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여자야, 술 좀 그만 마셔, 술하고 약을 함께 먹지좀 말라고!

속으로 이천번쯤 잔소리를 했다.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냥 태어날 때부터 여성이었다. 여성으로 태어나다보니 십대의 어느 시절에는 말로만 듣던 생리를 시작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쭉, 그러니까 이십년 이상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고 있으며, 그렇게 며칠씩 내 몸밖으로 피를 내보내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를 한 시간이 길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일회용생리대를 받질 않아 면생리대를 사용했었고, 면생리대는 그 사용의 불편함 때문에 몇 해전부터는 탐폰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탐폰을 편하게 사용하고 무리없이 사용하고는 있지만, 탐폰은 오랜 시간 사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산드라 블럭'과 '멜리사 매카시'주연의 영화 《히트》를 보면 여성혐오를 일삼는 남자 경찰이 그런 말을 한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태어났는데, 그걸 가지고 비하를 하면 어떡해' 라고. 그는 백색증을 앓고 있었고, 그 상태에 대해 멜리사가 약올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선택한 병이 아님에도 그것에 대해 놀리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지 않은가. 그는 바로 그걸 지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시 상대가 여성인 사람들을 여자라는 이유로 계속해 혐오하고 비하했다.















생리는 내 선택이 아니었고 내 의지도 아니었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생리대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쓰는 것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생리전마다 이러저러한 여러가지 통증들을 겪으면서 약을 먹는 것 역시도 내가 선택한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의 <신화> 편에서 생리에 대해 얘기한다. 정확히는, 생리에 대해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많은 부조리한 증상을 보였었는지. 얼마나 구린 태도로 여성과 여성의 생리를 저급하게 취급했는지를.



특히 <레위기>에 다음과 같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자기 몸에서 피가 흐르는 여자는 7일 동안 부정하다. 여자에게 손을 대는 사람도 누구나 하루 종일 부정하다. 그녀가 눕는 침대나, 그녀가 앉는 자리는 모두 부정하다. 그녀의 침대를 만진 사람은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어야 하며, 그날 하루 종일 자신도 부정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은 임질(淋疾)에 걸린 남자의 부정을 다룬 내용과 똑같다. (p.199)



어떻게 생리를 임질과 똑같이 다룰 수가 있는가. 태어날 때부터 어쩔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부정하다고 말할 수가 있어. 부정한 거라면 인간의 몸이 왜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 있겠냐고. 부정하다면 그걸 없앨 수 있어야 하잖아.




가부장제 사회가 출현한 뒤로는 여성의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수상한 액체에서 불길한 효능만 인정하게 되었다. 플리나우스(로마의 장군, 관리, 저술가.)는 《박물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월경이 시작된 여자는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들고 밭을 황폐화시키며, 싹을 죽이고 과일을 떨어뜨리며, 꿀벌을 죽인다. 만일 그녀가 술에 손을 대면 포도주는 식초가 되고 우유는 시큼해진다 ……." (p.199)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그러면 내 집 와인 냉장고에 있는 와인들에 내가 생리 때 손을 대면 그것들 다 식초 되는 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상의 절반이 여자고 여자들은 한달에 한번씩 며칠간 피를 흘리는데, 그렇다면 세상은 진작에 망해 없어져버렸어야 하는 거 아닌가. 농작물도 밭도 성치 못하다는데, 싹도 죽인다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성으로 '태어난' 것, 흑인으로 '태어난' 것이 어떻게 놀림감이 될 수 있는가. 어떻게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보부아르가 이 책을 쓴 것은 1940년대의 일이고, 생리에 대한 구절을 가져온 것이 성경의 레위기에 대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생리에 대해 비웃고 농담하고 약올리는 것이 과거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은 그렇지 않은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책 《섹스와 거짓말》은 최근에 나온 책이다. 모로코의 여성들이 직접 얘기하는 것을 듣고 쓴 책인데, 여기에서도 생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마하 사노' 라는 여성이 들려주는 이야기.



모임 중 한 여성으로부터 들은, 믿기 힘든 한 이야기가 기억나는군요. "해방이 뭐 있나. 만일 처녀막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다면 그게 곧 해방이지." 이런 종류의 여성 모임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저소득층 사회에선 여성들은 오후만 되면 서로서로 모여 가족, 아이들 그리고 ……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털어 놓습니다. 간혹 성적인 이야기를 아주 공공연하게 노래하는 가수를 초청하는 일도 있지요. 성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억압된 나라에서 이러한 시간은 숨쉴 수 있는 시간이자 동시에 여가 시간인 것이죠. 여성들에게 그들의 섹스에 대해 말을 건넬 때 우리는 "그들의 문제"를 감추라거나 생리에 대해 지극히 폭력적으로 말합니다. 생리는 이렇게 뭔가 불순하고 더러운 것, 원초적인 저주의 형태와 연결되는 거죠. (섹스와 거짓말, p.159)




그렇다면 이것이 모로코이게 가능한걸까? 아니,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심지어 대통령이 되어도 생리에 대해 함부로 입을 턴다.


















2015년에 진행된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을 보면서도 피가 끓어올랐다. 사회자였던 메긴 켈리가 당시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여성을 상대로 여성혐오 및 성차별적 발언을 한 적이 없느냐고 추궁했다. 트럼프가 여성을 두고 "뒤룩뒤룩 살찐 돼지들"이라는 둥 "역겨운 동물들"이라는 등 했다고 그녀가 지적하자 트럼프는 불필요하고 "우스꽝스러운"질문이라고 응수했다. 자신의 여성혐오적 발언에 대한 해명을 이끌어내려는 켈리의 결연한 의지를 두고 트럼프는 훗날 이렇게 발언했다. "그 여자 눈에서 피가 나오는 것 같았지 …… 아마 몸 어디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을걸." 몸 어디라고? 트럼프는 정당한 질문을 던지며 사회자로서의 역할을 다한 켈리를 조롱했을 뿐만 아니라 월경중일지도 모른다며 그녀의 질문을 폄하했던 것이다!

