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과 흑인의 성관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때에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므로 트레버 노아는 태어난 게 범죄인 사람이다. 아버지랑 옆에 걸으면서도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고 피부색 때문에 흑인들 사이에서도 흑인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그런 그가 어린시절 자라왔던 일들과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이 책 한 권에 담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중의 1부 읽기를 오늘 출글길에 마쳤는데, 나는 이런 구절을 본다.


나는 흑인 나라에서 태어나, 흑인 이웃들 사이의 흑인 가정에서 자랐다. 그리고 흑인 대륙 전역의 흑인 국가에 있는 다른 여러 흑인 도시들을 여행해 봤다. 그렇지만 흑인들이고양이를 좋아하는 곳은 아직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아공에서는 다이는 사실이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건 오직 마녀들뿐이고, 모든 고양이는 마녀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남아공 축구팀 올랜도 파이어리츠orlando Pirates의 경기 중 벌어진 유명한사건이 있다. 스타디움 안에 들어온 고양이가 관중들 사이를 쏘다니다가 경기 중간에축구장 안으로 뛰어든 것이다. 고양이를 본 경비원은, 흑인이라면 지극히 합리적으로취할 만한 행동에 나섰다. 그는 생각했다. "저 고양이는 마녀야." 그는 고양이를 잡아서- 생방송되는 가운데 - 걷어차고 쿵쿵 밟고 딱딱한 가죽 채찍으로 때려 죽였다.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 걸쳐 톱뉴스로 다뤄졌다. 백인들은 이성을 잃었다. 오 이럴수가, 저건 미친 짓이야. 경비원은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고 동물 학대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감옥에서 몇 달을 보내지 않기 위해 그는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했다. 내게 아이러니했던 점은, 백인들은 다른 백인에게 흑인이 맞는 영상을 그토록 오랫동안 봤으면서도 백인이 고양이를 걷어차는 이 영상 하나 때문에 왜 그토록 광분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흑인들은 단지 어리둥절해했다. 그들에게는 경비원이 취한 행동에 어떤 문제점도없어 보였다. 그들은 생각했다. "분명히 저 고양이는 마녀였어. 대체 고양이가 어떻게축구 경기장에 들어오는 법을 알 수 있겠어? 누군가가 저 팀에 저주를 내리려고 보낸걸 거야. 저 남자는 고양이를 죽여야만 했어. 그는 선수들을 보호한 거라고."
남아공에서 흑인들은 개를 키운다.
- P141



사람들은 어떤 것이 '안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안다. 그러나 그 안된다는 것이 허용되는 대상은 다르다. 아파르트헤이트는 흑백 인종을 분리해 거주하게 하고 흑인과 유색인종을 차별한다. 백인과 '다른' 대우를 받고 온갖 폭력속에 흑인을 위치시켰을지언정, 그러나 고양이에 대한 학대는 끔찍하며 신고해야 하는 미친짓이다. 왜 어떤 대상은 불에 태워 죽여도, 채찍으로 때려도, 강간해도 되고 어떤 대상은 그러면 안되는걸까? 그 대상을 정하는 것은 누구일까. 여기에서 잘못된 것을 느끼지 못하는걸까.


나는 오늘 저 부분-흑인은 때려도 돼, 그렇지만 고양이는 안돼-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포르노를 떠올렸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섹스(포르노)라는 이름으로 가능해지는 부분에 대해서.




텔레비전에서 예컨대 흑인이나 유대인을 계속해서 인종차별적, 혹은 반유대주의적으로 그리는 드라마나 시트콤이 쏟아져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백인 남자가 이들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얼굴을 가격하고, 목을 조르며 그들의 입에 이물질을 집어넣는다면 어떨까? 추측건대 격한 항의에 부딪힐 것이고, 그러한 이미지는 단지 판타지라는 이유로 옹호받지 못할 것이며 보이는 그대로 간주될 것이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가하는 가혹행위다. 포르노는 폭력에 성적인 외피를 덧씌우며 그것을 비가시화하며, 결과적으로 그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은 반폭력주의자가 아니라 반섹스주의자로 규정된다.- P195






유대인한테 그러면 안돼, 흑인에게 그러면 안돼, 그러나 여자에게는 그래도 돼, 그것은 성적 행위이고 포르노니까. 한 대상에게 안되는 것이 다른 한 대상에게 가능해지는 것. 그렇게 폭력과 학대를 비가시화 하는 것. 그것이 포르노다. 그러나 그런 포르노를 반대한다고 말하면 바로 그 순간 포르노 반대하는 사람은 성적 보수주의자가 된다. 하- 포르노를 반대하는 사람이 성적 보수자라면, 나는 성적 보수자이다.




