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나쓰메 소세키'였다. 더 정확하게는 '아, 나는 나쓰메 소세키를 제대로 읽지 못했구나' 하는 것. 나는 소세키의 책을 두 권 읽었는데, 그 나름대로 좋았지만 강상중이 이 책에서 언급했던것처럼 그게 대단하다거나 선견지명이 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직 읽지 않은 소세키의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겠는데, 아마 그 전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강상중의 덕이다. 특히 소세키의 작품들 중 『히간 지날때 까지』, 『행인』을.














얼마전에 『피로사회』를 읽다가 뭔말인지 모르겠어서 읽기를 그만뒀다. 이 책도 내게 술술 읽히지는 않았는데, 나라는 인간은 아무래도 이런 책 보다는 소설을 읽으면서 더 많은걸 느끼고 생각하고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 보다는 나는 그 사람이 되서 간접경험을 상상하는 쪽이 더 잘 맞는달까. 모두가 좋다고 말한다해서 나한테까지 좋은건 아니라는건 만고불변의 진리로구나. 어쨌든 인상깊었던 구절을 옮겨오자면 다음과 같다.



프랑클은 설령 그것이 환자가 그냥 믿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게 했습니다. 즉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처럼 미리 해석의 기준을 준비하고 그것을 통해 환자가 호소하는 이야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자신 안에 있는 것을 통째로 표출시키고 그 의식의 변화를 그대로 기술해 나갔던 것입니다. 그때 그들이 말하는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상관없었습니다. 그런 방법을 취한 것은, 고민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의 변화' 에서 큰 의미를 찾고 있고 거기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57)



최근에 누군가 대화를 하다가 '옳은' 생각과 '나의' 생각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위의 문장은 그 때를 떠올리게 했다. 세상에 '옳은'게 있다면 그건 누가 정한걸까. 옳은게 있는게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있는게 아닐까. 



과거의 축적만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이에 비해 미래라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로 상태입니다. 미래는 어디까지나 아직 없는 것이고 무無일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과거는 신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인생' 이란 '내 과거' 이니, '나는 과거로소이다'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므로 과거를 중요시하는 것은 인생을 중요시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역으로 '가능성'이라든가 '꿈'이라는 말만 연발하며 미래만 보려고 하는 것은 인생에 무책임한, 또는 그저 불안을 뒤로 미루기만 할 뿐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pp.168-169)


위 문장을 읽으면서는 막 고마워졌다. 나 역시 미래보다 과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미래란 올지 안올지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이고, 불확실하다. 그러나 과거는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을 잊고싶다고 한들, 설령 잊었다한들, 지금의 나는 그 과거로부터 형성된 인간이니까. 과거란 언제나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엘리자베스 게이지' 소설속의 말도 떠오르고, '데이빈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도 생각난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것도 결과적으로는 나의 과거이다. 그리고 미래에 이르러 과거가 될 지금 현재이고. 




조카가 어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른 자라서 같이 책을 읽고 싶다. 내가 권하는 책을 읽기도 하고, 조카가 내게 책을 권해주기도 했으면 좋겠다. 나는 조카가 자라면 나쓰메 소세키를 같이 읽자고 해야겠다. 물론 그 전에 권해줄 책이 엄청나게 많지만. 조카가 코맥 매카시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줌파 라히리를, 다니엘 글라타우어를 좋아하게될까? 만약 그렇게된다면, 그건 과연 언제쯤일까?




7월 중순이면 36개월이 되는 조카가 충치 치료를 앞두고 있다. 앞니가 썩었다는데, 신경치료까지 하게 될지 어떨지는 치료를 해 봐야 안다고 했나보다. 고작 36개월을 살고 있는 아이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을걸 생각하니 내가 다 끔찍하다. 신경치료를 하게 되면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엄마가 아이를 붙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 중에 하나를 여동생에게 선택하라고 했는가보다. 여동생은 수면마취를 선택하려다가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해보더니 절대 그럴수는 없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어쩌면 엉엉 울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앞으로 치과를 무서워할지도 모르지만 수면 마취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단다. 나는 치과에 가기전에 조카에게 니가 얘기를 많이 해주라고 했지만 막상 내가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더라. 마침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온다고 하니 잘됐다, 나는 조카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기 전,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없앴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준비했다.


















충치와 치과로 검색하니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나는 '치과에 가는 두려움'을 좀 없애줄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이 책들은 내일 배송되니 내가 먼저 한번씩 읽어보고 조카가 오면 하나씩 읽어주거나 보여줘야겠다. 아, 고 작은것이 치과 치료라니. ㅠㅠ  그나저나 이 책들은 과연 적절한 책들인걸까.



조카야, 무서워하지마. 흑흑.





꺅 >.<

정미경의 『프랑스식 세탁소』가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회식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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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3-05-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상중의 책을 요즘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참입니다. 읽게 된다면 <살아야하는 이유>를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빨책에선가? 이동진씨가 <고민하는 힘>이 대표작이라고 하셔서는 ㅋㅋ 그럼 고민하는 힘 부터 읽어야하나? 갸웃 거리고 있었는데 읽어야할 책이 너무 많이 밀려있어서 ㅋㅋㅋㅋ 올해 안에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ㅠ

회사다닐 때 '회식'은 늘 저에겐 끔찍한 무엇이었는데 ㅎㅎ 다락방님의 회식은 신나 보여서 다행이예요 ㅎㅎ
즐회식하시기를요!! 락방님 ♡ㅅ♡ㅋ

다락방 2013-05-16 09:36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려고 사둔 책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새 책은 사지말자 라고 결심하고 있는데, 이런 결심 따위, 언제나 너무나 쉽게 무너져서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회식 별로 안좋아하는데, 어제 회식은 상사들이 다들 참석을 못(안)하겠다고 해서 신났었어요. 그럼 그냥 회사돈으로 고기먹고 술마실수 있는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3-05-1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 권력있는 여자의 회식은 신나는 거구나! 수면 마취는 진짜 비추요 ㅠㅠ 회사 디자이너 동생이 어린이집 선생님인데 애기 한명이 치과 마취때문에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만약이라 해도 견딜 건 견디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우리도 다 그렇게 자랐는데요 뭐 ㅎㅎ 타미가 벌써 충치도 생기고 치과도 가고. 아. 어린이다!!