물론 트럼프의 발언은 첨예하게 비판받았다. 트럼프가 월경을 여성의 지나치게 감정적인 이상 행동의 원인으로 언급한 일도 처음은 아니었다. 나중에 트럼프는 자신은 켈리의 코피를 말한 거였다며 미국의 소위 '정치적 올바름' 앵무새들을 트위터에서 강력히 비판했다. "우리 모두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보다도 권력을 많이 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발언하거나 생리에 대해 '농담'한다. 월경이 마치 감정이나 지성을 저하시키기라도 하는 양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서부터 초등학교 복도에 이르기까지 월경중인 사람들은 혹시 그날이냐며 놀림받아왔다. (생리의 힘, p.20)




여성은 월경을 하니까 남성처럼 권력을 쥐거나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할 역량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월경에 대한 문화적 시각을 바꿔놓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도 이를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은 생리를 하기 때문에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했다.(힐러리는 예순아홉 살이라 이미 완경했을 텐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힐러리는 믿을 수 없어. 그녀가 생리할 때 전쟁을 일으키면 어떡해?" 물론 정치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판받지만, 생리를 한다는 이유(비록 가상의 생리라 해도)는 그 근거가 될 수 없다. (p.19)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자들은 매달 생리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고 직장을 다니고 있다. 생리는 여자가 어떤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 거라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성경의 레위기에서부터 생리 하는 여자는 부정한 존재이며 뭘 해도 잘 못할 존재일거라는 생각이 너무 뿌리박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트럼프는 정당한 지적에 대해 여성혐오로 응답했다. 생리 중이라 저런 걸거라며 상대를 오히려 비약하는데, 그것은 자신이 받은 질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할 수 없기에 나온 멍청한 대응이다.


이 일은 영화 《롱 샷》에서도 지적해주고 있다.















젊은 여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앞에 여자 아나운서를 앉혀두고 남자 패널 둘이서 생리 중에도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비약하는 거다. 심지어 여자가 대통령인데도 그랬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앉아있는데도 방송에서 생리로 농담을 하고 ㅣ있다니. 영화속에서는 이에 발끈한 아나운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생리를 놀리고 혐오하는 것은 너무 오래된 역사인지라 어디에서나 뿌리깊이 박혀있는가 보다. 모로코에서도 미국에서도 그랬는데, 프랑스 작가가 쓴 소설 《루거 총을 든 할머니》에서도 여지없이 생리에 대한 발언은 나온다.

















베르트가 목제 식탁에 포크를 꽂았다. 열이 올랐다.
˝아, 젠장! 나한테 생리 핑계 갖다 붙이지 마. 당신만은 제발!˝
˝그게 당신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인정해.˝
˝내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신의 너절함이야.˝
˝천박하게 굴어서 이로울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여자가 권리만 주장했다 하면 그 즉시 생리대를 들고 나오니, 이거 원. 저질에, 비루하고, 생산적이지 못하기 짝이 없네.˝
˝생산적이지 못한 건, 당신이 잘 알겠구나.˝
궁지에 몰렸다고 느낀 노르베르가 비겁한 무기를 선택했다.
˝그 부분은 건드리지 마, 노르베르, 특히 그건 하지 마.˝
˝난 그저 당신이 보부아르를 읽고서 들떴을지 모르겠지만, 단신은 크게 불평할 처지가 아니란 얘기를 하는 거야. 이렇게 아늑한 집도 있고, 가게도 잘 굴러가잖아. 난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며 내 예술을 팔고 있어. 누가 더 불평을 해야겠어? 이건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생존자와 그 밖의 사람들의 문제야.˝

˝왜, 당신이 보기에 난 생존자가 아닌 것 같아서?˝
방 안의 온도가 핵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당신은 그리 고생스러워 보이지 않는데?˝
˝내가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해.˝
(루거 총을 든 할머니, p.285)




이 책에서도 베르트가 얘기하는 것처럼 여자가 화난 건 '남자들의 너절함'인데, 남자들은 이에 대응할 때 '그건 니가 생리중이라서 그래' 라는 거다.


아, 우리 여자들은 정말이지 '너 생리중이야?'라는 말을 얼마나 한심하게 들어왔던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도 '아, 내가 생리중이라 이렇게 화가 나나'하는 자기반성을 얼마나 했던가.

일전에 여자동료랑 밥을 먹다가 여자동료가 얘기했다.


"그 일이 너무 화가 나서 미치겠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혹시 생리중이라 그런가 곰곰 생각해봤거든요. 생리중이라 예민한건가. 그런데 생각해보니까요, 차장님, 그건 제가 생리중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잘못했기 때문이에요. 그건 제가 생리중이든 아니든 화가 날 일이 맞아요."


정말 그러하다. '너 생리중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의 그 상황, 그러니까 '너 왜이렇게 예민해' 라는 말을 들을 때의 그 상황은, 내가 예민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화가 날 상황이라 화가난 거였다. 《루거 총을 든 할머니》속의 베르트도 남편이 돈은 안벌어오고 가사노동도 하지 않으니 빡이 쳐서 따졌더니 남편은 생리중이냐고 물었던 거다. 너는 왜 여성비하를 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그 여자 생리중인가보다, 라고 대응하는 거다. 정확히 대답해야 할 질문을 받아놓고서는 그런 식으로 넘어가는 거다. 너절한 행동을 한 당사자는 자신의 너절함을 들여다보는 대신 상대의 생리를 보고 있는 거다. 진짜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이것은 대체 얼마나 오래된 역사인지!




여성으로 '태어나' 생리를 하는 것을 두고 놀리는 것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어디서나 계속되고 있지만,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생리를 두고 놀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모로코의 여성이 얘기하고 프랑스의 소설가가 얘기하고, 그리고 미국의 젊은 월경권운동가가 얘기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지면 점점 달라지지 않겠는가. 생리로 모든 것을 여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 생리를 부정하게 보는 것도 잘못됐다. 보부아르가 이미 1940년대에 얘기했고 그리고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다. 심지어 《생리의 힘》을 쓴 젊은 운동가 '네이디아 오카모토'는 전세계의 월경빈곤층들을 위해 생리대를 공급해주고 있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출판사의 책을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너무 글자가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해서 으윽, 이 책 읽을 때마다 보부아르가 랩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야. 나는 랩음악을 싫어한다. 나는 발라드 좋아해... 랩 싫어..... 내가 들을 수 있는 신해철의 <안녕>까지가 적당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읽는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남성들이 장악한 경제적인 특권, 그들의 사회적 가치, 결혼의 영예, 남성의 후원 효과, 이 모든 것이 여성들로 하여금 남자의 마음에 들기를 열렬히 원하게 만든다. 여성들은 전체적으로 아직도 종속상태에 놓여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 자신으로서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정의하는 대로 자기를 인식하고 선택하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남자가 꿈에 그리는 여자를 묘사해볼 필요가 있다. ‘남자의 눈에 비친 여자의 존재방식‘이 여자의 구체적 조건이 되는 기본요소들 가운데 하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P187

여자는 그 출생부터가 자주적이 아니었다. 신이 자발적으로 여자를 만든 것도 아니고, 여자를 만드는 대가로 여자로부터 직접 숭배를 받기 위해 여자를 창조한 것도 아니었다. 신은 남자를 위해 여자를 만들었으며, 이는 아담을 고독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 여자의 기원과 목적은 자기 남편 속에 있다. 여자는 비본질적인 존재로 남자의 보충물이다. - P190