성경 읽기는 계속 하고 있고 현재 156일을 경과했으며 느헤미야 9장까지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약으로 들어가면 네가 기대하는 신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구약에서 나는 빈번하게 혐오와 차별의 근원을 마주한다. 나는 구약을 읽으면서 비로소 처음, '질투의 하나님'을 알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이언 매큐언이 자신의 소설에서 얘기한 바 있다.





구약성서의 가혹한 철기시대 세계에서는 도덕률이 무자비했고, 질투 많은 신은 무정했으며, 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복수, 지배, 노예화, 집단학살, 강간이었다. 이 대목에서 일부 신도들은 주교가 침을 삼키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P177










오늘 읽은 <느헤미야>에서는 '계보 중에서 자기 이름을 찾지 못하였으므로 부정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잠깐 등장한다. 내 이름을 찾을 수 없다면, 내 조상을 찾을 수 없다면 나는 부정한 자인가?

<에스라>에는 이방 여인과 결혼한 자들에게 이방 여인과 그들의 소생을 내쫓게 한다. 누가누가 이방 여인과 결혼했나 목록을 작성하고 그리고 그 여인들은 결혼해서 살다가 내쫓긴다.



성경을 읽기 전에 나는 신을 완전한 존재라 생각했다. 완전하고 선한 존재. 여기서 선하다는 것은 나의 주관적인 기준이겠지만, 어쨌든 내가 기대한 신은 이런 신이 아니었다. 자신을 따르는 자들만 내버려두고 다 죽여버리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어떤 인간의 잘못에 그 자식들까지 그 죗값을 행하게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구약 성경을 읽으면서 나는 막연하게 신이란 존재에 대해 기대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신이 완전하고 선한 존재라고 누가 그래? 그저 내가 기대했을 뿐이다. 신은, 자기를 잘 따르는 자들만 챙겼을 뿐이다. 나만 봐주길 원하고 내 말만 듣기를 원하는 존재였다. 모든 인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나 그런 신이 인간과 다른게 있다면, 인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질투 많은 신은 무정했다.






아빠는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우리가 전쟁에서 지고 있고, 예수님이 살인하지 말라고 하셨는데도, 다른 독일 남자들처럼 아빠 역시 가능한 한 많은 러시아인을 죽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혹시 예수님이 아니고 모세가 한 말인가? 할아버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그저 죽이든지 죽든지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식전 기도를 할 때면 아빠와 로타르 오빠를 적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하시는데, 그럴 때 러시아 사람들이 자기들의 아빠나 오빠를 보호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들이 말하는 적은 바로 우리일거고, 목사님이 교회에서 히틀러를 위해 기도하자고 하실 때, 러시아 교회에서도 사람들이 자기들의 지도자를 위해 기도할 텐데, 그럴 때 나는 가엾은 하나님이 구름 속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모든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려 하지만 불행히도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P.283)






그리고 트레버 노아가 종교에 대해 말한다. 일요일이면 세 군데의 교회를 다녔던 트레버 노아.




우리 가족 모두는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수님만 믿었던 엄마와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조상의 혼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 온 할머니는 코사족의 전통적 신념과 기독교 신앙간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나는 왜 그토록 많은 흑인들이 자신들의 토착 신앙을 포기하면서 기독교를 믿게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교회에 나가면 나갈수록, 교회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질수록, 기독교의 작동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늑대에게 기도를 하면, 그건 야만적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조상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건 원시적이다. 하지만 백인이 물을 포도주로 바꿨다는 사람에게 기도를 하면, 흠, 그건 상식적인 행동이 된다. -p.16






넷플릭스에서 영화 《마이 크리스마스 인》을 보았다. 크리스마스 여관..쯤이 되려나.


