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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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작년 뉴욕에 갔을 때였다. 우연한 계기로 그곳에 이민 가 살고 있는 내 또래의 여자1과 남자1을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깊은 얘기가 오고가진 않았는데, 함께 있던 내 친구가 나를 가리키며 '이 친구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남자 1이 내게 책 읽는 걸 좋아하냐, 많이 읽냐고 묻더라. 그렇다 대답하니,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생각이 많지. 그러면 시집 못가요."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거지? 나는 크게 놀랐다. 내가, 지금 이 때에, 그것도 뉴욕 한복판에서, 뉴욕에 오래 산 남자로부터, 생각이 많으면 시집을 못간다는 말을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브루클린 거리를 걷다가도 나는 그 말을 한 번 더 들어야했다. 무슨 대화끝에 내가 '그런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거 아니었을까?'라고 했더니, '또 생각많이 하네. 그러면 남자들이 안좋아한다니까?'


아니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그 당시에 그에게 무슨 말로 반박했는지는 생략하고, 나는 정말이지 선진국인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남자가 '생각 많은 여자는 시집을 못간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데에 너무 놀랐고, 심지어 그 생각을 입밖으로 감히 꺼낸다는 것에 또한번 놀랐다. 한국남자는 미국에 와서 오래 살아도 한국 남자일 수밖에 없는 것이로구나. 물론 미국 남자는 무조건 다른 게 아니지만, 뭐랄까, 선진국에서 오래 살면 나는 한국식의 전통적 사고방식은 당연히 바뀌었을 줄 알았지. 이 일은 내게 너무 놀라웠는데, 이 일에 대해 여러명에게 얘기하자 그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 남자들은 더 한남성을 유지할 확률이 크다고. 외국의 사람들과 어울려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기보다 저들끼리 어울려 배타적이 되고 계급적이 된다는 거다.




그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린 나이에 한국에서 이민을 왔다. 그런데 그들의 사고방식은 누가 봐도 한국식이다. 여자들은 전부 남편과 아버지와 시부모에게 복종한다. 지금도 분주히 음식을 나르는 건 여자들뿐이고, 그중에도 며느리들은 가장 눈에 띈다. 며느리들은 항상 필사적으로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때문이다. 경은 그런 여자들을 볼 때마다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그도 한국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한국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 상대가 몰리라 할지라도. 그는 사랑하는 이가 자신의 어머니처럼 결혼과 함께 종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질리언도 일 년에 몇 차례 시부모 앞에서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한국인 아내들은 평생을 그러고 살아야 한다.

주방에서 돌아온 목사가 몰리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제 아내에게 한 접시 가져오라고 할까요?"

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p.174-175)




여성혐오 문화는 굉장히 단단하게 유지된다.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자 전쟁》을 읽다 보면, 영국이나 프랑스로 이주했어도 할례를 위해 자신들의 나라로 보내지는 어린 여자들의 사례가 등장하고, 영국으로 이주했어도 강제 결혼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다시 보내지는 어린 여자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아예 다른 문화권으로 옮겨 가면 그곳의 문화를 보고 받아들이며 '아, 우리랑 이런 게 다른데 그러다보니 우리 문화가 어땠는지 알겠구나' 하며 새로운 문화에 동화되는 게 아니라,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하고 똥고집으로 자기네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야. 문제는 그 유지되는 문화가 유독 여성혐오에 집중되어 있다는 거다. 한국 남자들이 외국에 가서 살아도 여전히 한국 남자인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니, '그렇게 생각 많은 여자는 남자들이 싫어해' 라는 건, 남자들에 대한 모욕이지 않나? 생각없는 사람을 좋아하는 남자라니, 너무 멍청하잖아? 어떻게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지? 정작 부끄러워 해야 할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남자들이여...



《안전한 나의 집》에서 목사는 큰 사고로 정신 없는 경의 집에 무작정 방문해서는 그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그리고 저렇게 자기 아내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제 아내에게 한 접시 가져오라고 할까요?'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야. 그렇다. 음식을 가져오는 거, 그것은 아내의 몫인 것. 그것이 미국이어도 그렇다. 한국남자라면. 그리고, 아아, 교회여..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가요?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여, 대답을 해보세요...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성 목사가 가장 먼저 달려 나온다. 그는 매의 양 볼에 차례로 입을 맞추고 나서 경과 어색하게 악수를 나눴다.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 그의 인사가 묻혔다.

"뭐라고요?" 경이 다시 물었다.

"부모님께서 오늘 교회에 못 나오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교회를 댁으로 끌고 왔습니다."

마치 호의라도 베푸는 양 의기양양한 말투다. 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경은 자신의 집에 낯선 이들이 득실대는 이 상황이 못마땅했다. 영역을 침범당한 기분이랄까. (p.168)



하아-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상황은 이렇다. 경의 어머니 '매'와 아버지 '진' 이 사는 집에 강도가 들어 둘은 크게 육체적으로도 마음적으로도 피해를 입었다. 집은 난장판이 되어 당분간 아들인 '경'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부모님이 다니는 교회 사람들 떼거지가 경의 집에 말도 없이 찾아온 것. 경은 교회를 다니지도 않고 심지어 교회를 싫어하기까지 하는데, 와서 한다는 소리가 '너네가 교회에 못왔으니 우리가 교회를 끌고왔어' 인거다.