장식품의 기능은 매우 복잡해서 일부 미개인들 사이에서는 종교적 성격까지 지닌다. 그러나 일반적인 역할은 여자를 우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모호한 우상이다. 남자는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그 아름다움은 꽃이나 과일 같은 아름다움이기를 바라면서도, 그것은 또 조약돌처럼 매끄럽고 단단하며 오래 가야 한다. 장식품의 역할은 여자를 보다 자연과 닮게 하는 동시에 자연에서 떼어놓는 것이다. - P211

단장한 여자에게는 ‘자연‘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이미 남자가 원하는 대로 인간의 의지에 의해 개조된 것이다. - P212

생명이 아무리 매력적인 외형으로 꾸며져 있더라도, 그 생명에는 언제나 늙음과 죽음의 씨앗이 살고 있다. 남자가 여자를 부리는 그 자체가 여자의 가장 고귀한 정절을 파괴하는 것이다. 즉 임신으로 몸이 무거워지면 여자는 성적 매력을 상실한다.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갱년기에 이르면 매력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병이 잦고 추해지고, 늙은 여자는 배척당한다. 그런 여자를 두고 마치 식물처럼 시들었다거나 퇴색했다고들 말한다. - P213

원시인 사이에서와 마찬가지로 남성의 성기는 세속적인 데 반해, 여자의 성기는 종교적·마술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보다 더 근대적인 사회에서도 남자의 성적인 잘못은 죄가 없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 너그럽게 봐준다. 남자는 사회법규를 따르지 않더라도 여전히 사회의 일원이다. 그는 집단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짓궂은 아이에 불과하다. 반대로 사회에서 탈선한 여자는 ‘자연‘과 악마에게 돌아가 제어할 수 없는 마력을 집단에 풀어 놓는다. - P249

그는(몽테를랑) 니체로부터 ‘여자는 영웅의 노리개다‘라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여자를 노리개로 삼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이런 식이다. 코스탈이 말하듯이 ‘결국 이 얼마나 장난 같은 짓인가!‘ - P278

가부장제 사회에서 최고의 창조주는 남성이기 때문에 여자는 먼저 아내로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인류의 어머니이기 전에 이브는 아담의 배우자이다. - P203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겟타 2019-10-3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오래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의 ‘생리‘를 보고 자신들에게서 볼수 없었던 것때문인지 한편으론 자신과 다른것에 대한 공포심도 있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뭔가 부정하고 위험한 저주의 상징인 것처럼 해석해왔었죠. 오늘날에 들어와서 제대로 ‘생리‘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게 된 뒤에도 여전히 남성들은 진지하게 알려고 하지 않다보니 아직도 ‘생리‘가 트럼프의 수준낮은 혐오적 발언이랄지 많은 남성들이 하는 농담같지도 않은 농담의 소재로 쓰여지는거겠죠? ㅜ

그건그렇고.. 다락방님, 맞아요.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다보니 눈이...ㅠㅠ 그래서 오랫동안은 못읽고 쪼꼼쪼꼼씩 읽고 있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9-11-01 09:01   좋아요 2 | URL
생리하는 게 죄짓는 것도 아닌데 그걸 하는 걸 숨기고 감추고 생리란 말을 입밖에 내지도 못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 같아요. ‘그 날인가?‘ 이러면서 물어보잖아요 ㅎㅎ 아 짜증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대답하기 되게 부끄러워했던 그런 기억들이 있네요. 크- 부끄러운 나의 어린시절이여..


아 진짜 이 책 아직 1권도 다 못읽었는데 너무 양도 많고 글도 촘촘하고 보부아르 언니 랩해주시고 ㅠㅠ 읽기 싫어요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같이 읽기 때문에 그나마 여기까지 읽었지 혼자 읽었으면 진즉에 포기했을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제 다읽죠 이 책?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19-11-0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 책은 오로지 <제2의 성>만 있는 것처럼 그 책만 읽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대요. 참 신기해요.
정희진샘이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 서평에서 ˝서양사의 재해석이라는 점에서 <제2의 성>에 비견할 만하다. 내가 처음 여성학을 공부할 때 외워버린 책이다˝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직접 들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생생한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리의 힘> 인용해주신 부분 읽어보니 ‘여성혐오‘ 분야에 관해 정말 트럼프는 매일 기록 경신하네요. 허어.... 참.....

다락방 2019-11-01 09:03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안읽히고 느리고 미치겠어요. 저 이거 상하권 완독할 때까지 다른 책 안 보려고 했는데 그렇게는 못살 것 같아요. 주말에 소설책 읽어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이걸 외워버리셨다고요? 정희진 쌤은 정말이지 대단하세요. 이걸 외우시다니..전 읽기도 벅차서 미치겠구먼 ㅠㅠ 뭔가 정희진 쌤이 외우셨다니 나도 외워볼까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잽싸게 억눌러야겠죠? ㅋㅋㅋㅋㅋ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까요, 단발머리님....아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진짜 ㅠㅠ


근데 제2의성 언제 다읽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19-11-01 09:10   좋아요 1 | URL
제가 혹시나~~~ 해서 정희진샘 글 다시 찾아봤더니... 외우신 책은 <포르노그래피>이네요. 생생한 기억이 틀려서 댓글 수정했습니다.

전... 진짜 이 책만 읽는데.... 열심히 읽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1-01 09:15   좋아요 1 | URL
아 다행이다. 포르노그래피는 번역서가 없어서 제가 못읽어서 못외우는 거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이 책만 읽다가 독서에 손을 놓게 생겼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19-11-03 14:03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만 부여잡고 주말을 나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ㅎㅎㅎㅎ

<롱샷>과 <루거총을 든 할머니>에서의 저 대목들. 소위 ‘빡쳤었죠‘.
<롱샷>은 비행기 안에서 봤는데 짜증이 치솟아 확 껐다가 다시 켰던..ㅜㅜ

아, 읽기도 힘든 이 책을 시몬 드 보부아르는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일요일입니다.

다락방 2019-11-04 09:17   좋아요 0 | URL
저는 토요일은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지만 일요일인 어제는 이 책을 끈질기게 부여잡고 놓지 않아 결국 다 읽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하권 시작하기 전 좀 쉬기 위해 소설을 읽고 있어요. 소설 한 세권쯤 읽고 하권을 잡아볼까 합니다. 아하하하하.

맞아요, 비연님. 이 읽기도 힘든 책을 보부아르는 무려 썼습니다. 대단한 양반... 어휴.....