주인공인 '제니퍼'는 광고기획사의 잘나가는 임원이었고 곧 승진을 앞두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알래스카주 체스트넛힐의 변호사가 연락해온다. 네 고모 할머니가 너에게 유산으로 여관을 남겼는데 이걸 처리하려면 빨리 와야 돼, 하고. 그녀는 그동안 일하면서 휴가 한 번 쓴 적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슝- 날아가서 그 여관을 팔려고 한다. 그러다가 그 작은 마을, 동네 사람들 모두가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서로 누가 누구인지 잘 알고 친한 마을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남주랑 사랑에 빠지게 된다. 또한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이 여관을 맡아 인수하기로 한다. 이 마을에 광고나 홍보를 해주는 사람은 없으니 자기가 여관을 운영하면서 그 일을 투 잡으로 할 거라고.


작은 마을에서 자신의 행복과 여유를 찾으며 살아가는 일은 무척 낭만적이고 그것이 자기가 찾은 진정한 행복이라는 데에야 누가 뭐랄 수 있겠냐마는, 영화는 어마어마한 백래시를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째서 영화에 능력있고 냉정한 커리어우먼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그러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 찾아 거대한 커리어 포기해버리는 것인가. 백래시의 대표는 '여성들이여 집으로 돌아가라, 그곳이 네가 있을 곳이다'가 아닌가. 도대체 왜, 어째서, 크리스마스도 포기하고 좋아하는 할머니 만나는 것도 포기하고 일의 그 자리에 올랐으면서, 임원이 되었으면서, 그러면서 어째서 왜, 그 커리어를 포기하는가.


물론 포기는 자신의 선택이고 또 그 결과도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며, 그간 내가 내 삶을 돌아보지 못했으니 이제 돌아볼테야 하는 것도 자신의 인생이니 뭐랄 수 없지만, 하아- 거기까지 올라놓고 너무 금세 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 그렇게 임원 되어서 쭉쭉 올라가고 한자리 차지해줘야 밑에서 다른 여성들이 좋았어, 나도 임원이닷~ 하고 갈텐데.. 뭐 나라는 개인의 삶이 누군가의 귀감이 되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졸라 큰 회사의 졸라 능력있는 여성이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 찾아 소박한 마을에서 소박하게 산다니까, 그것이 개인의 선택이다 라는 생각보다 여자들은 왜 크게 될라치면 포기하는가.. 싶어지는 거다. 쓰읍- 아니, 큰 도시에서 억대 연봉 받는 커리어우먼 하면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면 안되나욤?????????????


로맨스에 백래쉬는 필연적인것인가봉가..


뭐, 이런 나도 얼른 퇴사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그래도 집은 40평대에 살고 싶다..뭐 이런 욕심은 있다. 욕심이 똥구멍까지 찬 사람 나야, 나!!



일전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보고 나오면서 친구에게 '너는 왜 나한테 명품 그림을 선물해주지 않아? 왜 그런 그림 선물해줄만큼 부자가 아닌거야?' 한적이 있다. ㅋㅋ 그래놓고 친구랑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 영화 크리스마스 인 보자니, 아아 나에겐 왜 부자친척이 없는가..하는 생각이 들어버려 괴롭다. 나한테 줄 여관을 갖고 있는 친척은 커녕, 다들 자기 살 공간 마련하기도 빡센 친척들만 있어버려. 게다가 그 친척들과 내가 딱히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라서, 설사 체스트넛힐 분위기 좋고 한적한 곳에 여관 갖고 있어도 그것이 나에게 오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 소설 《늦여름》내가 1권 읽다 빡쳐서 2권 안읽는 것이, 주인공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만 가지고도 재산을 늘려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여행다니고 공부하고 그래. 세상 팔자 편해버려.. 나에겐 유산을 주는 할아버지도 없고 상처만 남겼는데.. 인생은 뭘까? 나도 누가 체스트넛힐에 여관을 유산으로 남겨주면 휙- 팔러 날아갔다가 거기에 자리잡고 여관 운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예전에 독서공감이었나 잘지내나요에 썼는데, 호텔 운영하는 게 나의 로망이었다, 그 말이다. 그 뭣이냐, 시 <새들의 북호텔> 가져다가 그런 글을 썼었지. 크. 명작이었는데. 명품 페이퍼였다. 여튼, 그 글의 줄거리(그러니까 내가 쓴 글이다)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호텔을 운영하다가 여행중인 '그'가 우연히 그 호텔에 머무르게 되고, 나는 거기에서 그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뭐 그런거 상상하고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그런 우연하고 기막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현실에서 펼쳐지려면 나는 호텔을 운영해야 하고 내가 호텔을 운영하려면 누가 나한테 호텔을 그냥 주지 않는 이상 불가한게 아닌가. 부자 친척 없는 나란 사람....회사나 열심히 다녀야겠다.




