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대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최근 3개월간 순수 구매액은 몸무게를 줄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둘 중에 뭐가 더 어렵냐고 물으면, 굳이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하면 역시 몸무게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어쨌든 순수 구매액을 줄이기는 진짜 어렵다.


<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486,230원>


지난 토요일에 알라딘 중고샵 건대점을 찾았다가 책 세 권을 또 사버리고 말았고, 2만원 내려가면 1만5천원이 다시 높아지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러다보면 줄겠지..한다. 암튼 2014년의 목표는 순수구매금액과 몸무게 줄이기...( ")


각설하고, 관심가는 책들에 대한 얘기를, 페이퍼의 목적이었던 바대로, 해봐야겠다.





어떤것들을 어느 시점에 가르쳐야 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일전에 여동생과 조카에게 장난감을 사주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아이가 갖고 싶다는 걸 다 사주는 것은 옳은 게 아니다, 가지고 싶다고 그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는 식의 얘기였는데 그 때 내 동생과 나의 공통된 생각은 '그걸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까?' 였다. 좀 더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고 친구들을 사귀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저절로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구나' 라는 걸 깨달으며 좌절을 겪게 될텐데, 언제고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걸 굳이 미리 알려줘야 할까? 그게 더 나은걸까?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무엇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것도 그렇다. 죽음은 이별을 가져온다는 것, 그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을 언제,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너에겐 지금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와 삼촌이 있지만, 앞으로 니가 만나게 될 다른 아이들에겐 그들중 누군가가 있었다가 없어진 걸 수도 있다고, 다들 너처럼 이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라고, 언제,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잘 모르겠다면 책의 힘을 빌려보는 게 어떨까? 물론, 그조차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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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다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서정적인 글과 잔잔한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주인공 에곤은 누구의 위로도 필요 없다는 듯이 아빠의 죽음을 누구보다 담담하게 극복해 나간다. 하지만 담담해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가슴 뭉클하고, 어딘지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여느 다섯 살 아이처럼 사랑스럽기만 하다.

저자는 어린아이가 죽음을, 또 어느 날 달라진 어른들의 시선을 바라보는 솔직한 감정을 직접적이면서도 매우 감성적인 글로 담아냈다. 또한 무겁지 않은 잔잔한 그림은 시종일관 차분한 에곤의 마음을 은근하게 표현해 냈다. 죽음, 즉 ‘영원한 이별’과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커다란 슬픔을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깊은 여운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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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의 지난주 북섹션 코너에 이 책이 실렸다. 두꺼운 책이고, 제목에서 주는 느낌이 어려워서 읽고 싶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선뜻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책소개에서 말하기를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면 20매 분량인 에세이 480여 편이라고 하니, 의외로 잘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 맞다, 타부키의 책도 새로 나왔다는 얘길 얼마전에 들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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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로 추앙받는 페르난두 페소아가 쓴 <불안의 서>. 짧으면 원고지 2~3매, 길면 20매 분량인 에세이 480여 편이 실려 있다. 흔히 명예, 성공, 편리함, 소음과 번잡함 등이 인정받는 현시대에, 페소아는 그와 정반대되는 어둠, 모호함, 실패, 곤경, 침묵 등을 자신의 헤테로님 베르나르두 소아레스를 통해 노래하고 있다. 

소아레스는 포르투갈의 도시 리스본, 특히 도라도레스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그곳 사람들, 그곳 풍경, 그곳에서 촉발된 상상력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맘껏 펼쳐 보인다. 480여 편에 이르는 각각의 글들은 원칙적으로 독립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 삶과 죽음, 내면의 심리와 외부세계와 같은 근원적이고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가운데,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차분하고 섬세하고 치밀하면서도 치열하게까지 느껴지는 페소아의 글들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에 삶에서 부닥치는 전반적인 주제들을 중심으로 고뇌하는 한 작가가 추구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소설가 배수아의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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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일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은, 이 책이다.