아, 너무 스트레스야. ㅠㅠ 교회를 끌고 왔다 ㅠㅠ 왜들 그래요 진짜 ㅠㅠㅠ 아니 교회를 끌고오다니 ㅠㅠㅠ 한인교회여, 그러지마요... ㅠㅠㅠㅠㅠ

이것은 소설이지만 너무나 눈에 그려지는 선명한 장면이라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할 수가 없다 ㅠㅠㅠㅠㅠ




'경'은 미국에 왔던 아주 어릴적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미국에서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경의 아버지 '진'은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신이 가진 직책에 걸맞지 않은 부인이 창피해서 아내를 때렸다. 게다가 진의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맞고 그 화를 아들인 경에게 풀었다. 경은 그렇게 어머니로부터 맞았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경은 폭력적인 아버지를 떠나지 않았던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매우 원망스러웠고, 아버지 곁을 떠나기만 했어도 자기와 어머니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 엄마가 아빠만 떠났어도, 그 폭력으로부터 도망쳤어도, 그랬으면 자기가 그렇게 불행한 시절들을 견디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경은 어머니를 바보로 여겨본 적이 없었다. 책과는 담을 쌓았고, 그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지만 그는 그런 것들로 어머니를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아버지를 떠날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했다. 물론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그 또한 같은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 역시 두렵다고 호소하면서도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그들 모자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때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그는 지금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상상도 안 될 만큼 멋진 인생을. (p.191)





경은 '질리언' 이라는 미국인 여자와 결혼했고 아이를 하나 두고 있다. 빚에 쪼들리며 살고 있지만 큰 부자인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는 아무 도움도 받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그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그런 차에 어느날 엄마가 찾아온다. 발가벗은 채로 그리고 음모가 다 뜯긴 채로. 부모님의 집에 강도가 들었고 어머님은 그들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구조 요청을 위해 힘겹게 겨우 여기까지 찾아왔던 것.



경은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왔고 엄마가 자신을 때릴 때 맞았다. 혹여라도 자신이 가정을 이루었을 때 그런 부모가 될까봐 늘 두려웠고, 그런 두려움이 언제나 마음 속에 있어서 자신의 아이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늘 자신을 통제해서 자신은 부모와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란건데, 어릴 적에 그 폭력의 트라우마는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는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경은 이때까지 다른 사람을 한 번도 때려본 적이 없지만, 그렇지만 자신 안에 폭력성이 있음을 자꾸 인지하는 거다.


보통 남자들은 폭력성이 있고 여자들은 폭력성이 덜하다는 식으로 사람들은 얘기하는데, 폭력성이 남자에게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은 그것이 그들의 본성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이 더 많은 폭력성을 띠고 더 많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그동안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보고 자랐기 때문이란 생각이 드는 거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걸 많이 보고, 아버지가 나를 때리는 걸 겪고, 주변에서도 뉴스에서도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남자를 너무 많이 보게 되니, 자연스레 자신 안의 폭력성을 인지하게 되는 게 아닐까. 어릴 때 학대당한 아이가 자라서 다른 사람을 똑같이 학대하는 어른이 되는 것도 학대의 트라우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면 안된다'고 자꾸만 자꾸만 자신에게 속삭여야 하는 것도 큰 트라우마다. 이래가지고야 어디 정상적이고 건강한 인간 관계가 만들어지겠는가.




부모님 집의 사건을 계기로 경은 어쨌든 얽히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님과 함께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묻어두었던 기억들은 경에게 아프게 찾아든다. 누르려고 했던 폭력성, 누구에게든 밝히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폭발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계기가 되어 더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찾아들어, 트라우마에 갇혀있는 경이라는 걸 알지만, 내적으로 아주 많이 갈등하고 싸우고 있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경의 곁으로부터 떨어지고 싶었다. 잭의 아내인 '질리언'의 아버지가 그에게 '네가 아시아인이라 결혼을 반대한 게 아니라, 네 더러운 성질이 보여서' 반대했다고 말하는데, 아아 나는 그의 말을 너무나 잘 알겠는거다. 




경은 결국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던 것을 물으러 간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이유가,  어머니가 어머니였기 때문인지, 그러니까 다른 여자였다면 때리지 않았을건지.



"만약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살았다면, 그 여자도 때렸을까요?"

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 더 때렸을걸."

그것은 경이 기대한 답이 아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란 대답을 듣고 싶었다. 애정 결핍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는 핑계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진의 대답이 마지막 남은 의혹마저 싹 지워버렸다. 그와 그의 가족이 폭력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진은 그가 진정으로 원한 여자와 결혼했더라도 똑같은 파국을 맞게 될 운명이었다. 결국 원인은 진이었다.

진은 절망에 빠진 아들을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경은 더 이상 차분히 그와 마주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여자를 때리는 게 자랑스럽나요?" 경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 "그게 우스워요?" (p.376-377)




나는 여기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만약 '다른 여자였다면' 아버지는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니.


그는 어떻게든 폭력을 휘두를 남자였고, 그것은 상대인 여자의 탓이 아니었다. '네가 잘못했으니까' 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폭력에 대한 핑계도, 정당화도 될 수 없다. 진은 자신의 아내인 매가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 원하는 대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때렸다고 말한다. 그건 가해자의 변명에 불과한데, 우리는 어느 누구도 상대가 원하는 완벽한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매'가 아니라 다른 여자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는 그 여자를 때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여자도 역시 진이 원하는 바로 그대로를 다 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가 어른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도 다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인데 '내가 원하는대로 네가 해주지 않아서' 때렸다는 것은 얼마나 기만적인가. 그것은 상대와 나를 그리고 그 변명을 듣는 세상을 모두 속이려는 행위다. 아니, 그것은 가해자가 폭력을 쓰고 싶어서 쓴거다. 폭력을 쓰는 사람이라서 쓴거다. 특히나 자신에게 맞고 반항하지 못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때린 거다. 세상에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아내나 자식 하나 뿐일까? 세상에 나가면 내 뜻대로 해주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직장 상사는 내 말대로 해주나? 직장 동료는 내 뜻대로 해줘? 내가 찾아가는 병원 의사는 내 마음에 쏙드나? 무엇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그야말로 내 생각과는 다른 행동들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왜 그들을 찾아가서 왜 나를 빡치게 하냐며 때리지 않지? 왜지? 왜죠? 상대의 잘못 때문이라면, 상대가 내 기분을 건드려서 때리는 거라면, 세상엔 아내 말고, 애인 말고 때려야 할 사람이 수두룩하지 않냐?