다락방 2013-05-16 09:37   좋아요 0 | URL
아, 어제 회식엔 상사가 없어서 신난거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상사란 회식에 끼지 않는게 진리!! 나는 그런 상사가 되기 전에 퇴사해야겠다요. ㅎㅎㅎㅎㅎ

네 수면마취로 아이가 죽었다는 기사를 작년인가 재작년에 본 것 같은데, 그게 처음도 아니고 간혹 일어나는 일인가 보더라고요. 확률적으로 희박하다 해도 무서워서 차마 못하겠어요. 그냥 견딜 수밖에요. 아프다고 앞으로 치과를 무서워할까봐 걱정돼요. ㅠㅠㅠ
그나저나 나의 예쁜 조카는 초콜렛을 사랑하는데 이제 어쩌면 좋아요. 엉엉.

2013-05-16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6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3-05-1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구, 타미가 충치, 요즘은 치과에서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니까 최대한 덜 아프게 잘해주지 않을까요? 그래도 신경치료란 ㅠ 정말 신경 많이 쓰이는데. 타미, 힘 내라!

다락방 2013-05-16 09:40   좋아요 0 | URL
제가 막 걱정이 되는거 있죠. ㅠㅠ 그 작은 아기가 얼마나 무서울까요. ㅠㅠ 이젠 아기가 아니라 아이지.. ㅠㅠㅠ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싶은것도 분명 제 진심이지만,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은 마음도 제 진심이에요. 치료받고 울고 하는 걸 전 못볼것 같아요. ㅠㅠㅠ 생각만해도 막 안타까워서.. ㅠㅠㅠㅠㅠ 잘 견뎌냈으면 좋겠어요.

치니 2013-05-16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졸리 얼굴 보니까 어제 졸리가 뉴욕타임즈에 쓴 기고문 생각나네요. 유방 절제술 하고 나서의 이야기인데...읽고 나니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촘 멋짐!

다락방 2013-05-16 09:43   좋아요 0 | URL
저도 엊그젠가 읽었는데, 전 '멋지다' 라기 보다는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유방을 잘라낸다는 결정을 했다니 말예요.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라고 하면 대답을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졸리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로서 유방 절제술을 받으려고 한다는 게 진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말예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단하다가 멋진건가? 암튼 뭐랄까,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에요. 네네, 강하다, 가 맞는 것 같아요.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 에미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메일 친구인 레오에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미아'를 소개시켜준다. 참 병신같기도 하지, 그 마음이 이해 안되는건 아니지만, 진짜 병신같은 짓이었다. 문제는 레오와 에미가 이메일 상으로 서로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고 있었으면서도 어쨌든 레오와 '에미 친구'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에미는 미아를 레오에게 소개시켜주고 잘됐냐고 떠보는데, 그 둘이 섹스를 했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했는지 안했는지, 그에 대한 답이 듣고 싶다. 그리고 레오는, 오, 했다고 말한다. 


이 때 에미가 무얼 느꼈던간에, 레오를 사랑하고 있던 나는 절망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절망을 느꼈다는 건, 내가 섹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에게 섹스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중요한 것이었다. 자, 그렇다면, 내가 섹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섹스가 정말 중요한 것일까? 나에게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중요한 것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한 것은 그렇게 죽을만큼 절망스런 일일까? 배신감과 좌절이 쓰나미로 몰려들어야만 하는 그런 일인걸까? 아무리 내 개인적으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한들, 그게 그렇게 밤 잠을 못이룰 정도로 영향을 미쳐야 하는걸까? 어쩌면, 정말 어쩌면, 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닌건 아닐까? 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일을 하는건 괜찮은데, 그렇다면, 왜, 섹스는 안되는걸까? 왜 다른 여자랑 밥을 먹었다는 사실보다 다른 여자랑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날까? 이런 감정이 내게 쓸모있는 감정인걸까? 만약 내가 밥 먹는것과 섹스하는 것에 그다지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나는 절망감을 덜 느끼게 되지 않을까?

















이 책속의 '저드'는 자신의 아내가 자신의 상사와 섹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주 질펀한 순간을. 게다가 이게 처음도 아니란다. 그 둘의 관계는 일 년째 지속되고 있단다. 그가 충격을 받을것은 자명한 사실. 집을 나오고 다시는 아내를 꼴도보기 싫어하는 것도 역시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 그에게 그의 엄마가 말한다.



"내 말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들이 완전히 끝나버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지."

"내 상관하고 1년 동안 그 짓을 벌인 게 없던 일이 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어요."

"저드,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물론 그 애가 바람을 피웠고 그 일로 네가 마음을 다쳤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섹스란다. 가려울 때 엉덩이를 긁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우리들은 섹스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도록 세뇌가 된 것 뿐이야. 그 결과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마는 거지. 섹스는 온 숲에 가득한 많은 나무들 중에 한 그루일 뿐이란다." (p.202)



그래, 어쩌면 섹스는 가려울 때 엉덩이를 긁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그렇게 생각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들 중에 어느정도, 그러니까 어느 일부만큼은 그 크기가 작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해도 완벽하게 아무것도 아닌게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서로 가려울 때 엉덩이 긁어주자고 너랑 나랑 연인이 된 거 아니니, 그런데 왜 다른 애랑 엉덩이를 긁어주고 난리니, 라고 해버리면, 할 말 없지 않나? 여하튼, 온 숲에 가득한 많은 나무들 중에 한 그루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지. 물론, 저드는 그런 엄마에게 이렇게 대꾸한다.



"저한텐 엄청 큰 나무처럼 보이는데요." (p.202)



하아- 젠장. 좀 크긴 크지 않나? 