나는 몰랐는데 소설가 이승우에 대한 표절 시비가 있었는가보다.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책, 《지상의 노래》에 대해서. 책의 소개나 리뷰, 페이퍼로 짐작하건데 아마도 이승우는 이 작가, '김주욱'의 소설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작품을 읽고 그 중에 어떤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에 써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일전에 '조경란'도 마찬가지의 과정에서 《혀》를 집필했다는 말이 나왔던이상,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탁 까놓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심정적으로, 조경란은 그랬으되 이승우는 아닐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김주욱이 어떤 소설을 썼는지 알지 못하는 채로 말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내가 이승우를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이승우의 소설을 그간 읽어왔던 바, 그가 그런 식으로 소설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상의 노래》가, 그간 읽어왔던 이승우 소설의 집합체 라고 여겨졌더랬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도 잘했고 저것도 잘했으니 그것 역시 잘했을 것이다' 라는게 단순히 추측일 뿐이지, 반드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소설 1,2,3을 잘 썼다고 해서 4까지 온전히 백프로 자신의 것일거라는 건 그를 사랑하는 독자의 믿음인 것이지, 작가는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여전히 심정적으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라고 생각하지만,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김주욱'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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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3년 3월 시사월간지 <신동아> 에 문학작품 표절 사건이 실려 문학계에 파문이 일었다. 어느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은 저명한 소설가의 수상작이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한 신예 소설가의 문제제기였다. 그동안 표절과 창작의 모호한 경계선에 파문을 던진 이 사건이 소설로 탄생했다. 이 소설의 저자는 그 사건에서 자신의 소설이 표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주욱이다. 자신의 소설 <허물>이 신춘문예 최종심에서 탈락한 후 심사위원이었던 이 모 교수의 작품 일부가 <허물> 과 흡사한 점을 발견하고 이 과정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작중 ‘나’인 우혜미에게 소설가 후배인 Q가 “소설가 G가 내 소설을 표절했다”고 알려온다. 우혜미는 Q에게 이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을 쓰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우혜미 역시 예전 베트남 작가의 소설 일부를 차용(표절?)한 기억이 있다.
표절 의혹에 휩싸인 G는 D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던 Q의 소설을 탈락시키고 그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G는 문예지에 장편소설 연재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야기의 중반에 해당하는 설정이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G는 친구 M의 작업실에 갔다가 M이 가지고 있던 D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에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 작품은 몇 해 전 신춘문예 중편소설 최종심에서 자신이 탈락시킨 Q의 소설 <허물>이 개작된 <머리카락>이었다. 
창업했던 회사가 망한 후 Q는 미용사 친구 명규의 집에 얹혀산다. 명규가 키우던 뱀과 뱀이 수놓아진 비단주머니에 머리카락을 모으던 할머니와 같은 과 긴 생머리 여학생에게 느꼈던 머리카락 페티시즘(?)과 뱀의 연관성을 느낀 Q는 이를 바탕으로 소설 <허물>을 쓴다. <허물>은 D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서 탈락한다. 어느 날 서점에서 Q는 G의 소설 <천국의 비명> 6장 “지옥불”이 자신의 소설과 매우 비슷해 G가 표절했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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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부분도 다 읽지 못했을만큼 조금 읽었지만, 이 책을 읽다가 학창시절의 국사, 세계사 과목에 대한 생각이 나 부르르 떨었다. 정치경제도 생각났다. 정치경제 과목을 18점 받았던 적도 있었는데...(100점 만점에!!) 국사 세계사는 모든 아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90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70점 대였는데...무슨 국사 세계사 암기과목이 영어나 국어보다 점수가 낮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국사와 세계사가 내게는 '암기과목' 이어야 했느냐는 거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얘기를 하다가 아주 잠깐 헨리 8세와 블러드 메리,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한 얘기가 언급되고, 그제서야 나는 그들의 구성이 손에 잡히는거다. 아 이러이러했구나, 하고. 국사랑 세계사는 암기과목이 아니구나, 이해해야 하는 과목이었어. 그리고 재미있으면 이해가 되는 거였어. 나는 교과서로 국사와 세계사가 재미있었던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는데!!!!!