여자라서 때린 거다. 내가 사둔 집에 사는 여자라서, '내 여자' 라서. 그러니 그 여자가 아니라 다른 여자였어도 '내 여자'가 되는 순간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안되는 사람이 1에서부터 100까지 있어도 다 때리면 안돼, 왜냐면 나도 맞을 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내 여자는 아니다....  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될까.





경은 고통스럽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짓을 잊을 수가 없어 고통스럽다. 그러나 결국은 아버지와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것이 이 소설이 주는 작은 희망이다. 아들이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무는 것, 실패와 폭력을 자기 삶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것, 결국 그렇게 결정하는 것. 이것이 작은 희망이다.









"근사하죠?"

"여길 꾸미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어요. 전부 매의 작품이죠."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쳐다봤다. "어머님은 인테리어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어요. 몰랐나요?"

그도 어머니가 남다른 안목을 지녔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재능으로 여겨본 적은 없었다. 어머니가 일자리를 갈망했으며,실제로 이런 곳애 채용되었다는 사실이 그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재능이 있으셨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차마 몰랐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 P336

"제게는 식구들이 돌아오기 전에 나가달라고 하셨고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항공권을 사주시겠다면서요. 돈도 조금 주시겠다고 했고요. 하지만 난 이런 꼴을 우리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 경 씨. 우리 아버지는 ……."
그녀의 눈가가 다시 촉촉해졌다. 경의 눈에 그녀는 슬퍼한다기보다 겁에 질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버님이 왜요?"
"내가 미국에 오는 걸 반대하셨어요. 보나마나 나쁜 일이 벌어질 거라고 하셨죠. 우리 아버지는…… 겁쟁이예요. 전쟁 이후로 세상 모든 것을 두려워하셨죠. 고양을 떠나 미국으로, 유럽으로 달아나는 여자애들 모두 남자들 꾐에 빠져 창녀가 돼버릴 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미국에 가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할 거라고 맞섰죠. 나중에 변호사나 의사가 돼서 돌아오겠다고…….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해서 날 말렸어요. 고향을 떠나면 불행이 찾아올 거라고요." 그녀가 다시 코를 풀고 냅킨을 구겼다. - P201

"내겐 동생들이 있어요, 경 씨. 그것도 네 명이나요. 전부 나보다 한참 어려요. 그런데 내가 이런 꼴로 돌아가면 아버지는 동생들을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그 애들의 미래가 영영 막혀버릴 거라고요. 자기 말이 맞았다고 우쭐해하면서 말이에요."
경은 소파에 늘어진 마리나를 보며 그녀가 하루 빨리 떠나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디로라도 사라져주기를. 하지만 그녀와 마주 앉아 있는 지금은 그녀가 얼마나 젊은지, 고향과 이곳에서 겪은 불행의 결과가 얼마나 영구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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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7-1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전’과 ‘집’이 함께 제목으로 등장하는 책 속의 집이라면, 안전하지 않은 집일 확률이 높죠.

다락방님이 “다른 여자였더라도.. “를 풀어주신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매’가 아닌 다른 여자였어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폭력의 대상이 되는 거니까요. 아, 읽고 싶어요~를 할 수 없게 하는 책이네요... ㅠㅠ

다락방 2019-07-18 10:22   좋아요 0 | URL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짚어줘야 할 문제를 다 짚어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남성의 폭력이요. 보스니아 에서 온 가사도우미의 대사도 인상적인데, 아 맞다, 그것도 인용해 두어야겠네요.

스릴러 책인줄 알았는데 뭔가 르포 같은 느낌이고...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어요. 폭력적인 기운이 감돌 때면 책을 읽으면서도 긴장이 되더라고요 ㅠㅠ

잠자냥 2019-07-1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저 뉴욕남때문에 욕나오네요...(속으로 온갖 *새로운 욕*을 해봅니다... 뉴욕뉴욕뉴욕!!!)
다락방 님이 그놈에게 멋지게 한방 쏴줬으면 좋았을 것을.... 흐흐흑.

암튼 책 내용 참 답답하네요; 소개하신 내용만 봐도 기빨리는 느낌........ 하아.

단발머리 2019-07-18 10:25   좋아요 0 | URL
저런 말을 하면서도 본인은 전혀 ‘거리끼지 않는다’는 게 전, 그게 신기해요.
거리끼지 않으니까 반복해서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참... 신기해요, 진짜...

다락방 2019-07-18 10:26   좋아요 0 | URL
아, 거기에서 저 다다다닥 했어요. 제가 쓰질 않았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글은 언제나 너무 길어서.. 하하하하근데 뭐랄까, 제가 아무리 그래봤자 저 남자 1도 안바뀌더라고요. 한 방이 안돼요. 제가 말하면 말할수록 오히려 그에게는 ‘생각많아서 남자 없을 여자‘라는 인식이 더 굳어지는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은 의외로 기빨리는 느낌은 아닌데 내내 긴장되기는 했어요. 폭력적인 기운이 감돌 때면 특히 더요. 정윤 작가가 재미한인이고 이 책을 영어로 썼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더라고요. 굉장히 한인사회를 잘 살려놔서 스트레스..(응?)