이 책은 마치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식구들 모두가 저마다의 커다란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게다가 그 구성원들이 서로 살갑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다. 못잡아먹어서 안달난 사람들 같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뿔뿔이 흩어졌던 식구들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모이고, 유대교의 전통에 따라 일주일간 식구들 전체가 한 집에서 조문객들을 맞는 '시바'를 하기로 한다. 그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마지막 유언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예전처럼 으르렁대고 서로의 문제 때문에 골치아파한다. 폴의 아내는 아이를 갖고 싶은데 아이를 갖지 못해서 조문기간 내내 -마침 배란기- 폴과 동침하려하고, 이마저도 뜻대로 되질 않아 시동생인 저드를 덮친다. 저는 아내 젠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상처받은 채 아버지의 장례식에 왔는데, 그의 아내는 그를 찾아와 저드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한다. 직업도 없고 돈도 없는 필립은 자신의 심리상담사였던 열살이상 차이나는 여자를 여자친구라고 데려왔고, 그러면서도 다른 여자들을 여전히 집적댄다. 웬디 의 남편은 돈을 아주 많이 벌지만 좀처럼 웬디와 함께 있는 시간이 없다. 이들 모두가 한 집에서 일주일간 꼼짝없이 함께 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툭툭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튀어나와서 지하철에서 소리내서 웃기도 했다. 특히 이 부분.


그녀는 집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테니스 운동화를 신은 그녀는 그대로 쌈을 싸서 먹고 싶을 만큼 앙증맞다. (p.338)


ㅎㅎㅎㅎ 쌈을 싸서 먹고 싶다, 는 표현에 빵터져버리고 말았다. ㅋㅋㅋㅋㅋ


저드가 젠과 별거중이란 사실을 알고 조문하러 온 친척들이 저마다 저드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싶어 안달이다. 이에 저드는 화가 나서 말한다.


"제가 그렇게 딱해들 보이시나요? 제 힘으로는 아무 여자도 못 만날것 같아요? 이 세상의 반은 여자예요. 그 많은 여인들 중 적어도 한두명 정도는 나랑 사귈 가능성이 없을까요?" (p.336)


이 말을 들은 친척들과 저드의 엄마는 당황하는데, 이런 저드에게 그의 동생 필립이 지원 사격을 해준다.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필립이 끼어들었다. "별거에 들어갔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참고로 말하자면, 어젯밤만 해도 우리 형은 섹스를 했다고요." (p.336)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드가 어젯밤에 섹스를 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말해주는 필립이 너무 웃겨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그보다 더 많은 문장들이 삶의 일상적인 면들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우리들을 무척 예뻐했다. 하지만 우리가 자라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우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완전한 세상이었던 어린 시절도 어느덧 정신을 차려 보면 온데간데없고, 삶의 속절없음에 망연자실한 채로 우리는 아버지의 무덤에 흙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p.56)



우리는 아버지를 보고,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어린 동생과 장난을 치지만, 언제가 그런 일들을 하는 마지막 순간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히 모든 일에는 마지막 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을 다 기억한다면 우리는 슬픔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p.215)



혼자만의 오랜 사색 끝에 도달하는 결론은, 모든 사람들에 대해 내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그들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p.256)



"늙지 말게나. 그게 내가 저지른 잘못이라네."

나는 그가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따라 걸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72세의 나이에도 여자들은 우리의 심장을 찢어놓을 수가 있다. 나는 아직 그런 일을 겪지 않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너무 무섭기도 하고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한다. (pp.405-406)


ㅋ ㅑ ~ 낮술을 마시고 싶어진다. 정말이지, 묘하게 안심이 되지 않는가.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던 일흔살의 올리브도 생각나고.


사실을 열거하자면 이렇다. 나는 젠 같은 여인들에게 끌리고, 젠 같은 여인들은 웨이드 같은 인간들에게 끌린다. 어느 누게에게든지 이로울 것이 없는 설정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에 트레이시 같은 여인들은 필립 같은 인간들과 사랑에 빠질 것이고, 필립 같은 남자들은 틀림없이 첼시아 같은 여인들과 놀아날 것이다. 사랑, 혹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우리의 본성을 부정하며 우리는 빙글빙글 불나방처럼 춤을 추면서 돌아간다. (p.415)



우리들을 구체적인 사실들을 들먹이면서 솔직한 감정을 숨기는 데 능하다. 아버지의 영향이 우리들 안에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은 돌아가신 후에도 우리를 어딘가 부족한 인간들로 만들고, 그런 식으로 그들은 아직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리라. (p.430)




사실 옮겨오고 싶은 부분이 더 있지만 너무 길어지니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다. 이 책 속의 저드에게는 나랑 똑같은 면이 하나 있다. 바로, 그가 공상에 잘 빠진다는 사실이다. 그는 젠과 별거중이고 외롭다. 길을 지나치다 만나는 여성들과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는데, 그의 상상이 순식간에 속절없이 진행되서 웃음이 난다. 그러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은 그의 외로움을 증명하는거니 애틋하지만, 번번이 공상에 빠지고야마는 그를 온전히 이해할 있음에서 나오는 동료의식이랄까.