암튼 아직까지는 생각했던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진 않아서 한 번 계속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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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보는 자본주의의 역사.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고전들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금융자본이 세계를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까지의 장면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땅에서 쫓겨나는 농민들을 보여주고, 모험 상인 로빈슨 크루소를 통해 자영 농민인 요맨들이 어떻게 자신의 땅을 지켜나가는지를 전한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빈민을 구제하기 세워진 구빈원이 강제 노역소가 된 현장을,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에서는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아이들의 참혹한 현실을, 해리 브레이버만의 『노동과 독점자본』에서는 과학적 노동 관리를 내세운 테일러리즘이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분리시키고 육체노동을 천하게 여기게 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 책에서 소개한 고전들을 통해 우리보다 먼저 자본주의를 경험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그들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또 자본주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만나게 된다. 아울러 위대한 작품과 뛰어난 사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자본주의에 대해 그다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데에 고전은 매우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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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선 콘서트에 갔던 얘기는 다른 페이퍼에서 하기로 하고,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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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4-08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부터,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넘치는 책과 서류들을 조금씩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아마 그 즈음입니다.
이렇게 계속 살아간다면 책을 읽을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아마 나는 평생동안 지금 내 방에 모여있는 책을 다 못읽을 거예요. 만일 어느날 갑자기 죽는다면 그 책들을 처리하는 것 또한 가족들에게 큰 부담일 것이고.
그래서 이제 책을 사지 않고 쌓여있는 책들을 줄여나갈까 해요.
그리고 앞으로는 다락방의 서평만 보기로.

다락방 2014-04-08 12:56   좋아요 0 | URL
넘치는 책과 시디 dvd 를 정리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르네요. 제 경우엔 앞으로 살아갈 날은 많다고 생각하나, 지금 당장 현실에 돈이 없어서 팔아버리고 있거든요. 서평만 본다면..놓치는 게 아주 많을 것 같은데요. Orz

아무개 2014-04-0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다락방 님 혹시 <불안의 책> 언젠가 책장에서 뙇! 하고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 <불안의 책>이 개정되어 나온게 <불안의 서>로 알고 있어요.
로쟈 님 서재에서 본거 같은데..

2.세계사나 국사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때도 이해하는 과목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벼락치기의 달인 이다보니 급하게 암기하는거 잘하는 편이라 점수가 좋게 나오긴했어도
지금에 와서 역사책들 읽어 보면 내가 이런걸 공부했어나 싶게 완전 백지상태 ㅋㅋ

3.아이들 교육은 정말 너무 어려운 문제.
언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만해도 왠지 심장이 콩닥콩닥 긴장되요...
다행히 저는 그럴일은 없겠지만요 ^^:::::

4. 아..그리고 이승우 표절시비는 저도 얼마전에 알았는데
대략 다락방 님과 같은 심정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김주욱의 소설도 읽어보려구요.


다락방 2014-04-08 12:54   좋아요 0 | URL
1. 네, 완역본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제 책장에 있던 불안의 책을 팔아버렸습니다. 읽지도 않고. -0-

2. 저는 암기를 완전 못하는 타입이거든요. 뭘 외우려고 하면 도무지 외워지질 않는, 외울 수가 없는 뇌의 소유자. -0- 그래서 암기과목은 죄다 엉망이었어요. 암기과목이 주요과목이 아니었던 것, 단위수가 낮았던 게 제겐 다행이었지요. ㅠㅠ 그렇지만 그때도 국사나 세계사를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은 분명 있었죠..

3. 저도 부모는 감히 꿈도 못 꿀것 같고요. 좋은 어른으로 사는 것 조차도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4. 사실 저는 이승우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다면, 그건 자기 자신이 아닐까 싶거든요. 위에도 썼지만 《지상의 노래》는 그간 이승우 소설의 집합체 같은 느낌이어서 말이지요. 토탈적으로 정리된 느낌이랄까. 그래서 '표절'이란 것이 믿기지가 않아요. 어쩌면 그래서 만약 표절이라면 김주욱 작가가 더 억울할 수 있을테고요. 어쨌든 마음은 이승우 쪽으로 기울어지는...킁.

2014-04-08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8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4-0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순수금액이 저 정도인거예요?
와아~ 진짜 다이어트 조금 하셔야되지만서도, 한국 출판 문화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다락방님 페이퍼를 기다리는 저를 위해서,
"줄이지 마시어요~~~~"

고르신 책 중에서는 "표절"에 눈이 가네요. @@
저도 [지상의 노래]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좋았던 작품이라서요. 정리해서 얘기해주심 안 되나요?~~~~

다락방 2014-04-09 15:0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 책값도 술값도 줄여야 합니다. 매달 재정 빵구에요.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닙니다. 흑흑.