공쟝쟝 2019-11-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2의성과 주말을 보내는 아름다운 흔적들..... ~~

다락방 2019-11-04 09:17   좋아요 1 | URL
저는 일요일을 통해 상권을 다 읽었음을 전합니다!! >.<

지금 소설 읽는데 세상 재밌고 세상 쉽고 세상 빨리빨리 넘어가네요. 으하하하하.

공쟝쟝 2019-11-0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른 책을 사랑하게 하는 보부아르님 ㅋㅋ

추풍오장원 2019-12-0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2의성 번역은 어떤지요? 현재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번역본이던데 즐겁게 읽을 수 있을지...

다락방 2019-12-03 18:18   좋아요 0 | URL
을유문화사 번역본도 구입하실 수 있는데요, 을유보다는 이백배쯤 낫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을유문화사 번역본으로 읽던 친구와 같이읽기 진행한건데, 동서문화사가 더 나아요.
 

- 《제2의 성》을 읽는 일은 왜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주말 내내 잔뜩 읽어놔야지 벼르고 별렀지만 총 읽은 쪽수가 10쪽 될까말까해.. 왜그럴까, 대체 왜. 벌써 10월 28일이고, 10월도 고작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10월안에 상권을 끝내려 했지만, 가능할까? 이제 겨우 140쪽 남짓을 읽어가는데... 하아-



- 최근에 책읽기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읽어야 좋을 것인가. 연달아 소설책을 읽으면서, 내가 소설과 거리두기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진거다. 소설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밝고 기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소설속 주인공들이 애타는 사랑에 빠진다면 그것도 좋다. 나도 같이 사랑에 빠져서 콧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니까. 그런데 소설의 내용이 지나치게 비극이거나 소설속 등장인물들 성격이 너무 나랑 안맞으면 그 책읽기가 나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거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지만, 몇 시간이긴 하지만, 며칠전에 《썸씽 인 더 워터》읽고 마치 주인공을 내가 실제 만난것처럼 짜증이났어. 이런 나에게 친구는 '네가 너무 몰입형 독서를 하기 때문이다' 라고 했는데, 맞다. 정말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몰입형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적당한 거리두기를 해서 이것이 단지 이야기일 뿐임을 나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내게는 필요해 보이는데, 그건 어떻게 해야 가능한걸까. 당분간 소설 읽기를 중단하면 될까? 소설읽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읽으면, 그 때는 소설을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아아..고민이 깊다.



- 며칠전 읽은 책 《썸씽 인 더 워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중 친구는 나에게 '그 커플이 매일 섹스를 한다니 부럽다..'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뭔지 알겠는데, 아아, 나의 육체는 이미 피로를 알아버린 몸. 아마 몇 해전의 나라면, 그리 오래전도 아니지, 아마도 두세해 전의 나라면, '아아, 매일 섹스 부러워, 사랑은 거침없는 섹스로 완성되지, 섹스 짱이야!' 했을텐데, 이제는 '아아, 피로하다 매일 어케 섹스를 하냐...'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 저는 이제 너무 나이들어 버린것입니까. 여자가 나이들수록 섹스를 더 좋아하게 된다고 누가 그러든가요. 사람 다 케바케... 나는 아니다. 나는 이제 더이상 섹스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섹스 생각만해도 급피로가 몰려온다..아 개피곤... 피곤하다..... 육체적 사랑이 아닌 정신적 사랑만 하며 살고 싶은데, 또 상대는 나랑 그런 것에 일치하지 않을 수 있겠지... 그러므로 걍 연애는 안하는 게 나은것 같다. 피로해... 섹스..... 아 생각만해도 지친다. 코피날 것 같아.....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 오늘 아침엔 불현듯 진지하고도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세상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 진지하게 여러가지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또 함께 재미있어 깔깔대고 웃는 일까지 곁들여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지한 이야기들에 생각이 일치해도 그다지 재미없는 만남이 있고, 재미있지만 돌아보면 우린 뭐했나 싶기도 한 사람도 있어. 만나는 시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전체적으로 좋았다, 의미있었다, 충족감이 느껴지기는 너무 드문일 같다. 만나서도 내내 좋지만, 만난 후에 혼자 있을 때도 '아 좋은 만남이었어', '아 충족된 시간이었어' 하는 일은 살면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 조금씩은 부족한 가운데 만남을 유지하다가 어쩌다 이 모든걸 만족하게 해주는 상대를 만나게도 되지만, 그렇게 만족한다고 해서 그 관계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어렵다.




제2의 성도 더디 읽는 판에 그러나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은 어찌나 많은지. 어제 트윗을 통해 알게된 책은 이것.

















저자 '레이철 모린'은 십대 시절부터 성매매를 해왔었다 했다. 그리고 성매매를 '성노동'이라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그녀의 인터뷰를 읽었다. 특히 이 구절이 인상깊었다.


- '반성매매론'의 반대 지형에는 '성노동론(성매매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기자 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매매가 노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매매를 노동이라 일컫는 건 당신이 낯선 이들의 성기를 끊임없이 입안에 넣어본 적 없기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여성, 특히 학계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에게 오직 경멸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링크된 인터뷰 中


그간 여성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서 나 역시 '반성매매'쪽의 편이 되어버린 바, 레이철 모린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졌다.


접힌 부분 펼치기 ▼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잘 알려진 레이첼 모랜이 15세부터 7년 간 경험한 성착취와 그 이후 성매매를 벗어난 삶에 대해 사회 구조적 분석과 심리적 고찰을 넘나들며 날카롭고 통찰력있게 쓴 글이다. 한국 발간을 기념으로 저자가 특별히 한국 독자들께 드리는 말씀이 수록되어 있다.

페미니즘의 도전 외 다수의 책을 집필하고 편저한 여성학자 정희진은 이 책을 추천하는 글에서 성매매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페이드 포,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이 '성매매에 대한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했다.

 

펼친 부분 접기 ▲


















이 책도 역시 궁금하다.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지만, 내 경우엔 잔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하는 것도 싫어해, 한 번 말했는데 듣지 않아 다시 잔소리 하게 만든다면, 그런 사람은 안만나는 편이 나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잔소리 하게 만드는 남자 너무 싫어. 이 잔소리 쪽에서도 궁합이 좀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일단 상대가 너무 좋다면,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상대의 어떤 점이 잘못됐거나 틀렸다고 느껴졌다면, 나는 상대에게 말을 하는 쪽이다. '너의 이러이러한 건 잘못된것 같은데' 라고. 상대가 고맙게도 '네 말 듣고 보니 그러네, 앞으로 안그럴게' 하고 거기에 대해 신경쓰고 고쳐나간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환상의 하모니겠지. 그렇다면 이런 대화도 가능해진다.