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곧장 메인 주까지 차를 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도착하면 바닷가 한적한 마을을 찾아가서 조그만 집을 하나 빌리고 그렇게 새 출발을 하는거다. 메인 주의 겨울은 혹독하겠지만 지금 타고 있는 렉서스 승용차를 팔아 바퀴에 체인을 걸 수 있는 튼튼한 트럭을 사면 될 것이다. 직접 손을 써서 일하는 일자리를 얻고, 동네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한쪽 눈이 멀어 버려진 라바도르종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다 기르면서, 고기를 잡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거다. 그들은 가끔 내 출신지를 가지고 사람 좋은 농담들을 할 것이다. 어쩌면 나를 '뉴욕'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는 동부 사투리를 쓰기 시작할 것이다. 그곳엔 어쩌면 나처럼 잊고 싶은 과거로부터 도망쳐 온 여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쁘장하지만 상처 받기 쉬운 그녀와 내가 만나면 우리는 서로를 금방 알아보고 오직 버림받은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열렬한 사랑에 빠질 것이다. 우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을 광장 잔디밭에서 거행될 우리 결혼식에는 마을 사람 모두가 참석할 것이다. 동네 식당 앞에 커다란 천막을 치고 가장 저렴한 메뉴는 아니지만 비싸지도 않은 음식으로 하객들을 대접할 것이다. (p.45)



그의 이런 공상은 앞으로도 몇 번이나 더 나온다. 나는 『순수의 시대』를 읽다가 파티에 갔던 공상을 했던 내가, 『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를 읽다가 벌목꾼과 사랑에 빠지는 공상을 했던 내가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살아갈 방법을,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도망치는 방법을 나름대로 찾아내 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 공상속에 져스틴 팀버레이크가 등장하기도 하고 현빈이 등장하기도 한다. 제이슨 스태덤의 옷을 벗기기도 하지만, 뭐 어떠랴, 괜찮다. 나쁘지 않다.





어제 아빠는 나에게 '힐링'이 무슨 뜻이냐 물으셨다. 요즘 여기저기서 힐링힐링 하던데 대체 힐링이 무슨 뜻이냐고. 나는 그것은 치유하다, 구하다의 뜻이라고 말했다. 아빠 그러니까 우리가 상처를 받거나 지치거나 했을 때 각자 뭐 맛있는 걸 먹는다거나(응?), 뭐 암튼 어떤 방식으로 그게 치유가 될 때가 있잖아, 그럴 때 힐링된다고 말해. 라고. 그러자 아빠는 아, 그렇구나, 상처받은게 치유되는 걸 말하는거구나, 하셨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물으셨다.



아니, 그러면 치유된다고 하면 되지 왜 힐링이라고 쓰냐?




어? 그..글쎄? 그건 나도 잘....



그러게. 왜 다들 힐링이라고 할까? 나는 힐링거리지 말아야겠다고 불쑥, 생각했다. 그리고 뚝배기에 나오는 김치찌개도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느라 점심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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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5-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정말이지 정독해야 겠습니다.
다락방님 독서의 진수를 보여주네요.

다락방 2013-05-16 14:14   좋아요 0 | URL
아니, 뭐 정독하실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ㅎㅎ
날이 아주 좋아요. 사무실에 있기 답답합니다. 흑.

레와 2013-05-1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오징어볶음 해줘서 미친듯이 먹었어요!!!! 지금은 무척 졸려요. 흠냐흠냐..

다락방 2013-05-16 14:14   좋아요 0 | URL
난 어제의 숙취로 인해 졸려서 미치겠다요. 점심에 해장으로 라면 먹었어요. 하아- 잠만 더 잤으면 좋겠어 정말. ㅠㅠ

Mephistopheles 2013-05-1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실 앵글로섹슨 백고래가 다락방님의 취향이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는.....
(쳇 알아서 19금 상상을 하게 해주는 페이퍼를 쓰시다니..!!)

사람들은 힐링~힐링 거리면서 상처치유, 영혼의 회복을 부르짖는데...정작 자신이 타인에게 가하는
상처에 대해서는 무심하더군요..

다락방 2013-05-16 14:15   좋아요 0 | URL
제 머릿속에는 제가 감독한 야한 영화가 아주 많이 들어있습니다, 메피스토님.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5-16 15:04   좋아요 0 | URL
등급이 참 궁금하군요..

다락방 2013-05-16 15:05   좋아요 0 | URL
미성년자 관람불가란 것만 확실합니다.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5-16 16:04   좋아요 0 | URL
아니 그건 당연한 것이겠고요....
제 말은 알파벳 저 끝에 있는 그 부언가를 3번 연달아 쓰느냐 두번만 쓰느냐 한번만 쓰느냐가 관건이죠...

프레이야 2013-05-2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힐링힐링 ㅠ 무슨 상처들을 그리 많이 받았다고? 나도 이제 그말 더 안 써야겠어요. 치유란 말도요.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며 필립의 대사에서 전 문득 러스트앤본,의 알리가 떠올라요. 허접하게 사는 것 같지만 섹스는 굶주리지 않고 하죠ㅎㅎ 꼬띠아르, 최고였어요. 근데 정말 이제 뚝배기에 김치찌개를 점심에 먹기엔 더운 날씨가 되었네요. 어느새ᆢ 전 오늘 바람 솔솔 들어오는 여학생휴게실 창가에서 문우가 싸온 도시락을 먹었어요. 소박한 건강식으로ㅎㅎ

다락방 2013-05-16 14:1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웃었어요, 프레이야님. 그러게요. 알리는 섹스에 굶주리지 않고 원하는 때에 언제고 할 수 있었죠. 뭔가...제가 진 것 같은데요? 알리한테 말이죠.

전 라면에 밥 말아 먹었어요. 해장으로는 라면이 최고에요, 제겐. 오늘 사무실에 있기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평일에 술을 마시지 말자고 굳게 결심했답니다. 흑흑.