아무튼 어제 친구가 '우리가 다함께 만난지 1년이네' 라는 말을 톡으로 하는 바람에 나는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생각나 단톡방에 올려버렸고, 그런데 그 노래 오랜만에 듣다보니 '윤건'의 <설마>가 왜 생각나는거죠. 오만년만에 설마 들었고, 양재역에서 마을버스 타고 내려 사무실로 걸어오는 내내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설마를 목청껏 따라불렀다. 크-





너 없는 하루를 오래된 이별을
오늘도 너를 꺼내 살았지
안부도 못 묻고 안녕도 못 하고
우리는 모른 사람 된 거야
온통 난 너인데 평소 내 차림
니가 사준 옷 사진도 반지 까지도
버리지 못했어 무엇 하나도
이런 날 알까 니가 걱정 돼
내가 돌아간다면 너는 받아 주겠니
모질지 못해 모르는 체 못하고
설마 나를 잊었니 설마 나를 지웠니
나의 사랑은 멈춰 있어 니 곁에서..
너를 준 이 세상 이별도 주었지
착한 일 한적 없는 나여서
지울 수 없었던 사랑이었나 봐
지금 난 너만 보고 싶은데
너 없을 내일이 너무 겁이나
버려진 추억 오늘도 가슴에 담고
너밖에 몰라서 너만 알아서
그리움 하나 놓지 못했어
내가 돌아간다면 너는 받아 주겠니
모질지 못해 모르는 체 못하고
설마 나를 잊었니 설마 나를 지웠니
나의 사랑은 멈춰 있어 니 곁에서..
설마 나를 잊었니 설마 나를 지웠니



온통 나인 적이 너에게도 있었지. 나는 그렇게 모진 사람은 아니야. 그러나 너는 멈춰 있는 사람이 아니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이제는 네게서 나를 찾을 수 없겠지. 분명 온통 나였던 적이 있었는데.


인생이여...



그럼 안녕. 빨빨룽.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를 만든 천재들은 자신들보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에게등을 돌리게끔 만들었다. 말 그대로, 따로 떨어뜨려apart 미워하게 hate 만든 것이다. 사람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눈 다음 서로 미워하게 만들면, 그들 모두를 아주 손쉽게 통제할 수 있다. - P12

아메리카 원주민이 늑대에게 기도를 하면, 그건 야만적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이 조상에게 기도를 올리면, 그건 원시적이다. 하지만 백인이 물을 포도주로 바꿨다는 사람에게 기도를 하면, 흠, 그건상식적인 행동이 된다. - P16

이렇게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가 내게 엄중한태도로 경고했다.
"넌 이게 네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나 하니? 지금 뭘 포기하고 있는 줄 이해가 돼? 이것 때문에 앞으로 네 인생에 주어질 기회가 달라질 거야."
"운에 한번 맡겨 보죠 뭐."
나는 흑인 아이들이 있는 B반으로 옮겼다. 내가 모르는 아이들과함께 전진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과 후퇴하는 쪽을 택했다. - P94

나는 내 인생에서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도, 내가 내린 그 어떤 선택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지 않았던 일, 내가 내리지 않았던 선택, 말하지 않았던 말에 대한 후회에종종 사로잡히곤 한다. 우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하지만 다름 아닌 후회야말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다. 실패는 ‘답‘이다. 거절도 ‘답‘이다. 하지만 후회는 결코 답할 수 없는 영원한 ‘질문‘에불과하다. "만약에 그랬다면....."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에 이렇게 했다.
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 답을 당신은 절대, 절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후회는 남은평생 동안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 P209