"넌 내가 잔소리 하게끔 안하잖아."

"너는 한 번 말하고 알아들으면 다시 얘기 안하더라고."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실제로 이런 식의 대화가 가능한 사람을 거의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남자들은, 연애시에, 계속 잔소리하게 만들고 계속 짜증나게 만든다. '~ 할거야' 라고 하고 싶다고, 할 거라고 하는 것들의 목록을 이천개쯤 만들면서, 그저 목록 만들기에만 급급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연인이든 친구든 어떤 포지션이든 싫어한다. 자신의 말에 무게를 담지 않는 사람.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는 쉬운 게 아니지만, 그것들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고.


아무튼 이 책,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가 궁금한데, 읽다가 너무 짜증나서(분명 사례가 나올테니까) 던져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새끼들을 뭐하러 만나요, 관둬요... 차라리 혼자 살아..... 라고 내가 자꾸 입밖으로 내는 건 아닐까.



접힌 부분 펼치기 ▼

 

2017년 <하퍼스 바자>에 게재되자마자 순식간에 2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칼럼이 책으로 나왔다. 주목받는 저널리스트 제마 하틀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큰 수고가 들고 시간을 잡아먹으며 진을 빼놓는, 압도적인 비율로 부당하게 여성이 도맡는 ‘마음 쓰이는 일’”인 감정노동을 모두의 눈에 보이도록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 책에서 제마 하틀리는 이름 없던 감정노동에 이름을 붙이는 데서 더 나아가, 실용적인 조언을 통해 감정노동에 억지로 끌려다니지 않고 감정노동이라는 돌봄의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 다양한 사례와 인터뷰, 신뢰 있는 학자들의 논의 등을 진지하고 풍부하게 담아내면서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은 글쓰기가 매력적이다. 우리 아들들이 자신의 삶을 더 세심하게 돌보기를 바란다면, 우리 딸들이 다른 이들의 짐을 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펼친 부분 접기 ▲


















뭐 의사만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런 책이 나오는 건 의미있다. 이 책도 너무 궁금하다.


접힌 부분 펼치기 ▼

 

뿌리 깊은 성 편견과 무지로 여성을 무시하고 오진하고 병들게 한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하는 책이다. 저자인 마야 뒤센베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지만 자신이 아프고 나서야 의료계의 성(젠더) 편견이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왜곡하고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적.사회학적 연구, 의사와 연구자의 인터뷰, 미국 여성들의 개인사를 통합해서 의학계의 성차별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낱낱이 보여준다. 또 의료계가 여성의 질병과 몸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무지하며, 여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너무 자주 신뢰하지 않아서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환자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종사자 모두에게 생생하게 증언한다.

 

펼친 부분 접기 ▲

















이 책의 부제는 '과학은 어떻게 성차별의 도구가 되었나' 이다. 아마도 기존의 '마리 루티'의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은데, 역시 궁금하다. 보부아르는 여성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인생에 있어서 중단의 경험을 자꾸 갖게 되고 또 질병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보다 열등한 걸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열등한 성》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갈까.



접힌 부분 펼치기 ▼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 중 한 가지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약물이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신체를 연구한다면서 실제로는 ‘남성의 신체’를 연구하고 이를 그대로 여성의 몸에 적용한다.

성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주장과 그 근거가 된 실험을 다시 살펴보고 허점을 찾아낸 책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이 여성의 진정한 모습인가를 밝혀내고, 편견에 가득 찬 과학자들이 숨기려 했던 진실, 남녀평등이 진정한 ‘자연의 법칙’이라는 사실에 빛을 비춘다.

 

펼친 부분 접기 ▲





으으... 또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이 이렇게나 잔뜩이다. 대체 날 어째야 하나. 제2의 성 상권 읽기를 제때에 잘 마친다면, 나는 나에게 위의 책들을 다 사주기로 하겠다. 책 한 권 완독에 책 네 권 선물하기.... 꺅 >.<

그나저나 나흘 안에 나는 다 읽을 것인가...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고구마를 구웠다. 구운 고구마와 씻은 거봉을 챙겨 출근했더니, 가방이 무거웠다. 가방 안에는 제2의 성과, 고구마와, 거봉이... 아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니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먹기 위해 출근하는가, 출근하기 위해 먹는가......



인생.....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19-10-28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고구마랑 거봉 먹었어요, 사과랑 아메리카노도. 샌드위치도 딸아이 멕이면서 같이 먹었고. 다락방님 글이랑 syo님이랑 단발머리님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출근 이미 하셨겠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연애와 섹스 이야기에 있어서는 할 말이 참 구구절절 많지만 댓글로 달기에는 좀 그래서 ㅎㅎ 애니웨이 다락방님처럼 멋진 사람은 연애 마구 하시면 좋겠어요. 멋진 사람이 멋진 연애 하면 막 빛이 더 날 테고 그럼 세상에 더 좋은 글도 많이 쓰실 테고 빛도 막 더 날 테고 그럴 테니까 :)

다락방 2019-10-28 10:38   좋아요 0 | URL
저는 놀랍게도 동태찌개랑 고구마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간식으로 고구마와 거봉을 챙겨왔습니다. 아침에 바빠서 아메리카노를 준비 못해서 이제 사러 다녀오려고요. 마침 1층이 까페인지라 후딱 아메리카노 사올 예정입니다. 으흐흐.

멋진 사람이 멋진 연애하면 빛이 나고 서로 더 좋은 영향을 미치고 그러는 건 사실이지만, 그러기엔 제가 멋진 역량도 부족할 뿐더러 체력도 딸리네요, 요즘은. 체력 좀 만들어본 다음에야 연애 욕망이 생기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9-10-2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격렬하게 공감한 부분이 ㅋㅋ 있었어요. 동갑이라 그런가 싶기도...와, 이제 책을 사기 위해 책을 팔아야 할 시점이 또 왔어요. 요새 고구마와 거봉은 최고죠!

다락방 2019-10-28 10:37   좋아요 0 | URL
음.. 혹시 저 부분일까요.. 흐음..(짐작중 ㅋㅋ)

저는 고구마도 거봉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엔 어쩐 일인지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해 챙겨와서 고구마도 조금 먹고 거봉도 조금 먹었습니다. 남은 건 오후에 또.. 으흐흐흐. 최고의 간식 같아요!

syo 2019-10-2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거봉과 고구마라니 좋은 조합이다!!
<제2의 성> 왤케 괴롭히죠?? 그냥 괜히 잘 안 읽혀......