단발머리 님, 맞아요. 거리끼는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거여서 제 말이 그 사람한테 가 닿지를 않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냥 생각많은 여자1 이 되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7-18 10:29   좋아요 0 | URL
그 사람은 글 길게 쓰는 사람도 싫어할 태세입니다. 여자가 생각도 많고 글도 길게 써?!? 뭐 이런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마이너스 포인트 1점 추가되시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는 만나지 마요~~~

다락방 2019-07-18 10:34   좋아요 0 | URL
네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이에요. 얼굴도 이름도 기억 안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제가 만나고 싶어서 만난 게 아니라, 제 동행이 이민간 친구 여자1을 만나러 저랑 같이 갔는데, 마침 ‘여자들‘ 만나러 간다는 얘기에 남자1이 여자1을 무작정 예고도 없이 따라나온 거에요. 등장부터 무례무례... 쯧쯧. 자기는 결혼 너무 하고 싶다는데 여태 싱글이라고, 그래서 신붓감 찾아 나왔었나봐요. 그런데 저를 만난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7-18 10:41   좋아요 0 | URL
헐... 등장부터 무작정............. @_@

반전. 그런데 그 뉴욕남은 다락방 미모에 반하고 마는데..............
생각이 많은 여자임에도 미모때문에 갈등을 겪는데...............

단발머리 2019-07-18 10:42   좋아요 0 | URL
짜자쟌~~~~~~~!!!

다락방 2019-07-18 10:42   좋아요 0 | URL
아니야, 잠자냥 님. 그거 아니야..돌아와요. 그 길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7-18 10:46   좋아요 0 | URL
너무 멀리 갔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18 10:48   좋아요 0 | URL
참 잘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 리뷰는 세상 우울한데 댓글 이렇게 재미져서 어떡해요? ㅜㅜ

syo 2019-07-18 10:48   좋아요 0 | URL
결국 그 뉴욕남은 눈을 떠도 다락방, 눈을 감아도 다락방 온통 다락방 생각 뿐인데........
대체 나는 왜 이럴까, 생각많은 여자의 매력이란 무엇인가, 치열한 고민 끝에 페미니즘 책을 탐독하기 시작하는데.......

단발머리 2019-07-18 10:49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우리 이렇게 왼쪽으로 도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오른쪽으로 가자 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18 10:49   좋아요 0 | URL
아이참 아니라니까 쇼님. 돌아와, 쇼님도 돌아와야 한다. 얼른 돌아와야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18 10:51   좋아요 0 | URL
아이참 한 명 잡아 놓으면 다른 한 명이 멀리 가고 또 잡아 놓으면 다른 한 명이 또 가버리고..아이참... 사는 거 힘들어서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7-18 10:53   좋아요 0 | URL
가면 안 되는 길이었나?? 그렇다면,

..... 그렇게 페미니즘 책을 읽어보니 재미가 없었고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하여튼 뉴욕남은 지금처럼 그렇게 뉴욕뉴욕 살았다고 합니다.

- fin -

교훈 :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다락방 2019-07-18 10:59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니 그 남자도 참 안됐어요.
여자 만나러 간다고 씐나서 눈누난나 따라 나왔는데 나오고보니 다락방이야... 자기 기준에 세상 끔찍한 여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19-07-18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대목에서 천프로 동감...

다락방 2019-07-18 10:53   좋아요 0 | URL
네, 절로 욕이 나오는 것입니다!!!!!

블랙겟타 2019-07-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당하셨겠네요. 생각과 시집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건지... ( •̀ו́)

음 보통 선진국등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 갔었던 당시 한국의 정체성으로 머물러 버리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 시점에 머물러 있다보니 한국에 쭉 사는 사람들 보다 더 퇴행적인..

그나저나 이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

다락방 2019-07-18 10:5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블랙겟타님.
저는 결혼 얘기를 1도 안했는데, 그 남자는 자꾸만 시집 못간다고 저한테 뭐라 하더라고요? 노이해.. 아마 그 남자의 머릿속이 결혼결혼 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은 원래 자기중심적인 법이니까...

선진국에 이민갔지만 이곳 그대로의 정체성에 머무른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그러니 정작 떠나온 나라가 변화하는 것도 모르는 것 같고요. 저렇게나 꽉 막힌 뉴욕한인남 이라니, 저는 너무 .. 하아-

이 책 읽어보세요 블랙겟타님. 영어로 쓰여진 소설이 번역된건데, 읽어볼만한 소설이에요. 저는 좋았습니다. 남동생에게도 읽어보라고 줄거에요.

독서괭 2019-07-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저딴 소리 들으면 시집 안 가서 참 다행이다 싶을 것 같아요. 너같은 놈에게 안 가서..
댓글 보고 웃고 갑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9-07-19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진짜 욱해서 ‘니가 그러니까 장가를 못가지!‘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고 합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은빛 2019-07-1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 연애의 기준은 언제나 말이 잘 통하는 사람.
즉, 생각이 많은 여성이었는데요.
그 남자는 자신이 생각이 없는 인간임을 자랑스럽게 반복적으로 내세웠네요.
한심하고 불쌍한 사람이네요.

그나저나 글 분위기와 다른 이 댓글들은 도대체!!
다락방님 서재에서는 언제나 글 읽는 재미와 댓글 읽는 재미가 완전 달라요.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는데, 그 비대칭이 주는 맛이 또 색다르네요.

비로그인 2019-07-19 16:38   좋아요 0 | URL
생각 많은 여자 딱 질색입니다. 욕망이 똥구멍까지 차 가지고요. 아주 재수없습니다. 여자는 모니모니해도 얼굴이 예뻐야지요. 아니면 가슴이 크던지.......

다락방 2019-07-19 16:47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 저도 글이 세상 우중충 했는데 댓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쓰면서도 읽으면서도 한참 웃었어요. ㅎㅎ
어차피 생각 안하고 살면 본인이 생각 없는 게 뭐 그리 큰 문제겠습니까. 자기들끼리 행복하겠지요. 다 원하는 짝을 찾기 마련인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마술라디오 님, 원하는 분 만나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9-07-19 20:00   좋아요 0 | URL
마술라디오님. 참 불쌍한 분이시군요. 욕망이 똥구멍까지 차오른 사람은 아무리봐도 당신인 듯 합니다.