"맞아, 자히라도 너무 슬퍼했어. 너한테 푹 빠져 있었거든. 네가데이트 신청하기를 내내 기다렸지. 아, 나 수업 들어가야 해! 안녕!"
충격을 받아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두고 요한나는 뛰어가 버렸다.
그녀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내게 들이부었다. 첫째, 자히라가떠났고, 둘째, 미국으로 가 버렸고, 마지막으로 내내 나를 좋아했다. 마치 세 번 연속으로, 갈수록 더욱 거세게 덮쳐 오는 파도에 가슴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학교 안뜰에서, 또 전화로 그녀와 얘기했던 그 모든시간들을 마음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나는 언제든 말할 수도 있었다.
"자히라, 나는 네가 좋아. 내 여자 친구가 되어 줄래?" 이 말을 꺼낼 용기만 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이제 그녀는 떠나 버렸다. - P218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기 행각을 벌였던 지난 2년간 나는 한 번도 이게 범죄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건 그냥 사람들이 찾아낸 물건일 뿐이야. 백인들은 보험에 들어 있어.‘ 어떻게든 편한 대로 합리화했다. 사회에서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이유는 그로 인해상대방이 받을 영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것이 후드가 건설된 이유의 전부였다. 아파르트헤이트의 희생양들을눈으로부터도 마음으로부터도 격리해 버리는 것. - P324

만약 백인들이 흑인들을 사람이라고 여겼다면, 노예 제도가 잘못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타인에게 저지른 짓의 결과를 보지 못하는 세계에살고 있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만약 투자 은행가가자신이 삶을 망친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사람들을 파산까지 내몰기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볼 수 있고 타인과 공감할 수 있다면, 애초에 범죄란 저지를가치가 없는 일일 것이다.우리에게는 돈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나는 절대 그 카메라를 팔지 않았다. 마치 나쁜 업보를 쌓는 듯 너무나 죄스러웠다. - P324

아벨이 경찰관에게 다가가니 경찰서는 갑자기 소년 악동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들처럼 굴었다.
"어이, 여봐요들." 아벨이 말했다. "무슨 일인지 다 알잖아요. 여자들이란 말이죠. 내가 잠시 화를 좀 냈어요. 그게 전부요."
"괜찮아요. 우리도 알지. 다 그런 거요. 걱정 말아요."
나는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아직 아홉 살이었던나는 그래도 경찰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경찰을 부르고, 그러면 사이렌을 왱왱 울리며 경찰이 와서 구해 주는거라고, 하지만 나는 거기 서서, 경찰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사실에 깜짝 놀라 겁에 질려 있는 엄마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경찰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경찰이기 이전에 남자였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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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1 10: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소박하게 40평대 집을 꿈꾸는 다 부장님 ㅋㅋ
다 부장님 근데 왜 본문에서 <잘 지내나요>랑 <독서공감>에는 책 표시 를 안 했어요? 그렇게 명품 페이퍼를 쓰셔놓고는 ㅋㅋㅋㅋ 다 부장님은 자뻑도 막 뿜뿜하는데 참 신기해요. 그 자뻑이 전혀 눈에 안 거슬리니 ㅋㅋㅋㅋ 전 사실 자뻑 넘치는 사람 싫어하는데 다 부장님 자뻑은 거슬리지 않는 게 늘 신기합니다. 그것도 다 부장님만의 넘사벽 재주인가? ㅋㅋㅋ

휴, 암튼 저도 유산 물려줄 부자 친척은커녕 부모님도 그렇지 못해서 오늘도 일터입니다. 화이팅!

다락방 2021-06-01 11:14   좋아요 6 | URL
제가 그동안 독서공감 페이퍼 너무 써가지고 ㅋㅋ 좀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무슨 책이 독자들보다 작가 페이퍼가 더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으하하핫.

잠자냥 님이 제 자뻑을 거슬려하지 않는 것은, 아아, 아직 모르셨단 말입니까? 그것은 사랑입니다!!! 제가 아무리 자뻑을 막 뿜뿜해도 괜찮은 것, 그것은 빅 럽(big love) 인 것입니다. 트루 럽인 것입니다!! 본인의 감정이 뭔지 확실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3=3=3=3=3=3=3=3=3=3=3=3=3=3=3=3=3=3=3=3

잠자냥 2021-06-01 11:21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구나!!! 저만 몰랐던 거?!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01 11:31   좋아요 3 | URL
잠자냥 님... 바보. 잠자냥님은 바보야!!