다락방 2019-10-28 10:36   좋아요 1 | URL
그쵸? 나만 그런 거 아니죠? 왤케 안읽히는거야? ㅜㅜ
쇼님처럼 다독가도 그리 말씀하시다니, 이 책이 정녕 안읽히는 책이 맞는가 봅니다. 흑흑 ㅜㅜ

syo 2019-10-28 10:40   좋아요 0 | URL
눙물ㅠㅠ 올해도 실패하면 너무 쪽팔리겠어요.... 힘내자😣

다락방 2019-10-28 10:46   좋아요 1 | URL
나 실패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ㅠㅠ
 
[100자평] 썸씽 인 더 워터

출퇴근을 반복하는 삶을 아주 오래 해오고 있는데 아마도 나이 탓인지, 이제는 금요일이면 확실히 지쳐버린다. 금요일까지가 딱 한계구나. 어쩌면 한계는 수요일 밤부터 찾아오는데 금요일까지 출근을 해야 하니 억지로 버티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치고 피곤한 금요일 아침. 몸도 마음도 한주간 쓸만큼 썼다고 생각해서 지쳐버리는 금요일인데, 그나마 금요일이기 때문에 버텨지는 것 같다. 오늘만 잘 보내면, 그러면 주말이다. 금요일밤과 주말이 찾아와. 먹고 싶은 거 먹고 마시고 싶은 거 마시면서 늦잠을 자는 것이 가능한 주말이 찾아온다. 그게 찾아오려면 반드시 이 시간을 버텨내야 해. 지나갈 것이다, 금요일 오전과 오후는...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금요일이서서일까. 이 책이 읽을 때부터 짜증났는데 출근길에 다 읽는 동안에도 짜증이 폭발했다.


















표지 저렇게나 아름답고 시원하건만 내용은 하나도 안시원하고 개답답... 너무 짜증나. 하아- 내가 싫어하는 대표적인 성격 유형들이 이 책속의 아내와 남편으로 나온다. 여자주인공인 '에린'도 싫고 에린의 남편인 '마크'도 싫어. 휴... 이들의 성격을 내가 진짜 참아줄 수가 없다. 만약 현실에서 이들이 나랑 아는 사이였다면 나랑 결코 친해질 수는 없었을 것 같다. 내가 빡쳐서 돌아섰을 것 같고, SNS 친구였다면 친구 끊었을거야. 북플친구여도 끊었을 거다.



에린은 아마추어 다큐멘터리 감독이고 죄수들을 상대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이다. 에린은 마크와 동거중이었고 이제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데, 마크가 결혼식을 앞두고 잘나갔던 증권맨에서 잘려나가게 된다. 다른 건 할 줄 모르고 할 생각도 없었던 마크는 다른 데에서 자신을 데려갈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딥빡이 오고.. 에린과 다투기도 하지만, 그러나 에린과 마크는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있으므로 서로를 다시 용서하며 사랑하고 매일 섹스하면서 무사히 결혼을 한다. 이제 앞으로 돈이 마련되는 게 좀 불안해지니 결혼식 비용도 원래 예정보다 확 줄이고 신혼여행 기간도 확 줄였지만, 그러나 일등석 비행기만큼은 그대로 타기로 하고 보라보라로 신혼여행을 간다.


아름다운 바닷가로 가 스쿠버 다이빙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포시즌스 호텔의 서비스도 즐기던 그들은, 어느날 둘만 타고 있던 보트에 부딪치는 가방을 건지게 되고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현금과 다이아몬드 그리고 USB 와 아이폰을 발견한다. 가방을 건지게된 바닷속에 잠수를 해보고서야 이것들이 실려있던 작은 비행기가 추락해서 모두 사망했다는 걸 알게되고, 그래서 이들 부부는 이 가방을 가지기로 한다. 이 많은 현금과 다이아몬드면 크- 지금 실직상태라 해도 먹고 사는 게 해결되어 버리니까. 그러나 갑자기 큰 돈을 쓰는 걸 누군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든 의심을 받을 터. 그들은 신혼여행을 예정보다 빨리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스위스로 가 계좌를 만들어 매달 정기적으로 그들의 통장에 입금되게끔 자동이체를 신청한다.



이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다. 게다가 책의 처음은 아내가 남편의 시체를 묻을 땅을 파면서 시작한다. 그러니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인데, 만약 영화로 만들어졌어도 재미있었을텐데, 등장인물들의 성격 때문에 책 읽기를 여러차례 포기할까 고민했다.


신혼여행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데 안으로 잠수를 하면 거기 상어가 있다는 거다. 마크야 많이 해봤지만 에린은 그동안 개인적인 이유로 한 번도 해본적 없던터라 이 액티비티 자체가 좀 두려운데, 남편과 함께 해보기로 한다. 그 때 남편은 주의사항 몇 가지를 알려주면서 이 바닷속에는 몇 종류의 상어가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어쩌면, 물론 안 나올 확률이 더 높지만 …… 어쨌든 당신도 알겠지만, 그 녀석들이 나와도 걱정할 필요 없어, 녀석들이 우리와 거리를 유지할 테니, 아무 문제 없을 거야 ……  하지만 어쩌면 뱀상어가 나올지도 몰라."

아, 세상에, 맙소사.

심지어는 나도 그 상어는 알고 있다. 그 녀석들이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상어다. 거대한 상어. 적어도 4,5미터는 되는.

이제 다이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예 모르겠다. 나는 마크를 바라본다. 그는 나를 본다. 파도가 뱃전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그가 웃음을 터뜨린다.

"에린? 당신 나 믿지?"

"그래." 나는 마지못해 대답한다.

"녀석들이 당신에게 다가갈지는 모르지만, 해치지는 않을 거야, 알았지? 그가 내 눈을 빤히 바라본다.

"좋아."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P.145-146)




아, 나는 너무 싫다. 아니, 지가 상어야?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사람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조차도 제대로 모르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하물며 상어를 지가 알아? 왜 그 상어가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나 믿지?' 로 확신하는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거다. 너무 머저리같고 멍청하잖아. 아니, 지가 그 상어냐고. 바다 저 깊은 곳에서 헤엄치는 뱀상어냐고. 지가 뭔데, 그저 영국에 거주하던 백인 남자1에 불과하면서, 보라보라 바닷속에 있는 상어의 마음과 의지와 욕망을 어케 알고, '걔네들은 널 해치지 않을 거야, 나 믿지?' 이러고 있는거지?