제가 종교를 믿는다면 당신을 위해 기도라도 할텐데,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어서 아쉽네요.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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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당황스러웠다. 뭐랄까, 평소에 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방법이 좋다는 자기 확신이 없는 채로 쓴 글 같다고 해야하나. 이 책을 위해 만들어진 방법의 느낌이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이현' 작가의 [동화 쓰는 법]이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이현 작가의 책에서는 작가가 분명히 알고 있고 또 확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깨닫고 그걸 본인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이다혜의 책에서는 그런 게 없고 스스로도 자신이 말한 방법을 딱히 자신이 쓰는 것 같은 느낌도 아니라 내 경우엔 글쓰는 데 별 도움 안되는 책.


무릇 책이란 언제나 읽는 자의 몫이려니,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쓰기 방법 책이 될 수도 있을 터. 그러나 내 경우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이현 작가의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에서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딱히 얻은 건 없지만, 좋은 책들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얻었다. 다이어리에 몇 권 메모해두었고, 오늘은 그중 한 권을, 다른 책들을 사면서 구매했다. 이다혜 작가는 글을 쓰는 것 보다는 책에 대해서 말하는 쪽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본인도 그걸 더 좋아하는 것 같고.









방법1. 장소만들기
식탁일 수도 있고 커피숍일 수도 있다. 여기 앉으면 글 쓰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작업실을 만든다. 물론 이렇게 커피숍에 가서 영원히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안 돼! 그러면 안 된다! - P44

인간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자평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는 않는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멋진 성취에 대해서라면 칭찬하는 말을 고르고 골라 전한다. 책이나 영화에 대해 쓸 때도 마찬가지다. 좋을 때는 좋다고 헌신적으로 말하도록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흔하지 않은 찬사를 보낼 수 있을까 진심으로 고민한다. - P109

지금의 나를 가장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만드는 일은,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는 일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해 밤늦게 새벾까지 읽어 끝을 본 뒤 어디로든 힘껏 달려가고 싶은 기분에 빠진다. 책 한 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처럼. 지저분한 방을 싹 뒤엎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온통 뒤범벅이 된다. 있는 힘껏, 내가 무엇이 될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 아주 좋은 책과 아주 좋은 여행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보통의 책과 보통의 여행도, 나쁜 책과 나쁜 여행도 나를 조금씩, 하지만 영구적으로 바꾸어놓는다. 그리고 알게 되는 것이다.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리라고. 나빴다고 생각한 일이 나중에 더 좋은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을 구경하며 깨달은 것을 내가 경험으로 배운다. - P125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가 생기면 꼭 하는 당부가 있다. 악플을 쓰지 말라고. 당신이 쓴 글을 세상 누구도 안 읽을 수 있지만, 당신 자신은 읽는다. 그 말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기 전에 당신 자신을 향한다. 물론 악플을 쓰지 말라는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벼르는 재능은 없느니만 못하다. 남이 어떤 말에 아파할지 궁리하며 에너지를 쓰지 말자.
악플러를 잡고 보니 가까운 사람이더라는 경험담을 듣게 되기도 한다. 아는 사람에 대해 익명으로 악플을 단다는 말이다. 잘되는 게 배가 아파서, 하는 짓이 기분 나빠서, 혹은 그냥 날이 궂어서. 그런 이들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뾰족한, 아프게 하는 악플을 달기 마련이라, 고소하고 보면 아는 얼굴이라는 말이다. 로버트 그루딘은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에서 "범죄 가운데 가장 만연하고 많이 재발하면서도 좀처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근거 없는 헐뜯기, 즉 중상이라는 달콤하고 사교적인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 P131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이것은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멋진 이유가 된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쓰고자 하는 대로 써지지 않는 고통이 있고, 그래서 퍼붓는 노력이 있고, 더디지만 더 나은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남이 알기 전에, 그 매일에 충실한 나 자신이 먼저 안다.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 P133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 P157

나는 타인을 공격하는 자유를 보호하기보다는 부당하게 공격받지 않는 권리를 먼저 보호하자는 주의의 사람이다. 의도와 무관하게 ‘그러하게‘ 읽힌다면 글을 잘못 썼을 가능성이 높다. 글을 써놓고 글쓴이의 의도를 따로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다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글을 잘못 썼다.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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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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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직접 죽이는 것만이 정답일 때가 있다.

변호사도 경찰도 의사도 남자가 훨씬 더 많은 지금 같은 때라면 종종 그렇다.

그것만이 유일한 답인 것이다.



그리고,

연대하는 여자들이 우리를 살린다.




내 상황에 얼마나 희망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나는 우리 생활의 절대적 완벽성에 결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에 대해 절망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잭과 내가 싸운 적이 한 번도 없고 우리가 모든 것에 절대적으로 의견을 같이 하며, 내가, 똑똑한 서른두 살의 여성이 아이도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소꿉놀이 하는 데 만족한다는 말을 믿는 그들의 멍청함이 경이로울 정도다.
누구라도 그 완벽성에 대해 질문을 하는, 의심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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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남자 뷰티풀 시리즈
크리스티나 로런 지음, 정지현 옮김 / 르누아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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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은이 '크리스티나 로런'은 '크리스티나 홉스'와 '로런 빌링스' 두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필명이다. 이 책, 《노는 남자》를 읽기 전까지 이 작가가 당연히 여자 두명으로 구성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명은 남자인가보구나!' 했는데, 지금 구글을 검색해보니 여자 두 명이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놀랐다. 그렇다면 이 여자 두 명의 생각이 들어갔을텐데, 그러니까, 음, 성적 취향이 나랑 너무 달라서! 다른 거야 물론 너무나 당연하고 또 너무나 개인적이지만, 어.. 그러니까,



(여러분 이 리뷰는 19금 입니다. 이 책을 사려고 해도 본인인증 해야 해요.)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인 '한나'는, 남자 주인공 '윌'만큼 본인의 '몸'에 정액이 뿌려지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가 정액을 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해. 이게.. 음... 예, 섹스는 개인적인 것이니까요. 킁킁.