(울면서 뛰어나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6-01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번 소름 돋았어요!! 결국 폭넓게 읽어야겠네요.친구는 제게 ˝모르는게 약이야˝ 라고 해서 저는 ˝아는 게 힘˝이라고 함요ㅋㅋ

다락방 2021-06-01 11:15   좋아요 2 | URL
아니, 이 페이퍼 어디에서 소름소름소름소름 했을까요? ㅋㅋㅋ 소름이 네 번씩이나!

미미님, 많이 알아갑시다. 계속해서 알도록 노력합시다. 계속 계속 알아야만 내가 무얼 모르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알지 못한다면 내가 무얼 모르는지도 인지하지 못하니까요. 화이팅!!

잠자냥 2021-06-01 11:22   좋아요 3 | URL
미미 님 오늘 좀 춥죠? 이불 덮으시면 소름 가라앉아요. ㅋㅋㅋ

미미 2021-06-01 11:2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온뒤라 추웠나봐욤ㅋㅋ

다락방 2021-06-01 11:32   좋아요 3 | URL
아니 이분들이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6-01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노랜드에서 인용하신 내용 좋아요!! 저책 좋은가요? 읽기 많이 괴로운가요?

다락방 2021-06-01 15:21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 읽기에 괴롭긴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반드시, 꼭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저자는 30년간 포르노를 연구하고 이 책을 썼습니다. 강력추천합니다!

독서괭 2021-06-01 14:1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꼭 읽어볼게요!!

붕붕툐툐 2021-06-0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사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말은 현재는 화려하다는 숨은 뜻이?? 역시 다부장님 책 사는 것만 봐도 알아봤어야 했어~ 지금 100평대에 살기에 퇴사 후엔 소박하게 40평 살고 싶으신.. 위대하신 다락방님!!

다락방 2021-06-02 11:4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백평대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백평대는 살면서 본 적도 없네요. 주변에 재벌이 80평대에 살긴 하지만, 어느 아파트인줄은 알아도 실제 들어가서 본 적은 없어요. 우왕 백 평.. 아아, 여자로 태어나서 백평에 한 번 살아봐야 할텐데.... 그렇지만 소박하게 40 평으로 욕심을 줄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6-02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고작 40평 이렇게까지 소박한 사람인데….
현실에서 이 소박함을 내 힘으로 이루려면 승진 미친 듯이 하고도 재테크도 하면서 암튼 빡세야함… 노후에 나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랑 잘때 불꺼줄 사람도 고용해야해서 (?).. 아니면 자동으로 되는 집을 사던가요..? ㅋㅋ
그러니 일하자 일~ 다락방님 돈벌어와!! 촤락!!

다락방 2021-06-02 11:48   좋아요 2 | URL
돈 벌어야 돼 진짜. 돈 벌어야 소박하게 40평대 아파트 살 수 있는데, 그런데 내가 아무리 돈을 벌고 벌고 또 벌어도 사실 40평대는 무리일 것 같아요. 한 푼도 안쓰고 모아도 내 연봉으론... 안돼. ㅠㅠ
그렇지만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사람일 모르는 거니까 내가 40평대 아파트 똭- 들어가서 커다란 식탁 똭- 놓고 쟝님 초대할 수도 있다. 똭 기다리고 있어요!!

공쟝쟝 2021-06-02 12:55   좋아요 1 | URL
기다려 나 그 옆집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 그 옆단지 살꺼야. 딱기다려. 노후에 아프면 서로 살아있나 물어봐주고 연락 안되면 벨 눌러주고 그러자?

다락방 2021-06-02 13:06   좋아요 2 | URL
그래그래 그러자 그러자. <다시, 올리브> 에 그런 이야기 나와요. 이제 나이 많은 올리브가 이저벨이랑 서로 매일 찾아가요. 그러자, 우리도 그렇게 서로 챙기면서 살자.

공쟝쟝 2021-06-03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를 만나고… 40평대의 아파트 꿈을 꿀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적의 다행이다 버전으로 읽을 것)
정말 소박함의 크기가 다르셔서, 저도 소박한 꿈을 꾸게 되었나이다. 나의 귀인.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이자 옆 단지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