그래도 [표절]은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우하하핫.
이승우의 소설..을 정리해서 얘기해달란 말씀이십니까, 단발머리님? 오. 그건 너무나 어려워요! ㅜㅜ

레와 2014-04-0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말이죠,










115650원

냐핫~

다락방 2014-04-09 15:02   좋아요 0 | URL
내꺼 이십만원만 가져가요. 나도 십 만원대로 내리고 싶어.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oonnight 2014-04-0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카의 장난감들을 사면서 그런 갈등을 겪었었지요. 애 버릇 나빠지게 만든다고 부모님께 혼나기도 하구요. 그런데 제 생각은, 어차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사 줄 수도 없을 뿐더러 가지고 싶다고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텐데 그 결핍을 벌써부터 주입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원하는 걸 갖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긴 한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가 하는 문제는 참.. 어려워요. ㅠ_ㅠ;;;

최근, 책 사는 걸 좀 줄였어요. 집에 책들이 넘쳐나는 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정리를 하고 중고서점에 팔고 해도 나가는 책들보다 들어오는 책들이 더 많으니 -_-;;;;;;;;;;;;;;;;;;;

다락방 2014-04-09 15:03   좋아요 0 | URL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알려줘야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저절로 알게 될텐데 벌써부터 그래야해? 라는 생각도 들고
조카가 누구 한 명쯤은 '이사람한테 사달라고 하면 다 사줘, 내 말은 다 들어줘' 하는 사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ㅠㅠ
지난번에 여동생에게 뭔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는데 여동생이 안된다고 했더니 '이모한테 사달랠거야!' 했다더라고요. 그 말이 저는 어찌나 좋던지요. 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oonnight 2014-04-09 23:19   좋아요 0 | URL
격한 공감 ㅠ_ㅠ;;; 저도 조카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이 험한 세상에 한 사람쯤은 뭐든 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물론 뭐든 다 들어줄 능력은 없..ㅠ_ㅠ;;;;;;;) 제 오빠는 그걸로 또 뭐라 하긴 하지만(애가 부모한테는 비밀로 하고 너한테 가서 귓속말로 부탁한다고 -_-;;;;) 조카가 사슴 눈을 하고 "고모, 이거 사 주면 안 돼? "라고 물을 때는 저는 한여름 땡볕의 아이스크림이 되고 만다는. ㅠ_ㅠ;;;;;;;;;;;;;;;;;;;;;

다락방 2014-04-10 09:23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돈을 벌어서 제가 사랑하는 조카에게 무언가 사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쁩니다. 그래서 계속 돈을 벌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4-04-10 20:1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도 이런 고모와 이런 이모를 필요로한다는 소식입니다.
갑자기 슬퍼지네......요. 앙앙............. T.T

다락방 2014-04-11 10:23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흐흐흐흐 단발머리님과 저는 알라딘에서 만날 운명이었던 겁니다. 이모나 고모가 아니라 말이지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카이츠
아누락 바수 감독, 리틱 로샨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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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으니 행복이 충만하고 그러나 그 시간은 얼마나 짧은가. 사랑은 이토록이나 무모한 것. 노련하지 못한 작가가 의욕만 충만한 채 써낸 감정 과잉의 로맨스 소설 같다. 차들은 부딪치기만 하면 죄다 폭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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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0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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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7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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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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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1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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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1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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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7 1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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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4-0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크레이그의 플래시백
베일리 월시 감독, 올리비아 윌리엄스 외 출연 / 익스트림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어릴 때는 행동하고 전진하는 게 용감한 거라 믿었어. 지금은 달라. 진정 용감한 건 버티는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일곱번째 남자>가 내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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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4-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나 2014-04-0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구나. 버티는 거.

다락방 2014-04-07 17:05   좋아요 0 | URL
응, 버티는 거.
 