한나는 스물 네살의 대학원생이다. 기생충을 연구하는데 일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일에만 빠져 사느라 제대로된 연애도 섹스도 못해보고 친구도 별로 없다. 이에 한나의 친오빠는 한나에게 사람들 좀 만나고 살라며, 마침 뉴욕에 살고 있는 자신의 절친인 '윌'을 만나보라고 한다. 만나서 뭐 연애란 무엇인고 사교활동이란 무엇인지 블라블라 뭐 좀 배우라고... 이것 자체가 좀 말이 안돼. 여하튼 그래서 윌을 만나는데, 윌은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남주인공, 바로 그 모습이다. 탄탄한 근육, 큰 키, 좋은 매너, 한 쪽 입꼬리만 올리는 모습, 탄탄한 직장, 많은 섹스 파트너, 그보다 더 많은 섹스 경험, 그래서 뛰어난 섹스 스킬, 그러나 한 번도 진정 사랑을 해보지 못한 서른 한살의 남..


책의 뒷표지에서는 그걸 '연애 고수'와 '연애 하수'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던데, 으앗, 너무 식상하고 뻔하지 않은가. 그렇게 연애 고수 윌이 연애 하수 한나를 만나는데, 그들이 서로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거다. 한나는 '이 사람은 나 말고도 여자가 많으니까' 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윌은 '얘가 경험을 위해 나를 만나는 거라고 하니까' 하며 한 발 물러서고.. 그러나 서로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고 한 번도 이런 섹스는 없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는?


한나는 성적 욕망을 아주 강하게 느껴서 윌과 섹스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된다(이게 가능한가요, 섹스하는 친구사이?). 그런데 그 섹스가 지금껏 했던 어떤 섹스보다 좋았다. 뭐, 한나야 그간 별 경험이 없었으니 그렇다 쳐도, 윌은 경험이 너무 많았고 게다가 화요일에 만나는 섹스파트너, 금요일에 만나는 섹스파트너가 있는데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가 된다. 그렇게 연애 고수는 연애 하수에게 빠져 섹스 파트너들과의 만남을 번번이 취소하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매일 아침 만나서 조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 시간이 너무 즐겁고, 섹스는 우라지게 즐거워서, 서로가 서로의 소유가 되길 원한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 아, 너무 뻔해서 '로맨스는 이렇게 뻔하게 쓸 수밖에 없나요?' 부르짖고 싶은데, 그러나, 뭐, 내 연애라고 특별했던가. 연애야말로 바깥에서 보면 다 고만고만하지 않던가. 연애야말로 안으로 들어가면 나름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바깥에서 보면 나도 뻔한 연애를 하는 1인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당신은 나랑 너무 달라서 끌려 혹은

당신은 나랑 너무 공통점이 많아.


그동안 숱한 사람을 만나왔지만 너같은 사람은 처음이야.


나에겐 상처가 있지만 너로 인해 극복했어.


너에게 빠져들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빠져들고 말았네.



뭐 기타등등.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들은 뭐, 그냥 우리가 하는 사랑이야기인 거잖아. 하늘 아래 새 것이 없고 하늘 아래 새로운 연애도 없나니. 너도 나도 다 뻔한 연애인 것을...


게다가 한나가 그렇게나 연애도 잘 못해봤고 섹스 경험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을 홀리는 커다란 가슴을 갖고 있는 것까지 너무 뻔하다. 소설 속에서 윌은 한나의 가슴에 푹 빠져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어느틈에 보고 일부러 보고 그러는데, 그런데, 이거 너무 소설적인 거 아닌가. 정말 그렇게 대놓고 가슴 보고 사나, 남자들?



한나 와 윌은 서로 사랑하고 상대의 사랑도 확신하게 되지만, 로맨스 소설이 반드시 그러하듯,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긴다. 이 오해라는 건 사실 서로 탁 까놓고 말하고나면 다 풀리는 것들인데, 상대에게 묻지 않고 자기가 보고 들은것만이 진실인 것처럼 생각되어 상대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상대를 미워하거나 혹은 실망하게 만들었다면, 그것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방금전까지 그 눈빛은 내게 사랑을 말했는데' 라고 생각했다면, 그러면 상대에게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오늘 이러이러한 소식을 들었다(혹은 보았다), 그게 사실이냐, 그렇다면 니가 그렇게 말한(행동한) 이유는 무엇이냐.


이걸 물으면 상대가 자기의 사정을 얘기하겠지. 그러면 오해가 풀릴 수 있고 서로 힘들어하는 과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런데 왜 그들은 그걸 안할까? 그러지말자. 상대를 사랑하고 또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면, 내 짐작으로 오해를 쌓아가지 말고 묻자. 묻고 듣자. 오케?



아무리 세상 로맨스가 다 뻔하다고 하지만, 나는 특히나 이런 로맨스는 좀 별로다. 남자가 나이가 더 많으면서 동시에 더 가진 자원도 많고 더 섹스와 연애 경험이 많아서 당연한 듯 연애 고수의 포지션인 거. 여자는 연애 하수라 어떻게 행동할지도 모르고 고수니까 나 말고도 다른 여자들 많겠지 하는 거. 이런 거 딱 진짜 내가 질색팔색 하는 스토리야. 틈틈이 조깅으로 엉덩이 라인이 달라졌다고 하는 것도 너무 싫고 ㅋㅋ 운전하는 중에 오럴섹스 하는 것도 개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딱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전하는데 오럴을 왜해... 아이고 두야.. 머리가 다 아프다..