인간은 매우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인간이다. 우리는 살면서 숱하게 듣고 또 말하지 않았나. '나도 내가 그럴줄 몰랐어', '나 정말 이런 사람 아닌데', '나 전에는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어' 라는 말들... 그래, 내가 욕하던 행위를 내가 하는 게 바로 인간이란 말이다.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한 면들을 살면서 계속 깨닫게 된다고.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어,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어, 라는 말은 얼마나 무의미한가. 상어가 설사 그동안 인간을 해치지 않았다한들, 이번에는 해칠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런데 자기가 뭔데 상어가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자기를 믿으라고 하는거야? 오빠믿지? 에서도 그 오빠 믿었다가 인생 종치는 것처럼, 저 말을 대체 어떻게 믿냐고. 하물며 자기를 건 게 아니라 상어에 대한 것을... 아, 어리석어. 너무 오만하다. 너무 싫어.


에린은 마크를 겁나 사랑하고 졸라 사랑하고 뜨겁게 사랑하고 아 잘생겼어.. 이러는 사람이라서 마지못해 그래 라고 대답하지만, 나였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당신이 상어야? 당신이 상어가 되어봤어? 상어가 물지 안물지 어떻게 알고 당신을 믿어?"



아.. 상어가 해치지 않을 거라고 자기를 믿으래. 어처구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밥맛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싫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내타입 아님. 에린은 마크 잘생겼다고 좋아하는데, 나는 잘생겨봤자 저런 사람 안좋아함. 헛소리하고 멍청하고 그러면 잘생긴 거 절대 빛안남.




에린은 돈가방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딱히 비호감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까? 작가는 아마도 에린을 통해서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서, 인간의 숨겨져 있던 욕망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한 것 같은데, 잘 알겠다. 그런데 .. 하아. 너무 짜증나서 미쳐버리겠어. 돈이 생겼으니까 큰 돈이니까 갖고 싶은 마음은 나도 알겠다. 그런데 거기 아이폰이 있다? USB 가 있다? 에린은 남편 없는 틈에 신혼여행지 호텔에서 그 핸드폰을 켜보는 거다. 와 얼마나 내가 답답하던지. 그걸 왜 켜? 그걸 키고나면 돈가방 어딘가에 있다는 게 드러나는 거잖아.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자기들도 안 키려고 했다가 혼자 그걸 켜본단 말야? 그런데 켜기가 무섭게 그 핸드폰으로 연락이 오는 거다. 너는 누구냐고. 그래서 무서워서 다시 끄고서는 이크, 어떡하지, 큰일났다, 이러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한담, 하고는 남편에게 우리 어떡하지, 내가 이렇게 했어.. 해버리는 거다. 문제는 자기가 일으키고 해결방법은 마크에게 알려달라고 하는것.

에린은 매사 이런 식인게, 남편과 의견이 다를 때마다 그냥 혼자 저질러 버리고나서 나중에 용서받으려고 하는 타입인거다. 그런식으로 자꾸 자신들을 드러내. 그 다이아몬드도 그렇게 많은데 그걸 한꺼번에 가서 돈으로 바꿀라고 해봐, 그러면 그거 너무 수상하잖아. 그래서 남편하고 또 의견충돌 일어나고.

처음에는 남편의 지인이 소개한 중간상을 통해 다이아몬드를 매각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쪽에서 연락이 와서는 "출처가 문제되는 것 같아서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거다. 여기에서 내가 빡쳐버리는데, 자, 내가 들은 말이 '출처가 문제된다'는 말이다. 이 말에는 아주 여러가지 뜻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내가 남편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가서 이 다이아몬드 자기네가 사줄 수 없대, 라고 말하며 이유를 얘기할 때는, 내가 들은 그대로 "출처가 문제되는 것 같아서 안된대" 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에린은 그 얘기를 듣고 자기 혼자 '음, 블러드 다이아몬드 같아서 그러는구나' 생각하고 남편에게 얘기할 때는 '피 묻은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해서 안된다고 해' 라고 해버리는 거다. 대환장...



물론 책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로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는 저게 너무 싫은 거다. 내가 들었으면 들은 말을 그대로 전해야지, 그걸 자기 머리에서 각색해서 자기가 해석한 걸 전달하면 어떡해? 이건 완전히 다른 문제잖아?


책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만약 그 출처의 문제가 '도난신고 당한 다이아몬드' 라던가, '이거 원래 어디 소유였네요' 등의 출처 문제였다면, 그들은 금세 타깃이 될 게 아닌가. 그런데 이걸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해서 겁을 먹었네' 라고 해버리면, '그러면 다른데 가자' 하고 걍 답이 나와버리잖아. 위험을 불러들이고 그걸 모른척해버리는 게 될 수 있다고. 심지어 위험을 불러들였다는 사실 조차 모르면 거기에 어떻게 대비를 하냔 말이다.



이런 일은 주변에서도 곧잘 일어난다. 들은대로 전달하지 않고 자기가 해석한 대로 들려주는 일. 진짜 이런 사람들 개싫은데, 회사에서 임원1이 "보쓰가 외출할거다" 라고 해서 보쓰가 외출하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보쓰가 외출을 안하는거야.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외출을 안해. 그래서 임원1한테 '외출한다고 하셨어요?' 물었더니 그렇다는 거다. 안하시는데요?



"어? 오늘 보고는 그만 받겠다던데?"

"그리고 외출하시겠대요?"

"아니, 보고를 그만 받는건 시간이 없어서일거고 시간 없는 건 외출해야 돼서 아니야?"

"그러니까 보쓰가 직접 외출한다고 말씀 하셨어요?"

"아니, 그 말은 안했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씨발 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 내가 참 어이가 없어서... 이런 게 한 두번이 아니라 그 다음부터는 '외출하신댄다' 이러면 내가 묻는다.



"본인 입으로 직접 외출한다고 말씀 하셨어요?"


재차 확인한다. 들은대로 얘기하세요, 자기만의 고유한 해석 들려주지말고... 아 딥빡와 진짜. 근데 에린은 내가 딱 싫어하는 그런 유형인거다. 너무 싫어 진짜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 이러면 남편이 화내겠지,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어, 어떻게든 해결하자, 그리고 나중에 솔직하게 말하자' 이렇게 해서 문제를 일으킨 다음에, 남편이 너가 그러는 건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어버리잖아, 하면, '맞다, 내가 잘못했네'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의 반복...

그리고 '어? 이사람은 12345 라고 얘기하네? 그것은 커피가 맛있다는 뜻이잖아?' 하고 남편에게 '그 사람이 커피가 맛있대' 해버리는 거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개싫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의 주인공은 에린이다. 마크가 아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반전을 가지고 있고, 에린은 나쁜 여자가 아니다. 그러나 에린이 나쁜 여자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나랑은 성격적으로 너무 안맞는 여자다. 너무 스트레스 주는 성격이야. 아이폰 켤 때부터 너무 싫었어 ㅠㅠ 그걸 왜 켜, 왜... ㅠㅠ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앞날을 준비하던 에린은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으려 했건만 순식간에 갑부가 된다. 그러나 그녀가 갖게 된 많은 돈은 애초에 그녀의 것이 아니었던지라, 그녀에게 순간순간 그녀가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이 닥쳐온다.