수이 2013-05-1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후배녀석과 점심을 먹고난 후 노년의 sex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내가 할머니냐? 어찌 내가 알 거 같아? 퉁명스럽게 구박을 하고 썰을 푸는데 이 녀석이 "하지만 언니, 세뇌가 됐건 아니건간에 중요한 건 중요한 거잖아-" 하길래 아이참, 세뇌된거라니까, 하고 이야기를 해줘도 결국 힐링이니까~ 라고 정리를 하던데 아무래도 녀석에게 다락방님 이 페이퍼 읽으라고 해야겠네요- 흐흐

다락방 2013-05-16 14:17   좋아요 0 | URL
일전에 노년의 삶을 다룬 [당신 참 좋아보이네요] 에서 노인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 더 많이 섹스하지 못한걸 후회한다고 답했더라고요. 저도 노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분발해야겠어요. 쿨럭.

asnever 2013-08-1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번역해 놓은 글들이지만 이렇게 타인이 채집을 해놓은 문장들로 보니 낯설기도하고 그만큼 새롭기도 하네요. 소설이 영화화 된다더니 아무 소식도 없고, 이제 잊혀진 책이 되었나 싶어 구글링을 하다가 님의 글을 발견하고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제 블로그에도 가끔 놀러 오세요...
:)

http://asnever.blog.me/
 
Lucia(심규선) - 꽃그늘 EP - 2곡의 보너스트랙(CD Only) + 스페셜 패키지
심규선 (Lucia) 노래 / 파스텔뮤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심규선의 이번 앨범에는 무려 [서문] 이 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나는 당신을 마치

4월의 상아빛 봄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낮술 한 잔 하고 싶어지는 서문이 아닌가.

 

심규선의 앨범이 나오자 그렇게 팔짝 뛰며 좋아했는데 처음 앨범의 노래들을 듣고서는 어어, 예전처럼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잖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고 나자 자꾸 심규선의 노래들이 생각나는거다. 그래서 다시 듣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뿔싸, 심규선 노래의 가사들은 이제 마치 그녀 앨범의 서문처럼, 그렇게, 가슴에 날아들어 콕콕 새겨진다. 햇빛이 유독 좋은 날, 손으로 이마 위에 그늘을 만들어도 눈이 부신것처럼, 외면하려해도,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노래들을 그녀가 불러주고 있어서, 제기랄, 같이 흐느끼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그녀의 노래중에 4번트랙 「5월의 당신은」을 볼까. 거기엔 이런 가사가 있다.

 

 

그대가 웃는 웃음소리

걸음걸이와 너의 모든 것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

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요

 

 

하아- 이런 가사들을 대체 이 뜨거운 봄날에-대체 왜 봄날이 뜨거운걸까?- 어떻게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자꾸만 기억속으로,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하지 않는가말이다. 나는 감상에 쩌는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는데, 감정이 절절절절 묻어나게 글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심규선을 듣는 요즘의 나는 누가 툭, 치기만 해도 감성을 줄줄 뿜어낼 것만 같다. 그리고, 떠올리고야 말았다.

 

 

그의 나지막한 웃음소리를,음식을 반드시 다 삼키고 말해야 하는 그의 습관을, 불쑥불쑥 내 몸에 닿던 손을, 가끔은 아이같고 가끔은 오빠같았던 말투를,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잠시동안 내 손을 꽉 쥐던 그 순간을, 차마 묻지도 못했던 질문에 먼저 대답해주던 그 순간순간들을, 나를 향해 뛰어오던 그 모습을, 책을 읽다 고개를 들었을 때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을, 그의 모든 것과 그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나를 쥐고 흔들었는지를. 당신은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았지.

그러나 우리는 왜그렇게 가까워지는게 힘들었을까. 심규선은 5번트랙 「담담하게」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그대 맘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대가 말한 온갖 작품을

가슴 속에 새기고 듣고 보고 외워도

우리의 거린 좀처럼 좁혀지질 않네요

 

 

나는 자꾸 우리 사이에 거리를 느꼈고, 같이 걸을 때 역시 선명히 떨어져 있던 두 어깨를 기억한다. 그 때 내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도. 오, 심규선은 나를 정녕 무너뜨리려고 작정했단 말인가. 게다가 이 절절한 가사들을 어찌나 잘 불러내는지. 나는 이 봄, 금세 사라질 봄, 여름같은 봄에 심규선에 푹 빠져서 헤어나올 줄을 모른다.

 

 

반복해 듣다보니 좋아서 별 넷을 줘야겠구나, 했는데, 오, 이 앨범의 모든 곡을 심규선이 작사 작곡했다는 걸 안 순간 나는 그녀에게 거의 존경심이 생기며 별 다섯을 기꺼이 받아 마땅하다 생각하게 되버리고 말았다. 노래도 잘 부르고 작사 작곡까지 하다니, 무엇보다 저런 가사들을 그녀가 써낸거라니!!! 버틸래야 버틸수가 없어, 나는 오늘 그녀의 콘서트를 예매하고 말았다. 규선씨, 내가 갈게. 당신은 예술가야!

 

 

 

 

 

 

 

 

 

 

 

 

 

 

 

 

 

처음 시디를 받았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알라딘 노트보다 약간 더 큰 사이즈. 시디장에 어떻게 꽂으라고 저런 케이스야...난 이런거 싫어. 시디 케이스가 그 안에 담겨있다면 가사집인 이 노트를 빼버리고 시디케이스만 진열할텐데, 아뿔싸, 시디는 저렇게 뒷 표지에 꽂혀있다. 힁. 어떻게 보관하라고. 그러나 이 불만도 잠시, 시디케이스(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겸 노트를 한 장씩 펼쳐보노라니, 오, 이건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위해 탄생한 앨범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목차가 나오고,

 

 

 

 

 

 

 

 

 

 

 

 

 

 

 

 

 

 

이렇게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꽃 그림이 나오기도 하고

 

 

 

 

 

 

 

 

 

 

 

 

 

 

 

한 귀퉁이에 가사가 적혀있기도 하고, 나나나나~ 하는 게 흩어져 있기도 해서

 

 

 

 

 

 

 

 

 

 

 

 

 

 

 

 

 

어디를 봐도 빈 공간이 많아서 내가 무언가를 적을 수도 있겠는거다. 심규선 노래의 가사들을 다시 한 번 써봐도 좋을테고, 전혀 다른 글들을 내 마음대로 적어도 좋을테고. 물론, 아무것도 적지 않아도 한 권의 시집 같기도 할테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이다.

 

 

 

툭, 개화開花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노래의 가사와 제목은 이렇게.