테이킹 우드스탁
이안 감독, 디미트리 마틴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조용한 마을이 우드스탁으로 인해 시끌벅적해졌고,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으며, 엘리엇은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내 정체성을 알기 위해선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축제로 가는길, 축제가 끝난후.. 정체된 도로에 서 있을 생각을 하니 끔찍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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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4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4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상처의 최대치-이런말이 존재한다면-는 얼마만큼일까. 우리 모두는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아닌 타인의 상처는 간혹 작고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다. 왜 그정도도 극복을 못해, 왜 그걸 상처라고 말해?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누가봐도 상처가 어마어마하겠다, 라고 안타까워하게 되는 상처라면, 대체 그 상처는 어떤 크기,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절대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보아도 그 상처의 크기 앞에 할 말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일이 누구에게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지만, 누군가 그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이 이 책의 주인공 '그레이브스'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열두살의 나이에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누나랑 서로 의지하며 사이좋게 살아가다가, 그의 나이 고작 열셋에 눈 앞에서 누나가 고문당하며 살해당하는 장면을 지켜보게 된 소년. 결국 자신이 이르게 될 종착점은 자살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그의 쌓이는 시간들. 피흘리고 멍들고 애원하는 누나의 눈빛을 그대로 보며 누나를 지켜낼 수 없었던, 범인을 보았지만 범인의 이름조차 입밖에 낼 수 없었던,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로 혼자가 된 소년. 그런 상처가, 과연, 어른이 된다고 해서 극복될 수 있을까? '상처'라는 말을 과연 이 경우에 써도 되는 말인가. 아니, 이건 상처보다 더 큰 무엇이 아닐까.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레이브스는 수시로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들기 때문에. 혼자일 때도, 혼자이면서 누군가를 보고 있을때도, 누군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때도, 그는 수시로 어린 소년이 되어 누나가 고문당하는 그 현장에 놓인다. 그때 누나를 때리고 집어 던지고 죽이던 그 범인, 그의 앞에 그가 있다. 수시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상황 때문에, 바짝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헷갈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이미 나는 그레이브스가 되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의 과거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지나치게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애써 그가 이끄는 과거로 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어느틈에 현재에서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고 과거 속에서 누나를 보고 있다. 현재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고 과거 속에서 살인범의 목소리를 듣는다. 게다가 틈틈이, 그레이브스가 써내는 소설속의 등장인물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게 수시로 빈번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대인관계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지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그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을 꿈꿀 수가 없다. 아니, 그건 그가 바라는 바도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면 보호해줘야 할 누군가가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혼자라면,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아도 된다. 결국은 자살을 할거라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끝내야 할거라고 생각하는,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그가, 여전히 혼자 사는 이유이다.



"선생님에 대해 조사를 좀 했어요. 올해 마흔다섯이더군요. 슬로백과 똑같아요. 결혼한 적도, 아이도 없죠."

그럴 일은 영원히 없을 겁니다. 그레이브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도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두려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도 벌어질 리 없다. (p.44)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와 침대를, 화장실을, 부엌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면,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불꺼진 집에 돌아가 내 손으로 불을 켜고 내 손으로 보일러를 돌리고, 내 손으로 침대의 시트를 갈아치우는 일들이 간혹 외로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더 자유롭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홀로 살아간다는 것'이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런 삶이라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레이브스 조차 도시로 거처를 옮겨 다른이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니까. 내가 비명을 지르면 옆에서 누군가 들어줄 수 있는 그런 곳. 내 공간에 내가 비록 혼자일지언정, 문을 열고 나가면 얼마든지 다른 누군가를 볼 수 있는 그런 삶을 그가 원하니까. 나 역시 빈번하게 혼자 사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말해오지만, 그 혼자의 의미가'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이 없는', 그런 혼자를 말한 게 아니다. 내 침대는 내가 혼자 쓰고, 내 집의 문은 언제나 내가 열고 들어가야할지언정, 까페에 가면 주문을 받아주는 누군가가 있기를, 마트로 가는 길에 누군가와는 아는 척을 할 수 있기를, 가끔은 식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기를 원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24시간 365일 그 모두를 오롯이 혼자이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타인과 함께 존재하는, 그런 혼자를 원했던 것이다.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들을 수 없는 한적한 곳에서 사는 일만큼은, 그레이브스도 피하고 싶었다. 그와 누나가 고통을 당하는 그 긴긴 시간동안 아무도 들러주지 않았던 그 한적한 집, 그는 그런 곳을 원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일상의 소리, 그에겐 그게 필요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그의 과거로 몰두하는 그 수많은 시간으로부터 그를 현재로 끌어올려줄 누군가도. 



