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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
존 하트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어쩌다보니 '존 하트'의 책은 절판된 한 권의 책을 제외하고는 번역된 걸 다 읽었다.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존 하트를 대지는 않지만 존 하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 하고 반가워하며 냉큼 사게 된다. 이번 책도 그랬다. 출간 소식을 알고는 오오 존하트~ 이러면서 잽싸게 구입했었다.
당연히 그간 읽은 존 하트 책의 내용들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존 하트에겐 뭔가 있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신간 소식이 반가운 작가이니 뭔가 있었던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당황한다. 존 하트, 이런 작가였어?
'허쉬 아버'라는 야생의 땅에서 조니는 혼자 살고 있다. 그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고 숲과 늪으로 펼쳐진 곳이다.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뭔가 알 수 없는 시선과 힘을 느끼며 그곳에서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는 죽음을 맞게 된다. 살아 돌아온다 해도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되고. 조니의 가족과 친구는 조니가 그곳에서 나와 시내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바라지만, 십년 전 여동생과 아버지를 잃은 조니는 이 야생의 장소에서 오두막을 짓고 사는게 편안하다. 이 사회화가 부족한 조니는 이 늪에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고 조니 역시도 이 곳에서 사람을 죽이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한다.
영문을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시체를 부검해보면 사람이 한 짓으로는 보이지 않는 일들이 허쉬에서 일어난다. 신비와 마법이라는 단어가 책에 등장한다. 나는 이 '신비'와 '마법'앞에 당황하는 것이다.
'샤론 볼턴'도 신비한 일에 대한 소설을 쓴다. 인간의 일같지 않은 사건과 일. 그러나 샤론 볼턴의 소설을 읽노라면 그런 신비한 일 앞에, 그러나 샤론 볼턴이 다 설명해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인간의 탐욕으로 벌어진 일이며 인간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샤론 볼턴은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비한 일을 존 하트가 써버리니 존 하트가 과연 이 일을 설명해줄 것인가 의심하게 되고, 도대체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려는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존 하트는 신비한 일을 신비한 힘으로 남겨둔다. 나는 이 지점에서 존 하트의 허쉬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 신비한 힘은 분명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벌이는 차별과, 여성에 대한 혐오를, 그것이 가져오는 불행한 결과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끝까지 여성이 여성에게만 전할 수 있는 이 힘으로 여성들은 다른 곳의 위기에 놓인 혹은 불행한 여성들을 돌볼 것이라고도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내 마음을 울리지도 건드리지도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비한 힘이고, 그 신비한 힘이 정말 그렇게 작용한다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이 신비한 힘인걸, 이게 말이 되는가, 하게 되어버리는 거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인디아나 존스를 보듯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사실 나라는 인간의 개인적 취향은 신비로운 세상,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결국은 인간이 사는 이야기,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 인간이 벌인 문제를 인간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신비한 힘 혹은 종교적인 힘이라는 것은 믿는 자에게 그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이런 식의 힘이라면 그저 내게 먼 곳의, 내 손에 닿지 않는 판타지처럼 느껴질 뿐이다. 존 하트, 이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었어? 전작과 지금 이 작품 사이의 시간동안 존 하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내가 그동안 알아온 존 하트와 다른걸까. 물론 이것도 존 하트이고 저것도 존 하트이며 앞으로 써낼 작품도 존 하트의 작품이겠지만, 다음에 신간이 나온다면 오 존 하트! 하면서 반갑게 사기 전에 잠깐 망설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