 

 

 

 

 

 

 

 

 

 

 

 

 

 

 

 

 

 

 

앨범의 노래들이 노래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지만, 이 앨범은 만족할만한 선물이 될 수도 있을것 같다. 이 앨범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도 좋을것이고-그대가 웃는 웃음소리 걸음걸이와 너의 모든 것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요(5월의 당신은 中)-, 이별 선물(그런게 있다면!)-수 많은 약속들이 하나 둘씩 햇빛에 산산이 부서져 벚꽃잎처럼 허공에 멍들고 시선 가 닿는 곳마다 터뜨려지는 저 눈부신 봄망울 입술 깨물고 길 걷게 만드는 형벌 같은 이 봄(그런 계절中)- 로도 적절할 것이다. 이별 선물이라니, 써놓고 나니 꽤 근사하네.

 

 

봄은 항상 노랑빛이거나 파랑빛, 연두빛이거나 분홍빛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봄은, 붉은빛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빛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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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3-05-1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여태껏 심규선을 남자로 생각했을까요? @@

다락방 2013-05-14 08:50   좋아요 0 | URL
음, 아마도 이름때문에? ㅎㅎ
드림아웃님 아직도 심규선을 안들어보신겁니까, 네?!

주말에는 어디에서 무슨책을 읽으셨어요?

dreamout 2013-05-15 22:29   좋아요 0 | URL
특성 없는 남자를 간간이 읽고 있어요.
주말 없이 회사를 나가고 있어요. 모레가 연휴 시작인데 또 회사 나갈 생각하니 화창한 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ㅎㅎ

다락방 2013-05-16 08:11   좋아요 0 | URL
앗 저도 특성 없는 남자 읽다가 멈춘 상태에요. 아주 조금요. 하핫;;

그런데 주말마다 회사 나가시면서 대체 어떻게 지내고 계신거에요? ㅠㅠ

2013-05-14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4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요일밤, 이메일을 받았다. 기프티북으로 이 책, [프랑스식 세탁소]가 도착했다는 거였다. 표지도 제목도 너무 예뻐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는데, 오, 메세지를 보니 무려 이 책은 '정미경'의 책인거다. 정미경의 새 책!! 그래, 정미경의 새 책이 나왔다!! 꺅 >.<

이승우를 알기전의 나는 국내에서 정미경과 한창훈을 제일 좋아했는데, 이승우를 알고난 후의 나는 이승우와 다른 국내작가들, 이라고 분류하기 시작했지만, 오, 정미경이라니. 킁킁. 게다가 내가 정미경을 좋아했다는걸 기억하고 보내주는 이 친구의 섬세함이라니. 무척 기뻤다. 정미경이다, 정미경. 아, 근데 책 너무 예쁜거 아니야?

 

 

 

 

금요일부터 2박3일간 순천에 다녀왔다. 토요일밤, 술을 마시며 호텔안에서 주말드라마를 보고있었는데,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연애를 반대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이 없는 사랑이 있을까요?

 

남자(이정진)가 사랑하는 여자(유진)는 이혼녀이고 가난한집 딸이다. 이에 부잣집 남자의 엄마는 그녀를 반대한다. 도무지 자신의 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짝이라는 것. 그리고 아들에게 '대체 니가 뭐가 부족해서' 그여자를 사귀는거냐고 말한다. 남자는 이에 자신에게도 부족한 게 있다고, 자신에게는 그녀가 필요하다고, 엄마는 나를 다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저런 대사를 읊는거다.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이 있는거, 그게 사랑인걸까? '필요한 사람' 이 사랑인걸까? 나역시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에 연애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이 사랑에 끼어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에게 그가 '필요'하다고 느끼는거, 그게..사랑인걸까?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고, 내가 그에게 필요로 하는 여자로 존재하는 거, 상대는 그런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 그건 내게 어쩐지 부조리하게 느껴지는데, 그러나 실상 세상의 모든 사랑은 불쌍하고 측은한 마음에서 시작하는걸까? 내내 생각해도 아닌것 같다 싶고 그러다가 어쩌면 그게 자신이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내 사랑에 측은한 마음은 없었으면 좋겠고, 상대가 나를 사랑할 때도 측은한 마음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 사랑의 기준에 측은한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내게는 어떤 기준이 존재하는걸까?  

 

 

 

 

일요일, 순천에서 돌아오기 위해 여수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피곤했던 나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잤고, 김포공항에서 눈을 떴다. 비행기가 멈췄고, 나는 가방 두 개를 꺼내기 위해 일어서서 짐칸의 뚜껑을 열었다. 뚜껑은 잘 열었는데 어어,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의 짐들이 내 짐보다 늦게 실려서 내가 꺼내야 할 가방이 저 안쪽에 있다. 나는 팔을 뻗어보고 까치발도 해봤지만 도무지 가방에 손이 닿질 않아..절로 헐, 소리가 나왔고 나보다 키가 작았던 친구는 앉아서 손이 안닿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하며 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당황하기 시작했다. 승무원이 지나가면 꺼내달라고 하려니 가방이 무겁고, 헐, 이건 뭘 어째야 하나, 부질없이 계속 까치발만 하고있는데, 뒤에서 이건가요? 하며 키가 큰 남자가 내가 꺼내려던 가방 한 개를 너무도 쉽게 꺼내 내게 준다. 나는 네,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들고는 그 가방의 주인인 내 친구에게 건넸다. 문제는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가방. 까치발을 하면 겨우 보이기만 하는 가방, 아놔..그렇다고 그 남자한테 저것도 꺼내달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는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나는 안될거란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까치발을 하고 그 가방에 손이 닿기를 바란다. 하아- 까치발을 백번하면 키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팔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마치 계속 노력하다보면 불쑥- 키가 자랄것처럼. 멘탈이 붕괴될 즈음, 그 남자가 다시 팔을 넣어-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더라!!- 내 가방에 손을 대며 이것도에요? 묻는다. 나는 네, 라고 답하고 그는 내게 가방을 꺼내준다. 와- 나는 고맙습니다, 라고 얼굴이 붉어져서 대답했고, 아아,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2박3일간 순천에 머무르며 등심을 먹고 소주를 마시고 와인을 마시고 맥주를 마시고 몇시간이고 걸어가며 정원박람회를 구경하고 하늘과 나무를 사진속에 담고 초록초록한 세상을 보며 감탄에 젖었지만, 그 모두가, 그 모두가 비행기안에서의 키가 큰 남자앞에서 아무것도 아닌게 되었다. 나를 가장 감동시킨 건 나보다 키가 훌쩍 큰 남자의 긴 팔, 그가 꺼내준 내 가방, (키만)작고 무력한 내 앞에 나타난 그 키 큰 남자, 이 순간을 위해 나는 2박3일간 순천에 머무르며 코피를 쏟을만큼 체력을 소모한 게 아닐까 싶어졌다. 남자는 그럴 때 아름답다. 자신이 가진 힘을 함부로 써댈때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쓸 때, 나보다 약한 사람을 약하다는 이유로 막대하는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힘으로 도와주려고 할 때. 누군가에게 더 큰 키가 있고 더 센 힘이 있다면, 그건 그걸 이용해서 키가 작고 약한 힘을 가진 사람을 굴리며 놀라고 있는게 아니다. 세상엔 자신이 가진 힘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알고 있고, 제대로 쓸 줄 아는 남자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아름다운 일이다.