그러나 그는 그런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에서, '올랜도 블룸'이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하려는 그 순간, 그 순간에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했던 생각을 똑같이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속에서 그가 자살하려던 그때, 식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자살을 진행할까 전화를 받을까 망설이다 전화를 받고, 전화통화를 한 이후에는 수습할 문제가 생겨버리기 때문에 자살을 중단한다. 그때. 그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 이 세상의 누군가가, 그러니까 단 한명이라도, 간절한 마음으로 나를 생각하고 원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떤식으로든 위기에 처한 나를 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위기의 상황에 놓인지도 알지 못하는채로, 그렇게 나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인간에겐 누구나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물론 삶과 죽음은 운명일 수도 있고, 사실 나는 그건 대부분 운명의 소관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은 내가 조금만 생각하고 조금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갈 수도 있는거니까. 물론 그 틀어짐 자체도 운명이라고 하면 더이상 할 말은 없겠지만, 우리 모두에겐, 개개인에겐, 어떤 식으로든 나를 위기에서 구해줄, 수렁속에서 건져줄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그레이브스가 '엘리너'를 알게 되고 만나게 된 것이 무척이나 고맙고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엘리너는 알았을까? 자신이 그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있는 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엘리너는 계단을 올라오는 그를 보고도 놀라는 기색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충망 문을 열어주었다.

"점심때 기다렸어요. 저녁때도 그렇고요."

가벼운 말투였지만 이어지는 질문은 그다지 우습지 않았다.

"굶어 죽으려는 거예요, 폴?"

그레이브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빴어요. 그래서 그런 겁니다." (p.247)



굶어 죽으려는 거예요, 폴? 하는 엘리너의 말때문에, 나는 왈칵 울음을 쏟아내고 싶었다. 그녀가 고마워서. 그녀의 그 말에 담긴 걱정과 안타까움이 어떤건지 알 것만 같아서. 그레이브스의 외로움과 고독이 수시로 나를 후려갈기고 있는데, 이렇게 엘리너가 따뜻한 마음을 전해준다. 엘리너는 그레이브스가 쓴 소설을 읽으며 그를 파악하고, 그가 과거로 갈 때마다 대체 어디를 가는거냐고 물을 정도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그레이브스에겐 이런 경험이 처음이지만, 이것이 싫지 않다. 그녀와 헤어지는 날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엘리너가 그렇게 계속, 그가 도망쳐도 그의 옆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레이브스에게 그녀는 정말 필요한 존재이니까. 이 아픈 남자에게 그녀는 구원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러면서 문득 나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나였다면, 그레이브스의 옆에 있으려고 했을까?



답은 쉽게 나왔다. '아니오' 였다. 나는 그레이브스의 옆에 있기를 선택하는 그런 여자가 될 수는 없었다. 나는 고통과 상처, 그것이 아주 깊어 영혼이 지쳐버린 남자를 감당할 수 없었을 테니까. 나는 그를 외면한 채 다른 길로 갔을 것이다. 그레이브스에게 엘리너의 존재가 구원같다 여기면서, 나는 내가 그의 구원의 존재는 되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란 사람은 이토록이나 이기적이구나.




어릴때의 내가 자라 지금의 내가 된 것. 이건 유전적 요인이 더 큰지 혹은 환경적 요인이 더 큰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것인것 같다가 저것인것 같다가 그 둘이 사이좋게 조화를 이룬것 같다가, 뭐라 딱히 답을 내릴 수가 없다. 그러나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범죄자인 집에서 자랐다면 내가 그 가족들 틈에서 혼자 꿋꿋이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까? 모두가 감옥을 내집처럼 드나드는 그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 나 혼자 학교를 가고 직장에 취직하고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는 일이 가능할까? 그레이브사는 오십년전의 살인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오십년전 그 저택의 아들 '에드워드'가 사귄 '모나' 란 여자를 에드워드의 아버지가 어마어마하게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뒷조사를 시켜본 결과 그녀의 가족 모두가 범죄자였기 때문에.




포트먼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모나는 가족과 함께 살았음에도 불법적인 행위에는 일절 가담하지 않았다. 여덟 살 때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소년 법원에 끌려갔지만, 그때는 경고만 받고 풀려났다. 포트먼이 알아낸 한도 내에서 그녀는 다시 체포당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늙은 형사는 그녀가 '가족이 저지른 많은 불법적인 계획 가운데 한두 가지 일에는 가담했을 것'이라고 보곳서에 적었다.

