니다!! 6월이다!!!

다락방 2021-06-01 09:02   좋아요 0 | URL
결혼을 했기 때문에 천국은 결혼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마틸다>는 가장 기대했던 작품인데 읽는 내내 견디기 힘들었어요. 저는 근친상간 이라는 것도 싫지만 무엇보다 다른 남자가 딸을 여자로 본다는 걸 인지한 순간 아버지도 그렇게 보잖아요. 그 지점에서 역겨움이 완전 폭발했어요. 인간 쓰레기처럼 느껴짐요 ㅠㅠ
아아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