그런 이 소설에 내가 별을 세 개나 준 까닭은 하하하하. 이 책은 내 기대에 충분히 부합할만큼 야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첫 섹스를 하면서부터 그 다음 섹스까지 또 그 다음 섹스까지, 야한 장면에 충실했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당연히 제대로 된 남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빻은 남자는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없지. 아니나다를까, 윌은 섹스에 있어서만큼은 충분히 여자를 생각해주는 남자여서, 여자의 욕망에 아주 제대로 부응하는데, 이 과정에서 계속 야해서 너무 좋은 거다. (네?) 그리고 이들이 한 번 섹스하고 나서부터는 계속 섹스하고 자주 섹스해서 계속 끝까지 야해. 이 책은 당연히 본인 인증을 거쳐 사야만 하는 것이야. 그러니까 얼마나 야하냐면, ㅋㄷㅋㄷ, 애인과의 통화중에 읽어주고 싶을만큼 야하다.


처음에 내용이 너무 뻔하고 내가 싫어하는 뻔함이어서 몇 장 읽지도 않고 팔아버릴까 고민했다. 안읽고 팔까 다 읽고 팔까.. 그런데 야한 부분 나오고나서 부터는 책장에 꽂아둬야 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나는 그간 폰섹스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앞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이 책의 야한 부분을 전화기 너머로 읽어주면, 폰섹스가 가능해질 것 같았다. 자, 들어봐, 하고 읽어주는 거지. 그 생각을 하자 너무 신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이들의 섹스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도를 넘어서, 아니 그것은 도를 넘었다기 보다는 취향의 문제이지만, 아니 이들은 어쩌면 그렇게 오럴섹스를 좋아하지? (절레절레), 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내 몸에 정액이 뿌려지는 걸, 상황에 따라, '견딜 수는 잇겠지만', 그걸 좋아할 순 없을 것 같다. 사랑은 허용 범위를 넓혀주기 때문에 내가 받아들이거나 견디는 것 까지는 할 수 있다. 정액 바깥으로 쏟아지면 너무 더럽지만.. '괜찮아, 당신이라면' 까지는 내가 할 수 있단 말이지. 그런데 그걸 좋아한다고? 아아, 역시 이것은 개인의 취향인가.


난..난...난...안되겠어. 안돼.

아니, 내가 카섹스까지는 그래, 알겠다고, 그런데 왜 운전중에 오럴을 하는거야? 하아- 스트레스... 갓길에 세워두고 하라고 ㅠㅠ



아무튼 여자와 남자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뜨거운 연인이 되었다. 연애는 역시 뜨거워야 제맛이지.

그나저나 크리스티나 로런 읽는 사람은 정말이지, 대한민국에 나 밖에 없는것 같다.

이 사람 야한 거 잘써..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 있는 야한' 거 잘 써. 남자들도 포르노 보는 대신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게 그들의 앞으로의 삶에 훨씬 나을텐데, 말은 지겹게 안듣겠지. 로맨스 소설이야말로 여자보다 남자가 읽어야 하는 것인데.. 쩝.


좀 전에 알라딘에 크리스티나 로런 검색했더니, 이것 말고도 소설 몇 개 더 있다. 오케이, 내가 잘 알겠다고 한다.




"공원으로 달리기하러 가는데 혹시 나올 생각 있어?"
"조깅을 한다고요? 굳이 달릴 필요가 없는데도 달린다는 말이에요?"
"그래." 그는 아예 노골적으로 웃고 있었다. "운동 삼아 달리는 거야." - P20

그녀는 눈을 떴고 내 입술로 시선을 향했고 잠깐 동안 차분해졌다.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속삭였다. "안녕."
그 애정 가득한 눈동자를 보는 순간 나는 내 생애 최초로 벌어진 일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 - P223

나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콘돔이 있는 탁자로 손을 뻗었다. 말없이 포장을 뜯어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기대감에 들떠 이미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 전희가 필요하지." 나는 목으로 입을 가져가면서 말했다. 그녀는 내 성기에 콘돔을 끼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선 일요일 아침부터 계속 전희가 이어졌는걸요." 그녀가 속삭였다. "준비 운동은 필요없어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 P262

그는 내 청소년기 섹스 판타지의 주인공이었다. 그렇다고 10대 시절을 그에게 푹 빠져서 보낸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실제로 가질 수는 없지만 그를 갈망할 수는 있었기에 오히려 간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를 만지고 그가 나를 만질 수 있고 그가 좀 더 깊은 관계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진심일 리가 없기에 … 일이 복잡해졌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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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0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에 ˝남자를 알아야 어른이 되는 거야˝라고 써 있네요.
어쩐지. 그래서 syo가 어른이 못 되고......

다락방 2019-07-03 17:38   좋아요 0 | URL
표지에 써있는 말씀하신 그 문구는 진짜 빻은 문구 같아요. 이 소설의 내용으로 저 문구가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부러 저렇게 만드는 것 같아요. 뭘 남자를 알아야 어른이 돼, 남자들이 어른이 안되고 있는데... 쯧쯧..

이상, 갑분흥분해버린 다락방이었습니다..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19-07-0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야해서 팔리지 않고, 다락방님 책장에 꽂히게 된 걸, 축하드립니다.
크리스티나 로런님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04 07:59   좋아요 0 | URL
미래의 폰섹스를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며칠전에 친구에게 노섹스 선언을 해버렸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19-07-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스는 우라지게 즐거워서 <-에서 ㅎ흐흣 웃다가.........
폰섹스를 위해 이 책을 꽂아뒀다는 말에서는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갓길에 세워두고 하라는 말에서 아놔 정말 또 혼자 모니터 보면서 광대승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 갓길에서 하라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7-04 11:31   좋아요 0 | URL
제가 태어난 이유가 뭐겠습니까?
바로 잠자냥 님 광대 승천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은빛 2019-07-06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의 폰섹스를 위해 책을 쟁여두신 다락방님.
그 철저한 준비성을 저도 본받고 싶군요. ㅎㅎㅎㅎ

이 글 제목만 봤을 때는 무슨 뜻이지?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미래의 폰섹스를 위해 이 책을 쟁여놓고 싶어졌습니다.