하지만 10대의 모나가 여러 범죄 음모에 가담했더라도 그런 생활은 갑자기 그녀가 짐을 싸 보스턴으로 향했을 때 끝나고 말았다. 보스턴으로 간 그녀는 '여자 기숙사'에 방을 얻고 간호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달 후인 1946년 6월, 그녀는 에드워드 데이비스를 만났다.(pp.388-389)



가족은 세상 그 누구보다 나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애정을 보내줄 수 있는 사람들인 동시에, 그 누구보다 내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다. 모나는 그 가족들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없는 애정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주 많은 시간을 원망하지 않았을까? 왜 우리 아빠는 왜 우리 엄마는 왜 우리 오빠는..그런 생각들로 숱한 날들을 한숨 쉬며 보내지 않았을까. 그들이 자신의 가족임을 수없이 부인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떤 음모에 가담하지 않을 수 있기까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처받은 사람이 상처받은 사람을 알아본다는 말은 절대적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모든 일에 그렇듯이. 그렇지만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죄책감과 고통속에 허우적대던 그레이브스는, 결국 눈물 흘리며 죽어간 페이예를 이해하고 곧 그녀가 될 수 있었다. 그녀를 보는 누군가가 아니라 그녀 자체가 되어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궤뚫고 있는 엘리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가지고 있던 과거의 흉터를 없앨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과거의 그 사건을 겪었던 그 일 테니까. 그러나 그가 이 세상에, 홀로 버티어가던 이 외롭고 험난한 세상에, 자신의 과거를 혹은 자신의 상처를 아는 사람을 하나쯤 만들어 둔 것은 잘한 일이다. 그가 닫힌 공간에서 홀로 지내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을 때, 한 명쯤은 그를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위안이 될 수 있으니까. 어떤 순간에는 그의 집 문을 누군가 두드려 준다는 게 한 순간을 더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붙잡아야지, 라고 다짐하는 게 아니어도 나도 모르게 살짝 누군가의 옷자락을 쥐고 있다면, 오늘 끝날 수도 있는 삶이 내일로 모레로 더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고통을 끝내는 방법이 삶을 끝내는 방법 뿐이라면 그 사람에게 삶을 선택하라고 애써 강요할 순 없겠지만, 살아서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들려주고 옷자락을 잡고 손길이 닿는채로 이야기를 나누면, 고통의 크기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기쁨이란 것도, 행복이란 것도 찾아들 수 있지 않을까.



책장을 덮었을 때는 그저 울고 싶었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그저 울고 싶다는 말 말고는 다른 표현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점심으로 게살볶음밥을 시키고, 군만두를 옵션으로 시켜두면서, 아 소주를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레이브스 때문에 소주를 마시고 싶어졌다. 그레이브스 때문에 많이 슬퍼서, 그 고독함과 외로움이 손에 잡힐듯해서, 그의 과거속으로 자꾸만 나도 빨려들어가서. 나는 그저 이 책을 읽는 동안만 그의 과거를 같이 겪을 뿐이었지만,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게다가 앞으로 그의 삶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니까, 그 지친 영혼을 생각하며 소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페이예의 우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듯이, 당신도 울라고. 그리고 그 우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라고. 혼자 눈물을 삼키는 대신 격렬한 울음을 바깥으로 꺼이꺼이 토해내고, 침을 흘리고, 가슴을 치다가, 그 모습을 누군가에 꼭 들키라고. 우는 모습을 들켜야만 누군가 와서 등을 두드려줄 수도 있고 휴지를 건네줄 수도 있고 품에 안아줄 수도 있으니까.











토마스 쿡의 소설은 《붉은 낙엽》을 제일 처음 읽었는데, 그 책보다는 그 후에 읽은 《채텀 스쿨 어페어》가 더 좋았고, 또 그 책보다는 최근에 읽은 《밤의 기억들》이 더 좋았다. 대체 왜 이 책이 절판인지 알 수가 없다. 제발 개정판이 나왔으면... 나는 그간의 토마스 쿡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위험한 확신'을 가진 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는 한 개인의 고독과 외로움도 말할 수 있는 작가였다. 그의 책은 모조리 다 읽어봐야겠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위치한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못찾았다. 무슨 호텔이 산꼭대기에 있어.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 호텔이 아무리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고 해도 나로서는 찾아갈 리 만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냐, 돈이 많으면 저런것 조차 누려야 하는걸지도 몰라.


영화는 재미있었고 많이 웃었는데, 하하하하, 나오면서는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부자 친구를 사귀자'는 것. 부자 친구로부터 엄청난 유산을 받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매니저를 보노라니, 제기랄, 내 친구들은 왜 다 가난해서 나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든거다. 그래서 이 영화를 같이 본 친구에게 극장을 나서면서 말했다.