 

 

 

요즘엔 내내 심규선의 노래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심규선의 노래에 대해서 할 말이 아주 많은데, 그건 나중에 따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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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5-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천 다녀오셨군요. 글을 읽는 동안 기쁨과 측은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꼈습니다.
심규선을 좋아하신다면 시와의 앨범 <시와, 커피>도 들어보시길. 저는 이 앨범을 화일로 구매했는데, 다락방 님께도 보내드리고 싶네요.
그런데, 왜 제목이 난 아직 조금 더 자야해.죠?

다락방 2013-05-13 12:45   좋아요 0 | URL
아, 졸려서요. 어제 집에 돌아오자마자 잤어야 하는데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고 책도 좀 읽고 하다보니 충분히 자지를 못해 여전히 졸려서요. 여행 다녀오면 잠을 푹 자야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요. 물론 술을마신 다음날도 그렇지만요. 하핫.

비연 2013-05-1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자신이 가진 힘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알고 있고,
제대로 쓸 줄 아는 남자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아름다운 일이다... 라는 대목이 좋아요.

그렇지 못한 남자들이 와글거리는 듯한 느낌 속에 살아서인지. 더욱더.

다락방 2013-05-13 12:45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비연님. 무식하게 힘만 가진 남자들이 너무 많죠, 세상엔.

점심은 드셨어요? 전 이제 점심 먹으러 갈 거에요. 오늘은 아름다운 일들이 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Mephistopheles 2013-05-1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가 큰) 북방 흑고래 같은 남자를 실제로 만났군요..-예지 페이퍼도 아니고 이거야 원-

다락방 2013-05-13 14:15   좋아요 0 | URL
키만 큰거지 다른면에서도 북방혹고래 같았는지는 제가, 그러니까, 알 수가 없잖아요? ( ")

=3=3=33=3=3=3=3=3==3=3=3=3=3

Mephistopheles 2013-05-13 16:47   좋아요 0 | URL
따로 만나셔서.........딸기잼을 만들어 보는 수밖엔...

다락방 2013-05-13 17:17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 날이 더워요. 저를 19금의 상상속으로 밀어넣지 마세욧!!!!!!!!!!!!!!!!!!!!!!!!!!!!!!!!!!!!!!!!!

2013-05-13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3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3-05-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이승우 작가 이전엔 정미경이였단 말이죠?
정미경씨 책중에 추천좀 해줘봐봐봐요~~

부산 태종대 가고 싶네요. 해운대에 있는 대구탕집도 생각나고.....

다락방 2013-05-13 14:26   좋아요 0 | URL
저는 [장밋빛 인생]이 참 좋았어요. 그냥 막 외우고 싶더라고요. 그 작품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참 좋았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음 별은 셋 주겠는데 정이가는? ㅎㅎㅎㅎㅎ

저는 곧 부산도 가지롱요~~ 움화화화핫

아무개 2013-05-13 15:32   좋아요 0 | URL
에잇 췟
저도 갈꺼에요 흥흥!

별 세개인데 외우고 싶다라.....더 궁금하네요^^

다락방 2013-05-13 15:35   좋아요 0 | URL
「몇 시에요?」
「여덟시」
「이제 돌아가요」
「지금은 상인의 시간, 장사치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죠」
민의 얼굴은 이제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상인의 시간을 견디며 말없이 물풀이 스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윈드 브레이크 하나로 견디기에는 분명히 싸늘한 날씨였는데 민은 춥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재킷을 벗어주자 민은 고개를 저었다.
「옷을 줄 때가 아니라 돌아갈 시간이에요. 벌써 여덟시 삼십분이네요」
어둠에 눈이 익은 민이 몸을 기울여 내 손목시계를 읽는다.
「여덟시 삼십분이라. 그건 수학자의 시간이죠」 민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
「언제 가려구요?」
「시인의 시간에요」
「그건 언젠가요?」
「알 수 없는 일이죠. 난 지금 이 순간 시인이 됐으니까」 (pp.50-51)

아무개 2013-05-13 15:41   좋아요 0 | URL

우와!!!!!!!!
외우는 거에요? @..@

우리 부산에서 봅시닷 ㅋㅋㅋ

다락방 2013-05-13 15:58   좋아요 0 | URL
아니, 제가 이런 문장을 외울 능력이 되겠습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데려온겁니다. 어디에 썼던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아이큐가 높지 않습니다, 아무개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찰자 2013-05-1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별히 주말에 쉬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월요병을 앓는(?)다는 것도 웃기지만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확실히 월요병이 있네요.