견물생심이라고, 눈앞에 놓이면 갖고 싶어지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걸 갖고 여유롭게 살면서 내내 마음이 불안정해야 한다면 으, 나는 싫어. 내가 만약 에린과 같은 상황에서 저 가방을 주웠다면, 나는 경찰에 갖다주자고 마크에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 남편이 '그걸 가질테야, 아무도 모를거야' 라고 한다면, 나는 그걸 가진 후의 불안함을 같이 갖게 되는거라,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것이다. 아니, 나는 그렇게 못살아, 불안함까지 가지고 살고 싶지 않아, 라고. 설사 내가 그 돈을 가지기를 욕망했다한들, 아이폰은 켜지 않고 바닷속에 다시 빠뜨릴 것이다. 하여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들을 그녀는 선택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두려워지는 비밀이 생긴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것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해야하니까.

나는 저런 상황에서 '이렇게나 큰 돈은 이런식으로 갖게 되는건 반대야'라고 말할것이고, 그랬을 때 나랑 같이 발견한 내 남편 혹은 다른 가족이 '응 맞아 경찰에 가져다주자'고 말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엄마, 여동생, 남동생 모두 나랑 같은 의견일 것 같은데 우리 아빠...는 갖겠다고 할 것 같다. 킁킁.

칠봉이라면 어땠을까... 칠봉이라면 갖겠다고 하지 않았겠지만 설사 갖겠다고 해도 내가 설득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칠봉아, 이러면 안돼, 우리 삶이 위험해져, 너 실직하면 내가 먹여 살릴테니까 이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욕심내지마, 세상에 공짜로 이렇게 큰 게 주어질리는 없어, 공짜는 기프티콘 정도가 적당한거야...

그런데 칠봉이가 근근이 먹고 살기는 싫다고 이 돈을 굳이 갖겠다고 한다면........




지친 금요일이라 그런지 이런 성격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을 읽고나서 급격하게 다운되어 버렸다. 금요일은 원래 신나야하잖아. 너무 다운돼 ㅠㅠ 그래서 오전에 외근을 나갔을 때 안되겠다, 이 스트레스를 좀 잠재워줄 게 필요해, 하고는 근처의 스벅으로 들어갔다. 초코크루아상먹을거야!! 그렇지만 내가 간 그 지점에는 초코크루아상이 없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너무 새드해 슬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픔의 새드니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되겠다, 사무실에 버터와플과 호두파운드케익이 있으니 그거라도 먹어야지.




이 책 읽는동안 내내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이 생각났다. 심플 플랜에서도 주인공은 갑자기 돈벼락을 맞는다. 그리고 그걸 갖기 위해 벌어지는 이 평범한 남자의 살인, 살인들.. 진짜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일할 거 잔뜩 쌓아뒀는데 에린과 마크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다다다닥 페이퍼를 써버렸네. 휴.. 이제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것들을 읽어야겠다. 주인공하고 사랑에 빠지는 게 낫지, 주인공한테 성격적으로 빡치는 것은 진짜 할 게 못되는 것 같아. 아 졸라 스트레스 받아...



알렉사는 그 일이 나를 화나게 하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도록 내버려둘 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것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지만 애초에 그것을 가질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 P494

그녀는 나를 웃게 한다. 그리고 내가 꽤 오랫동안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때때로 적절히 필요한 사람들이 당신의 삶 속에 들어오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 P49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19-10-2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먹으면서 이 포스팅 보는데, 몇 번 빵터져서 ㅋㅋㅋ 음식 뿜을 뻔했습니다. ㅎㅎㅎㅎ
아니 지가 상어야? ㅋㅋㅋㅋㅋㅋ 아니 정말 지가 상어래요? 뭐야 뭘 믿어 말어 ㅋㅋㅋㅋ
여자도 정말 답답한 성격이네요. 물론 그래서 이야기가 전개되겠지만....... ㅋㅋㅋㅋㅋ
이야기는 재미있어 보이는데 캐릭터는 정말 비호감이네요.

맞습니다. 공짜는 기프티콘 정도가 적당하지요.

다락방 2019-10-25 14:41   좋아요 1 | URL
너무 싫어요. 나 믿지? 오빠 믿지? 믿긴 뭘믿어. 이젠 상어까지도 자기를 믿으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상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맞아요, 바로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들이 진행되어 가는 것이지만, 저는 너무 저랑 안맞아서 와 스트레스 대박인 독서였어요. 제 읽기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나친 몰입독서라 이렇게 빡치는 등장인물 나오면 읽으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가지고.. 어떻게 해야 등장인물과 거리두기가 가능해질지 연구, 또 연구해봐야겠어요. 그것이 이 책을 읽은 후의 저의 과제입니다.


그나저나, 점심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ㅎㅎ

공쟝쟝 2019-10-2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린.... 싫네요...ㅋㅋㅋㅋ.... 마크도 웩.. 하지만 부창부수라고 서로에겐 찰떡 이겟조.. 흔히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보니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만 드네요 ㅋㅋㅋ 에린식의 착함, 곤란해...

다락방 2019-10-28 08:11   좋아요 0 | URL
에린이 착한것 같진 않아요. 어차피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고 나중에 용서를 비는 스타일이라... 굉장히 이기적인 타입이랄까요. 아오 너무 싫어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너무 성격적으로 저랑 안맞으면 책읽기가 곤란해져 버려요. 읽고 나서도 화딱지가 나서 ㅠㅠ

상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읽는동안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 주인공과 주인공 남편 성격 너무 싫어서 짜증대폭발. 중간에 던져버릴까 다섯번쯤 생각하다가 그래도 간신히 끝까지 읽었네. 끝까지 안읽었다면 별은 두 개에서 그쳤을 것.

아 다 읽고나서도 스트레스 안사라져..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썸씽 인 더 워터》스트레스..
    from 마지막 키스 2019-10-25 11:16 
    출퇴근을 반복하는 삶을 아주 오래 해오고 있는데 아마도 나이 탓인지, 이제는 금요일이면 확실히 지쳐버린다. 금요일까지가 딱 한계구나. 어쩌면 한계는 수요일 밤부터 찾아오는데 금요일까지 출근을 해야 하니 억지로 버티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치고 피곤한 금요일 아침. 몸도 마음도 한주간 쓸만큼 썼다고 생각해서 지쳐버리는 금요일인데, 그나마 금요일이기 때문에 버텨지는 것 같다. 오늘만 잘 보내면, 그러면 주말이다. 금요일밤과 주말이 찾아와. 먹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