"우리 이제 절교해. 넌 너무 가난해."


친구도 웃고 나도 웃었다. 



조연인 건 알고 갔지만 그래도 '틸다 스윈튼'이 너무 짧게 나와서 놀랐고, 랄프 파인즈가 그런 웃긴 주연일 줄 몰라서 또 놀랐다. 여하튼 재미있는 영화였다. 





일전에 그 뭐더라, 황정음 나왔던 게..하이킥. 하이킥에서 황정음이 닥터랑 갑작스레 키스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자고 일어나 침대 위에 앉아서 그때를 생각하며 미쳤어 미쳤어 하고는 자기 머리를 막 헝클어뜨리는 장면이 있었더랬다. 그러니까 쉽게 요약하자면, 분위기나 술에 취해 예정에도 없던 키스를 하고 다음날 자기 머리 쥐어뜯는 거랄까. 갑자기 왜 이 생각이 났냐면, 오늘 오전에 외근을 다녀오다가 길바닥에서 내가 내 머리를 쥐어 뜯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언제나 생각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나는 길을 걷다가, 일을 하다가, 책을 읽다가도 종종 내 머리 내가 쥐어 뜯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오늘은 날도 좋은데, 썬글라스를 끼고 걷다가, 뜬금없이 계란말이를 함께 먹던 남자사람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해프닝이라도 해도 좋을텐데, 술을 마시면서 안주로 계란말이를 시켜두고 맛있다고 먹고 있다가, 얘기를 한참 하다가, 어느 순간 그가 계란말이를 잘라 나에게 먹여준다고 입을 아- 벌리라고 한 것이다. 한 손으론 젓가락에 계란말이를 들고, 한 손으로는 그 손을 받치고 공손하게 들이밀었지만, 아, 나는 그걸 도무지 받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고 해도 그 앞에서 입벌리고 뭘 받아먹는 걸 정말이지 도저히 못하겠다. 내가 입에 넣어주는 건 그렇게까지 싫진 않지만, 누가 먹여주는 걸 받아먹는 건 끔찍하게 느껴진다. 상대의 눈 앞에서 입을 벌려야 한다니!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고 받아먹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조차 사실 난 억지로 꾹 참는거다. 진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거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길을 걷다가 그때 생각이 퍼뜩 나면서, 아니 뭘 그렇게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나 싶었던거다. 굳이 그렇게 고집 부릴 이유가 뭐야, 상대방 무안하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를 쥐어 뜯었던 거다. 난 쓸데없이 고집스럽고, 상대가 무안하든 말든 내 생각 먼저 하는 사람이구나. 그러나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한다면 아마 나는 또 똑같이 할거야... 


갑자기 이 일이 생각날 게 뭐람.





좀전에 팔당으로 자전거 타고 바람 쐬러 간 남동생이 예쁘게 벚꽃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메세지를 보냈다.


「시카고에핀벚꽃」by H


아놔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런 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도 답장을 보냈다.


「개또라이」


암튼 녀석이 보내준 사진으로 핸드폰 배경화면을 바꾸었다.





시카고에도 벚꽃은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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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4-04-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일등이닷!!!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04-03 09: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아놔..사고싶은 책이 너무 많어. 누가 '내 카드 줄테니 알라딘에서 긁을 때는 내 카드로 써' 하고 신용카드 한 장 주면 그냥 막 사귈 수 있을것 같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04-0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3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4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4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4-04-0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보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ㅎㅎㅎㅎㅎ 감독이 아주 재밌는 사람같아요.

다락방 2014-04-03 10:0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건조기후님도 보셨군요! 이 영화 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극장이 꽉 찼어요!! 등장인물들이 영시를 읊는게 아주 좋았어요. 나도 저렇게 적절한 때에 적절한 시를 읊을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뭡니까! ㅎㅎ

heima 2014-04-03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타운 되게 좋아하는 영화인데, 페이퍼 읽어내려가다가 엄청 반가웠어요 ㅎ 제 주위에서는 저 영화 본 사람이 없더라구요. 다락방님 저녁 맛있게 드세요-

다락방 2014-04-04 08:20   좋아요 0 | URL
헤이마님 덕에 저녁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주 게걸스럽게 삼겹살을 먹었네요. 아하하하하. 먹으면서 친구랑 계속 맛있다 맛있다 했어요. 하하하하하. 고맙습니다, 헤이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