너무 무기력해서 입안이 얼얼해지게 매운 비빔냉면을 시켜 먹었지요.
그랬더니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면서 정신이 번쩍 나네요.

뭐 드셨어요? 점심?

다락방 2013-05-13 14:49   좋아요 0 | URL
저는 오징어볶음 먹었어요. 오징어를 싫어하는데 오징어볶음의 그 매콤한 양념맛이 땡겨서요. 오징어가 너무 많아서 좀 짜증스러웠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어요. 지금 배가 터진다능. 동료랑 커피도 사마셨어요. 생크림 올려진거(오늘은 너무 피곤하거든요 ㅠㅠ)로. 생크림 푹푹 퍼먹고 왔답니다.

blanca 2013-05-13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프랑스식 세탁소 책 표지 너무 아름다워요. 저 책이 궁금했어요. 다락방님 꼭 읽고 써 주세요. 권하신다면 저는 또 따라 읽겠어요. 그리고 키 큰 남자의 저 적절한 도움도 근사하네요.

다락방 2013-05-13 14:50   좋아요 0 | URL
저 책 표지 너무 예쁘죠. 제목도 짱 좋지 않아요? 너무 예뻐서 얼른 읽고 싶어요. 네, 도착하는대로 읽고 꼭 페이퍼나 리뷰나 뭐든 여튼 쓸게요. 너무 기대됩니다. 므흐흐흐흣

세상은 역시 여자와 남자가 한 데 어울려 살아야 하는것 같아요, 블랑카님. :)

프레이야 2013-05-1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려 정미경, 그녀의 신작이라니ᆢ곧바로 퐁당~ 담는 소리 들리죠? 땡스투유. 제목도 프랑스식ᆢ이라니. 게다가 표지는 저렇게나 아름답다니요. 남자는 역시 무거운 거 척척 들어주고 그럴 때 멋져요ㅎㅎㅎ

다락방 2013-05-13 17:1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프레이야님. 무려 '정미경' 인데 '프랑스식' 세탁소고 표지까지 아름다워요. 읽지 않을 수가 없지요.

네, 남자는 무거운 거 잘 들어주고 형광등 갈아주고 페트병 뚜껑 따주고 뭐 그럴 때 제일 멋진것 같아요. 하핫;;

아무개 2013-05-13 20:43   좋아요 0 | URL
또 반드시 북방흑고래여야하죠! 냐하하하하하~

다락방 2013-05-14 13:16   좋아요 0 | URL
얼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진 2013-05-13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미경의 책인데다 표지까지 예뻐! 이게 웬 횡재랍니까. 보니까 김숨의 신작 소설도 나왔던데 그것도 표지가 우아하더라구요. 일단 급히 읽어야 할 책이 쌓여있는데... 눈독들이지 말아야 겠어요. 흐

다락방 2013-05-13 19:23   좋아요 0 | URL
저도 김숨의 책을 중고책알림등록 해두고 대기하는 중입니다. 알림 오는대로 질러주겠어! 하면서요. 김숨도 눈여겨 본 작가이고, 정미경은 꽤 오랫동안 저의 패이버릿이었지요. 이승우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입니다. 하핫.

표지 죽이죠?
 

가혹한 운명

 

 

                                  다락방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순대국집

어렵게 자리를 잡고 앉으면

김치 깍두기 양파 쌈장과 함께

파릇하고 쌩쌩한 부추가 나온다

 

팔팔 끓는 순대국이 나오면

들깨가루와 다대기 후추를 넣고

쌩쌩한 부추를 하나도 남김없이

넣는다

 

 

부추는

뚝배기안에서 어느새

 

 

 

숨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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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3-05-0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전 순대국은 못 먹는데, 읽으면서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전 순대국보단 추어탕~

다락방 2013-05-09 16:3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기억의집님, 저는 추어탕을 못먹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3-05-0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로부터 부추는 오신채 가운데 정력 보강에 으뜸이라 들었습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넣어드시면 북방혹고래가 될지도 몰라요....

다락방 2013-05-09 16:5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이제, 북방혹고래..에 가까워지고 말았군요. 쿨럭.

단발머리 2013-05-1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순대국 좋아해요. 하지만, 부추는 다 넣지 않아요. 왜냐면....

왜냐면, ㅂㅂㅎㄱㄹ가 될 까봐요. ㅋㅎㅎ

다락방 2013-05-10 12:50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은 ㅂㅂㅎㄱㄹ 가 되고싶지 않으세요? 인생 한번 대차게 살아보고 싶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5-1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추살해사건으로 다락방님을 긴급 체포합니다. 다락방님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중략)

다락방 2013-05-10 12:50   좋아요 0 | URL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형벌은 가볍게 좀... ( ")

이진 2013-05-1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방혹고래들 하시는데 저는 무언지 모르는 관계로 그저 피식 웃고만 갑니다.
부추가 생생하지 않고 쌩쌩하군요. 쌩쌩한 부추 ㅋㅋㅋ
아 순대국 먹고 싶어라.

다락방 2013-05-13 11:00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fallen77/6356539

이진 2013-05-13 18:37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단박에 깨달았습니다... 돈오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05-13 19:22   좋아요 0 | URL
깨달으셨다니 다행이지뭡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3-05-1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도 오늘도 저 그렇게 순대국 먹었어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3-05-13 11:00   좋아요 0 | URL
순대국에 넣으라고 부추 주는거 너무 좋지않아요, 새벽숲길님? 순대국은 참 좋아요. 희희

프레이야 2013-05-1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대국은 못 먹지만 살신성인한 부추에게 한표요! 다락방님의 정력에도요!

다락방 2013-05-13 11: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부추의 살신성인덕에 제정력에 도움이 되긴하지만, 그 정력은 분출할 곳 없이 제 몸 속을 떠돌고 있네요. 하하하핫

달사르 2013-05-1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 흘리게 하는 시!


다락방 2013-05-13 11:01   좋아요 0 | URL
침 닦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