다락방 2019-07-07 19:17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아주 철저한 사람입니다. 언제나 준비하는 자세로 미래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동화 쓰는 법 -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땅콩문고
이현 지음 / 유유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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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독자는 단지 독자의 수신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작가의 발신, 즉 동화의 기준점이 되어 준다. 작품의 성패와 수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32)


그 한 사람의 어린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 그 한 사람의 내포독자는 작품의 기준점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북극성처럼 한자리에서 반짝반짝. (p.33)




내포독자가 명확할수록 이야기는 구체화된다. 생명력을 얻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 단 한사람을 위한 이야기니,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p.36)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나는 글을 쓸 때면 단 한 명을 생각하고 썼다. 그 사람이 읽을 것이다, 그 사람이 읽어줄 것이다, 그 사람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글을 쓰는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언제나 머릿속에 누군가를 생각하고 글을 썼다. 내 생각은 이래, 내 느낌은 이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언제부터 그런식으로 글쓰기가 시작된건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고 있다. 그리고 내가 이미 해오던 그 방법이 글쓰기에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들로부터 알게 됐다. 어? 그렇게 쓰라고 하네? 나는 이미 그러고 있었는데? 역시.. 스스로 깨우치는 천재적인 끼가 보인다... 라고 나는 나를 평가했더랬다.



그러나 소설, 이야기를 쓰는 일에까지 그것을 적용할 생각을 못했다. 언제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그것을 언젠가는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는'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언젠가는'으로 남아있다.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부지런히 소설을 읽고 읽고 또 읽었는데, 그러다보면 작가들에게 감탄하곤 했다. 이 어려운 걸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냈을까.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하는걸까. 어쩌면 내가 할 일은 그저 읽는 것에만 있는지도 몰라, 쓰는 건 다른 사람이 해야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릴적부터 소설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만 '언젠가는'으로 미뤄왔다.



'이현'의 [동화 쓰는 법]은, 제목 그대로 동화를 쓰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데 와- 이 책이 처음부터 참 좋다. 꼭 동화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몇 장 읽지도 않고서부터 나는 이야기를 써내는 것의 가장 중심축을 알게 됐다. 내가 쓰는 글-소설이 아닌-, 일기 같은 글에서 항상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썼다면, 소설에도 역시 그러하면 된다는 것. 작가는 그렇게 글 쓰는 이가 염두에 두는 사람을 '내포독자'란 용어로 표현한다. 아, 왜 내가 그걸 몰랐지? 왜 소설에도 그걸 적용하면 된다는 것을 몰랐지? 그래, 내포독자! 소설에서도 역시 나는 단 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쓰면 되는 거잖아! 그렇다면 그 사람만 생각하며 방향을 잃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 자신감은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해진다. 이 책의 작가인 이현은 어떻게 하면 동화를 잘 구상하고 진행해나가며 마무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그 과정들 속에서 어떤 책들이 좋은 혹은 나쁜 예시가 될 수 있는지 다른 많은 책들을 언급하며 설명하는 통에, 중간중간 북플에 들어가 책들을 검색하고 '읽고싶어요'도 체크해야 했다. 




내포독자로 시작해서 주인공과 인물 그리고 사건과 플롯, 설정과 절정과 결말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한 편을 시작하고 끝내며 또 책으로 나오는 과정까지를 순서대로 짚어주는데, 매 꼭지마다 도움이 된다. 어떤 부분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것), 어떤 부분들은 내가 미처 모르고 있었다(절정에서는 잠시 멈춰줘야 한다는 것). 교양을 쌓자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이다.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고 실질적으로 '으악 크게 도움이 된다'라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은 다르다. 동화 쓰는 법 이라고 하지만, 비단 동화뿐만이 아닌, 모든 이야기에 적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쓰기의 방법들이 실려있다.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이 될테니.

게다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동화)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들은 반짝반짞 빛난다. 으스대며 천부적인 재능이라 잘난척 하고 싶지만, 사실은 자기가 많이 노력했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는데, 나는 스스로 노력을 하고 또 노력 했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좋은 것이다.

왜, 학창 시절에 그런 아이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어제 공부 하나도 안했어' 라고 말해놓고 100점 받는 아이들... 너도 놀고 나도 놀았는데 너는 백점이고 나는 칠십오점이면 나는 돌대가리 너는 천재냐. 좀 솔직해지자 우리...


4개국어를 하는 친구에게 언젠가 '너는 어쩌면 그렇게 외국어를 잘해?'물었을 때, 그 친구는 내게 '나는 미친듯이 외웠어, 지금도 사전을 찾아봐' 라고 한 대답이 너무 인상깊었다. 그런데 이현도 이 책에서 얘기한다. 



나는 매번 그렇게 동화를 써 왔다.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 헤매지 않은 적도, 힘들지 않은 적도 없다. (p,158)



단 한 번도 동화를 쉽게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동화 쓰는 법에 대한 책까지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내가 읽어본 글쓰기 책 중 가장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야기를 쓰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 몫이다. 이 책은 제 역할을 다 충분히 해냈다.



내 몫만이 남아있어, 내 몫만이...







실제로 누가 동화를 읽든 냄비 받침으로 쓰든 동화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동화는 어린이 독자를 위한 서사 문학이다. 애초부터 ‘어린이‘를 존재해 왔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그러니까 ‘수신‘의 장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너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소설은 동화와 다르다. 소설은 수신이 아닌 발신의 장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물론 소설가도 독자를 의식하겠지만 그건 현상일 뿐, 소설의 본질은 전달이 아닌 ‘표현‘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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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9-06-2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쓰실 동화를 기대해봅니다! ㅎㅎ

다락방 2019-06-30 17:26   좋아요 0 | URL
저는 동화를 쓰지는 않을거고요, 쓰게 된다면 소설을 쓰고 싶어요. 쓰게 된다면 말입니다. 하핫.